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사정지
무명 계곡지에서 4짜터로 떡상 중
김중석[편집위원. (주)천류 필드스탭 팀장. 사외이사)
올해는 예전과 다르게 봄철에 많은 양의 비가 자주 내렸다. 그로인해 수량이 풍족해져 모내기 때 수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저수지마다 배수량이 작아진 만큼 낚시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호재가 아닐 수 없다.
6월 초 현재 호남지방의 저수율이 평균 70%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대로 장마가 찾아오면 갈수기를 보이는 저수지는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5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호남지방의 붕어낚시는 호황을 보인 곳이 많았다. 여수의 덕곡지에서는 5짜 붕어를 비롯해 여러 마리의 4짜 붕어가 낚인 바 있고, 담양의 오례천에서도 허리급과 4짜 붕어가 속출하기도 했다. 그만큼 낚시인들의 출조지 선택이 넓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화보 취재는 낚시인들이 붐비는 장소를 제외하고 허리급 붕어와 4짜 붕어가 낚일만한 곳을 필자의 데이터를 총 망라해 찾아보기로 했다.
그 중 눈에 띄는 장소로 고흥 사정지와 장흥의 관흥지가 압축됐으나 최종적으로 관흥지는 제외 했다. 관흥지는 관흥지구 간척지가 드넓어 이외로 배수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와 견주어 고흥 사정지는 사정천을 따라 흐르는 수량이 풍부해 배수량이 적었다.
취재지를 사정지로 확정한 후 내비 주소를 회원들에게 발송했다.
한때 향어 가두리 양식해 향어터로 인기 끌던 곳
고흥군에는 유명세를 타는 저수지가 너무 많다보니 존재조차도 모르는 낚시인들이 많다.
사정지는 고흥군 점암면에 있는 준계곡형 저수지이다.
3만6천3백평으로 결코 작지 않는 저수지이면서 90년대 초반까지는 향어 가두리 양식장이 영업하기도 했던 곳이다.
그 영향으로 고흥군의 최고의 향어터로 각광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제방을 제외한 3면이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있지만 북쪽의 골바람이 그대로 유입되어 바람의 영향을 다소 받는다. 수초가 거의 없고 밋밋해 ‘과연 이런 곳에 붕어가 서식할까?’라고 생각도 들지만 이외로 사이즈 좋은 붕어가 많이 들어 있는 게 장점이다.
십 수 년 전에 블루길이 먼저 유입되었고, 최근에 배스까지 유입되었다. 블루길 개체수가 많으나 배스의 개체수는 적은 편이다.
특히 갈겨니의 성화가 심한 곳으로 악명 높아 이에 대한 대처가 요구된다.
인근에는 유명한 점암지, 호덕지가 있고 강산수로도 있으며 예전 화보촬영 때 마릿수 조황을 누렸던 방내지도 있다.
대 펴면서 받은 두 번의 입질이 모두 4짜
약속한 출조일 이틀 전인 5월 16일에 유준재 회원이 선발대로 먼저 들어갔다.
오전 10시에 도착한 유준재 회원은 저수지를 둘러보았지만 상, 하류 구분 없이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색이 너무 맑아 대를 펼까말까 한참을 망설였다고 한다. 이왕 왔으니 한번 해보자며 대를 하나하나 펴는데 네 번째 대를 펴는 도중에 첫 번째 3.2칸 대의 찌가 수면위에 벌러덩 누웠다고 말했다. 입질이 너무 빨리와 ‘블루길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냥 두었다가 옆으로 슬슬 끌고 가기에 챔질했더니 육중한 힘이 손목에 전달되었다고. 올라온 녀석은 무려 42cm나 되는 붕어였다.
4짜를 낚은 지 30분 뒤. 이번에는 찌가 한 마디 정도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솟구쳤고 이번에는 43cm짜리가 뜰채에 담겼다.
