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지석천

의리로 낚아낸 드들강 떼월척

김중석 [객원기자. ㈜천류 사외이사 · 필드스탭 팀장]

 

지난 5월 24일. 들녘에서는 모내기 시즌으로 농민들 손길이 분주한 시기였다.

이번 출조지 선정에 있어서 저수지 쪽 출조는 지양하려 했다. 이유는 등 뒤에서 이양기로 모내기를 하는 농민들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농번기로 가장 바쁠 시기에 한적하게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을 보여주기 싫었다.

출조지 선정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가람님~ 월척 주우려 가보지 않으시렵니까?”라며 인기유튜버 ‘달빛소류지’ 홍광수 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거기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남송천’이라 했다. 남송천? 낚시인들 사이에 해남천으로 불리는 곳으로 유명한 낚시터인 해남 고천암호 최상류를 일컫는다.

홍광수 씨는 “유튜브 촬영 차 남송천을 다녀왔는데 허리급 월척을 줍다시피 낚아내고 있습니다. 잠시 짬낚시에 6마리의 월척을 했는데 모두가 허리급 이상입니다.”라며 남송천을 추천했다.

시기가 모내기철이다 보니 저수지는 어딜 가도 배수를 하므로 출조지를 강계 쪽으로 알아보고 있었는데 잘 되었다 싶었다. 여수 초도에 사는 이상현 회원을 먼저 선발대로 보내봤다.

5월 25일에 도착한 이상현 회원은 1박 낚시에 60마리가 넘는 붕어를 낚아냈다고 알려왔다. 4짜에 육박한 붕어를 포함 월척만 20여 마리였다.

다음날인 26일, 퇴근과 동시에 해남 남송천으로 향한 발길은 엄청 가벼웠다. 촬영할 붕어는 준비되어 있고···, 그래서 오늘 밤은 부담 없이 쉬엄쉬엄 낚시하며 채비 테스트를 목적으로 낚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거동 불편 회원 위해 대박 포인트 포기

오후 7시 현장 도착과 동시에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

이상현 회원과 먼저 와 있던 회원들이 슬슬 내 눈치를 보는 게 역력했다.

내용인즉 해남읍에 거주하는 어느 나이 드신 여인네가 운동 삼아 제방을 걷던 중 이상현 회원의 살림망 속의 붕어를 보더니 엄청 욕심을 내더라는 것. ‘우리 서방님 약으로 쓰고 싶다’라는 말 한마디에 마음이 약한 이상현 회원이 낚아낸 붕어를 몽땅 다 줘 버렸다고 했다.

이상현 회원은 “붕어야 또 낚으면 되니까요”라는 말로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경험상 오늘 붕어가 잘 낚였다고 해서 그다음 날까지도 잘 낚이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예감이 불길했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 내가 앉을 포인트를 둘러보며 자리를 찾았다.

그런데 제방에서 물가까지 내려가는 데 문제가 있었다.

함께 한 회원 중에 지체 장애 3급인 이광희 회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사도가 40도 수준으로 가파르고 호안 블럭까지 깔려 있었다. 호안 블럭 위에는 모래까지 많았다.

내려가다가 자칫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컸다. 결국 우리는 대박 확률 100%가 예상되는 남송천은 포기하기로 했다.

이미 날이 어두워져 급하게 다른 장소를 찾아보았다.

여기저기 전화로 조황을 살피던 중 나주 지석천에서 낚시 중인 광주에 거주하는 김영석 회원과 연락이 닿았다. 김영석 회원은 광주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라서 지석천을 자주 찾는데 ‘도착 몇 시간 만에 네 마리째 월척을 낚아내고 있다’고 알려왔다.

고민할 필요가 없이 남송천에서 82km를 달려 지석천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보니 낚시한 곳은 나주 드들강 솔밭유원지 인근이었다.

영산강의 지류 지석천에 속한 드들강 솔밭유원지는 도시민의 휴식처로도 유명한 곳이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은 걸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조선 선조 때 세워진 탁사정, 동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의 작곡가 안성현 선생의 노래비도 세워져 있다.

