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영호정지

한파도 빗겨가는 월척 소굴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팀장]

 

새해 시작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내려진 한파주의보를 호남지방이라고 비겨가지 않았다. 여전히 살얼음이 낀 곳이 많아 출조지 찾기도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 그동안 화보 취재를 통해 2월호 취재지를 지난 12월 말경 이미 정해 놓았던 터라 낚시터 선정에 큰 문제는 없었다.

출조 횟수가 많은 지인들을 동원해 수시로 조황 체크를 하며 찾아간 곳은 영암의 영호정지다.

영호정지에서는 이미 1220일경부터 4짜를 비롯한 허리급 붕어가 속출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16일부터 20년 만에 찾아왔다는, 1월 날씨로는 가장 강력한 한파와 폭설이 찾아왔다.

당연히 영호정지의 수면도 꽁꽁 얼어붙었고 눈까지 쌓였다.

한파주의보 전에는 호남지방에서 가장 핫한 곳이었지만 날씨 때문에 출조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낮에는 잠잠, 밤에 입질

영호정지는 영암군 삼호읍 삼포리에 있는 3만 평 규모의 저수지로 평지형에 가까울 정도로 수심의 차이가 없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 4만 평 규모로 축조되었던 곳이었으나 2009년에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어지는 8차선 산업도로가 상류를 가로지르며 1만 평가량이 매립되었다.

그 결과 저수지가 두 개로 갈라져 있다. 두 개의 대형 관로를 통해 붕어들이 산란철에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위쪽 저수지는 산란장 역할을 한다.

낚시인 중에는 무안의 영화정지와 이름을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00년 초반,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았을 때는 참붕어, 새우 낚시터로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어 있다. 그와 더불어 붕어를 비롯해 잉어와 가물치, 장어가 서식하고 있다.

지난 123일 일행들과 함께 영호정지를 찾았다.

며칠 전 한파주의보가 풀려 얼음은 사라졌고 물낚시가 가능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다행이 기상청 일기예보로는 해 질 무렵까지 내릴 것이라고 한다. 다행히 바람도 강하지 않아 출조해 보기로 했다.

도착과 동시에 포인트를 둘러보며 수면에 손을 담가보니 그다지 차갑지는 않았다. 물색이 맑았지만 이 정도면 밤에도 살얼음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느껴졌다.

여름에 무성했던 마름은 흔적이 없었고 연안을 따라 3.8칸대 거리에는 뗏장수초가 라인을 형성하며 자라고 있었다.

특공대를 달아 바닥을 긁어보니 뗏장수초 안쪽으로는 바닥이 매우 지저분했다.

수정레저의 발판 좌대를 설치하고 4칸부터 6칸까지 긴 대 위주의 낚싯대를 편성했다. 뗏장 수초 너머로는 바닥이 깨끗했다.

지렁이를 꿰어 찌를 세웠는데 좀처럼 입질이 없었다. 한파 추위가 오기 전에 이곳에서 23일 동안 몇 마리의 허리급 월척을 낚아냈던 김동관 씨에게 붕어의 입질 시간대를 물어보니 낮에는 거의 입질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설령 낚인다 하더라도 여덟 치 이하의 붕어가 낚입니다.”라고 답해줬다.

그는 또 낮에는 쉬었다가 밤에 케미를 꽂을 시간부터는 낚시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제가 올린 월척 이상의 붕어는 모두 밤에 낚였으니까요.”하고 말해줬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상황이라 혹시 냉수대가 유입되 붕어 활성도가 낮은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뗏장수초에서 50cm 이상 떨어뜨려야

입질이 없는 긴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느니 집어나 할 생각으로 마르큐사의 코이고코떡밥으로 열댓 번씩 헛챔질을 해줬다. 해가 질 무렵 드디어 종일 내리던 비가 그쳤다.

전자케미를 하나둘 꽂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세워놨던 왼쪽 4칸대의 찌가 언제 올라왔는지 찌톱을 모두 들어내 놓고 있었다. 미끼는 지렁이. 분명 입질이라 생각하고 챔질하니 28cm급 붕어가 낚여 올라왔다.

낮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더니 어두워지자 거짓말처럼 입질이 들어왔다.

어두워질 때 즈음 도착해 내 오른쪽에 앉은 김윤건 회원도 대를 펴며 입질을 받았는지 크지 않는 물보라 소리가 들려왔다.

블루길이 많은 곳이지만 저수온기여서 개의치 않고 지렁이와 옥수수 알갱이를 병행해 미끼를 운용했다.

먼저 지렁이를 바늘에 끼워 바늘귀까지 밀어 올리고 바늘 끝에 옥수수 한 알을 달았다.

블루길 같은 외래 어종이 많은 곳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뗏장수초를 살짝 넘겨 세웠던 찌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수초와 50c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는 잦은 입질을 볼 수 있었다. 씨알이 24~28cm로 아쉬웠으나 한겨울에 붕어 얼굴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1130분경 여섯 칸 대의 찌가 마치 향어 입질처럼 한 마디만 오르내리기를 10분 넘게 하더니 이내 솟구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낚아낸 붕어가 모두 찌를 몸통까지 올려주던 입질이어서 충분히 기다려봤다. 찌가 정점을 찍고 멈추는 찰나에 챔질! 이전과는 다른 손맛이 전해져 월척은 충분하리라 생각되었는데 역시 31.5cm의 월척이었다.

