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남녘 수로낚시터 탐사

영암호 최상류

해남 옥천천이 명당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사외이사 · 필드스탭 팀장]

늦가을로 접어들면서 농민들은 들녘에서 여문 곡식을 거두어들이고 나자 축사에서 사료로 쓰일 볏짚 정리가 분주하다.

낚시인의 처지에서 보면 한적하게 수로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때가 도래되었다는 의미와 같은 말이기도 하다.

최근 호남지방에서는 허리급 붕어와 4짜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면서 호조황을 보이는 곳은 고흥의 장동지, 영암의 금지지 등으로 저수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겨울 낚시하면 으레 수로낚시를 최고로 치는 낚시인들도 많아 이번 취재는 영암호와 금호호 등 수로를 돌아보면서 붕어 조황을 살피기로 했다.

그래서 몇 해 전 마릿수 준 · 월척 붕어로 손맛을 봤던 영암호 상류의 옥천천을 이번 취재장소로 정했다.

 

영암호 최상류이자 옥천천 최하류

옥천천은 해남군 옥천면 백호리에서 발원한다. 백호저수지를 거친 물줄기가 북동쪽으로 흐르고 흑천리에서 북서쪽으로 흘러 마산면 맹진리에서 영암호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영암호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영암호의 최상류이자 옥천천 최하류다.

이곳 옥천천에서는 봄철 산란기 때 붕어가 대거 거슬러 올라붙어 호조황을 보이며 여름철에는 마름으로 뒤덮여 낚시할 수 없지만 마름이 삭을 때인 가을부터 다시 씨알 굵은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는 특징이 있다.

지난 1022일 아침 9. 함께할 취재팀과 같이 옥천천을 찾았다.

제방에 올라서니 낚시인들의 출입 흔적이 전혀 없었다. 제방을 내려가 둔치를 지나 낚시가 가능한 물가까지는 짧은 곳은 20m, 먼 곳은 80m에 이르렷다.

동물들도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우거진 잡풀과 갈대 군락을 예초기를 사용해 진입로를 확보해 진입하는 게 만만치 않아 보였다. 겨우 오솔길을 만들어 진입해 보니 그럴듯한 포인트가 나타났다.

함께한 회원들의 자리도 확보해야 해서 진입로를 T자로 만들었다. 마름은 거의 삭아 내려 흔적만 보일 뿐 별도의 수초제거 작업은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연안에서 뻗어 나간 줄풀을 제거해야 했다. 바자 장화를 착용하고 들어가 보니 바닥의 흙이 모래가 많이 섞인 사토질이었다. 옥천천에서 흘러든 흙모래가 그대로 쌓여 강바닥처럼 단단하게 쌓였다는 판단이 들었다. 바닥이 이렇다면 떡밥낚시가 주효할 것이라 생각했다.

네 칸대 낚싯대를 꺼내 수심을 점검해보니 겨우 50~60cm 정도 나왔다. 대행이 물색이 뻘물이라 연안으로 충분하게 붕어가 회유할 것 같았다.

특공대로 바닥을 긁어보니 북서풍의 바람의 영향으로 삭은 마름 줄기가 밀려와 가라앉은 듯 바닥은 마름 줄기로 엉켜 있는 게 확인됐다.

낚싯대 길이를 조절해가며 비교적 깨끗한 바닥을 찾아 두 시간 넘게 낚싯대를 세팅하며 찌를 세웠다.

수심이 얕아 캐스팅할 때 자꾸만 채비가 엉켜 8자 고리를 찌 목에 달아 원줄과 일체가 되도록 채비를 만들었더니 캐스팅이 한결 수월했다.

 

이상현 회원 “세 대가 바쁠 정도로 몰아치기로 붕어가 낚였습니다”

낚싯대를 모두 펼쳐놓고 전날 들어 왔던 이상현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필자보다도 오른쪽 상류 400m 지점에 포인트 한 그는 하룻밤 낚시에 서른 마리가 넘는 붕어를 낚아 놓고 있었다.

이상현 회원은 어제 해 질 무렵부터 붕어가 간간이 낚여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어느덧 여명이 밝아 올 즈음이 되자 낚싯대 세 대가 바쁠 정도로 몰아치기로 붕어가 낚였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도 주지 않고 계속 입질을 해줘 낚시하면서 제발 입질 좀 그만 왔으면 하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 볼 정도였습니다라고 말했다.

들춰 보여준 살림망에는 31~34cm 정도의 네 마리의 월척과 28~29cm 준척급 붕어가 엄청나게 들어 있었다.

이상현 회원은 경원 F&B사의 옥수수어분글루텐으로만 붕어를 낚아냈다고 했다.

이상현 회원의 조황 소식이 알려지면서 회원들도 기대감에 낚시에 몰두했다.

상류의 조황을 살피고 필자의 자리로 돌아오자 두 개의 찌가 서로 엉켜 둥둥거리고 있었다.

