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은 강보다 수로

해남 연구 1번수로로 가라

가람 김중석 [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사외이사 · 명예 필드스탭]

 

해마다 9월 중순이 넘기면 강계 낚시터를 찾아 손맛을 톡톡히 봐왔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하리만큼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호남에서는 장성군의 황룡강, 광주광역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영산강, 그리고 화순의 지석천이 호남지역 대표적인 강낚시터이다.

이들 낚시터에서는 올봄부터 붕어는 잘 낚였지만 씨알은 예전만 못하다.

월척은 낚아내기 힘들고 7~8치급과 발갱이 수준의 잉어가 주로 낚였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가을로 접어들며 반전을 기대했지만 역시 기대에 미치지 않는 조황 소식뿐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수로 쪽으로 눈길을 돌려봤다.

전남의 서남부에는 수로 천국이라 불릴 만큼 많은 지류를 가지고 있는 영암호와 금호호가 있다.

이 두 곳은 붕어 자원이 풍부한 겨울 낚시터지만 단점도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그것이다.

매년 겨울철이면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입 차단을 위해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농로의 진출입을 통제한다.

그래서 출입금지령이 내려지기 전에 출조를 해보기로 하고 영암호를 찾았다.

 

조류 인플루엔자 유입 막기 위해 11월부터 출입 통제

영암호는 19886월부터 영암호 방조제 공사를 시작해 1993년 준공됐다(금호호 방조제는 1996년 준공). 영암호 주변 7960ha의 간척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보니 인공적으로 만든 샛수로들이 즐비하다.

샛수로들은 독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문을 통해 영암호 본류와 연결돼 있어 물고기들이 오르내린다.

지난 918일 오후 4. 한동안 찾지 않았던 영암호 최상류 연구저수지 밑에 있는 연구1번수로를 찾았다.

길이가 400m에 달하며 수로의 폭은 70m 정도인 둠벙형 수로다.

농로가 잘 닦여져 있어 포인트 진입도 수월하다.

자리를 잡기 위해 한 바퀴 둘러보니 물색이 뿌연 게 너무 좋았다. 연안에서 길게 뻗어 나간 땟장수초도 맘에 들었다. 여름철 무성했을 마름수초는 큰 일교차로 인해 잿빛으로 삭아 자연 구멍도 노려볼 만했다.

상류에서 1백 미터 내려온 지점에 마름과 땟장수초가 부분적으로 어울린 곳이 있어 자리를 잡았다.

패밀리피싱의 발판 좌대를 설치하려 보니 연안을 따라 나무 말뚝이 많이 박혀 있었다.

준설 당시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담장을 지지하는 용도였는데 아직도 썩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이다.

특공대(수초를 긁어내는 소형 갈퀴)’를 이용해 바닥을 긁어보니 마름 찌꺼기와 가라앉은 갈대 줄기가 걸려 나왔다.

한 시간 남짓 바닥을 긁어내고서야 비로소 대를 펼 수 있었다.

수심이 1m 정도로 비슷했지만 6칸대 장대를 펼치니 수심이 1.5m 가량 나왔다.

늦게 낚시터에 도착해 바닥까지 긁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 바로 케미를 밝히고 낚시에 돌입했다.

이때 노억주 회원이 보란 듯 커다란 월척붕어를 들고 나타났다.

노억주 회원은 대를 펴고 있는데 채비가 수초에 걸려있어 단순 걸림인 줄 알았는데 붕어 입질이었습니다. 뜻밖에 35센티짜리 월척을 횡재했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첫수부터 허리급이라니···

옆자리에서 붕어가 낚인 것을 보자 마음이 급해졌다.

마름과 땟장수초 경계지점에 마르큐사의 당고노소꼬쯔리떡밥을 집어제로 사용해 몇 차례 헛챔질 해줬다. 미끼는 페레글루텐단품으로 사용했다.

첫 입질은 밤 8시경 들어왔다. 역시 예상했던 데로 마름과 땟장수초의 경계지점에 세운 3.4칸 대였다.

찌가 10분여를 꼼지락거려 혹시 우렁이가 붙은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내 찌가 스멀스멀 솟기 시작했다. 빠른 찌 올림도 아니고 단 몇 초에 불과했지만 찌가 천천히 솟는 순간은 언제나 긴장이 된다.