기품 있는 모습으로 멋들어진 풍경을 만들고 있는 소나무 외에도 왕버들이 많다. 유원지를 조성하며 심은 배롱나무 사이를 산책하며 걸으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솔밭 유원지를 기점으로 지석천에는 좌우 연안으로 진입도 수월하며 낚시자리도 많다.

연안에 어리연과 마름이 자라고 있지만 지난 5월초 강우에 모두 휩쓸려 떠내려갔는지 눈에 보이는 수초는 없다.

2.5칸 이하 낚싯대, 오래오 글루텐으로 월척 상봉

지석천은 낚시 시기가 따로 없으며 연중 붕어가 낚이는 장점이 있다.

밤 9시. 플래시를 비춰가며 포인트를 선정하는데 특별하게 눈에 띄는 포인트가 없이 모두 같은 여건이었다. 혹시나 해서 풀잎을 강물에 띄워 살펴보니 물도 흐르고 있었다.

패밀리레져의 발판 좌대를 설치하는데 김영석 씨가 다가오더니 “예전에는 낚싯대 칸수와 관계없이 붕어가 낚였지만, 현재는 3칸 이하의 짧은 대에서만 붕어가 나옵니다.”라고 조언을 해줬다. 긴 대는 물 흐름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영석 씨 자리는 약간 홈통이 진 자리로 마름이 자라고 있었다. 마름이 있다는 것은 물 흐름이 없다는 뜻으로, 붕어가 은신하며 먹이 활동하기에 안성맞춤인 지역이다.

밤 11시를 넘기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면서 강한 바람도 동반했다.

2.6칸부터 3.8칸까지 열두 대의 낚싯대를 펼쳤는데 가장 길었던 3.8칸 낚싯대에서 첫 입질을 받았다. 물 흐름이 있어 점성이 강해 바늘에 오래 붙어 있는 경원F&B사의 신제품인 ‘오래오 글루텐’을 사용했다.

그러던 중 물살에 찌가 떠밀리는 듯한 움직임이 보여 유심히 살폈는데 찌가 빨려드는 양상의조금 이상해 급히 챔질해봤다. 뭔가 ‘턱~’하며 바늘에 걸리는 느낌과 동시에 강력한 저항이 전해졌다. 좌우로 째던 고기는 뜰채에 담겼고 플래시 불빛으로 확인한 결과 37cm 월척이었다.

살림망에 첫 붕어를 넣고 있는데 좌측에 앉았던 장성읍에서 온 김경식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벌써 세 마리째 월척을 낚았다는 것이다. 밤낚시 사진을 찍기 위해 김경식 씨 자리로 가봤다. 붕어가 나올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김경식 씨 포인트는 마름이 많이 분포된 자리로 약간 후미진 곳이었다.

김경식 씨는 “물 흐름은 전혀 느끼지 못했고, 마름 안쪽 자연 포켓과 마름 끝자락에서 주로 입질을 받았습니다. 미끼는 경원 ‘옥수수 어분 글루텐’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자정을 넘기면서부터는 비바람이 더욱 거셌다. 파라솔을 낮게 조정해 바람과 비를 피하면서 입질을 기다렸다. 그렇지 않아도 물 흐름이 있는데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오니 찌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흐름은 더 빨라졌다.

그 와중에도 회원들은 간간이 붕어를 낚아내는지 물 파장이 들려왔다. 모두들 2.5칸 이하의 짧은 낚싯대로 낚아냈는데 대부분 월척이라 했다.

밤보다는 아침에 월척 입질 잦아

새벽 5시. 밤새 비바람에 힘든 낚시의 시간이 지나고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밤새 수위가 5cm 정도나 불었다.

‘지석천은 아침 낚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아침부터 입질이 이어졌다. 우측에 포인트 했던 이상현 회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찌가 오르내리더니 물속으로 사라진 게 보였다.

