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신양지

참붕어 미끼에

훌러덩 자빠지는 찌올림 환상적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팀장]

 

지난 낚시춘추 9월호에 고흥 양사리수로를 최초로 지면에 소개한 이후, 책을 보고 찾아간 독자들로부터 “4짜와 허리급 이상 붕어를 낱마리로 낚아냈다며 고맙다는 연락을 여러 사람들로부터 받았다.

이번 달 역시 가급적 신생 낚시터를 발굴해 독자들의 출조길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항상 나와 함께 취재에 동행하는 유준재 회원이 이번에는 씨알 불문하고 찌올림이 좋은 곳을 가보는 것이 어떻습니까?”라며 내 눈치를 살피는 것 같았다.

말인 즉, 이번에는 너무 어렵고 힘든 생자리 낚시터보다는 좀 알려졌어도 찌올림 좀 원없이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보자는 애기다.

매번 배스나 블루길이 유입된 곳 위주로 출조하다 보니 밤새 두세번 입질 받는게 전부이다.

근사한 찌 올림 낚시터가 그리웠던 것 같았다.

내가 어디 마음에 점찍어 놓은 곳이라도 있습니까?”라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고흥의 신양지를 추천한다.

신양지라면 낚시춘추에 거의 해마다 소개 되는 곳이 아니던가.

이번에는 내가 발길을 머뭇거렸지만 어렵게 말을 꺼낸 유준재 회원의 의견을 따라주기로 했다.

마침 연중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인 처서(處暑)가 지나 본격적인 가을 시즌도 시작됐을 것이고, 그간 신양지 제방 공사가 2년째 진행 중이라 불편을 줬는데 지금쯤 어느 정도는 마무리 됐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 직접 실사에 나서보고 싶었다.

 

낚싯대 펴는 동안에만 7마리

지난 824일 주말을 맞아 신양지로 차를 몰았다. 이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도덕면 소재지에서 가장 음식이 맛나기로 유명한 경성식당에 들렸는데 음식을 준비하시던 사장님이 요즘 봉암지와 내봉지에서 붕어가 많이 낚이는지 손님들이 식사하려 많이 옵니다.”하고 귀띔을 해 줬다.

그러나 이미 목적지가 정해진 상태여서 봉암지와 내봉지는 참고만 할 뿐 마음은 이미 신양지에 가 있었다.

신양지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무렵. 포인트를 둘러보니 제방 공사는 말끔하게 끝난 상태이고 수위는 80%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마침 배수장에서 물을 빼기 위해 핸들을 돌리던 저수지 관리인을 만날 수 있었는데 지금부터는 논에 물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서 배수를 해야 합니다하고 말하면서 수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배수는 해도 낚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요. 배수하는 만큼 북쪽 고흥호 상류의 당두 배수펌프장에서 이곳 신양지로 물을 퍼 올리기 때문에 수위 변화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하고 말했다.

저수지 물에 손을 담가보니 따뜻함을 느낄 정도로 높았다. 평지형 저수지여서 수심 차는 크지 않지만 가급적 역간이라도 깊은 곳 그리고 마름의 그늘 밑이 수온이 낮을 것으로 판단돼 북쪽 제방 끝자락을 포인트로 정했다.

제방에 올라서 보니 봄 시즌 이후 낚시인들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는지 수풀이 무성하게 우거져 포인트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이날은 참붕어 미끼로 멋진 찌올림을 보려 왔기 때문에 채집망부터 던져 놓았다.

생자리를 개척하고 좌대까지 설치해 놓고 살펴보니 참붕어가 제법 채집이 되었다. 바닥을 체크해 가면서 하나하나 참붕어를 꿰어 찌를 세우는데, 두 번째 대를 세울 즈음 첫 번째 찌가 수면에 누워 있었다.

분명 수심을 맞췄는데...’ 하며 다시 채비를 회수하자 뭔가 걸려는지 자꾸만 마름속으로 파고든다. 꺼내놓고 보니 8치급의 빵 좋은 붕어였다.

이후 대를 펴는 와중에 계속해서 폭풍 입질이 들어와 열 대의 낚싯대를 펴는데 두 시간 넘게 시간이 소요됐다.

더불어 살림망에는 벌써 일곱 마리의 붕어가 노닐고 있었다. 느낌이 좋았다.

옆 자리에 앉은 유준재 회원도 연신 붕어를 끌어 올리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씨알이 약간 아쉽다고 말했다.

유준재 회원은 나와 달리 옥수수를 미끼로 사용했다. 주로 올라온 붕어는 8~9치급.

토종터라 그런지 월척보다는 준척급 붕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낚였다.

이후 유준재 회원은 미끼를 참붕어로 바꾸자 확실히 씨알이 굵어졌다고 말했다.

유준재 회원은 사실 찌 올림 보려고 이곳에 왔지만 챔질하지 않으면 찌가 저절로 자빠지는 재미에 더 매료됐습니다.”하고 말하며 즐거워했다.

 

긴 대는 잠잠, 짧은 대에만 입질 집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손맛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오후 5. 햇살이 따가웠지만 한 여름의 햇볕과는 다르게 시원한 느낌이었다.

남쪽 제방 초입에 포인트를 잡았던 김광요 회원도 마릿수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지만 감잎 씨알부터 커야 준척급이라며 아쉬워했다. 그 역시 주로 사용하는 미끼는 옥수수 미끼였다. 김광요 회원은 어리연 속의 자연 포켓을 공략하기 위해 4칸 이상의 긴 대 위주로 낚시를 했음에도 6~8치가 올라로는 것에 볼멘소리를 했다.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면서 입질도 끊겼다. 낮에 그 많던 찌올림이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정적만 감돌았다.

