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신풍지 겨울 대박
폭풍한설에 드라마 찍었다.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편집위원, (주)천류 사외이사 · 필드스탭 팀장]
설날 연휴 첫날, 무안 감돈지에서 120여 마리의 붕어를 만났으나 월척은 단 한 마리도 없어 아쉬웠다.
한파와 강풍 주의보까지 발효돼 어쩔 수 없이 철수를 결정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다. 이왕 멀리까지 왔으니 쓸 만 한 놈으로 얼굴을 봤어야 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집으로 가면서도 ‘잠시 짬낚이라도 가능한 곳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가는 길 주변에 여러 곳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강한 북서풍에 의지되며 씨알 좋은 붕어가 낚일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영암의 신풍지가 뇌리에 강하게 스쳤다.
이미 차는 자동으로 영암 독천을 지나 영암읍 소재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신풍지로 진입하기 위해 농로 길로 접어드는데 시멘트길이지만 너무나 미끄러웠다. 주변 밭에서 도로 위로 흘러내린 황토가 눈에 젖었고, 그 위에 하얀 눈이 살짝 덮여있었던 것.
말 그대로 진흙 지뢰밭이었다.
대물 많고 어자원 보존 잘 되는 곳
영암군 학산면 금계리에 위치한 6천 평 규모의 크지 않는 저수지이지만 허리급 붕어와 4짜 붕어가 줄기차게 낚인바 있는 대물 붕어터이다. 오래 전부터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어 있다. 여름철에는 마름이 수면을 뒤덮어 낚시자리가 많지 않고 가을 들어 마름이 삭아 내릴 때부터 이듬해 마름 새순이 올라 올 즈음까지 낚시 여건이 좋은 곳이다.
수중에는 늦가을부터 말즘이 자라 올라오기 때문에 채비 안착이 어렵다. 그 결과 불법 그물질도 힘들어 어자원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산란기 때는 상류에 자생하는 부들과 갈대 그리고 뗏장 수초지역으로 붕어들이 대거 몰린다. 이때 튼튼한 수초 구멍치기를 하면 본인의 기록 붕어를 끌어낼 수도 있는 곳이다.
4월 초가 되면 신풍지 상류에 819번 지방도를 따라 ‘왕인박사 유적지’ 가는 길을 따라 벚꽃이 만개해 있다. 벚꽃을 병풍삼아 운치 있는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대낮부터 솟구치는 월척
오후 1시경 신풍지에 도착하니 낚시인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이토록 춥고 강한 눈 섞인 폭풍 같은 바람에 누가 출조를 했겠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북서풍에 의지되는 좌안 중류에 자리를 택하고 동일레져의 전투좌대를 설치했다. 차는 낚시 자리 바로 뒤편에 주차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바람을 막아볼 심산이었다.
바닥을 긁어보니 삭은 마름 줄기가 걸려 나왔지만 거의 삭은 상태여서 떡밥 낚시가 가능할 것 같았다. 언제나 그랬듯이 수심을 맞출 때부터 아주 무르게 갠 집어용 글루텐을 크게 달아 집어를 하면서 수심을 찾았다. 3칸부터 6칸까지 12대의 낚싯대를 펼쳤는데 수심은 2.5m 전후로 비슷했다.
다시 미끼용 글루텐을 두 가지로 개었다. 5칸 이상의 긴 낚싯대에는 단단하게 갠 글루텐을, 짧은 대에는 무르게 갠 글루텐을 달았다.
오후2시 반 무렵. 낚싯대 세팅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면에 펼쳐 놓은 3칸대의 찌가 끔뻑 거렸다. 가만히 지켜보니 올리지도 못하고 슬슬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 챔질했다.
손목에는 육중한 힘이 전달되었다. 2.5m의 수심이 깊은 것도 이유였겠으나 일단 씨알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수면 위에 보이는 붕어는 한눈에 봐도 월척 이상은 되리라 생각되었다. 미처 뜰채를 펴 놓지 않아 조심스럽게 받침대 사이로 월척 붕어를 들어 올렸다. 계측 결과 첫수에 나온 붕어는 32cm 월척. 대낮에 월척이라니 이외였다.
하지만 기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6칸 대의 찌가 솟기 시작했다. ‘블루길이 워낙 많아 블루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르던 찌가 멈추는 순간에 가볍게 살짝 챔질해 봤다. 손목에 전달된 느낌이 붕어였다. 좌우로 째는 붕어를 돌려세워 끌어냈다. 이번에는 턱걸이급 월척이었다.
강한 바람이 불어왔지만 간간히 내리 쬐는 따뜻한 햇볕으로 약간의 수온 상승이 있었는지 붕어의 회유가 빨라진 듯하다.
낮에는 월척, 밤에는 잔챙이 위주로 낚여
오후 3시가 되자 아침에 무안 감돈지에서 낚시하고 집으로 철수 했던 이광희 회원이 찾아 왔다. 이광희 회원은 3급 장애인으로, 타인의 도움 없이는 출조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상류의 갈대와 부들 그리고 연안에 뗏장수초로 어우러진 포인트를 소개해줬다.
강한 눈보라 속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데 이광희 회원의 외침 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져 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섯 칸 정도의 긴 대가 활처럼 휘어진 게 보였다. 황급히 뛰어가 보니 월척 붕어를 걸어 뗏장 줄기에서 떼어놓으려 씨름하고 있었다.
얼른 수초제거기와 뜰채를 들고 지원에 나섰고 결국 32cm 월척을 건져낼 수 있었다.
이때까지 이광희 회원은 세 마리의 붕어를 낚았는데 모두 월척이었다. 저수지 명성에 비해 조금 작은 사이즈의 월척이었지만 한파와 강풍 주의보, 눈보라 속에서 이 정도 조황이면 우리가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는 충분하다는 느낌이었다.