찌가 움직이는 것으로 봐서는 붕어가 달려 있다는 이야기다. 4.6칸대의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바늘에는 32cm의 월척이 걸려 있었다. 미끼는 글루텐이었다.

정오를 넘기면서 북풍이 일기 시작했다. 좌측 부들 가까이에 바짝 붙인 찌가 예신을 보였다. 찌끝이 꼼지락거릴 뿐 10여 분을 넘게 좀처럼 올리려 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반 마디도 채 되지 않는 찌 올림을 보고 살짝 챔질해 봤다. 그랬더니 뭔가 후킹이 되면서 순간적으로 부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결국, 부들 줄기를 뒤집어쓴 채 끌려 나온 녀석은 월척에서 살짝 빠지는 29.5cm의 붕어였다.

낚아낸 붕어를 살림망에 넣으면서 정면의 4칸대의 찌를 보니 물결에 흔들리는 것인지 입질이 왔는지 헷갈리게 미동이 있었다.

60cm밖에 안 되는 수심이라 입질이라면 살짝 올리든지, 아니면 옆으로 끌고 가리라 생각하며 기다려봤다.

미끼를 갈아줄 겸 반 마디 정도로 가지고 놀던 찌를 살짝 챔질해 봤다. 뜻밖에 이번에도 붕어가 후킹이 되어 옆으로 째는 힘이 상당했다. 크기는 29cm.

 

깐죽대던 입질이 모두 붕어였다니

지금까지 깐죽대던 입질이 모두 붕어 입질이었나 보다 생각하며 두 마디를 내어놓은 찌톱을 거의 수면에 잠길 정도로 찌 스토퍼를 내려 수면에 케미가 살짝 걸치도록 했다.

그랬더니 수면에서 조금이라도 돌출되어 꼼지락거리는 찌를 보고 챔질하면 거의 100% 붕어가 올라왔다.

아직은 냉수대가 형성된 게 아니지만,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입질이 약했다.

아마도 바닥에 깔린 삭은 마름줄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우측에 자리했던 최원재 회원이 필자에게 다가오더니 한두 마디라도 찌 오름을 기대했지만, 찌가 미동도 하지 않는데 챔질해보면 붕어가 걸려 낚였습니다.”하고 말했다.

최원재 회원도 같은 입질 패턴을 경험하고 있던 것이다.

오후 5시 초저녁 타임을 노리기 위해 이른 저녁을 먹었다. 회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다른 회원들도 입질 자체가 시원치 않다고 했다.

깐죽거리는 입질에는 챔질 타이밍 잡기가 어려웠지만, 살짝이라도 끌고 가는 입질에는 어김없이 붕어가 걸려 나왔다고 했다.

밤낚시로 돌입하면서부터는 찌 보기가 한결 수월했다. 어둠 속 수면에 걸쳐진 찌 불이 예신 처럼 살짝만 움직임에도 챔질해보면 무조건 붕어였다.

9. 상류쪽에 앉았던 이상현 회원이 허리급 월척을 낚았다며 알려왔다. 밤 사진이 필요해서 포인트로 가봤다.

이상현 회원은 낮에는 살치의 파상공세로 낚시를 거의 포기했었는데 어두워지면서 붕어가 낚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계측 결과 35cm의 준수한 씨알의 월척이었다.

우측에 자리했던 최원재 회원도 연신 붕어를 끌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미진한 찌 놀림에서도 적절하게 챔질 타이밍을 잡아 챔질하고 있었다.

본류권에 자리한 회원들은 모두가 손맛을 보고 있었지만, 늦게 해가 질 무렵 도착했던 이광희 회원과 함인철 회원은 자리가 없어 본류와 연결된 농수로에 자리했지만 이렇다 할 입질을 못 받고 있었다.

여명이 밝아 올 즈음 밤새 쉴 새 없는 붕어 입질에 지쳐 잠시 졸고 있는데 이광희 회원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이광희 회원은 낚시터에서 가끔 시를 적어 보내곤 하는데 문학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 기다림 - (해안 이광희)

기대 반 설렘 반,

까만 밤 하얗게 뜬눈으로 지새우며 잔뜩 웅크려지는 몸.

따뜻한 커피 한 잔에 몸 녹이고,

짙게 깔린 아침 물안개 사이로 황금들녘 여명이 밝아오는데

한 무리에 참새떼들 재잘거리며 허수아비에게 인사하고

강 건너 고추밭에 내려앉는다.

옆 조사님 힘찬 챔질 소리 나도 분주하게 미끼 갈아 끼워 넣는다.

콩닥콩닥 아린 가슴으로 찌 끝을 바라보며

언제나 올려줄까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밤새 조용히 네게 다가와 옛 추억 이야기를 들려주던 새벽이슬은

헤어지기 못내 아쉬운 듯 풀잎마다 눈물방울 맺어놓고 떠날 준비 한다.

