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장수지

고흥천의 연례행사

월척사태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팀장]

 

 고흥 땅에는 봉암지, 내봉지, 점암지, 고흥호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낚시터가 너무나 많다.

영산강, 영암호·금호호 주변에 대규모 간척수로들이 생겨나기 전에는 고흥이야말로 전국의 낚시인들이 몰려드는 겨울원정 1번지였다. 과거보다 고흥을 찾는 외지 낚시인들의 발길은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봄만 되면 확실한 대박 조황을 보여주는 곳이 많다. 그중 한 곳이 고흥읍에 있는 장수지다.

 이곳은 필자가 이미 여러 차례 소개한 곳으로서 정확히 말하자면 장수지 본류가 아니라 장수지로 들어서는 고흥천이 호황지역이다. 매년 봄이 되면 장수지 산란붕어들이 상류 고흥천으로 거슬러올라오면서 연중 최고의 호황을 보이는 곳이다.

 

잉어가 붙어야 붕어도 따라 붙는다고?

지난 겨울은 큰 추위 없이 지나갔고 올봄에는 꽃샘추위도 없을 것이라는 기상청의 전망에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장수지 출조 계획을 세웠다.

지난 38일 금요일. 주말을 맞아 23일 일정으로 장수지를 찾았다.

해 질 무렵 도착한 장수지는 저수율 90%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장수지가 만수위를 유지할 때 가장 좋은 조황을 보였는데 최상류에서 동촌교까지는 물이 차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동촌교 낚시가 어려웠고 동촌교에서 좀 더 하류에 있는 신호2교 사이에서 낚시를 해야 했다.

물색을 살피기 위해 수면을 내려다보니 50~80cm급 잉어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유영하는 게 보였다.

토요일 밤에 초속 12m의 강풍과 많은 비가 예보되어 있어 너무 물가로 내려가지 않고 호안블록 위쪽에 좌대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 좌대설치가 끝났을 즈음 고흥읍에 사는 김동관 회원이 찾아왔다. 개인사업을 하는 그는 일이 바빠서 오늘밤은 함께 낚시하지 못한다며 인사차 온 것이다.

김동관씨는 저렇게 많은 잉어가 떠다니는 것을 보니 내일 정도면 월척이 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언뜻 이해를 못해 무슨 이야기냐고 물으니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라 수 년 동안 장수지에서 낚시를 해왔는데 오늘처럼 잉어가 상류로 올라붙어야 붕어도 곧바로 따라들어 오더라고 말했다.

날이 어두워지고서야 낚싯대 셋팅이 끝났다. 바늘로 바닥을 더듬어보니 연안에는 도꼬마리(도깨비 방망이풀)가 삭아들고 있었다. 고흥천 중심에는 당시 준설공사 당시에 남겨두었던 둑이 그대로 잠겨 있었고 그 건너편 바닥은 깨끗했다.

수심은 전반적으로 1.2~1.5m의 수심을 보였다. 자갈이 섞인 사토질의 바닥이라 글루텐 미끼가 주효할 것이라는 판단에 글루텐을 입질용으로 사용하고 신장떡밥과 보리계열의 떡밥으로 집어제를 만들었다. 어분도 섞을까 하다가 괜이 잉어만 몰릴까봐 섞지 않았다. 일단 글루텐 떡밥으로 집어를 해놓고 아침부터는 지렁이 미끼로 승부를 내볼 작정이었다.

 

유준재 회원의 원맨쇼

봄에는 밤낚시가 덜 되는 편이라서 밑밥을 주는 셈치고 여유롭게 낚시를 하는데 밤 10시를 넘기며 첫 입질이 들어왔다. 2.6칸을 갓낚시 형태로 왼쪽 연안으로 틀어 육초(도꼬마리)너머에 찌를 세웠는데 반 마디 정도 솟는가 싶더니 이내 물속으로 스르르 끌려 들어갔다.

잉어겠지하며 챔질하자 엄청난 파워가 전해지며 목줄이 터져버렸다.

그 뒤로도 입질은 계속되었는데 역시 잉어였다. 걸어봤자 먹지도 못할뿐더러 괜히 걸었다가 포인트만 산만해질 듯해 낚시를 접고 휴식을 취했다.

