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소옥1지

꼭! 꼭! 감춰둔

토종 4짜터 공개합니다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팀장]

 

낚시춘추 객원기자로 호남지역 붕어터를 도맡아 취재하면서 수많은 낚시터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다.

광주·전남 낚시인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 원정 출조를 온 낚시인들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됐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소개한 낚시터 중 여수지역은 유독 그 수가 적은 편이다. 바다낚시의 메카로 알려진 여수의 특성상 필자조차도 민물낚시 불모지로 여기고 잘 찾지 않았기 때문일까?

여수에도 꽤 쓸 만한 붕어터가 많다.

지금껏 필자가 낚시춘추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곳들을 살펴보면 복산지, 관기(죽림), 풍류지, 덕곡지, 대포지, 마상지, 가사리수로, 쌍봉천 등이 있다. 화보를 통해 접했던 수많은 낚시인이 출조해 월척은 물론 5짜 붕어까지 낚는 등 손맛을 톡톡히 본 곳들이다.

그래서 이번 화보 촬영은 여수지역에서도 아직 지면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저수지를 취재해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아끼고 아꼈던 주옥같은 저수지로 그곳은 바로 여수시 화양면에 있는 소옥1지다.

 

1998년 첫 출조

1998년에 소옥1지를 알기 전에는 아래쪽에 있는 마상지를 먼저 알았다.

마상지는 여름철 녹조가 심해 대를 펴기가 망설여지는 곳이나 초봄과 늦가을에 참붕어를 미끼로 쓰면 월척급 붕어가 심심찮게 낚였던 곳이다.

시간 되는대로 꾸준히 마상지를 팠고, 마상지에서 낚은 몇 마리의 4짜 붕어와 월척 붕어는 족히 1백 마리는 넘었다.

그리고 마상지 출조가 차츰 지루해질 즈음, 1.5km 북쪽에 있는 소옥1지로 방향을 바꿔 출조했다.

이곳 역시 월척 소굴이었다.

소옥1지에서는 참붕어보다는 납자루에 월척이 잘 낚였다.

빈 채집망을 잠시 담가놓으면 참붕어가 새까맣게 참붕어들이 채집되었다.

그중에 납자루도 상당량 섞였다. 그래서 실험차 꿰어본 납자루에 월척이 잘 낚인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됐다.

하지만 그 이후 여수를 향한 나의 발길은 뜸해졌다. 전국적으로 대물낚시 붐이 일었고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된 해남과 영암 지역 낚시터들이 대물 위주 한 방터로 변했기 때문이다.

다시 수옥1지를 찾는 것은 2016년 늦가을 무렵.

옛 기억을 더듬어갔는데 마침 상류에 중장비가 들어가 준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여파로 제방 부근에만 20% 정도의 물이 남아 있는 수준.

갈수기낚시를 해볼 요량으로 대를 폈는데 월척은 이미 펄 속으로 파고들었는지 낚이지 않았다.

준척급 붕어만 열댓 마리 낚고 낚시를 마무리했다. 물 빠진 저수지의 사진 자료를 남기기 위해 한 바퀴 둘러봤는데 역시나 어느 연안에도 낚시했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물이 빠졌을 때 둘러보니 갓낚시 포인트가 여럿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수위가 회복된 2017년 봄에 짬낚시로 소옥1지를 찾았다. 제방 우측 언덕 위에서 갓 낚시를 시도했는데 찌를 세우기 무섭게 월척이 올라왔다. 대부분 32~34cm였다.

그래서 평일에는 퇴근과 동시에 집에서 40분 거리인 소옥1지를 매일같이 찾아 짬낚시를 즐겼다.

그때마다 두세 마리 이상의 월척을 낚을 수 있었다.

사실 그때 바로 낚시춘추에 소개할 수도 있었지만 여수 지역에 이곳 말고도 알짜터들이 많다 보니 미루고 미루다 보니 지금에서야 소개하는 것이다.

아니 미뤘다기보다는 나만의 보물터로 아끼고 싶었다는 말이 정답일 듯싶다.

