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붕어 호황현장

 

수초대 싹 걷어낸

진도 둔전지 마릿수 폭풍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주)천류 필드스탭 팀장]

 

 지난 2월23일. 육상풍속 8~9m의 강풍주의보 속에서 이리저리 헤매고 있을 때 비바붕어 사이트 박현철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직도 포인트를 못 잡고 있습니까?” 영암호와 금호호를 다 뒤져도 마땅히 대를 펼 곳이 없다고 했더니 고민하지 말고 진도 둔전지로 들어오라고 한다. 박현철 사장 이야기로는 현재 보트낚시를 이틀째 하고 있는데 연안과 보트 할 것 없이 마릿수 풍작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현철씨의 제보

둔전지에 도착하자 몇 년 전 봄에 마릿수 월척과 준척급 붕어로 쏠쏠한 재비를 봤던 제방 우측 공원 앞 포인트가 생각나서 그곳으로 가봤다. 공원에서 내려다보니 그 많던 둔전지 수초대가 싹 사라지고 전혀 생소한 모습의 수면이 펼쳐저 있었다. 여기도 얼마나 바람이 강하게 불던지 파도가 넘실대고 있었다.

 박현철 사장이 보트낚시를 하고 있는 유교마을 회관 앞에 도착하니 박 사장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갑게 악수를 나누는 사이 박 사장 옆의 낚시인이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더니 내가 안면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누구인지 기억을 못하겠다.

 서둘러 포인트를 잡기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시 유교마을 앞으로 왔을 때 안면이 있다고 다가온 그 낚시인이 내게로 걸어오더니 “혹시 광양에 직장이 있지 않느냐”고 물어 왔다.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김중석씨 아니냐”고 한다.

알고 보니 그는 나와 같은 회사를 다니다가 정확히 20년 전에 퇴직한 옛 동료 민경일씨였다.

 낚시복에 모자까지 뒤집어 쓴 모습이라 얼른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는 나를 알아봤다.

그 오랜 세월 한 번도 못 만났는데 같은 취미활동을 하면서 이렇게 물가에서 만나다니 엄청 반가웠다. 민경일씨는 새벽에 밤낚시 예정으로 왔고, 아침 7시에 도착해 대를 펴면서 소나기성 입질을 받았다고 했는데 그의 살림망을 들춰보니 9치급 붕어가 8마리나 들어 있었다.

 

“밤낚시는 안 되고 아침에 폭풍조황이 이어질 것이오”

진도 둔전지는 만수면적 24만평의 간척 저수지이다. 월척붕어가 많이 낚이기로 소문이 나 있고 간간이 4짜 붕어의 얼굴도 볼 수 있는 저수지이다. 지렁이와 새우에 매년 그렇듯 초봄에 빈작이 없는 조황을 안겨주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예전에는 마을 앞쪽에 정수수초가 발달해있어 낚싯대 한두 대를 들고 수초구멍치기로 수많은 월척을 뽑아내는 포인트였는데 현재는 그 많던 수초들이 저수지 준설로 사라지고 흔적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수위가 만수위라 그림 좋은 마을 앞 대밭 포인트는 진입이 불가능했다. 이성균 회원은 우거진 대밭을 뚫고 생자리 개척에 나섰다. 언덕이 급경사라 진입이 수월치 않았지만 그는 무거운 장비를 메고 연안까지 진입을 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뒤에는 마을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대를 폈다.

정면에 갈대와 부들이 삮아 있었는데 준설을 했던 곳과 준설을 하지 않은 곳의 수심 차이가 많이 났다.

깊은 곳은 2.5m에 육박했지만 수심이 앝은 곳은 70cm에 불과 했다.

물색이 탁해서 앝은 갈대 언저리를 공략하기로 했다. 여덟 대의 낚싯대를 셋팅하고 있는데 민경일씨가 다가왔다.

둔전지를 수없이 찾을 정도로 이곳의 조황에 대해서 밝은 그였다. 그는 “시기적으로 여기는 밤낚시가 잘 안되고 아침부터 오전 시간에 폭풍조황이 이어진다. 대부분 낚시인들이 밤낚시에 치중하다보니 정작 붕어가 나올 오전 타이밍을 놓치고 철수길에 오른다”고 했다.

 

대를 세우지 못하고 터트린 녀석의 정체는?

민경일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대를 펴고 있는 사이 갈대 근처에 붙인 찌에 입질이 들어왔다.

챔질해보니 5치 정도의 작은 붕어였다. 그것을 본 민경일씨가 갈대에 붙이면 잔 씨알의 붕어밖에 낚이지 않고 오히려 수심 깊은 맨바닥에서 씨알 굵은 붕어가 낚인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포인트를 옮길까 고민도 해봤지만 많은 낚시인들이 바람을 피해 앉을 곳을 모두 점령해버렸기 때문에 포인트 옮기는 것을 포기했다. 시간이 갈수록 파도가 일렁일 정도로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잠시 낚시를 포기하고 진도읍으로 나가 저녁을 먹었다. 해질 무렵 6시를 기점으로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밤낚시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좌측 민경일씨 자리가 소란스러웠다. 월척이 낚였나 싶어 카메라를 들고 가보니 민경일씨가 허탈해하는 표정으로 피우지도 않는다는 담배를 뻐끔뻐끔 빨고 있었다. “동생 취재에 도움 되겠다 싶었는데 놓쳐버렸네!”

