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국민장 5보]
사람사는 세상, 시민 품속에서 사랑으로 부활
[국민장 5보]서울광장 수만 명 선 채로 노제…애창곡 함께
노란 종이비행기와 풍선 날리며 운구행렬 붙잡고 또 붙잡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시 동안이지만, 시민들의 품속으로 돌아왔다.
29일 오후 1시20분께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는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천천히, 천천히 들어섰다. 경복궁 영결식장에서 출발한 지 1시간여 만이다.
형형색색의 만장들이 광장으로 도착하는 운구행렬을 지나가게 하기 위해 양옆으로 갈라섰다. 자리에 앉아 있던 수만여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을 맞았다.
도종환 시인 사회로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노제'는 국립창극단이 떠난 넋을 위로하는 혼 맞이 소리로 시작했다. 이어 국립무용단의 진혼무와 함께 안도현·김진경 시인의 추모시 낭독, 안숙선 명창의 조창이 진행됐다. 시민들은 자리에서 시종일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선 채로 노제를 지켜보며 일부는 노란 풍선을 하늘로 날려보내면서 고인을 추모했다.
장시아 시인은 무대에 올라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어내려갔다. 애써 슬픔을 참고 있던 권양숙 여사는 고개를 떨궜고,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도종환 시인의 선창으로"노무현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를 외친 유가족과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이 애창곡이었던 '사랑으로'를 함께 불렀다. 노래가 가득 찬 광장은 슬픔도 가득 찼다. 아버지의 육성이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노제를 지켜보던 건호·정연씨는 오열했다.
앞서 이날 낮 12시20분께 경복궁 영결식이 엄수된 뒤 노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은 서울 경복궁 동문을 빠져나왔다. 운구행렬 뒤로는 유가족과 노 전 대통령의 지인 등이 도보로 뒤를 따랐다.
운구행렬은 경찰 오토바이 6대가 호위를 한 채,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을 모신 무개차와 유해가 모셔진 운구차가 뒤따랐다. 경찰차 4대는 대형 태극기를 연결한 채 행렬의 뒤를 따랐다. 운구차량 뒤로 문재인 변호사와 노란 넥타이 차림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해찬 전 총리,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이 침통한 표정을 한 채 행렬 맨 앞을 지켰으며, 그 뒤를 시민들이 뒤따랐다.
경복궁 영결식이 열리기 전 이미 세종로와 시청 앞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운구행렬이 지나자 뒤를 따르면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아쉬워했다. 운구행렬을 바라보면서 시민들은 "사랑합니다"라 외치며 비통한 표정을 보였다.
또 운구행렬이 이동하는 동안 서울광장에서는 추모 공연이 진행됐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사회로 우리나라, 안치환, 양희은, 윤도현밴드 등 가수들이 나와 고인을 추모하는 노래를 불렀다. 양희은씨는 평소 노 전 대통령이 즐겨 불렀다는 '상록수'를, 김해 봉화마을을 찾아 조문을 했던 윤도현밴드는 '후회 없어'라는 노래를 불렀다. 3살배기 아들과 함께 나온 안윤상(34)씨는 "안 나오면 안 될 것 같고, 안 보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나왔다"며 "노사모 활동을 했었는데 사람들이 나중에 노 전 대통령 욕 많이 해 지지자라는 걸 숨기기도 했던 게 너무 후회된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날 오후 2시께 노제를 마친 운구행렬은 서울역 광장으로 출발했다.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아침 이슬',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은' 등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운구행렬은 광장을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천천히 움직였다.
하지만 이번엔 시청앞 광장에 들어올 때처럼 쉽게 움직이진 못했다. '바보 대통령'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못하는 시민들은 운구행렬에 자리를 내주려 하지 않았다. 외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누워있는 그를 향해 노란 종이비행기와 풍선을 날렸다. 시민들은 좀처럼 고인의 마지막 길을 내주려 하지 않았고, 운구 행렬은 예정시간을 넘겨 서울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