 

“허리급 한 마리는 보장하는디 안 갈라요?”

지난 1121. 2년 만에 또 다시 소옥1지를 찾았다.

출조 전에 동행할 광주와 하동 지역 회원에게 소옥1지 주소를 알려줬다. 첫 반응은 별루였다.

한결같이 붕어가 낚인다는 보장도 없는디 너무 먼 곳 아닌가요? 더 가까운 데 없소?”라는 걱정이었다.

여수에서도 남단이고 외진 곳이다 보니 볼멘소리를 할만도 했다.

그래서 무조건 허리급 붕어 한 마리씩은 보장한다고 꼬드겼더니 이내 목소리가 밝아졌다.

아침에 도착해보니 수온이 떨어지는 계절임에도 물색이 적당히 탁했다.

낚시인들은 보이지 않았고 청둥오리와 물닭만이 무리 지어 활동할 뿐 전체적으로 한가해 보였다.

취재 당시에는 수위가 70% 정도라 연안에서 진입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2016년 가을에 준설했던 지형을 떠올리며 우측 중상류에 해당하는 폐가 아래를 포인트로 정했다.

수정레저의 파라다이스 슬립 발판을 설치하고 수심을 재보니 2.5m로 생각보다는 깊었다. 준설을 하고 난 이후 수심의 변화가 큰 듯했다.

계절적으로 말즘이 새롭게 올라올 시기여서 특공대로 바닥을 긁어보니 아무것도 걸려 나오지 않는 아주 깨끗한 바닥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채집망을 담가놓았으나 예상외로 참붕어는 적게 채집되었다.

예전 같으면 잠시만 담가놔도 한 사발씩 채집되었는데 이날만큼은 이외였다. 참붕어보다는 밀어가 더 많이 채집되었다.

그래서 글루텐과 옥수수 외에 밀어를 모두 미끼로 쓰기로 했다.

오전 11. 낚시는 밤낚시에 치중하기로 하고 마르큐사의 코이고코로 떡밥으로 집어부터 시작했다.

북서풍이 분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바람은 상류 소옥마을에서 불어오는 북동풍의 골바람이었다.

바람을 피해 따뜻한 햇볕을 쬐며 의자에 기대어 졸고 있는데 우측에 앉은 유준재 회원의 포인트가 소란스러웠다.

고개를 돌려보니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져 요동치는 게 아닌가?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 봤다.

제법 큰 씨알의 붕어였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뜰채에 담긴 녀석은 꼬리지느러미가 40cm를 가리키고 있었다.

첫수에 4짜라니. 유준재 회원이 회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해줬다.

오후 3시 무렵이었다.

유준재 회원은 “2미터의 수심에 4.4칸대로 옥수수를 꿰어 찌를 세웠는데 찌가 쭈욱 빨려 가기에 잡어인 줄 알았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회원들도 고무되어 낮낚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해가 질 무렵, 상류 물골 자리에 앉은 하동에서 온 김인호 회원이 연속으로 두 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고 알려왔다.

 

잡어 입질처럼 끌고 갈 때 채니 4짜

8. 나는 예전 경험에 비춰봤을 때 소옥1지에서는 생미끼가 잘 먹힌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낮에는 떡밥으로 집어하고 밤에는 밀어와 참붕어를 주력 미끼로 사용했다.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정면으로 펼쳐놓은 5칸 대의 찌가 꿈틀거렸다. 물속으로 살짝 끌려 들어가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좀처럼 타이밍 잡기가 힘들었다.

손잡이에 손을 얹고 기다리다가 살짝 끌려가는 찰나에 냅다 챔질했다.

그 순간, 뭔가 턱! 하고 걸리는 듯싶더니 대단한 힘으로 째기 시작했다.

수심이 2.5m여서 그런지 얕은 연안으로 끌려올수록 좌우로 째는 힘이 엄청났다.

잉어의 입질과 흡사했던 터라 잉어겠지하며 손맛만 보고 털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좌대 밑에까지 끌려온 녀석을 플래시로 비춰보니 거대한 붕어였다.

