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도장리수로

그냥 보면 실개천

알고 보면 붕어 냉장고 포인트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팀장]

 

겨울은 연중 낚시가 가장 힘들다는 계절임이 확실하다.

비교적 따뜻하다는 호남이지만 한파주의보가 내리자 대다수 낚시터에 살얼음이 잡혀 낚싯대를 드리울 곳이 마땅치 않다.

차라리 얼음이 두껍게라도 얼면 얼음낚시라도 해보겠건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래도 얼음이 얼지 않는 수로권을 찾아야 앳된 붕어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갖고 있는 데이터를 탐색해봤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월척을 마릿수로 낚았던 영암군 군서면의 도장리 수로를 발견했다.

당시만 해도 마름이 삭아 드는 10월부터 갈대 가까이 찌를 세우면 감잎 붕어부터 월척까지, 어렵지 않게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낚시인들은 도장리수로를 언제나 꺼내먹을 수 있는 붕어 냉장고로 부르곤 했다.

도장리수로 조황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었다. 다만 지척에 영산강 지류인 영암천이 흐르고, 이 영암천은 도장리수로와 수문을 통해 연결되는 정도가 전부이다. 그 영향으로 수시로 붕어가 도장리수로로 유입돼 붕어자원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18~24cm는 쉴 새 없이 올라와

정보가 없었지만 모처럼 도장리수로에서 한판 붙고 싶어 회원들에게 좌표(주소지)를 알려줬고, 1219. 오전 10시경 회원들과 함께 도장리수로에 도착했다.

주말만 되면 안타깝게도 세찬 바람과 추위가 찾아왔으나 이날만큼은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

포인트를 둘러본 김윤건 회원은 마치 실개천처럼 보이는데 붕어가 있을까요?”라며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수로 자체가 소규모의 샛수로이기 때문이다. 수로 전체 길이는 2.5km. 그러나 낚시가 가능한 구역은 500m이며 수로 폭이 35m가량이다. 누가 봐도 그냥 지나치기 쉬운 수로였다.

김윤건 회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먼저 와서 대를 폈던 김동관 회원이 23cm 붕어를 낚아냈다.

이 모습을 본 김윤건 회원이 ? 붕어가 있네?”라며 서둘러 대를 펴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발밑은 1m로 깊었지만 4칸 대 거리는 60cm로 얕았다. 하지만 물색이 우윳빛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낮이고 햇볕이 좋아 수심이 얕은 건너편을 공략하기 위해 5칸 대를 펼쳤다. 탐색 차 지렁이 미끼를 활용했는데 금방 찌에 반응이 왔다. 23cm 정도의 붕어였다.

맨바닥보다는 갈대 가까이에서 입질이 활발해 순식간에 다섯 마리의 붕어를 낚을 수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자 북서풍의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수초 가까이에 세웠던 찌에서는 계속 반응이 왔다.

씨알이 좀 더 컸으면 좋으련만, 올라오는 족족 18~24cm가 주종을 이루었다.

옆자리에 앉은 남원에서 온 양재철 씨도 몇 마리의 붕어를 낚아내는 모습이 보였다.

지난달 여수 소옥1지 화보 촬영 때 만난 인연으로 이번에도 함께 했는데 영암지역 수로낚시는 처음이라 했다.

그는 가는 원줄을 사용한 예민한 얼레 채비를 사용했고 삭은 부들 수초 가장자리에 찌를 세워 입질을 받아냈다.

오후 5시 반.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본부석에 모였다. 모두 낱마리의 붕어로 손맛을 즐겼다고 한다.

씨알이 아쉬웠지만, 추운 겨울이라 월척이 낚이지 않아도 즐거워하는 표정들이다. 밤낚시를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어두워지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예상은 했지만 수면이 얼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물에 손을 담가보니 차가웠지만, 결빙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낮 상황과는 다르게 밤이 되자 입질이 끊겼는지 붕어를 끌어내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글루텐 미끼에 월척 5마리

8. 입질이 없는 사이에 운동 삼아 2km 떨어져 있는 동호리 수로 쪽을 가봤다. 최근 인기가 높아진 동호리 수로 역시 겨울 붕어터라 많은 낚시인이 포진하고 있었다. 낚시인들 모두 준척급 붕어로 예닐곱 마리씩 낚아내 놓고 있었다.

