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도암지
약속의 시간, 새벽 4시 반을 놓치지 마세요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편집위원. (주)천류 사외이사 · 필드스탭 팀장]
연중 낚시터를 누비다보면 계절에 딱 맞아 떨어지는 낚시터가 있기 마련이다.
호남지방에는 장마가 시작하기도 전에 잦은 비가 내려 저수지마다의 저수율이 60%를 넘고 있다. 일기예보로는 7월 초부터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장마가 시작된다고 알리고 있어 이제는 강풍과 그리고 폭우를 염두에 두고 출조에에 나서야할 때이다.
장마철에 맞춰 이번 화보는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참고로 오름수위 특수를 노릴 수 있는 곳으로 선정했다.
마침 언젠가 광주에 사는 김윤건 회원이 알려준 장마철 화순 도암지 출조 경험담을 메모형식으로 저장해 놓은 게 있어 김윤건 회원에게 전화를 해봤다.
전화를 받은 김윤건 회원은 “도암지는 장마 직전에 워밍업 하듯이 시즌이 슬슬 시작되어 장마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4짜 덩어리가 출몰하는 특이한 저수지입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하자 “수초 한 포기 없는 전형적인 계곡지인데 밤에 간간이 허리급부터 4짜 중후반까지가 낱마리로 낚입니다. 특히 새벽 4시 반부터 5시 반까지의 한 시간은 약속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없던 입질도 거짓말처럼 몰아치기로 들어오는 곳입니다.”라고 설명해주었다.
출조를 앞두고 낚시춘추 8월호가 발행될 날짜를 계산해봤다. 책이 7월 15일에 나오고 장마도 막바지에 이를 시기라 출조를 결정했다.
도암지는 어떤 곳?
도암지는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등광지라고도 불리지만 공식명칭은 도암지가 맞다.
1998년에 준공된 6만3천5백평 규모의 계곡지이다.
인근 천태산, 초래봉, 명월산, 오리산에서 흘러든 물을 담수하기 때문에 수질이 깨끗하다.
도암지 상류 위쪽에는 등광지라는 소류지가 있는데 1만2천1백평짜리로 1945년 준공됐다.
먼저 축조한 등광지는 외래어종이 없는 토종터로서 수초가 잘 발달되어 있다. 주 어종은 붕어이며 간혹 허리급 월척도 낚이지만 잔 씨알의 감잎붕어가 많다.
그에 반해 도암지는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어 있다.
두 곳 붕어를 낚아 비교해보면 외래어종이 유입된 도암지 붕어의 체고가 훨씬 높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암지는 봄 산란기 때 상류에서 씨알 굵은 붕어가 잠깐 낚인 후 한동안 특별한 조황이 없다가 장마 이후 4짜 붕어가 주종으로 낚이는 특이한 저수지이다.
주로 배스 낚시인들만이 즐겨 찾고 붕어 낚시인들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적한 저수지이다.
저수지 왼쪽 도로를 따라 등광마을로 오르는 길가에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다. 여름철 뜨거운 햇볕을 가려주는 그늘을 제공하여 쉴 수 있는 공간도 많다.
새벽 2시부터 시작된 월척 입질
지난 6월 22일 주말을 맞아 도암지를 찾았다. 6만 평이 넘는 저수지에는 이날도 낚시인 한 명 없이 한적했다.
오늘밤 낚시할 자리를 찾기 위해 연안을 걸으며 수초대나 수몰되어 있는 버드나무 군락을 찾아봤다.
그러나 증류수처럼 맑은 물색에 상류 일대에만 약간의 마름이 그리고 수중에 말즘이 분포되어 있는 게 보였다.
연안으로 내려가 살펴보니 배수의 흔적이 역력했다.
5칸 대를 꺼내 수심을 체크해보니 3m가량 나왔다. 수중에 둔덕이 있는지 3칸 거리는 2m로 수심 차이가 크게 났다.
낮 12시. 대편성이 끝낸 후 먼저 도착했던 양재철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최상류에 해당하는 자리로, 물골 부근이라 수심 편차가 있었지만 보편적으로 1.2m의 수심을 보였다.
살림망을 들춰보니 41cm의 떡붕어와 27~29cm 짜리 붕어가 서너 마리 들어 있었다.
양재철 회원은 경원사의 옥수수어분글루텐과 오래오글루텐을 반반 섞어 떡붕어를 낚아냈다. 마치 토종붕어가 입질하듯 찌를 서너 마디 올려놓고 멈춰 있어 챔질했더니 육중한 힘이 손목에 전해져왔다고 말했다.
입질이 없는 오후 시간에는 본부석 텐트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한 시간은 오후 7시.
물 맑은 계곡지는 밤낚시가 잘 된다지만 웬일인지 밤이 되도 좀처럼 입질이 없었다. 찌를 밀어 올리는 것은 작은 블루길이었다.
밤 11시를 넘기면서 비로써 붕어 입질이 살아난 듯 보였다. 옆자리 함인철 회원과 이광희 회원이 28cm짜리를 걸어냈다.
이광희 회원은 수초 없는 맨 바닥에 자리를 잡았는데, 대부분 4.6칸 이상의 긴대로 승부를 보고 있었다.
함인철 회원은 수중에서 말즘이 자라 올라오는 자리의 빈 구멍에 찌를 세웠다.