깜짝 놀라 뜰채로 담아냈다. 무려 41.5cm나 되는 4짜 붕어였다.

첫 붕어를 4짜 붕어로 낚아낸 이후 미끼를 마르큐사의 페레글루텐으로 바꿨다.

채비도 스위벨 채비에서 긴 목줄 채비로 바꿨다. 떡밥에는 깔끔하게 올리는 입질이 나올 줄 알았는데 살짝 끌려가는 입질은 지속됐다. 27~29cm 붕어를 예닐곱 마리 더 낚아냈다.

새벽 2. 하류 쪽 도로 밑에 포인트 한 김광요 회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느낌만으로도 월척을 낚아냈다고 생각했다.

김광요 회원은 준척급 붕어만 올라오다가 쓸만한 놈으로 한 놈 건졌습니다. 밤 붕어 사진도 필요하지 않습니까?”라고 알려왔다.

내가 도착할 때까지 뜰채 안에서 눈을 껌뻑이던 녀석은 한눈에 봐도 4짜였다. 사진 촬영 후 계측하니 예상대로 딱 40cm가 나왔다.

새벽 3시 반. 살랑이던 바람도 멈추고 수면이 거울처럼 잠잠해졌다. 쳐지는 눈꺼풀 비벼가며 졸음을 참고 있는데, 초저녁에 꿰어 두었던 6칸 대의 찌가 꿈틀대는 것이 포착되었다.

밀어는 생미끼여서 찌를 멋지게 올리지 않을까 했으나 그건 내 욕심이었고 보란 듯이 살짝 끌고 가는 입질이 왔다.

대단한 손맛을 전해준 놈은 좌우 낚싯대 두 대의 채비를 휘감은 뒤에야 뜰채에 담겼다.

역시 41cm나 되는 두 번째 4짜 붕어였다.

 

밤새 4짜 5마리, 허리급 2마리 올라와

아침 8. 밤낚시를 대충 마무리하고 제방 건너편 조황을 살필 겸 카메라를 들고 가봤다.

그곳에는 남원에서 출조한 광주 얼레붕어낚시회원 김정석, 양재철, 조성필 씨가 나란히 앉아 낚시하고 있었다.

살림망을 들춰보니 양재철 씨의 조황이 가장 돋보였다.

하룻밤에 스물 댓 마리의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24~28cm의 붕어가 주류였고 최고 39cm 월척까지 낚아냈다.

양재철 씨는 겨울철이다 보니 전남 쪽으로 자주 내려오는데 여수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수는 엑스포를 비롯해 구경거리도 많고, 바다낚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게다가 이처럼 체고 좋은 붕어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자주 내려와야겠다며 취재에 응해줬다.

아침 9. 슬슬 바람이 터지기 시작해 철수를 서둘렀다.

함께한 취재팀의 조황을 촬영하기 위해 한 자리에 붕어를 모아봤다.

초저녁에 37~38cm급의 월척을 연거푸 올렸다던 김인오 회원의 붕어는 실제 계측 결과 40.541cm였다.

그가 새벽 시간에도 두 마리의 월척을 추가했는데 크기는 36, 37cm로 종합하면 취재팀 중에서 가장 많은 손맛을 봤다.

김인오 회원은 4짜에 약간 모자란다고 생각해 밤새 아쉬워했는데 계측 결과에 얼굴빛이 달라져 회원에게 웃음을 주었다.

아끼고 아꼈던 소옥1지는 역시나 실망을 주지 않았다.

취재팀 조과는 4짜 붕어 다섯 마리에 허리급 월척 두 마리였고 준척급 붕어만 30여 마리였다.

멀리 광주에서, 경남 하동에서 와준 회원들에게 약속대로 대물 붕어를 상면하게 해준 소옥1지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수 소옥1지는?

여수시 화양면 옥적리에 있는 18천평 규모의 준계곡형지로 1948년에 준공됐다.

여자만 바닷가 외진 곳에 있어 다른 지역 낚시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는 토종터로 붕어를 비롯, 잉어, 가물치, 장어 등이 서식한다.

