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문평천
붕어야, 7년 전 손맛
그대로구나!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사외이사 · 명예 필드스탭]
기온과 수온이 오르면서 호남지역 붕어터들이 슬슬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에 맞춰 움츠렸던 낚시인들이 분주하게 출조지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변화무쌍한 봄 날씨가 문제다.
마치 날씨가 마법이라도 걸린 듯 주말에는 어김없이 기온이 떨어지고 강풍이 부는 날이 잦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항공사진을 활용해 비교적 바람 영향이 적은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금까지의 산란철 출조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고흥 장수지, 강진 용흥지, 해남 좌일지, 나주 문평천처럼 상류에 수로형식으로 물골이 연결된 곳을 우선시했다.
이런 곳들은 어김없이 산란 붕어들이 물골 지대로 몰려드는 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갈대나 부들, 줄풀 등 정수수초대가 형성되어 있고 폭이 좁으면서 연안 수심이 얕은 곳이 해당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 나주의 문평천이었다.
문평천은 전라남도 나주시 문평면과 다시면을 흐르는 지방2급 하천으로 영산강으로 합류한다.
낚시춘추 2014년 11월에 필자가 대박 조황을 촬영했던 곳이다. 필자 혼자 하룻밤에 낚아낸 허리급 월척만 15마리.
그 당시 낚시춘추 지면을 통해 소식을 접한 낚시인들이 대거 몰렸고 빈손으로 돌아서는 낚시인이 없을 정도로 화끈한 손맛을 안겨줬다.
이후 수년간 출조를 하지 못했던 문평천이 어떻게 바꿨는지도 궁금해 이번 5월호 화보촬영지로 정했다.
살치 성화 극복이 관건
문평천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생겨난 하천이다. 2014년 당시는 낚시가 가능한 구역이 2km에 달했으나 현재는 500m로 줄어들었다.
2017년 6월에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녹조 방지와 농지에 대한 하천 범람 등을 이유로 3.5m인 관리수위를 양수제약수위인 2.5m까지 낮추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평소 수심이 깊었던 문평천 하류 1번 다리와 영산강하고 이어지는 구간에서만 낚시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지난 3월 19일 오후 5시경 문평천을 찾았다.
규모가 줄어든 문평천 양쪽 연안에는 봄철 산란 특수를 맞아 예닐곱 명의 낚시인이 먼저 들어와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7년 만에 찾은 문평천은 폭이 50m로 넓은 편이다. 그러므로 양쪽 연안에서 서로 마주 보고 낚시를 해도 무난해 보였다.
포인트를 살피기 위해 1번 다리 쪽으로 가봤다. 1번 다리 밑은 바닥을 드러내고 잡풀만 가득했다.
최상류에 해당하는 지점의 수심을 점검해보니 50~60cm 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원만한 경사를 이루어져 있고 영산강하고 맞닿은 지점은 1.2m가량 나왔다.
유독 눈길을 가는 곳은 상류였다. 수심은 얕지만 물색이 뿌옇고 연안의 땟장 지역에는 이미 산란 붕어가 들어왔는지 수초가 울렁이는 게 보였다.
그렇다면 알 자리를 보기 위해 상류로 붕어가 몰렸다는 이야기다.
최상류에서 100m 정도 내려와 패밀리피싱의 발판 좌대를 펼쳤다. 수심이 50cm의 접싯물이라 케스팅이 쉽지 않았다.
채비를 던질 때마다 목줄, 바늘, 봉돌이 엉켰다. 소품통에서 8자고리를 꺼내 수초직공채비처럼 찌목과 원줄을 연결했더니 투척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문평천에서는 전통적으로 글루텐이 특급 미끼이지만 먼저 지렁이를 바늘에 꿰어 잡어의 움직임을 체크해보기로 했다. 찌를 세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살치가 가장 먼저 입질을 했다.
그리고 크지 않는 누치도 올라왔다. 아직은 수온이 낮아서인지 블루길은 보이지 않았다.