오후 5시. 밤낚시를 앞두고 강풍을 대비해 텐트를 다시 동여맨 뒤 미리서 저녁 식사를 마쳤다.
낮에 간간이 들어오던 입질이 밤낚시로 접어들자 현저하게 빈도가 높아졌다. 3칸부터 6칸까지 입질은 고르게 들어왔다.
하지만 낮 낚시와는 현저하게 다른 씨알이었다. 최소 18cm에서 24cm의 작은 붕어만 낚였다. 밤 12시까지 20여 마리의 붕어를 낚았지만 사이즈는 고만고만했다.
상류에 앉았던 이광희 회원에게 커피를 끓여 가지고 가봤다. 이광희 회원도 “밤이 되니까 지렁이에도, 글루텐에도, 옥수수에도 애기 붕어만 낚이고 있습니다.”라며 서운해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밤새 몰아치는 강한 눈보라 속에서 텐트를 부여잡고 입질을 기다렸다. 신풍지 명성에 걸맞는 허리급 붕어를 기다리면서···.
구관이 명관, 봄에 허리급 이상 기대
강풍 속에 텐트를 부여잡고 있는 사이에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했다.
일찍 철수하려다 ‘길에 쌓인 눈이 녹을 때인 오전 10시까지만 해보자’며 글루텐을 바늘에 작게 달아 찌를 세우고 응시했다. 그랬더니 바닥에 채비가 닿은 듯 했는데 바로 올라왔다. 세 번째 월척의 입질이었다. 좌측 상류에 자리한 이광희 회원도 입질을 받아 턱걸이급을 낚아냈다.
낚아낸 월척붕어 모두가 누런빛을 띄는 황금붕어였다. 수중에 말즘 군락에서 서식하는 붕어라서 색상이 누런 거라 생각되었다.
오전 10시가 되어갈 무렵 철수 준비를 했다. 마지막 낚싯대 두 대를 남겨두고 있었는데, 얼핏 보니 어느새 찌가 사라지고 없었다. 어차피 철수할 거라 큰 기대없이 낚싯대를 들어내는데 뭔가 걸려 있는 듯 했다. 꺼내놓고 보니 33cm 월척 붕어였다.
마지막 기념 촬영을 하기 위해 필자 혼자 낚은 붕어를 풀밭에 쏟아봤다. 월척이 다섯 마리에 작은 붕어에서부터 준척까지 43마리나 됐다.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모두 방류했다. 하룻밤 신풍지 출조에서 느낀 점은 예전에 비해 씨알이 작아졌고, 밤낚시에서는 자잘한 붕어가 낚이는 반면 월척급 이상의 붕어는 낮 낚시에 낚인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라고 날씨가 풀리면 신풍지 명성이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귀갓길에 올랐다.
3월의 신풍지 낚시는?
신풍지는 대체로 겨울 바람이 많이 타지 않는 곳이지만 북서풍의 바람은 4월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상류권은 지대가 높은 819번국도 아래에 있어 그나마 바람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그결과 언제나 탁도가 좋고 수온이 높은 편이다.
산란이 빠른 곳으로, 3월로 접어들면 씨알 굵은 붕어부터 상류 수초대로 알자리를 찾아 몰려든다.
그래서 3월 낚시는 현장에서 산란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면 뗏장수초에서 50cm~1m를 떨어져 찌를 세우고, 수초대가 움직이는 등의 징후가 보인다면 수초대를 직접 공략하거나 수초에 바짝 붙여 찌를 세워야 한다. 미끼는 지렁이가 빠를 수 있지만 블루길 성화가 심하므로 글루텐이나 옥수수 등 식물성 미끼를 잘 활용해야 한다.
◆네비게이션 주소→ 전남 영암군 학산면 금계리 1060
눈보라가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마릿수 조과를 배출한 신풍지.
사진은 좌측 연안으로 뗏장수초가 잘 발달되어 있다.
산란철에는 특급 포인트로 예상되는 구간이다.
이광희 회원이 아침 9시경 월척을 낚아내고 있다.
씨알 굵은 붕어들은 모두 낮 낚시에 낚였다.
신풍지에서 빠른 입질을 받은 글루텐 떡밥.
준 밀폐형 미끼통인 서진레져의‘붕어도시락’에 보관해 일정한 점성을 유지시켰다.
신풍지 전경.
6천평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허리급 월척과 4짜 붕어를 품고 있는 저수지이다.
필자(왼쪽)와 이광희 회원이 신풍지에서 올린 조과 중 굵직한 녀석을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필자의 대편성.
천류 설화수 프리미엄+운명
천류사의 설화수 프리미엄과 운명 낚싯대를 고루 편성했다.
신풍지에서 필자가 혼자 올린 조과.
궂은 날씨였지만 겨울 낚시에서 거둔 조과로는 대박에 가까웠다.
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신풍지에서 필자가 사용한 군계일학의‘와이어 스위벨 스네이크형’채비.
낮 시간에 올린 월척을 보여주고 있는 필자.
필자가 낮낚시로 올린 33cm 월척.
풍체가 좋고 황금빛이 눈부신 붕어였다.
밤에는 의외로 씨알이 잘게 낚였다.
지렁이에 낚인 블루길.
찬 수온 때문인지 성화가 심하지는 않았다.
밤새 내린 눈에 텐트와 낚시가방을 뒤덮었다.
밤새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쳐 힘든 낚시를 해야 했다.
철수 직전에 월척붕어를 낚아낸 이광희 회원이‘끝내기 월척’을 낚았다며 환하게 웃고 있다.
보온장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입질을 기다리는 이광희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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