특히 배스터처럼 굵은 붕어가 잘 낚이는 게 특징이다. 그만큼 손이 덜 탄 것이 이유가 아닌가 싶다.

여름철 저수지 중앙에 마름이 부분적으로 자랄 뿐 수초 없는 맹탕 저수지와 다를 바 없다.

2016년 겨울에 준설작업을 했으며 평균 수심이 1.5m~3m를 보이는 전형적인 준계곡형 저수지이다.

 

여수 소옥1지에서 낚시요령

소옥1지에서는 연중 낚시가 가능하다. 한겨울철에도 비교적 따뜻한 지역이다 보니 한파주의보가 내려도 살얼음만 얼 뿐 두껍게 얼지 않는다.

만수위 때는 제방 우측 연안을 따라 나 있는 길 밑 언덕에서 갓 낚시가 잘된다. 미끼가 떨어진 지점이 잔 자갈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미끼보다는 옥수수에 입질이 빠르다. 입질시 80%는 살짝 끌고 가는 입질이 나타나므로 주의 깊게 찌놀림을 파악해야 한다.

저수위일 때는 갓낚시보다는 4칸 이상의 긴 대 스윙낚시에 입질이 빠르다.

입질 시간대는 오후 3시부터 해 질 무렵, 그리고 새벽 2시부터 동틀 때까지가 절정이다.

 

가는 길영암·순천 남해고속도로 해룡I.C에서 여수 방향으로 14.5km를 가면 덕양교차로이다. 22번 국도를 이용해 백야도 방향으로 12.2km 가면 웅동교차로이다. 우측 863번 지방도를 따라 옥적리 방향으로 5.8km 가면 우측에 소옥마을 표식이 보이고 우회전하여 마을 길로 700m 가면 소옥1지 제방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주소전남 여수시 화양면 옥적리 1162

 

여수 지역의 숨은 대물터인 소옥1지.

상류에서 바라본 전경으로 4짜급 붕어를 많이 품고 있는 준계곡지다.

 

 

취재 기간 동안 짜릿한 4짜붕어 손맛을 즐겼던 유준재(왼쪽), 김인오 회원.

 

 

상류에 포인트를 잡았던 유준재 회원이 오후 3시경 4짜 붕어를 뜰채에 담아내고 있다.

 

 

최상류 물골자리에 자리한 이광희 회원의 포인트.

 

 

붉게 물들어 떨어진 단풍잎 위에 누운 4짜 붕어와 천류사의 운명 낚싯대.

 

 

"여수 붕어 손맛과 때깔 모두 죽여줍니다".

좌측 하류에 포인트한 남원 낚시인 조성필(좌), 양재철 씨가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멀리도 왔지만 덕분에 손맛 제대로 봤습니다".

필자의 안내로 소옥1지를 찾은 회원들이 4짜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좌측부터 함인철, 박종묵, 유준재, 김인오 회원이다.

 

 

현장에서 채집한 밀어를 미끼로 써 4짜 붕어를 낚아낸 필자.

 

 

새벽 2시경 졸린 눈을 비벼가며 찌를 응시했던 김광요 회원이 7칸 대로 올린 40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밤새 꾸준한 입질이 들어와 한숨도 못잤습니다."

사진 촬영 요구에 무거운 살림망을 들어내고 있는 남원 낚시인 양재철 씨.

 

 

양재철 씨가 낚은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좌측 하류에 앉았던 양재철 씨는 39cm를 비롯 마릿수 조황을 누렸다.

 

 

밤낚시를 앞두고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회원들.

 

 

상류 물골자리에 앉은 이광희 회원.

낮에 바닥이 훤히 보이는 자리였지만 밤에 일곱 마리의 붕어가 낚여 갖낚시가 잘 된다는 것을 입증해줬다.

 

 

"여수 붕어의 자태에 푹 빠졌습니다."라며 39cm 월척을 들어 보이는 양재철 씨.

 

 

소옥1지 4짜 붕어의 아름다운 자태.

덩치에 비해 찌올림이 너무 미약했다.