자정을 넘긴 새벽 2시경 옆자리 유준재 회원이 턱걸이급 월척으로 첫수를 낚아 올렸다. 장대를 이용해 고흥천 중앙의 둑을 넘겨서 세운 찌에 입질이 들어왔다고.

지렁이에 계속 배스가 달려들더니 배스 입질과는 확연하게 다른 입질을 보고 낚아냈다고 했다. 새벽으로 갈수록 잉어의 입질은 줄어들었는데 장수지의 봄철 낚시는 늘 이런 패턴이었다.

여명이 밝아 올 때까지 유준재 회원이 월척 두 마리, 필자가 잉어 입질 다섯 번에 붕어는 턱걸이 월척 한 마리 낚는 게 전부였다.

6시를 넘겨 주위가 환해지면서 본격적인 대물 사냥이 시작되었다.

산란기의 고흥천은 낮에 붕어 입질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잔뜩 기대가 됐다. 햇볕이 강하고 날씨가 맑아야 좋은데 밤에 비가 예보가 있어서 그런지 우중충한 날씨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일까? 입질은 아침 9시를 넘겨서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만 필자와 불과 10m 밖에 안 떨어진 유준재 회원에게는 폭풍 입질이 들어오는 반면 내 찌들은 미동도 없었다.

혹시 새벽의 잉어 소동이 영향을 미친 것일까?

유준재 회원이 붕어를 낚아내는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만 보는데 어느새 10마리를 넘기고 있었다. 어찌나 입질이 왕성하던지 찌가 서기가 무섭게 바로 받아먹는 붕어도 있었고, 두 대에 동시에 입질이 와 한 손에 두 대를 부여잡고 뜰채를 대는 모습도 두 번이나 목격됐다.

남의 손맛 잔치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즈음 광주 얼레붕어낚시 운영진 이기안씨가 커피를 사들고 위문을 왔다.

고향이 과역면인 그는 인사차 들렸다고 했다. 이기안씨를 맞으려 위쪽으로 올라가는데 이미 이기안씨의 눈은 연신 휘어지는 유준재씨의 낚싯대에 꽂혀 있었다. 그도 역시 낚시꾼이었다.

커피를 대충 전달하더니 부리나케 차 트렁크를 열고 대를 펼쳤다.

커피를 나눠 들고 유준재 회원에게 전달하는 동안에도 입질은 끊이질 않았다. 나는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 유심히 살펴보고는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가에 완전히 내려가서 좌대를 설치한 유준재 회원은 고흥천 중앙의 둑 넘어로 찌를 세웠지만 필자는 짧은 대 위주로 연안을 노린 것이 조과 차이의 원인이었다.

신기하게도 중앙의 수중둑을 사이에 두고 앞쪽은 맑고 뒤쪽은 탁한 물색을 띠고 있었다.

 

수달이 월척을 몰아주다니...

자리로 돌아와 부랴부랴 좌대를 연안 가까이로 옮겨 설치하고 긴 대 위주로 대편성을 다시 했다. 지렁이도 서너 마리씩 꿰어 찌를 세워보았지만 이후로는 입질이 없었다.

조용해진 것은 유준재 회원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좌대를 옮기면서 소란스러웠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수달이 문제였다.

아마도 유준재 회원이 소나기 입질을 받아낼 즈음 수달이 붕어 무리를 발견하고 우리 포인트로 들어온 것 같았다.

오후 1시경. 이번에는 수달이 건너편 연안 육초지대로 옮겨가 먹이사냥을 하는지 그쪽이 소란스러웠다.

수달이 재빨리 무언가를 쫒아가면 수달보다 3~4m 앞쪽의 도꼬마리 육초가 일제히 움직였다. 산란을 위해 수몰 육초대로 몰렸던 붕어들이 도주하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수달의 그 행동이 우리에게 행운을 안겨다 줬다.

건너편 육초에 있던 붕어들을 모두 중심으로 내몰았는지 수달이 사라지자마자 또 다시 폭풍 입질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는 필자의 자리에서도 입질이 쏟아졌다. 잠시 입질이 뜸한 시간에 중국집에서 배달시킨 음식을 먹다가도 뛰어 내려가 월척을 낚아낼 정도였다.