입질을 본 처음부터 낚싯대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던 터라 찌가 정점에 올라 멈추는 순간에 맞춰 챔질하고 제압했는데도 째는 힘이 대단했다고 한다.
연타로 4짜 붕어를 두 마리나 낚아낸 유준재 회원은 흥분된 어투로 전화를 걸어와 “사정지는 낚이면 4짜 붕어입니다. 대를 펴면서 4짜만 두 마리나 포획했습니다”라며 카톡 사진을 보내왔다.
그로부터 이틀 후 5월 18일. 일행들이 사정지로 속속 모여들었다.
저수지에 도착해서 보니 수위가 만수위에 가까웠다. 2년 전 출조 때는 수위가 50%밖에 되지 않아 좌안 중류에 자리 잡을 수 있었지만 현 상태에는 진입 자체가 어려워 상류 일대로 포인트를 선정했다.
상류 일대는 2년 가까이 도로확포장공사가 진행되 통행이 불편했지만 지금은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다. 도로가 가드레일 밑에는 샤스타데이지 꽃이 만발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오전 9시. 본부석을 설치하고 각자 자리를 선정해 낚시하는데 여수의 이상현 회원이 먼저 스타트를 끓었다. 글루텐 미끼를 좋아하는 이상현 회원은 극도로 예민한 채비를 활용하여 갈겨니와 싸우다가 9시 30분경 45cm를 걸어냈다.
이상현 회원은 2년 전 이곳에서 올린 42cm가 개인 최고 기록이었는데 이번에는 같은 장소에서 45cm를 올려 기록을 경신했다.
개인 기록 경신으로 기뻐하던 이상현 회원이 또 다시 입질을 받아냈다. 그러나 2.2칸 대의 짧은 대로 입질을 받는 바람에 힘겨루기 끝에 대가 부러져 놓치고 말았다. 이상현 회원은 “조금 전 45cm 붕어와 견주어 봤을 때 훨씬 더 큰 놈이었다”며 아쉬워했다.
같은 시간. 옆자리에 앉았던 박민규 회원도 2.2칸의 짧은 낚싯대로 입질을 받았으나 “엄청난 파워에 그만 목줄이 터져 버렸다”고 푸념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정오가 지나자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였다. 붕어의 입질이 왔었을 수도 있었으나 강풍 탓에제대로 된 낚시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휴식을 취한 뒤 오후 5시 무렵과 초저녁 타임을 노리기 위해 본부석에 모여 이른 저녁식사를 했다.
오후 6시 30분경. 밤낚시를 준비하는데 이광희 회원의 자리에서 커다란 물보라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5.2칸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져 있었다. 이광희 회원은 “뜰채~!” 하고 외치며 낚싯대만 부여잡고 있었다. 결국 함인철 회원의 도움으로 붕어를 뜰채에 담을 수 있었다.
‘5짜 붕어가 아닐까?’ 할 정도로 체고가 좋았으나 계측 결과 48.5cm의 4짜 붕어였다.
어둠이 완전하게 내린 밤 9시 반경. 이번에는 함인철 회원에게 입질이 왔다. 저수지 준설로 수심의 기복이 심했던 자리였다. 수중턱 위에 채비를 올렸던 게 주효했던 것 같았다. 찌가 끌려가는 입질을 보고 챔질하자 39cm짜리 월척이 올라왔다.
4짜 대부분이 45cm 이상급
자정 이후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이더니 다시 입질이 되살아난 것은 새벽 4시경.
이상현 회원이 사고를 쳤다. 바로 발밑에 편성한 2.2칸 대로 꾸준하게 집어한 보람이 있었는지 48cm 붕어를 또 낚아낸 것이다. 같은 저수지에서 세 번이나 개인 기록을 갈아치우는 순간이었다.