 

 

배수량 측정기.

밤새 2cm에 가까운 배수가 있었지만 조황에는 영향이 없었다.

 

 

"반갑습니다" 필자를 알아보고 인사를 온 남원 낚시인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좌측부터 양재철, 필자, 김정석, 조성필 씨.

 

 

소옥1지의 제방권.

제방을 기준으로 좌우측 끝자락에서 입질이 잦았다.

 

 

소옥1지에서 가장 잘 먹혔던 옥수수 미끼.

스위벨 채비와 얼레채비 등 비교적 예민한 채비에 잦은 입질이 들어왔다.

 

 

소옥1지 연안을 따라 버려진 쓰레기를 모두 수거한 취재팀.

 

 

소옥1지의 평균 마릿수 조과.

주종이 27~29cm이며 가끔 4짜 초반의 붕어가 섞여 낚인다.

 

상류에서 바라본 소옥1지.

2016년 겨울에 준설작업해 상류도 수심이 깊은 것이 특징이며 겨울에도 적당한 탁도를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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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내봉지

낚이면 8치 이하는 없고

“80cm 장찌 자빠뜨리는 입질 환상적”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팀장]

 

예전 90년대에는 호남의 최대의 붕어 곡창지대로 고흥지역 붕어터가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멀리 수도권에서도 원정낚시 1번지로 자리매김 했던 시절이 있었다.

주말이면 버스까지 대절해 살림망을 채워가던 시절이다. 그 당시 인기 있었던 붕어터로 해창만수로와 봉암지, 내봉지, 점암지가 대표적이다. 그 후 세월이 지나 전남 서남부에 간척호수인 영암호와 금호호의 급부상으로 빛을 바랬고, 고흥은 현재 광주 · 전남 낚시인들의 차지가 되어있다.

타 지역보다 배스와 블루길 유입이 늦어 현재 참붕어와 새우를 이용한 생미끼 낚시도 구사할 수 있는 곳이 아직도 많다.

추수가 임박해지는 9월 하순. 이번 조행은 생미끼를 사용할 수 있는 낚시터에서 하룻밤 낚시를 해보기로 하고 정보를 수집하는데 고흥에 거주하면서 화보 팀으로 활동 하고 있는 김동관 회원이 고흥 내봉지를 추천해줬다.

내봉지에서 지난 8월부터 월척이 섞인 28cm 전후의 준척급 붕어가 지속적으로 낚여 올라와 이 정보를 아는 사람들만 조용히 드나들면서 빼먹고 있어요

사실 김동관 회원이 수차례에 걸쳐 내봉지 조황 소식을 알려왔지만 지레짐작으로 녹조가 많고 붕어 씨알이 잘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에 귓등으로 듣고 말았다.

 

90년대 원정낚시 1번지의 내봉지 명성

926일 아침에 내봉지를 찾았다.

필자가 2014년도에 이달의 추천터로 소개한 이후 처음으로 출조한 것이다.

내봉마을에서 올라가면 첫 번째 제방이 남쪽 제방이고 더 올라가면 중류에 갈대와 크지 않는 버드나무 군락 지점이 있다.

이곳이 새우빨이 좋은 내봉지 최고의 포인트로 몇 해 사이에 낚시가 불가능할 정도로 버드나무가 왕성하게 자라 숲을 이루고 있어 포인트로는 적합하지 않았고 진입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두 번째 제방인 북쪽 제방을 지나면 양수장 건물이 나오고 양수장 뒤편에 주차가 용이해 낚시인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다.

아침 8. 주차된 차량이 몇 대 보여 제방을 오르니 낚시인들 세 명이 철수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전날 밤에 1박 낚시를 했던 광주낚시인 손영권 씨와 강형식 씨 일행이다.

낚시춘추 취재 목적으로 왔다고 하자 고맙게도 흔쾌히 취재에 협조를 해줬다.