우측 산자락 밑에 앉은 홍광수 회원도 턱걸이급 월척을 낚아냈다며 알려왔다.

밤새도록 심심찮게 올라오는 찌 올림에 밤을 하얗게 지새울 수 있었다.

여명이 밝아오자 입질 자체가 끓겼다.

 

윤원중 씨의 애절한 붕어낚시 향수

낚시를 마무리하며 전체적인 조황을 살피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함께한 회원들의 자리로 가봤다.

유튜버 달빛소류지의 조황이 돋보였다. 살림망에는 턱걸이급 월척과 27~29cm의 붕어로 열댓 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옆자리에는 33년 전 미국에 이민 갔던 윤원중 씨가 있었다.

윤원중 씨는 유튜버 홍광수 씨의 찐팬으로 실제로 함께 낚시를 해보고 싶다 하여 동행출조를 하게 된 사이였다.

윤원중 씨와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충남 아산시가 고향이라 했다.

그는 낚시금지 구역이 95퍼센트나 되는 미국과 한국의 낚시문화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부친을 따라 다니며 낚시를 배웠습니다. 이민 가기 전까지도 낚시하러 다녔지만, 미국으로 들어간 이후로는 낚시를 전혀 못 다녔습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붕어낚시의 애절한 향수를 못 잊겠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군계일학의 성제현 사장이 촬영한 낚시 동영상을 수십 번 반복해보며 대리만족해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붕어낚시 유튜버가 늘어나 낚시가 가고 싶어질 때마다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곤 했다고 한다.

그는 밤낚시로 준척급으로 몇 마리의 붕어를 낚았지만, 숨이 멎을 정도로 솟아오르는 찌맛과 손맛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운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조황을 살펴보니 턱걸이급 월척이 세 마리. 그리고 24~28cm급 붕어가 서른 마리 넘게 낚였다.

기상청 예보로는 2월에는 지난번 한파와 같은 강력한 추위가 없을 것이라는 예보다.

영호정지는 얼음이 얼지 않는 한겨울에도 낚시가 가능하다. 아울러 3~4일 정도 영상의 기온을 보이며 물색이 탁해졌을 때 찾으면 월척 이상의 붕어가 낚일 것으로 예상됐다.

겨울철에는 수도권에서 원정 낚시를 내려온 낚시인들이 많은데 영암에는 영호정지 말고도 인근의 영암호방조제 인근에 F1국제자동차경기장수로, 석계수로, 부동리수로, 산이수로등 붕어 낚시터가 곳곳에 있다. 천천히 둘러보며 자신의 낚시 패턴과 맞는 곳을 골라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가는 길남해고속도로 서영암 I.C를 나와 목포 방향으로 2.5km를 가면 호동교차로이다.

화원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77번 국도를 이용해 8km 직진하면 영암교차로이고, 대불공단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1km가면 우측에 영호정마을회관에 도착한다.

 

내비게이션 주소전남 영암군 삼호읍 삼포리 975

 

 

어릴 적에 미국으로 이민 갔던 윤원중(오른쪽) 씨가

유튜버 '달빛소류지' 홍광수 씨와 만나 하룻밤 낚시를 즐겼다.

 

 

완전히 해빙된 영호정지.

해빙 직후 잔 씨알이 낚였으며 수온이 오르며 점차 허리급 붕어의 출현이 잦아지고 있다.

 

 

"챔질 타이밍도 여유 있게 주네요."

김윤건 회원이 몸통까지 솟는 입질을 바라보며 챔질을 준비하고 있다.

 

 

기대했던 허리급 이상은 못 낚았지만 취재일에는 27~29cm가 주로 낚였다.

 

 

이른 새벽 시간에 월척을 낚아낸 필자.

입질은 주로 밤에 집중되었다.

 

영호정지 상류를 가로지르는 산업도로 위쪽 저수지.

산란이 임박해질 무렵부터 4월까지 최고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옥수수도 잘 먹히는 영호정지.

 블루길이 덤빌 것에 대비해 지렁이와 옥수수를 함께 꿰어 사용했다.

 

 

남원에서 온 양재철 씨가 월척에 육박하는 붕어를 낚아냈다.

 

 

진입이 수월한 제방권에 자리한 낚시인들.

짧은 대에서는 바닥이 지저분했고 주로 4칸 이상의 긴 대에서 잦은 입질을 볼 수 있었다.

 

 

입질이 없자 유준재 회원이 수초대를 찾아 포인트를 이동하고 있다.

 

 

영호정지 우안 석산 밑 포인트.

유독 이곳에만 연이 자생한 명포인트이다.

 

 

영호정지에서 수거한 쓰레기들을 필자의 차에 싣고 와 분리수거했다.

 

 

영호정지를 돌며 쓰레기들을 수거한 촬영팀.

 

 

김윤건(좌) 김동관 회원이 촬영팀의 조과를 자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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