특이한 점은 오전과 오후의 씨알차이였다. 오전에는 9치급부터 최대 34cm까지 낚였지만 오후에는 35~37cm의 허리급 이상이 마릿수로 낚였다. 내 우측에 자리를 폈던 이기안씨는 배스를 다섯 마리나 낚다가 결국 37cm짜리 대물붕어를 낚아냈다.

오후 3시에 지렁이가 떨어져 가까운 고흥읍내 낚시점으로 지렁이를 사러 가는 해프닝도 연출됐다.

폭풍 입질이 한풀 꺽일 즈음 사진 촬영을 위해 붕어를 한 곳에 모아봤다. 필자와 유준재 회원 둘이서 낚아낸 붕어가 30마리였다. 그중 유준재씨가 낚은 월척이 14마리, 필자가 8마리였다. 모두 알을 품고 있는 녀석들이라 사진 촬영 후 고흥천에 방류했다.

비록 전날부터 한숨도 못자고 낚시했지만 모처럼 낮에 쏟아진 대박 조황 덕분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내일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 같았지만 밤에는 비가 오고 바람도 분다고해서 욕심을 접고 집으로 철수했다.

고흥천은 대형 주차장이 있어 이곳에 주차하고 낚시하면 된다.

고흥천은 폭이 30m 정도인데 건너편 낚시인과 서로 마주보며 낚시하면 조황이 떨어진다.

따라서 5칸 이상의 긴 대로 건너편을 노리는 방식이 번잡함도 줄이고 조황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가는 길벌교에서 고흥 방면 27번 국도를 타고 고흥읍을 지날 즈음 호형교차로에서 내려 좌측 15번 국도를 따라 도화·도두면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70m 가량 가면 왼쪽에 고흥 장례식장앞 길을 따라 내려가면 우측에 바로 대형 주차장이 보이고 주차장으로 들어가 보면 장수지 고흥천이 보인다.

내비게이션 입력 주소 전남 고흥군 고흥읍 호형리 1025-1 (신호2)

 

취재일 가장 많은 입질을 받아낸 유준재씨가 월척 붕어를 뜰채에 담아내고 있다.


유준재(좌측)씨와 얼레붕어낚시 회원 이기안씨가 고흥천에서 낚은 허리급 월척을 들고.

이날 낚인 붕어는 대부분 월척이었다.


얼레붕어낚시 회원 이기안씨가 고흥천 중심을 가로지른 수중 둑을 넘겨 찌를 세우고 있다.


필자가 낚아낸 월척붕어.

산란을 앞두고 배에 알이 가득 차 있었다.


장수지 상류 연안에 새롭게 조성된 생태공원.

2년여 공사끝에 마무리 되었는데 덕분에 낚시자리가 전보다 좋아졌다.


고흥천에서의 밤낚시풍경.

좌측에 보이는 다리가 장수지 상류를 가로지르는 신호2교이며,

여기서부터 약 400m 상류에 있는 동촌교까지가 봄에 가장 핫한 포인트이다.


필자가 오후 시간에 올린 붕어.

오전보다도 오후 씨알이 약간 더 굵게 낚였다.


"한 뜰채로 월척 두 마리를 담기는 처음이네요."

유준재씨가 더블히트로 걸어낸 붕어를 뜰채에 담았다.


필자가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입질이 오자 옆자리에 있던

 이기안씨가 필자 자리로 달려와 챔질하고 있다.

두 마리의 월척 붕어를 동시에 히트.


상류 신호2교에서 바라본 장수지.

30만평 저수지에 살던 월척 붕어들이 봄이면 최상류 고흥천으로 몰려든다.


"이런 게 바로 떼월척이라는 겁니다."

이기안(왼쪽)씨와 유준재씨가 취재일에 올린 조과를 모아놓고 사진을 찍었다.

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필자가 주력대로 사용중인 천류의 설화수 프리미엄 낚싯대.

장절 설계로 손맛을 극대화 시킨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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