양수장 인근에서의 낚시는 분매수로에서 물을 퍼 올릴 때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낚시를 자제 시키는 곳인데 이들은 양수장과 멀리 떨어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손영권 씨는 오후 2시 반경 도착해 대를 폈는데 낮 시간에는 꿈쩍하지 않던 찌가 밤 케미를 꺾으면서부터 입질이 몰아쳐 순식간에 몇 마리를 건져 올렸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또 내봉지하면, 의레 생미끼가 잘 먹힌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뒤늦게 출발한 지인에게 부탁해 광주에서 새우를 공수 해 왔다고 했는데 막상 채집망을 담가보니 쓸 만큼의 굵은 새우가 채집되었다고 했다. “하룻밤 낚시를 해 보니 미끼에는 가리지 않고 입질을 해주는데 그래도 새우에 입질이 빠른 것 같습니다. 80cm길이의 장찌를 다 올리고 자빠뜨릴 정도로 찌올림이 환상적이었습니다.”하고 말했다.

3.8칸 이상의 긴대를 펼쳐야 밑걸림이 없고 잦은 입질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내봉지 제방에는 3.8~4.0칸 거리까지 보조 제방이 있어 아마도 보조제방 끝선의 턱을 오르내리는 붕어가 낚이지 않았나 싶었다.

 

채집망 던지자 굵은 새우와 참붕어가

살림망을 들춰보니 32~38cm의 월척 몇 마리가 들어있었다. 다른 일행들도 적게는 예닐곱 마리에서부터 많게는 십여 수의 붕어를 낚아 담아놨는데 8치 이하의 붕어는 없을 정도로 씨알이 대체적으로 굵게 낚였음을 알 수 있었다.

붕어 조황을 확인한터라 마음이 급해졌다. 포인트를 잡기 위해 남동쪽 묵은 밭자락 연안을 살피는데 모두 높은 언덕배기로 낚시 자리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몇 자리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쉽게 하룻밤 낚시를 즐길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수심을 체크해보니 3.5~4m로 깊었다. 경험에 비춰보면 수중에 침수수초인 말즘이 자라던 지역이었지만 특공대로 긁어보니 아무것도 걸려 나오지 않고 바닥이 깨끗했다.

깔끔한 바닥 상태여서 미끼는 새우보다는 글루텐 계열의 떡밥이 먹힐 것이라는 판단에 회유하는 붕어를 붙들어 놓기 위해 마르큐사의 코이고코로떡밥을 뭉쳐 열 댓번씩 헛챔질을 해줬다.

미끼용으로 페레글루텐을 달아 입질을 기다리는데 오전 11시를 넘겨서 첫 입질이 왔다.

28cm 정도의 준수한 씨알의 붕어였다.

낮 시간 참붕어를 채집하기 위해 채집망을 담갔는데 굵은 참붕어와 새우가 채집되었다.

밤낚시를 대비해 휴식을 취한 후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오후 5시 반 밤 케미로 바꾸었다.

글루텐을 달아 찌를 세우는데 찌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수면에 누워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에 챔질을 해봤다. 뭔가 낚였음을 알 수 있었다.

수심 4m로 깊어서 그런지 손목에 전해오는 힘이 대단 했다. 뜰채에 담겨진 붕어는 33cm 월척이었다.

옆 자리 유준재 회원도 케미를 꺽을 무렵부터 붕어의 파상적인 입질을 받아 순식간에 일곱 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 그가 낚아낸 붕어의 최대 사이즈는 37cm.

초저녁에 빗발치던 입질은 밤 10시에 북풍이 한번 몰아치더니 거짓말처럼 입질이 뚝 끊겼다. 아예 말뚝처럼 찌가 서 있을 뿐이었다.

 

초저녁에 순식간에 월척 7마리

11시를 넘기면서 건너편 북쪽에 마늘밭 포인트에 앉았던 김동관 회원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그쪽 상황을 물어보니 김동관 회원은 초저녁부터 미동도 하지 않던 찌가 밤 9시를 넘기면서 꾸물거리는 입질만 있을 뿐이지 시원스레 올려주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혹시나 하고 꾸물거리는 찌를 보고 살짝 챔질해봤더니 신기하게도 붕어가 바늘에 걸려 나와 줍니다.”라고 말했다.

