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계매지 떼월척 조행기

나만의 출조 데이터, 올해도 적중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 편집위원, (주)천류 필드스탭 팀장 · 사외이사]

5월로 접어든 호남지역 낚시터는 산란을 마친 붕어들이 회복기를 거치면서 여러 곳에서 호황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강진의 금사지는 연일 4짜 붕어 소식이, 광주 대야지와 인근의 황룡강, 보성의 덕산지에서도 마릿수 4짜 붕어가 얼굴을 비쳐 출조길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아울러 올해의 특이점이라면, 같은 산란 이후라 해도 예년에 비해 4짜 붕어가 흔하게 낚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요즘은 호황 소식이 각종 SNS나 미디어를 통해 생중계가 되는 시기이다 보니 현재 호황인 곳은 소문을 듣고 출조하면 늘 낚시꾼들로 북적이기 일쑤다.

그래서 필자는 현재 호황과 상관없이 그간 축적해 놓은 데이터를 토대로 낚시인들이 몰리지 않고 한적한 곳으로 출조지를 선정한다. 그리고 이맘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고흥 계매지였다.

계매지는 매년 붕어 산란 이후, 마름 새순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직전부터가 허리급 월척과 4짜 붕어가 가장 많이 낚일 때여서 올해도 망설임 없이 출조지로 선정했다.

1990년대 최고의 생미끼 대물낚시터

계매지는 1990년대 생미끼 대물낚시가 유행할 때 새우 미끼에 허리급 월척이 곧 잘 낚이던 추억의 대물터로 전국에서 몰려든 낚시인들로 유명세를 탓던 곳이다.

이후 블루길이 유입되었고 허리급 월척보다는 7~8치급 붕어 마릿수 터로 각광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배스까지 유입되었지만 배스의 개체수가 많지는 않다.

배스와 블루길이 서식하지만 새우도 공존한다. 초저녁에 채집망을 담가보면 늘 예닐곱 마리의 새우가 채집돼 새우낚시도 가능한 곳이다.

규모는 10만9천평으로 3면이 제방인 각지형인 동시에 전역의 수심이 일정한 평지형의 저수지이다.

계매지 최고의 시즌은 봄철 산란이 완전히 끝난 5월 초, 즉 모내기철 배수 직전이다.

수중에서 자라오른 마름이 수면에 도달하기 직전에 해당된다. 이때는 붕어마름과 말즘이 함께 올라오기 때문에 채비 안착이 어려울 때다.

이 시기가 지나 여름이 오면 수면 전역이 마름으로 덮이기 때문에 낚시가 힘들고 붕어도 자잘한 씨알만 올라온다.

최고의 핫라인은 동쪽 제방

지난 4월 27일 주말 맞아 직장 퇴근 후 곧바로 계매지를 찾았다.

계매지에는 광양과 순천 · 여수 낚시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광주 낚시인들도 몇 팀이 보였다.

자리를 잡기 전에 먼저 와 있던 낚시인들의 조황을 살펴봤다.

모두가 살림망을 담가 놓은걸 보니 어느 정도 붕어가 낚이고 있다는 판단이 섰다.

여러 낚시인 중 북쪽 제방에 앉아 입질을 기다리는 광주 낚시인 이광일 씨와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틀째 낚시를 하고 있다는 그의 살림망에는 33~34cm 월척 두 마리와 준척급 붕어가 열 마리 정도 들어 있었다.

이광일 씨는 “지난주에 광주 낚시인들이 4짜 붕어 일곱 마리와 월척 스물 댓 마리를 낚았다는 소문을 듣고 왔다. 포인트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북쪽 제방에 앉았는데 정작 붕어가 많이 낚였다는 소문의 포인트는 동쪽 제방이었다. 그래서 포인트를 옮겨볼까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일 씨 말대로 이날 우리 취재팀이 자리한 곳도 동쪽 제방이었다. 봄에는 의례 동쪽 제방이 조황이 앞선다. 우리 외에도 몇몇 낚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동족 제방 중간지검에 비교적 수심이 깊은 골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수심이 2.5~3m로 깊게 나왔다.