그중 턱걸이 월척을 낚아낸 낚시인이 있었는데 수심이 오육십 센티미터에 불과해 입질이 지저분했고 챔질 타이밍 잡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밤낚시보다는 아침낚시에 집중해 봐야겠다며 휴식을 취하는 분위기였다.

운동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 보니 우측 연안 부들 사이에 세웠던 두 개의 찌가 사라지고 초릿대가 휘어져 있었다. 삭은 부들수초 줄기를 뒤집어쓰고 나온 녀석은 월척에 살짝 못 미치는 29.5cm 붕어였다.

때마침 하류 수문 가까이에 자리한 김윤건 회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인즉 글루텐과 지렁이에 심심치 않게 붕어가 낚이고 있습니다. 벌써 월척도 두 마리나 낚았는데 글루텐에 씨알이 굵게 낚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윤건 회원과 그 옆자리에 앉은 진동현 회원의 자리에서만 붕어가 낚일 뿐 그 외 회원들의 포인트에서는 자정을 넘기도록 입질 자체가 없었다.

이글루를 뒤집어쓰고 자고 일어났더니 여전히 찌는 그대로였다. 김윤건 회원 자리에서만 플래시 불빛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밤새 진행형으로 붕어가 낚인 듯했다.

아침이 되어 전체적인 조황을 살피기 위해 도장리 수로 한 바퀴 돌아봤다.

역시나 김윤건 회원과 진동현 회원의 조과가 돋보였다. 진동현 회원이 세 마리의 월척을, 그리고 김윤건 회원이 두 마리의 월척과 씨알 굵은 27~29cm 붕어로만 십여 수씩 낚아놓고 있었다.

김윤건 회원은 밤새 이어지는 입질에 졸릴 틈도 주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말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마치 실개천 같아 보여 실망스러웠는데 뜻밖에도 이런 곳에도 붕어의 개체 수가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하고 말했다.

아침 8시를 넘기자 제법 찬 기운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와 철수를 서둘렀다.

촬영을 위해 밤새 낚인 붕어를 한 곳에 쏟아 부으니 마릿수가 꽤 많았다. 월척은 모두 턱걸이 급으로 다섯 마리였다.

도장리 수로는 겨울 낚시터이다. 강추위가 몰아치고 기온이 내려가면 으레 얼음이 잡히겠지만 얼음이 두껍지 않아 쉽게 깨진다.

미리 얼음을 깰 수 있는 도구를 준비해 출조한다면 쉽게 입질을 받아낼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가는 길남해안 고속도로 강진 무위사 I.C를 나오면 남성전 교차로이다. 영암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13번 국도를 이용해 20km를 진행 후 마산리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5.4km 가면 우측에 보이는 수로가 도장리 수로이다.

 

내비게이션 주소전남 영암군 군서면 도장리 1026

 

실개천을 연상시키는 영암 도장리 수로 연안 구간.

상류에 자리한 함인철 회원이 건너편 갈대 가까이에 찌를 세우고 있다.

 

 

장대를 이용, 건너편 갈대 사이를 노려 준척급 붕어를 낚아낸 필자.

햇살이 좋은 낮에는 수심 앝은 곳에서 잦은 입질이 들어왔다.

 

 

월척에 육박하는 붕어를 낚아낸 필자.

지렁이 미끼를 사용했다.

 

 

철수 직전에 턱걸이 월척을 낚아낸 유준재 회원의 기쁜 표정.

밤에는 씨알이 잘고 아침에 굵게 낚였다.

 

 

하룻밤 조과를 펼쳐놓고 기념촬영을 하는 취재팀.

왼쪽부터 진동현, 김윤건, 양재철, 홍광수 회원.

 

 

유튜버 달빛소류지홍광수 회원이 채비를 던져 넣고 있다.

도장리수로는 수로폭이 좁고 수심이 앝아 조용한 건너편 연안을 노리는 게 효과적이다.

 

 

사짜 붕어로 사고 치는 줄 알았는데 낚고 보니 잉어였습니다.”
함인철 회원이 채비 세 개를 엉망으로 만든 잉어를 보여주고 있다.

 

 

도장리수로는 배스와 블루길이 서식함에도 겨울에는 성화가 덜해 새우나 지렁이도 잘 먹힌다.

취재일에는 글루텐과 지렁이가 효과적이었다.

 

 

도장리수로 주변 쓰레기를 수거한 촬영팀.

소문나기 전엔 비교적 깨끗한 낚시터였으나 현재는 곳곳에 농약병과 낚시 쓰레기가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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