보성 대곡지
폭염 속 중치급 대폭발, 찬바람 불면 4짜 터진다.
가람 김중석 [낚시춘추 편집위원. ㈜천류 필드스탭 팀장 · 사외이사]
연일 36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에 출조 자체가 어려운 시기.
매주 수요일쯤 되면 “이번 주는 어디로 출조할 거냐?”며 문의 전화가 빗발치지만 이번 주만큼은 회원들의 전화가 잠잠했다.
그만큼 무더위에 심신이 지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집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쉬거나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아 물놀이로 더위를 이겨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다. 그늘이 있는 물가에서 쉬더라도 서늘해지는 밤에는 낚시할 요량으로 출조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붕어 자원이 많은 보성의 대곡지가 뇌리에 스쳤다.
대곡지는 1978년에 만들어진 6만9천평 규모의 준계곡형지로 상류 주월산(해발 557m)에서 흘러든 물을 담수하고 있다. 상류에 도로를 따라 아름드리 벚나무가 가로수로 식재되어 있어 그늘이 많은 게 장점.
2015년 5월에 필자가 낚시춘추 지면을 통해 소개하기도 했던 곳이다.
대곡지는 감잎붕어에서 4짜에 이르기까지 자원이 많은 곳이다. 지난해와 올해, 산란기부터 장마 이전까지 허리급 붕어가 숱하게 낚여 보성 덕산지와 더불어 새롭게 대물 붕어터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공사 중이던 수변데크 길이 깔끔하게 완성된 탓에 차가 물가까지 접근하는 것은 다소 불편해졌지만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낚시가 가능한 포인트가 많다.
찌가 자리 잡기도 전에 들어오는 파상 입질
지난 8월 10일 오후에 회원들과 함께 대곡지를 찾았다.
농어촌공사 자료를 봤더니 만수위에서 하루에 0.6%씩 배수가 되고 있었고 저수율은 60%를 유지하고 있었다.
수변 데크길 그늘에 의지하면서 상류 일대의 물색을 살피는데 유독 상류 새물 유입구를 중심으로 물색이 탁해 보였다. 마치 모내기를 시작하는 논바닥처럼 탁도가 짙었다.
연안으로 내려가 물에 손을 담가봤더니 아이 목욕시킬 정도로 물이 따뜻했다.
경험으로 봤을 때 수온이 이처럼 따뜻하다면 잔챙이 붕어가 낚일 확률이 높았다. 허리급 이상 큰 사이즈들의 붕어들은 새벽 2시 전후에 낚이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미미하게 배수가 되고 있지만 연연하지 않고 상류 테크길 아래에 동일레저의 전투좌대를 펼쳤다.
수심을 점검해보니 보편적으로 균등하게 1.2m가 나왔지만 5칸 이상의 긴대에서는 2m로 깊게 나왔다.
수심을 재면서 집어도 할 겸 경원사의 포테이토와 옥수수어분글루텐을 섞어 큼지막하게 달아 던졌다. 찌가 제 자리를 잡기도 전에 흔들거리더니 살짝 오르는 느낌에 챔질해봤다.
낚싯대에 전해져 온 느낌은 뭔가 걸렸다는 느낌이었는데 낚아내 놓고 보니 15cm짜리 붕어였다.
그간 대곡지 출조에서 낚아보지도 못했던 작은 씨알이었다.
‘날씨가 더워 잔챙이들이 설치겠지’ 하며 어분글루텐을 작게 달아 찌를 세웠더니 또 찌가 솟았다.
이번에는 제법 힘을 쓰길래 월척이 아닐까 기대를 해 봤지만 올라온 녀석은 25cm급 붕어였다.
오후 5시. ‘느면 나온다’는 표현처럼 입질이 폭발적으로 들어왔다.
낚시 시작 2시간 만에 열 마리가 넘는 붕어를 낚아냈고 18~25cm가 대부분이었다.
잦은 입질은 고마운데 이제부터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상류 새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유입되고 있는 다리 밑 그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목줄이 끊어져 놓쳐 버린 4짜 붕어
밤 8시가 되어 본격적으로 밤낚시를 시작했다. 낮에 펴두었던 낚싯대에는 23cm 정도의 붕어가 자동빵으로 세 마리나 걸려있었다.
‘잔 씨알의 붕어를 낚아내다 보면 월척도 섞여 낚이지 않을까?’ 내심 기대 해봤지만 자로 잰듯한 씨알만 낚여 올라왔다.
밤 10시나 됐을까? 오른쪽 새물 유입구 쪽에 앉았던 김윤건 회원의 챔질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커다란 물보라 소리도 들려 무조건 월척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곧바로 김윤건 회원의 푸념 소리가 들렸다.
김윤건 회원은 “입질은 완전 붕어였는데 수염이 달렸습니다”라고 말하며 아쉬워했다. 35cm급 잉어였다.
최상류에 앉았던 최원재 회원도 마릿수 붕어를 뽑아내고 있었다.
최원재 회원도 “한 번 정도는 월척을 줄 것 같은데 모두 21~25센티미터급이 주종입니다”라며 실망스러워했다.