동일레져의 전투좌대를 펼치고 찌를 하나하나 세우는데 수중에 말풀과 마름 줄기가 빼곡해 좀처럼 채비가 내려가지 않았다. 결국 풀스윙 대신 끓어치기(떨굼낚시)기법으로 채비를 투척했다. 그나마 이렇게 수직으로 채비를 떨구면 바닥을 찾을 수 있었다.

참고로 끊어치기란, 앞치기 케스팅 시 봉돌이 수면에 닿는 순간 팔을 앞쪽으로 순간적으로 쭈~욱 내밀어 봉돌이 떨어지는 지점보다 찌가 더 멀리 떨어지도록 하는 기법을 말한다.

이렇게 하면 봉돌이 찌를 끌어당겨 수직 하강하게 돼 밑걸림 없이 찌를 세우기 쉽다.

밑걸림 생겨 방치한 채비에 4짜가 덜커덕

저녁 7시경. 내 좌측의 앉았던 강충성 회원이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동쪽 제방에 유일하게 자라나 있는 갈대 무더기 언저리를 노렸고, 3.2칸 낚싯대를 옆으로 펼쳤으니 2칸 대 거리에서 입질을 받은 셈이었다. 미끼는 경원 옥수수어분글루텐과 오래오글루텐을 반반 섞었다.

이어서 박종묵 회원도 입질을 받았다. 제방 연안을 따라 자란 뗏장수로를 살짝 넘겨 제방 석축과 바닥이 만나는 지점을 노렸던 게 주효해 33, 34cm 월척을 연거푸 낚아냈다.

자정이 지날 무렵에는 필자에게도 입질이 왔다. 꿈틀거리는 찌 놀림에 참붕어가 찌에 산란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잠시 지켜보니 천천히 솟구치기 시작하더니 찌톱을 세 마디 정도 올려놓고 멈췄다. ‘잡어일까?’ 하면서 기다려보는데 좀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에 낚싯대 손잡이를 잡고 가볍게 스냅 챔질을 해봤다 그랬더니 뭔가 묵직했다. 순간 녀석은 옆으로 째기 시작했고 간신히 옆 낚싯대 원줄에 감기지 않게 제어해 올렸다. 33cm 월척이었다.

새벽 2시경. 이번에는 오른쪽에 앉았던 유준재 회원 자리에서 힘찬 챔질 소리가 들리더니 물보라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첨벙거리는 곳에 플래시가 비춰지자 하얀 배를 들어낸 붕어가 보였다. 대충 봐도 예사로운 놈은 아닌 듯 했다.

계측자에 올리자 꼬리가 정확히 43cm를 가리켰다. 4짜 확률이 높다는 동쪽 제방에서 드디어 4짜 붕어를 걸어낸 것이다.

유준재 회원은 수중 수초가 많은 지역을 5.3칸대로 공략했는데 채비가 수초에 걸려 찌톱이 무려 네 마디가 돌출됐었다고 말했다. 다시 던지기 귀찮아서 그냥 두었는데 갑자기 찌가 빨려 들어가기에 얼떨결에 챔질 했다고 한다.

낚싯대 길이 상관없이 채비만 안착되면 입질

여명이 밝아 올 즈음인 새벽 6시. 전체적인 조황을 살피며 사진 촬영을 위해 각 포인트마다 둘러봤다.

갈대밭을 배경으로 자리했던 강충성 회원은 아침시간까지 총 여섯 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 사이즈는 모두 32~34cm급. 밤새 간간이 낚이는 월척에 ‘혹시 4짜 붕어가 덤으로 낚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잠을 자지 않고 날 밤을 지새웠다고. 펼쳐놓았던 열대의 낚싯대 중 유일하게 바닥에 깔끔하게 떨어진 3.2칸에서만 모두 입질을 받았다고 말했다.