그리고 자정 무렵이 돼서야 긴 대가 아닌 짧은 대에 입질이 붙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측으로 펼쳐 놓은 2칸 대와 연안에서 70cm 수심에 찌를 세운 4칸 대 갓 낚시에서만 입질이 집중된 것이다.

혹시 붕어가 밤에는 연안으로 붙은 것일까 하는 생각에 긴 대를 모두 회수하고 1.8칸부터 2.6칸 까지 짧은 대로 다시 낚싯대를 깔았다. 그랬더니 낮 조황과 다름없이 찌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렇게 밤새 40여 마리의 준척 붕어를 낚아내고서야 비로서 이른 새벽 월척을 연거푸 세 마리를 낚을 수 있었다.

내 왼쪽에서 낚시했던 류강득 회원도 쏠쏠한 손맛을 보았는데 아쉽게도 그 대상은 발갱이급 잉어였다.

모두 옥수수에 입질했는데 류강득 회원은 아무래도 잉어만 꼬이는 걸 보니 잉어 구덕에 찌를 세운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하며 허탈해 했다.

아침시간 촬영을 위해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봤다. 김광요 회원이 어리연 포켓을 노려 20여마리의 붕어를 낚았고 그 중에 턱걸이급 월척이 두 마리 섞여 있었다.

12일 낚시를 마무리하면서 신양지의 조황을 전반적으로 분석해보니 맨바닥보다는 마름이나 어리연이 자라는 지역에서 마릿수와 씨알이 두드러지게 좋았다. 아주 큰 씨알의 붕어는 없었지만 턱걸이 월척급이 여섯 마리가 낚였다.

마릿수만 기대했는데 월척까지 몇 수 올라와 기분이 좋았다. 밤에는 바로 발밑에서 입질을 하듯 2칸 대가 길게 느껴질 정도로 짧은 대에 입질이 집중됐다.

마지막 촬영을 위해 두 사람의 조과만 펼쳐 놓아도 수십 마리가 넘는 대박 조황이었다.

고흥읍에 거주하면서 신양지를 손금 보듯 꿰뚫고 있는 김동관씨는 숱한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추석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때글때글한 가을 붕어가 낚입니다.

현재보다 마릿수는 떨어지겠지만 분명 씨알은 훨씬 굵어져 월척을 타작 할 수도 있을 거예요하고 말했다.

요즘은 어느 낚시터를 가 봐도 외래어종 때문에 생미끼를 쓸 수 없는 곳이 태반이다.

그러나 이곳 신양지는 마치 참붕어낚시 신병 훈련소 마냥 참붕어에 환상적인 찌올림을 전해줬다.

9월 중순 현재도 마릿수 조황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으므로 가을 시즌 출조지로 신양지를 꼽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양지에서의 낚시 주의사항

2년여 동안 이어온 제방 공사를 마무리가 되었지만 염려스러운 것이 하나 있다.

제방에 새롭게 쌓은 석축이다. 석축 면이 얼음장처럼 너무 매끄러워 잘못 밟으면 미끄러져 전도(넘어짐)의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이 석축에 쌓은 돌은 거금도 채석장에서 공수해 온 바윗돌을 와이어쏘 컷팅공법이라는 기술로 매끄럽게 재단된 것이라 특별한 주의가 요구 된다.




가는 길 남해안 고속도로 고흥 I.C를 나와 15번 국도와 27번 국도를 이용해 녹동항 방면으로 41km를 가면 도덕교차로이다. 우측 도덕면사무소 방향으로 내려 우회전한다. 바로 고흥만 방조제와 도덕면사무소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1km 들어가면 학동삼거리이다. 오른쪽 마을길로 진입하여 지방도로를 따라 2.1km 들어가면 오른쪽에 보이는 곳이 신양지이다.

 

내비게이션 주소 전남 고흥군 도덕면 신양리 2827-1




 참붕어 미끼에 유혹된 붕어.

신양지는 참붕어낚시 신병 훈련소로 통할 만큼 참붕어에 찌올림이 좋은 곳이다.


신양지 서쪽 제방 포인트.

연안에 부들, 뗏장수초, 어리연이 고루 자라있어 특급 붕어 포인트가 되고 있다.

늦가을부터 불어오는 북서풍을 등지고 낚시할 수 있어 좋은 자리.



남쪽 제방의 어리연 포인트에서 이재근 회원이 붕어를 낚아내고 있다.



신양지 수문 관리인이 막바지 배수를 위해 수문을 열고 있다.

고흥호 물을 양수하는 신양지는 수문을 열어도 수위 변화가 크지 않다.


 차량 위에 설치한 김광요 회원의 루프탑 텐트.

최근 낚시터에서는 루프탑 텐트를 설치해 낚시와 캠핑을 즐기는 낚시인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필자가 참붕어 미끼로 올린 준척급 붕어.



취재일 조과.

두 사람의 살림망 조과만 펼쳐 놓은 것이다.

왼쪽부터 유준재, 김동관, 류강득 회원.


 취재를 마치고 쓰레기를 수거한 화보팀.

수풀 속에 버린 쓰레기는 물론 수면에 떠다니는 쓰레기까지 모두 수거했다.


신양지의 특효 미끼인 참붕어. 근사한 찌올림은 물론 굵은 씨알을 선별할 때 유리하다.


채집망에 들어 온 참붕어.

아직까진 외래어종이 없지만 배스가 서식하는 고흥호에서 물을 양수하기 때문에

조만간 외래어종터로 변할 가능성이 높아 안타까웠다.



신양지의 밤낚시 풍경.

취재일에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꾸준하게 붕어가 낚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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