찌의 움직임은 못보고 옆 동료가 찌 끌려간다고 소리쳐 그때서야 챔질했는데 대를 세우지도 못하고 터져버렸다고 했다.

 

과연 날이 밝자 몰아친 입질

민경일씨 이야기대로 밤이 깊어갈수록 입질은 없었다. 여명이 밝아 올 즈음부터 저수지가 소란스러웠다.

민경일씨 예상대로 아침시간이 되자 여기저기에서 폭풍조황이 이어지고 있었다. 필자에게도 입질이 연속해서 들어오고 필자 앞에서 보트낚시를 하는 광주 낚시인도 계속해서 낚아냈다.

그런데 갈대에 가까이 붙인 포인트는 7치 붕어를 넘기지 못했고, 수심이 1.8~2m권에 포인트를 잡은 낚시인들은 모두 8치에서 월척에 육박하는 붕어만 연신 끌어냈다. 씨알의 차이가 분명했다. 그런데 이 많은 마릿수 붕어 중에서 월척이 한 마리도 없다는 것이 희한했다.

 낮으로 갈수록 바람이 또 거세지기 시작하자 서둘러 촬영을 했다.

상류로 올라가면서 보니 민경일씨의 살림망에는 20여 마리의 준척급 붕어가 들어 있었고, 그와 함께 온 정충연씨 살림망도 묵직했다. 정충연씨가 낚은 붕어는 모두 준척급 붕어로서 아침 7시부터 9시30분까지 두어 시간에 낚아낸 조황이라고 했다. 수심 1.8m에 짧은 대에서만 지렁이로 낚았다고 했다.

 모두 빈 살림망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적게는 서너 마리에서 많게는 20여마리까지 낚아냈다.

민경일씨는 “오랜만에 만나 반갑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취재를 왔는데 큰 놈 한 마리 낚아 도움 주려 했는데 미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월척은 없지만 이 정도 마릿수면 충분한 건데.

 

둔전지의 전망은?

진도 둔전지는 우리나라 최남단에 있어 산란이 빠르다. 이 기사가 게재될 3월 중순경에는 이미 붕어들이 산란을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산란이 시작되면 현재와 달리 맨바닥보다 갈대와 부들 등의 정수수초대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에 진입해서 서둘러대편성을 할 것이 아니라 10분 정도만 가만히 앉아 정수수초대의 움직임을 보고 포인트를 선정해야 한다. 씨알 굵은 붕어들이 산란을 위해 수초대에 들어와 수초대를 툭툭 치고 다니는 것이 목격이 되면 무조건 포인트로 선정해야 한다.

 둔전지에서는 새우가 효과가 좋기로 정평이 나있지만 현재 산란철에는 지렁이 미끼가 더 우세하다. 굳이 새우를 사용할 거라면 죽어서 하얗게 변질된 새우를 사용하기를 권하고 싶다.

마을 앞쪽 갈대밭은 낚시인들이 많이 몰리고 호젓하게 낚시하기란 어렵다. 차라리 건너편 공원 아래 포인트가 더 유리할 수 있는데 그곳에는 뗏장수초와 줄풀이 발달해 있다. 밤낚시보다 햇살이 좋은 날 오전낚시가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서영암나들목을 나와 해남 진도 방향으로 진행하여 영암호방조제와 금호호방조제를 차례로 건너 진도 방향으로 진행한다. 진도2대교를 건너 18번 국도를 타고 고군면 소재지 방면으로 7.5km 가면 둔전지 공원이다. 건너편 유교마을 쪽으로 가려면 둔전지 제방 아랫길을 이용하면 된다.

 

내비게이션 입력 주소는 전남 진도군 고군면 오류리 766-2

 

 

“이 정도면 붕어 타작했다고 할 수 있겠죠?”

광주 낚시인 정충연씨가 진도 둔전지에서 거둔 묵직한 살림망을 보여주고 있다.

 

 

진도의 대문 격인 진도대교

 

 

진도 둔전지의 석양.

홍행양 회원이 갈대에 바짝 붙인 찌를 바라보고 있다.

 

 

홍행양 회원이 둔전지에서 낚은 8치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둔전지 유교마을 앞 갈대 포인트에서 붕어를 낚아내고 있는 보트 낚시인

 

 

바람이 덜 타는 곳을 찾아서.

회원들이 바람이 덜 타는 포인트로 장비를 옮겨가고 있다.

 

 

폭발 조황을 보여준 둔전지 유교마을 앞

 

 

20년 만에 만난 옛 직장동료 민경일씨가 1박2일의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둔전지에 몰아친 폭풍입질 순간.

유교마을 앞에 앉은 홍행양 회원이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살림망 속의 둔전지 붕어.

8~9치의 준수한 씨알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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