유독 말풀이 자란 자리에서만 연거푸 입질을 받아 세 마리의 붕어를 연타로 낚았다.
그 중에 32cm 월척도 섞여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연속에서 들어오던 입질은 다시 잠잠해졌다.
새벽 2시무렵. 드디어 필자에게도 입질이 찾아왔다. 비교적 바닥이 깨끗한 자리에 던진 4칸 대였다. 초저녁부터 집중적으로 글루텐을 투여했던 게 주효 했는지 깜빡 졸고 있는 사이에 찌를 몸통까지 밀어올린 후 수면에서 방방거리고 있었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얼떨결에 챔질하자 마름 속으로 째는 힘이 대단했다.
마름 몇 가닥을 뒤집어 쓴 채 뜰채에 담긴 녀석은 33cm 월척이었다.
그러나 다시 입질이 잠잠해져 핸드폰 알람을 새벽 4시에 맞춰 놓고 잠이 들었다.
새벽 4시 반부터 한 시간 동안 월척 행진
알람소리에 잠을 깨 찌를 확인해보니 역시 4칸 대의 찌가 우측으로 1m가량 끌려가 있었다.
글루텐 미끼를 새롭게 달아 던지자 곧바로 찌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약속의 시간이라던 새벽 4시 반부터 거짓말처럼 여기저기서 붕어를 끌어내는 물보라 소리가 들려왔다.
이때 함인철 회원이 44cm의 4짜 붕어를 낚아냈다. 말즘 사이에 세워두었던 찌가 한 마디 솟은 후 옆으로 슬슬 끌려가는 것을 보고 챔질했다고 했다.
입질 패턴상 ‘잉어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올려보니 체고 좋은 4짜 붕어였다며 입이 귀에 걸린 듯 즐거워했다.
옆자리의 이광희 회원과 유준재 회원 역시 연거푸 붕어를 낚아냈다. 양손에 두 대의 낚싯대를 들고 붕어와 한판승부를 펼치는 모습을 어둠 속에서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새벽 4시 반부터 5시 반까지 딱 한 시간동안 네 사람이서 낚아낸 붕어만 20마리가 넘었다. 그중 4짜 붕어가 한 마리. 턱걸이 월척부터 34cm까지가 네 마리였다.
낮케미로 바꿔야 할 시간인 아침 6시가 찾아오자 방금 전까지도 활발했던 입질이 거짓말처럼 갑자기 뚝 끊겼다.
낮케미로 바꾸면서 작은 환 크기로 글루텐도 달아보고 옥수수 알갱이도 달아서 찌를 세워봤지만 더 이상의 입질은 없었다.
아침 사진 촬영을 위해 유준재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살림망에는 턱걸이급 월척 두 마리와 월척에 육박한 준척급 붕어가 네 마리 들어 있었다.
유준재 회원은 “밤새 배수가 10cm가량 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이 정도 조황이면 훌륭한 거 아닙니까?”하면서 눈은 찌를 응시하고 있었다.
취재 일주일 후에도 월척 꾸준히 낚여
취재 이후 일주일이 지난 지난 6월 29일 영광의 민장식 회원과 유준재 회원이 다시 도암지 로 출조해서 일곱 마리의 월척을 낚았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도암지는 터가 세다는 이유로 낚시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을 우리 취재팀이 출조하여 장마 이후 붕어낚시 가능성을 확인한 곳이다.
현재는 전국이 장마 중반기에 접어든 상황이라 우리는 장마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장마가 끝나면 더욱 더 큰 씨알의 붕어와 상면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예상이다.
우리 회원들은 그 때 다시 도암지에서 뭉치기로 했다.
◆내비게에션 주소→ 전남 화순군 도암면 등광리 245
맑은 수질을 자랑하는 도암지.
배스 낚시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정도로 터가 센 곳이었으나
이번 취재를 통해 대물 붕어를 많이 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도암지에서 낚아낸 4짜 붕어와 월척을 들고 기념촬영한 취재팀.
좌측부터 최원재, 함인철, 유준재 회원이다.
상류 일부에만 자라 있는 말즘 사이에 채비를 안착 시키고 있는 함인철 회원.
월척과 4짜 붕어는 말즘 사이에서 주로 낚였다.
도암지 제방 좌측에 설치된 안내판.
지도상에는 등광지로 나와 있지만 정식 명칭은 도암지가 맞다.
도로가에 설치한 본부석 텐트.
느티나무 가로수 그늘이 시원했지만 소나기도 내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대비했다.
아침에 누렇고 체고가 좋은 4짜 붕어를 낚아낸 함인철 회원.
유독 말즘이 자라는 지역에서만 입질을 받아냈다.
아침에 누렇고 체고가 좋은 4짜 붕어를 낚아낸 함인철 회원.
유독 말즘이 자라는 지역에서만 입질을 받아냈다.
영광의 민장식 회원이 중상류권에서 밤새 낚아낸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밤에 간간이 낚이던 붕어가 새벽 4시 반부터 폭발적으로 입질했다.
주식회사 천류에서 생산, 판매 중인 받침틀.
스테인레스 소재로 견고하며 정밀도가 매우 높은 제품이다.
필자가 사용한 스위벨 채비.
묽게 갠 글루텐에 입질이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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