이쪽 상황과는 극과 극을 달리는 셈이었다.

김동관 회원의 자리는 수심이 1.5~2m로 비교적 앝은 수심 대였다. 붕어들이 초저녁엔 깊은 수심 대에서 입질을 활발하게 해준 반면, 밤이 깊어갈수록 얕은 수심 대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듯 보였다.

미끼를 글루텐에서 죽은 새우와 산 지렁이로 바꿔봤다. 그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동자개가 낚여 올라왔다.

10시부터 끊긴 붕어 입질이 새벽 2시부터 살아나기 시작했다.

글루텐 미끼를 작으면서도 무르게 바늘에 달았더니 찌를 서너 마디 올려줬다. 지난달 담양의 오례천에서 경험을 통해 알았던 노하우다.

입질이 약해 찌올림이 크지 않을 때는 글루텐 환의 크기를 작고 무르게 달면 효과적이었다.

찌를 넘어뜨릴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하게 챔질로 이어질 수 있도록 찌톱 서너 마디를 올려줘 쉽게 챔질 타이밍을 잡을 수 있었다.

차츰 여명이 맑아 사물이 구분이 될 시간인 아침 5시 반, 제방 너머에 봉덕마을에선 닭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살림망에는 월척 6마리와 준척급 붕어로 20여 마리가 차곡차곡 담겼다.

더 이상의 낚시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촬영을 위해 김동관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월척 포함해 열 댓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는데 찌올림이 약해 손맛은 봤어도 찌맛은 보지 못해아쉬운 낚시였다고 했다.

아침 8. 마지막 촬영을 위해 동남쪽 산자락 밑에 포인트 했던 장윤호, 오재심 부부를 만났다. 밤낚시를 마치고 슬슬 철수준비 하고 있었다.

인근의 풍양면에서 살고 있으면서 집 주변 낚시터들을 자주 찾는다고 했는데 내봉지에서는 지난 910에 내봉지를 찾아 50마리까지 낚아봤다고 했다.

이곳 내봉지는 붕어의 개체수가 엄청 많은 곳입니다. 한 여름에는 잔 씨알의 붕어가 낚이는 반변,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크면 그 만큼 붕어의 씨알도 커진다고 보면 됩니다. 시골에 살다보니 글루텐등 떡밥류는 구 할 곳이 없어 오로지 옥수수만 사용하는데 옥수수 알갱이 한 줌 뿌려주면서 입질을 기다리면 어김없이 입질을 해줍니다라고 말했다.

최대어는 해질녘에 부인인 오재심 씨가 낚아낸 36cm이었다.

아침 9. 철수를 위해 밤사이에 낚아낸 붕어를 한 곳으로 모아봤다.

화보팀 세명이서 낚아낸 월척만 해도 17마리였고, 나머지 마릿수 붕어들 또한 24~29cm로 대체적으로 굵게 낚인 조황이었다.

이후 지난 108일 유준재 회원이 다시 출조해 32~34cm 월척만 여섯 마리나 낚아냈다고 알려왔다.

내봉지 호황은 10월 중순 현재 계속 진행 중이다.

 

내봉지는?

만수면적 1149백 평 규모의 평지지로 최고 깊은 수심이 4m에 이른다.

인근의 분매수로에서 물을 퍼 올려 담수하는 양수형 저수지로 1988년도에 인근의 봉암지와 함께 축조되었다.

1962년부터 한센인들이 3년 동안 소록도 북쪽 풍양반도에서 도양읍 봉암반도까지 2km가 넘는 바다를 메워가며 오마방조제를 축조했고 염분이 빠지면서 농토로 거듭난 간척지로, 한센병 환자들의 아픔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간척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지가 내봉지와 봉암지이다.

1988년 완공 이듬해부터 붕어가 낚이기 시작해 90년대 초 중반에는 새우와 참붕어 미끼에 월척 사태가 난 이후 유명해진 저수지이다.

현재까지도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지 않는 토종터로 잡어가 많지 않고 생미끼 낚시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내봉지에서 낚시는?