몸통까지 오르던 찌가 찌톱을 전부 드러내고 멈추는 순간 두 손으로 챔질했다. 바늘이 입에 턱! 하며 걸리는 느낌이 있는 동시에 땟장수초 속으로 째기 시작했다. 간신히 돌려 세워 뗏장 위로 스키 태우듯 끌어내 뜰채에 담았다. 꺼내어보니 37cm의 허리급 월척이었다.

첫수에 허리급이라니오늘 밤 조짐이 좋았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마름 포켓에 세웠던 찌가 또다시 솟구쳐 낚아내고 보니 턱걸이급 월척이었다.

살림망에 붕어를 넣고 있는데 또 찌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얼떨결에 낚싯대를 낚아챘는데 이번에도 씨알이 제법 컷다.

계측자에 오른 붕어의 꼬리가 34.5cm를 가리켰다.

필자의 좌측에 자리한 유준재 회원도 연속해서 붕어를 끌어내고 있어 잠시 가봤다.

유준재 회원은 마릿수는 되는데 붕어의 씨알이 25~28cm가 주종입니다. 마름이 있는 곳과 맨바닥의 조과차가 확연히 납니다.”라며 글루텐 떡밥을 바늘에 달고 있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발판 밑에 펼쳐 놓은 살림망에서 퍼덕이던 붕어가 갑자기 조용했다. 플래시를 비춰보니 산소 결핍으로 수면에 입을 내밀고 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수초제거기로 뗏장수초에 구멍을 파고 살림망을 담갔지만 '탄소동화작용'이 멈춰 용존산소량이 거의 없는 듯 보였다.

붕어를 살리기 위해 150m 떨어진 농수로에까지 가서 살림망을 담갔다. 농수로는 물이 흐르지 않았지만 2m 정도로 깊어 안심됐다.

 

1박낚시에 월척만 14마리 낚여

자정이 넘는 시간에도 입질은 꾸준했다. 벌써 월척 세 마리에 준척급 붕어를 일곱 마리 낚았다.

혹시나 해서 이번에는 수초가 없는 맨바닥 포인트에 준비해 온 지렁이를 바늘에 꿰어 찌를 세워봤다. 금세 블루길이 덤빌 것 같았지만 의외로 붕어의 입질이 이어졌다.

올라오는 붕어의 씨알은 턱걸이 월척이 대부분이었고 외래어종의 입질은 없어 한편으로 신기했다.

짧은 대들은 마름수초 언저리에서 글루텐 미끼에 입질이 빨랐고 다섯 칸 이상 긴 대에는 지렁이 미끼에 입질이 잦았다.

수로에는 밤낚시가 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밤에도 꾸준한 입질을 보여주었다.

낚시 시작 6시간 만에 수위가 10cm 정도 올라왔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었는데 14호 태풍 찬투의 영향으로 전날까지 내렸던 빗물의 영향이었다.

건너편 최상류에 자리한 이영도 회원의 자리에서는 플래시 불빛이 요란했던 것으로 보아 밤새 붕어를 끌어낸 게 분명했다.

이영도 회원은 연구1번수로 도착해 한 시간이 넘도록 신중하게 포인트를 탐색한 뒤 최상류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덕을 톡톡히 보는 듯 했다.

입질이 뜸한 시간인 새벽 3시경 이영도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마침 35cm의 월척을 끌어내고 있었다.

이영도 회원은 새물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보고 포인트로 선정했는데 가을인데도 새물 찬스가 통했나 봅니다.”라고 말했다.

새물이 들어온 자리라 수초가 많지 않아 대부분 맨바닥에 찌를 세웠는데 심심찮게 입질이 들어왔다는 것.

그는 월척 포함 스무 마리 가까운 마릿수 조과를 거두고 있었다.

 

마름, 뗏장수초 포인트에서 입질 집중

여명이 밝아오는 아침 6. 전체적인 조황을 살피기 위해 수로를 한 바퀴 둘러봤다.

지난달 구정리수로 화보 촬영 때 붕어 계 탔다던 함인철 회원이 월척 두 마리와 27~29cm급을 마릿수로 낚아놓고 있었다. 미끼는 글루텐만 사용했는데 맨바닥보다는 마름수초 가까이에서 대부분 입질이 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하류 쪽 연구수로 본류와 연구1번수로가 만나는 수문에 자리했던 유튜버 달빛소류지홍광수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물이 흐르는 중앙부에는 수초가 없었지만 좌우측에는 마름과 뗏장수초가 어우러져 있었다.

홍광수 회원은 50cm 크기의 잉어를 비롯 34.5, 35cm 월척을 낚아놓고 있었다.