열두 대의 낚싯대를 펴는 동안 세 마리의 살치를 낚아냈고 누치도 두 마리 올라왔다.
문평천에는 블루길보다 더 무섭다는 살치가 많았지만 누치의 개체수도 엄청나게 늘어난 듯 보였다.
낚시 시작한 지 두 시간이 지났지만 깐죽거리는 입질만 있었을 뿐 붕어의 입질은 없었다.
그래서 이미 개어놓은 글루텐에 물을 더 첨가해 최대한 묽게 만들었다.
2.8칸 낚싯대에 글루텐을 달아 찌를 세웠더니 반 마디 정도 잠기면서 옆으로 살짝 끌고 가는 찌 놀림이 보였다.
‘물흐름 때문에 찌가 밀린 것일까?’ 생각하는 순간, 찌가 사라졌다. 슬쩍 챔질해보니 ‘쒸~익’ 하며 낚싯대가 순간적으로 휘청했다.
끌고 가는 입질이라 잉어라고 생각했는데 수면에 희미하게 보이는 건 분명 붕어였다. 뜰채에 담아 끌어내보니 36cm짜리 허리급 붕어였다.
이후에도 살짝 잠기는 입질이 자주 나타났지만 시원스럽게 올리는 찌놀림은 없었다.
살치의 계체수가 워낙 많은 낚시터이다 보니 살치의 이러한 입질도 긍정적으로 생각되었다.
채비를 자주 던져야 되는 게 불만이지만 그만큼 글루텐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만큼 집어 효과는 뛰어나기 때문이다.
반 마디 찌올림, 알고 보니 월척 입질
밤 10시를 넘기자 속사포처럼 빠른 속도로 치솟던 살치 입질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건너편 낚시인과 옆자리 함인철 회원도 입질을 못 받아내고 있는 상황.
‘분명 산란 붕어는 들어와 있을텐데...’ 하는 생각에 의아했다.
시원스러운 입질 대신 마치 향어가 입질하듯 반 마디 정도만 오르내릴 뿐이었다.
찌가 살짝 잠기는 찰나에 챔질을 해봤다. 그랬더니 바로 반전이 일어났다. 뭔가 입에 ‘턱~’ 하며 걸리는 듯싶더니 묵직했다. 꺼내놓고 보니 32cm 월척.
이제야 깐죽거리는 입질의 미스터리가 풀린 듯했다. 초저녁에 첫 붕어를 낚았을 때와 밤 10시를 넘겨 두 번째 낚아낸 붕어를 낚았을 때의 입질 패턴이 같았다. 모두가 반 마디 정도만 오르내리는 미약한 입질이었다.
그래서 채비를 회수해 찌를 더 아래로 내려 케미가 물속에 살짝 잠기게 조절했다.
수면에 걸쳐져 있는 밤케미라 찌 보기가 한결 수월했다. 연이어 깔짝거리는 입질을 보고 챔질했다. 붕어였다.
그 이후 새벽 4시까지 같은 입질을 받아 여섯 마리의 월척을 추가했다.
예전 문평천 붕어는 찌를 몸통까지 올려줘 챔질 타이밍을 잡기가 적절했지만 이날은 얕은 수심과 추워진 날씨의 영향인지 입질이 시원하지 않았다.
새벽 5시. 최상류의 40cm의 수심에서 낚시하던 박민규 회원이 지렁이를 얻으려 찾아왔다. 지렁이 미끼로만 세 마리의 월척과 준척급 붕어를 낚아냈다고 했다.
지렁이가 모자라 죽고 힘없는 가느다란 지렁이를 꿰어도 입질은 이어졌다고 한다.
박민규 회원 역시 입질은 많았지만 까다로운 입질에 애먹었다고 한다.
아침 7시. 문평천의 최고의 입질 피그 시간이 찾아왔다. 건너편에 대를 편 낚시인들도 붕어를 끌어내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 글루텐 미끼에 올라왔다.