그리고는 순간적으로 낚싯대를 차고 나갔다. 끌고 가는 힘으로 봐서 대형 잉어가 아닐까 싶었는데 낚싯대는 금세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지석천에는 허벅지 굵기의 잉어도 많아 어분 계열의 글루텐을 사용하면 잉어가 잘 달라붙는다. 그 결과 낚싯대를 빼앗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 곳이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화보 촬영을 위해 회원들의 포인트마다 둘러봤다. 유준재 회원이 일곱 마리의 월척을 낚았고, 김경식 회원도 40cm를 포함, 허리급 월척으로 여섯 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이상현 회원은 밤에 두 마리의 월척을 낚았지만, 아침 낚시에 폭발적인 입질이 이어지자 ‘낮 12시까지 더 해보겠다’며 채비를 다시 정비했다.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온종일 비가 잡혀 있었다.

회원들이 낚아낸 붕어를 쏟아봤다. 준척급 붕어도 몇 마리 보였지만 대부분 월척이었다.

월척은 32~36cm 크기가 많았는데 월척의 숫자가 22마리였다. 더 이상의 낚시는 의미 없다고 생각되어 비가 내리는 와중에 철수했다.

붕어를 줍다시피 낚아낸다는 남송천을 포기하고 지석천으로 장소를 옮긴 보람이 있었다.

지석천은 연중 붕어가 낚인 곳으로 호남의 대표적인 월척 산지라 해도 과언은 아닐 정도였다.

늦게까지 남아 있던 이상현 회원은 정오까지 최고 35cm 월척 월척 포함 월척만 총 다섯 마리를 추가했다고 알려왔다.

이제 다가올 장마가 시작되면 물색이 우윳빛으로 변하게 되고 물 흐름도 더 빨라진다.

이럴 때는 가급적 물 흐름이 없는 구간을 찾는 것이 우선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앉은 후 짧은 대로 공략하면 틀림없이 손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는 길→ 광주에서 1번 국도를 이용해 남평읍까지 간다. 다시 남평읍에서 822번 국도를 따라 능주 방향으로 10km를 가면 도곡면 평리 교차로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신성교를 건너 다시 좌회전으로 3.5km를 가면 드들강의 낚시 포인트가 산재해 있다.

◆네비게이션 주소→ 전남 나주시 남평읍 남석리 산 78-9

드론으로 촬영한 지석천 전경.

드들강을 기점으로 좌우 연안에 낚시가 가능한 곳이 널려 있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큰 붕어를 낚아낸 김경식 씨.

새벽 6시에 마름 언저리를 글루텐 떡밥으로 노려 낚은 4짜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아침에 자동빵으로 걸려든 붕어를 낚아내고 있는 이상현 회원.

강붕어답게 앙탈 부리는 힘이 대단했다.

 

 

금계국꽃이 활짝 핀 지석천 강변에서 월척 조과를 들어 보이는 유준재 회원과 홍광수 회원.

입질이 없을 시간에는 화려하고 풍성하게 피어난 금계국 강변 산책로를 걸으며

휴식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 흐름이 있음에도 얼레채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총 7마리의 월척을 낚아낸 이상현 회원.

 

 

유준재 회원이 낚아낸 지석천 붕어들.

월척이 대부분이다.

 

 

필자가 사용한 스위벨 채비.

지석천은 물 흐름이 있어 점성이 강해 바늘이 오래 붙어 있을 수 있는

경원 F&B사의 ‘오래오글루텐’을 사용했다.

 

 

지석천변을 돌며 환경정화 활동을 펼친 취재팀.

 

 

비가 내리는 아침에 글루텐으로 38cm 월척을 낚아낸 필자.

 

 

필자가 지석천에서 사용한 천류사의 ‘설화수 프리미엄’ 낚싯대.

물 흐름이 없는 후미진 곳에서는 긴 대에 입질이 빨랐다.

 

 

밤 9시경 마름수초 자연 포켓을 노려 36cm 월척을 낚아낸 장성의 김경식 씨.

 

 

지석천에서 올린 붕어의 일부를 모아놓고 기념촬영한 회원들.

왼쪽부터 이상현, 김경식, 유준재 회원이다.

 

 

지석천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

 

 

아침에 월척붕어로 손맛을 즐기고 있는 이상현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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