이날 가장 두각을 보인 것은 홍광수 회원 뒤편, 연구수로 본류에 자리한 박종묵 회원이었다.그는 33, 34.4, 35cm 월척을 비롯 마릿수 조과를 누렸다.

취재를 마치며 지난밤 낚였던 붕어를 한자리로 모아봤다. 아쉽게도 필자가 낚아낸 일곱 마리의 월척은 용존산소량 부족으로 모두 죽어있었다.

그래도 다른 회원들이 낚아낸 월척만 열댓 마리였고 준척급 붕어는 부지기수로 많았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출입 통제가 되기 전에 들러본 연구1번수로.

추수가 끝나면 본격적인 수로낚시가 시작됨과 동시에 씨알과 마릿수는 더욱 풍족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연구1번수로에서 낚시는?

낚시춘추가 발간될 10월 중순이면 마름이 많이 삭아 흔적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한줄기의 마름이 있다면 그곳을 공략을 해봐야 한다. 이곳은 여름철에 마름이 분포된 지역이라 볼 수 있는데, 삭은 수초에는 붕어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 각종 수생벌레와 미생물이 몰려있어 늘 붕어가 몰린다.

연안에서 길게 뻗어 나간 땟장수초 끝자락도 훌륭한 포인트가 된다. 될 수 있으면 땟장 언저리에서 50cm에서 1m 가까이 찌를 세운 것이 유리하다.

9월말 현재는 블루길의 개체 수가 현저히 줄었다. 아직 추운 겨울은 아니지만 지렁이는 필수로 준비해 수초 없는 곳에서 붕어를 노려볼 필요가 있다. 실제 취재일에도 블루길은 딱 한 마리만 낚였다.

옥수수가 잘 먹히는 곳이지만 글루텐에도 입질이 빠르다. 글루텐은 채비를 회수하더라도 잔분이 오래 남아 있어 집어 효과가 뛰어나다.

연구1번수로 동쪽으로는 연밭인 연구지가 있고, 서쪽으로는 산이1번수로부터 7번수로까지 산재해 하니 조황이 부진할 때는 두루 둘러보는 것이 좋다.

 

가는 길해남읍 앞 13번 국도의 해남교차로를 깃점으로 진도방향 18번 국도를 따라 6km를 가면 마산교차로이다. 산이면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806번 지방도를 이용해 3.7k가면 마산면 학의리 교차로이고 우회전하여 2.2km 지점에 신당 승강장이 있다. 죄회전하여 2.3km가면 연구본수로와 연구1번수로에 도착한다.

 

내비게이션 주소전남 해남군 마산면 학의리 1567

 

해남 연구1번수로에서 월척 붕어로 손맛을 톡톡히 본 박종묵(왼쪽) 회원과 김영석 회원.

 

 

상류에서 하류로 바라본 연구1번수로 전경.

인근 유명 수로에 비해 덜 알려져 붕어자원이 풍부하다.

 

 

드론으로 촬영한 연구1번수로.

도로 위쪽이 영암호 최상류인 동시에 연구지와 물길이 만나는 연구수로, 아래쪽이 샛수로인 연구1번수로다.

 

 

 

연구1번수로에서 월척을 낚아낸 회원들.

좌측부터 이영도, 김영석, 함인철, 양재철 회원이다.

 

 

연구1번수로에서 잘 먹혔던 마르큐사의 페레글루텐 떡밥.

가급적 바늘에 작게 달아야 찌올림이 좋았다.

 

 

삭은 마름 줄기를 걷어내기 위해 사용한 특공대(소형 갈퀴).

 

 

인기 유튜버 '달빛소류지' 홍광수 회원이 삭고 있는 마름밭을 공략해 올린 조과.

 

 

유튜버 달빛소류지 홍광수 회원의 포인트.

뗏장수초와 마름 경계에서 월척이 올라왔다.

 

 

새물이 흘러든 최상류에서 밤새 붕어를 끌어낸 이영도 회원이 올린 34cm 월척.

 

 

필자가 낚아낸 37cm 월척.

월척급 이상 붕어는 주로 밤에 낚였다.

 

 

월척 손맛을 톡톡히 본 박종묵 회원.

연구1번수로와 연구수로가 만나는 수문 앞에서 마릿수 손맛을 봤다.

 

 

수풀 안쪽에 버려진 쓰레기까지 모두 수거한 취재팀.

 

 

글루텐 미끼로 월척을 올린 함인철 회원.

뗏장수초와 마름 경계를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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