내봉지 미끼 패턴

자생새우, 죽은 새우에 입질빨라

전통적으로 내봉지에서는 살얼음이 얼기 전 늦가을까지 낚시가 잘되는 곳으로 추워질수록 씨알도 굵게 낚이는 특징을 보인다.

포인트는 주로 제방지역에 형성되지만 양쪽 연안에는 몇 해 동안 낚시인들이 찾지 않아 남아 있는 생자리가 곳곳에 있어 조금만 노력하면 훌륭한 포인트를 선점할 수 있다.

생미끼 낚시는 주로 새우를 사용한다. 새우는 밤에 채집되는 것은 씨알이 작고 낮에 채집되는 새우가 의외로 굵다. 참붕어 미끼를 사용해 낚시를 해 보았지만 이렇다 할 입질을 받지 못했으므로 참붕어보다는 새우, 그 중에서도 죽은 새우에 입질이 빠르다.

더불어 글루텐과 옥수수도 잘 먹힌 곳이다.

입질 시간대는 초저녁과 새벽 2시부터 동틀 때까지가 피크인데 한 마리가 낚이면 몰아치기도 낚이는 경향이 짙다.

내봉지가 내키지 않는다면 직선거리로 2.5km 지점에 위치한 봉암지도 둘러도 좋다. 하절기에는 잉어치어가 귀찮게 하지만 어분이 섞이지 않는 글루텐을 사용한다면 마릿수 붕어 조황을 누릴 수 있다.

 

가는 길남해고속도로 고흥 나들목을 나와 15번 국도를 이용해 고흥읍 방향으로 41km를 가면 도덕교차로이다. 여기에서 우측 지방도를 따라 800m를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내봉마을쪽으로 좌회전하여 2.3km를 가면 우측에 내봉마을이고 내봉 마을 앞 길을 이용해 700m를 가면 내봉지 제방에 닿은다.

 

내비게이션 주소전남 고흥군 도덕면 봉덕리 2466-2

 

내봉지 양수장 포인트 전경.

진입이 수월하고 마릿수 붕어를 낚을 수 있는 포인트로 낚시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포인트다.

 

 

내봉지 북쪽 제방.

제방 너머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을 등지고 낚시할 수 있는 구간으로

보조 제방을 타고 오르내리는 붕어의 입질이 잦은 곳이다.

 

 

광주 낚시인 손영권, 강형식 씨가 밤낚시로 낚아낸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새우와 옥수수 등 다양한 미끼로 환상적인 찌올림을 만끽했다.

 

 

내봉지에서 채집된 새우와 참붕어.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는 내봉지는 새우빨이 좋기로 유명하다.

 

 

필자가 월척붕어를 낚아낼 때 사용한 마르큐사의 페레글루글루텐 떡밥이 입질이 가장 빨랐다.

 

 

수심 4m에서 월척 입질을 받은 필자.

째는 힘이 일품이었다.

 

 

내봉지 북동쪽 제방 끝자락에 있는 내봉양수장.

내봉지는 인근 분매수로에서 물을 퍼 올려 담수한다.

 

 

초저녁에 몰아치기로 월척을 낚았던 유준재 회원이 철수가 임박한 오전 시간에 마지막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김동관 회원의 하룻밤 조과.

글루텐에 집어가 되자 밤새도록 입질이 이어졌다.

 

 

오랜만에 힘 꽤나 쓰는 붕어를 낚아봤습니다.”

수심 4m에서 낚아낸 월척붕어를 들어 보이는 김동관(왼쪽), 유준재 회원.

 

 

언제나 부부가 함께 출조길에 나선다는 고흥 낚시인 장윤호, 오재심 부부.

이날도 37cm 월척을 비롯 마릿수 붕어 손맛을 봤다.

 

 

취재를 마치고 인근의 도덕면 소재지 경성식당에서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백반이 인기가 높다.

내봉지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이다.

 

 

내봉지 남쪽 제방에서 바라다 본 전경.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클수록 붕어의 씨알도 굵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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