더 하류쪽으로 내려가자 순천 낚시인 김정희 씨와 동행인이 함께 아침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김정희 씨의 조황이 돋보였다. 김정희 씨는 “수중에 침수수초가 많아 채비 내리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지만 채비가 바닥에 안착이 되었다 싶으면 어김없이 찌를 올려줬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정희 씨에게 주요 입질 시간대를 묻자 “밤 11시경 입질이 슬슬 들어오더니 자정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입질이 쏟아졌습니다. 아침시간까지 41, 43cm의 4짜 붕어 두 마리와 26~29cm 준척급 붕어 20여 마리를 낚은 것 같습니다.”라며 살림망을 들어내는데 무게만 해도 상당해 보였다.

취재를 마치고 보니 출조했던 모든 회원들이 월척의 손맛을 봤고 4짜 붕어도 3마리나 목격했다.

그 순간 순전히 그간 출조 기록을 정리한 데이터만을 믿고 회원들과 함께 찾은 계매지는 아마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월 중순 이후 계매지에서의 낚시는?

올 봄에는 유난히 비가 자주 내려 농사철 물 부족 현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도 모내기철이면 약간의 배수는 할 것이다. 5월 중순 이후 계매지 수면에 마름수초 잎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로 붕어의 활성도 또한 어느 때 보다 높다.

특히 하절기에는 전체 수면이 마름으로 뒤덮기 때문에 6월 중순까지가 낚시하기에 가장 수월하다.

물색에 따라 입질 시간대가 달라진다. 물색이 탁하다면 낮 낚시에 집중할 필요가 있고, 물색이 맑다면 밤낚시에 치중해야 하는데 밤 11시 이후 새벽까지 입질이 집중된다.

미끼는 마름이 없고 바닥이 깨끗한 지역에는 글루텐, 침수수초가 바늘에 걸려 나오면 옥수수를 미끼로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내비게이션 주소 → 전남 고흥군 남양면 침교리 1340

 

"또 월척입니다."

초저녁부터 꾸준하게 입질을 받아냈던 박종묵 회원이 월척 조과를 자랑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촬영 도중 입질을 받아 뜰채질을 마무리 중인 박종묵 회원.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부터 입질이 집중됐다.

 

 

제방 위에서 연안 수초 끝자락을 노렸던 이광희 회원.

계매지에서는 2칸 거리의 짧은 낚싯대에서도 활발한 입질이 들어왔다.

 

 

계매지의 4계절 특급 포인트라 알려진 무넘이권.

줄풀과 뗏장수초가 잘 어우러져 있다.

 

 

밤새 월척만 다섯 마리를 낚아낸 강충성 회원.

바닥이 깨끗했던 3.2칸 대 거리에서만 입질을 받아냈다.

 

 

동쪽 제방 끝자락 배수장 인근에서 4짜 붕어와 월척 등 마릿수 조과를 누렸던 순천 낚시인 김정희 씨.

조과의 일부만 펼쳐놓고 기념촬영을 했다.

 

 

계매지에서 잘 먹혔던 글루텐과 옥수수.

바닥이 깨끗한 곳에서는 글루텐, 수중 침수수초가 많은 지역에서는 옥수수가 잘 먹혔다.

 

 

입질이 없는 시간에 본부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순천 낚시인 김정희 씨가 밤새 낚은 붕어가 담긴 살림망을 끌어내고 있다.

 

 

연안 수초를 넘겨 깨끗한 바닥을 공략 중인 김정희 씨.

 

 

아침 시간에 월척을 올린 필자.

수년간 정리한 데이터피싱을 통해 회원들과 함께 월척 손맛을 본 성공적 출조였다.

 

 

함인철(좌측) 회원이 유준재 회원이 올린 월척 붕어를 함께 보여주고 있다.

 

 

계매지에서 필자가 낚아낸 33cm 월척.

취재일 월척은 32~34cm급이 많았고 4짜는 4짜 초반급이 주로 올라왔다.

 

 

계매지에서 필자가 사용한 미끼와 스위벨 채비.

새우가루나 어분이 함유된 글루텐이 잘 먹혔다.

 

 

제방 아래에 설치한 본부석.

바람과 이슬을 피할 수 있고 회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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