대물 붕어가 회유할 시간인 새벽 3시. 정면으로 펼쳤던 4.6칸 대의 찌가 지금까지의 찌놀림과는 다르게 움직였다.
한 마디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잉어일까?’하는 생각에 기다려봤다. 경원사의 오래오글루텐을 단단하게 개어 달았기 때문에 글루텐이 오래 버틸 것으로 믿고 기다려봤다.
예신이 시작 된지가 벌써 10분 째. 드디어 찌가 꼬불꼬불 흔들리며 솟구쳤다. 찌톱을 전부 들어내고 멈추는 순간 스냅으로 살짝 챔질했다. 순간 바늘이 입에 걸리는 ‘턱~’하는 느낌이 들며 녀석이 좌측으로 필사적으로 치고 나갔다. 겨우 머리를 돌려 좌대 앞에까지 끌어낸 녀석은 거대한 붕어였다. 족히 4짜 초반은 넘는 크기였다.
어찌나 힘이 좋았는지 뜰채에 담아내기도 힘들었다. 결국, 뜰채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목줄이 끊어지면서 녀석은 도망치고 말았다.
아쉬웠지만 이제 대물 붕어들이 슬슬 움직인다는 기대감에 찌를 응시했다. 그리고 곧바로 입질을 받아 올린 녀석은 23cm급 붕어였다.
취재팀 세 명이 함께 밤을 새워가며 마릿수는 숱하게 입질을 받아냈지만 정작 기대했던 월척 이상급 붕어는 없었다.
비록 목적했던 초대형붕어는 못 낚았지만 쉴 틈 없이 입질하는 중치급 손맛은 진하게 본 출조였다. 어쩌면 이런 고수온기에 감지덕지한 손맛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침 6시.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이었다. 오늘도 불볕더위가 시작될 것 같아 서둘러 철수를 해야 했다.
8월 중순 이후 대곡지 낚시 요령
8월 초 현재는 수온이 너무 높아 대물 붕어들이 연안으로 붙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제 불볕더위가 한풀 꺾이고 밤과 낮 일교차가 심해지면 수온이 안정되며 굵은 붕어가 속출할 것이다.
대곡지에서는 살치와 피라미가 있지만 낚시를 크게 방해할 정도는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이 맑고 잡어가 많아 낮낚시보다는 밤낚시가 유리하며 글루텐이 가장 잘 먹힌다. 붕어의 씨알도 밤에 굵게 낚인다.
예전에는 블루길도 많았지만 현재는 블루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개체 수가 줄었다. 그러므로 떡밥에 입질이 없다면 지렁이를 사용해볼 필요도 있다. 현장에서 채집된 참붕어를 밤에 쓰면 동자개 성화가 심하다. 차라리 오전 시간에 사용하면 확실하게 붕어 씨알을 선별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주소 → 전남 보성군 조성면 대곡리 222-3
보성군의 새로운 대물터로 떠오른 대곡지 전경.
폭염이 지나고 기온이 서늘해지면 대물붕어가 연안으로 회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1박2일 동안 필자가 낚아낸 붕어들.
손맛보기 딱 좋은 사이즈였다.
김윤건 (오른쪽) 회원과 다리 밑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목포에서 참여한 최원재 회원이 글루텐을 단 채비를 힘껏 캐스팅하고 있다.
취재일 대곡지 붕어의 평균 씨알.
1.2m의 얕은 수심이었지만 옆으로 째는 힘은 대단했다.
대곡지 최상류 전경.
수위가 내려가 포인트가 많이 노출되어 있다.
김윤건(좌측) 회원과 최원재 회원이 수변테크 길을 걸으며 포인트로 향하고 있다.
36도를 넘다드는 폭염이었지만 곳곳에 그늘이 있어 편하게 휴식을 취했던 촬영팀.
군계일학 성제현 사장이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 스네이크 와이어 채비.
기존 스위벨 채비와 동일한 원리이며, 채비 꼬임의 불편함이 개선됐고 앞치기도 잘 된다.
김윤건 회원이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모습.
더위에 지친 심신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불고기 요리를 준비했다.
씨알은 잘았지만 체고가 높아 손맛이 좋았던 대곡지 중치급 붕어.
김윤건 회원의 하룻밤 조과.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폭풍 입질이 왔지만 아쉽게도 월척은 못 만났다.
밤새 낚아낸 붕어 조황을 확인 중인 필자.
낚은 붕어는 모두 방류했다.
방금 올린 중치급 붕어를 계측하고 있다.
대곡지에서는 산란 이후 장마 직전까지 허리급 월척이 쏟아졌지만
폭염으로 수온이 오르자 커야 준척 위주로 낚였다.
필자가 사용한 천류사의 설화수 골드 낚싯대.
붕어 씨알과 낚시터 여건에 관계없이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낚싯대로 명성이 자자하다.
최상류 새물이 유입된 다리 밑.
그늘이 있고 시원한 개울물이 흘러들어 휴식을 취하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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