아침 사진 촬영을 해야 할 시각인데도 필자의 자리에서는 꾸준하게 입질이 이어졌다. 결국 아침에만 네 마리의 월척을 추가 했다.
낚시를 접고 조황 사진 촬영을 위해 함인철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밤새 꼼지락거리는 입질만 있어 꽝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해가 뜬 것과 동시에 연거푸 두 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며 살림망을 보여줬다.
취재를 마무리하면서 느낀 것은 영산강 죽산보 개방으로 낚시터 지형이 바꿨지만 산란을 위한 붕어들은 어김없이 문평천으로 거슬러 온다는 사실이다.
취재 이후 조황 소식을 듣고 달려간 유튜버 ’달빛소류지‘ 홍광수 씨 역시 7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고 알려왔다.
FISHING GUIDE
산란 피크 이후의 문평천
문평천은 장마 이전까지는 언제나 탁한 물색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굳이 긴 낚싯대를 펼치지 않아도 쉽게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왔던 붕어들은 좀처럼 하류 영산강으로 빠지지 않고 머무르기도 한다.
그러므로 4월과 5월에도 산란기 못지않은 조황을 누릴 수 있다.
특히 비가 내려 상류에서 흙탕물과 산소가 풍부한 새물이 흘러들 때 호조황을 보인다.
밤낚시보다는 아침에서 낮으로 이어지는 시간대에 입질이 이어지는 경향이 짙다.
모든 미끼가 먹히나 그중 글루텐이 가장 잘 먹히는 미끼로 알려져 있다.
■가는 길→ 광주·무안고속도로 문평IC를 나와 문평 방면 825번 국도를 이용해 4.2km를 가면 구 고막원역 앞이다. 2번 국도를 이용해 광주 방면으로 좌회전한 후 3.5km 가면 고구려대학 삼거리가 나오고 우회전하여 300m 진행 후 1.4km 가면 문평천 하류의 1번 다리가 나오고 상류로 가면 2, 3번 다리가 차례로 나온다.
■내비게이션 입력 주소→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 181-2
"이게 바로 문평천 월척입니다."
7년 만에 찾은 문평천에서 35cm급 월척을 낚아낸 필자.
문평천 마니아로 통하는 함인철 회원이 입질을 포착하고 챔질 준비를 하고 있다.
아침 시간에 허리급 월척을 두 마리나 연거푸 낚아냈다.
취재일에 낚아낸 붕어 중 큰 놈들만 골라 들고 기념촬영 했다.
문평천에서 가장 잘 먹히는 미끼로 알려진 어분글루텐.
묽게 개어 쓸수록 입질이 빨랐다.
하류 1번 다리에서 상류쪽으로 바라본 문평천.
죽산보 개방으로 물이 빠져 있다.
블루길보다도 더 무섭다는 살치.
초저녁까지도 설치던 살치가 밤 10시 이후 현저히 줄었다.
필자가 문평천에서 사용한 스위벨 채비.
예민하게 찌맞춤한 뒤 묽게 갠 글루텐 떡밥을 달아 효과를 봤다.
죽산보 개방으로 낚시터가 축소된 최상류 풍경.
수심이 50cm 정도로 얕지만 붕어 입질은 꾸준히 이어졌다.
입질이 없는 시간에 회원들과 커피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문평천 중류에서 하류를 바라본 전경.
연안에 땟장수초가 자라고 있어 훌륭한 산란장이 되어준다.
최상류에 앉았던 함인철 회원이 오전에 월척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문평천 최상류에서 지렁이 미끼로 월척을 낚아낸 박민규 회원.
아직은 저수온이라 블루길 성화는 없었다.
문평천 하류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낚시인들.
취재일에는 하류보다도 상류 지역에서 입질이 빈번했다.
문평천 연안 제방의 갈대 사이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수거한 취재팀.
"입질이 까탈스러워 애먹었습니다."
늦은밤 함인철 회원이 글루텐으로 낚아낸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보다도 엄청나게 개체수가 늘어난 누치.
크지 않는 누치가 귀찮을 정도로 모든 미끼에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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