여명이 밝아올 즈음인 아침 5시 30분에는 24~28cm의 준척급 붕어만 낚이던 필자의 자리에서도 4짜 붕어가 올라왔다. 수몰된 버드나무 사이에 찌를 세웠던 3.2칸 대에 입질이 왔는데 블루길처럼 입질이 지저분했으나 챔질해보니 45.5cm짜리였다. 수몰 버드나무 사이로 필사적으로 파고드는 녀석을 돌려세우느랴 진땀을 뺐다.
유준재 회원은 오전 10시 철수 무렵에 47.5cm를 낚아냈다.
유준재 회원은 원래 앉았던 자리에서 이동해 좌안 상류에 생자리를 개척했는데 새물이 들어오는 자리 갈대 언저리를 노려 입질을 받아냈다.
취재를 마무리하며 보니 취재팀이 낚아낸 4짜 붕어는 7마리나 됐다. 특이한 점은 대부분 45cm를 넘는 대물 붕어였다는 점이다.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는 고흥 지역에 또 다른 대물 붕어터를 발견한 셈이다. 이쯤 되면 5짜 붕어가 낚일 확률도 높아 보였다.
블루길, 갈겨니 극복이 관건
만약 장마 전까지 만수위를 유지한다고 볼 경우 사정지의 유력 포인트는 상류권이다.
워낙 수위가 안정적이다보니 모내기철 약간의 배수가 있다 하더라도 입질 받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그보다는 블루길과 갈겨니 성화를 이겨내는 게 관건으로 글루텐을 쓰더라도 바늘에 오래 붙어있을 수 점성이 좋은 제품을 쓰는 것이 유리하다.
입질 시간대는 낮과 밤 시간을 가리지 않는 편이다. 물색이 너무 맑다고 판단되면 밤낚시가 유리하고 탁도가 있다면 낮에 입질 받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좌안 중류 마을 앞과 좌안 최상류의 갈대밭 포인트는 주민과 마찰이 있을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내비게이션 주소 → 전남 고흥군 점암면 사정리 산 49-2
취재에 동행한 회원들이 낚시터 연안에 피어난 샤스타 데이지 꽃을 배경으로 4짜 붕어를 들고 기념촬영을 했다.
좌측부터 이광윤, 이상현, 유준재 회원.
아침에 45.5cm짜리를 낚아낸 필자.
고흥 지역 새로운 4짜 메이커로 떠오른 사정지는 4짜 중반 이상의 붕어가 주로 낚여 놀라움을 줬다.
사정지에서 필자가 사용한 스위벨 채비와 글루텐.
갈겨니 등 잡어의 성화가 심해 바늘에 오래 붙어 있도록 점성이 좋은 글루텐을 사용했다.
사정지 최상류 전경.
물색이 맑고 고르지 못해 수심 기복도 심했다.
해질 무렵48.5cm의 대물 붕어를 낚아내 기뻐하고 있는 이광희 회원.
오후 6시에 5.2칸 낚싯대로 수중턱 위에서 입질을 받아냈다.
좌안 중류에 자리한 필자의 낚시 자리.
연안 갈대와 수중 버드나무 등이 우거져 분위기는 좋았으나 바닥에 육초 찌꺼기가 많았다.
비교적 깨끗한 낚시터였지만 수풀 사이에 농사용 쓰레기가 많았다.
낚시 후 환경정화 활동을 펼친 취재팀.
취재일에 가장 조황이 좋았던 상류 새물 유입구.
물색이 맑은 상태에서도 입질이 이어졌다.
대구에서 내려 온 이광윤 회원에게 자리를 양보한 이상현 회원이 포인트 안내해주고 있다.
밤과 낮 관계없이 쉴 새 없는 파상공세로 낚시인들을 지치게 한 갈겨니.
배스가 유입되었지만 갈겨니 개체수는 엄청나게 많았다.
도로 가장자리에 설치한 본부석.
낚시 당일 강한 바람과 비를 피할 수 있었고 회원들의 쉼터로 활용했다.
취재일에 낚인 4짜 붕어들은 사진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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