따뜻한 아침 햇살이 온몸으로 퍼져온다.

기다리는 입질은 다음 출조 때나 오시려나.

 

한 번 올리면 몰아치기로 낚여

아침 시간. 지난밤의 전체적인 조황을 살피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각 포인트를 점검해봤다.

회원 중 가장 돋보이는 손맛을 누린 회원은 이상현 회원이었다.

이상현 회원은 반얼레채비에 경원 아쿠아텍X와 향버거로 집어시키고, 경원 옥수수어분글루텐으로 주 미끼로 사용했다.

월척 이하의 붕어는 깔짝거리는 입질이 많았고, 월척 이상의 붕어는 찌톱을 살짝 올려주거나 순식간에 찌를 끌고 가는 게 많았습니다. 붕어가 한 마리 낚이면 연속해서 몰아치기로 낚이는 경향이 짙었어요하고 말했다.

살치 공격이 심할 때는 채비를 회수하지 않고 그대로 뒀는데 살치가 글루텐을 뜯어먹고 바늘에 조금만 붙어 있어도 붕어의 입질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붕어의 개체수가 많으며 활성도가 좋았다고 했다.

하류 쪽에 자리한 김영석 회원은 해 질 녘에 도착해 생자리를 개척하지 못해 수문과 연결된 수로에 앉았다. 김영석 회원 역시 열댓 마리 정도의 손맛을 봤는데 가장 큰 씨알이 36cm였다고 했다.

오전 10. 이제 철수할 시간이 도래됐다. 월척만 열댓 마리이고 월척에 육박한 붕어가 많이 낚였다.

취재 목적이 가을철 수로낚시 탐방이었지만 예상 외로 호조황의 붕어를 만났다. 가을부터 겨울로 이어지는 수로낚시터로 옥천천은 큰 기대를 안겨주었다.

 

해남 고천암호는 조황이 좋긴 하지만

지난 115일엔 해남 고천암호를 돌아보았다.

고천암호에서 상류로 이어지는 해남천 수로 줄기에는 많은 낚시인이 포진하고 있었는데 월척과 준척급 붕어로 낚아 놓고 있었다.

우리 취재팀은 짜장수로아래 본류에서 하류를 바라보며 하룻밤 낚시를 해봤다. 빵 좋은 27~29cm 붕어가 주종으로 낚이면서 간간이 턱걸이 월척 붕어도 낚을 수 있었다.

운동도 할 겸 자전거로 한 바퀴 돌며 살펴봤는데 곳곳에 낚시인들이 있었다.

그만큼 붕어가 낚인다는 이야기인데 아쉽게도 매년 겨울철만 되면 찾아오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벌써 낚시인들의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네비게이션 주소전남 해남군 마산면 외호리 1069

 

영암호 최상류 마산면 외호리 연안.

여름철 무성했던 마름이 삭아내리자 낚시 여건이 좋아지면서 마릿수 붕어가 낚이고 있다.

 

 

해남 옥천천에서 이상현 회원이 혼자서 낚아낸 붕어 조황.

월척과 준척급으로 쉴 새 없는 입질을 받아 손맛을 봤다.

 

 

해남 옥천천에서 낚은 월척 붕어를 들어 보이고 있는 최원재 회원.

 

 

해남 옥천천 들녘.

추수를 앞두고 황금물결이 일렁였다.

 

 

이상현 회원이 밤 9시경 해남 옥천천에서 낚은 35cm 월척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해남 옥천천에서 꿈틀거리며 예신을 보이고 있는 찌를 보며 챔질 준비를 하고 있는 정의철 회원.

 

 

글루텐을 먹고 바늘에 걸려 낚이고 있는 준척 붕어.

낚이는 붕어는 모두 27cm 씨알이 가장 많았다.

 

 

해남 옥천천에서 가장 잘 먹히던 글루텐과 옥수수.

특히 글루텐으로 집어가 되면 쉴 새 없는 입질이 이어졌다.

 

 

해남 옥천천과 연결된 농수로.

옥천천에서 유입된 붕어가 많았다.

진입이 수월한 게 장점으로 짧은 대에 잦은 입질이 들어왔다.

 

 

이번 취재에서 가장 돋보이는 붕어 조황을 누린 이상현 회원이

자신이 낚은 월척 붕어 두 마리를 보여주소 있다.

 

 

옥천천과 연결된 농수로 포인트에서 턱걸이 월척을 낚아낸 이광희 회원.

 

 

필자가 해남 옥천천에서 사용한 스위벨채비.

마르큐 페레글루텐과 경원F&B 옥수수어분글루텐을 반반 섞여 사용했다.

 

 

이상현 회원 혼자 낚아낸 붕어를 펼쳐 보인 뒤 회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좌로부터 유준재, 정의철, 이상현 회원.

 

 

낚시 전 5분, 철수 전 5분 쓰레기 청소!!

해남 옥천천에서 수풀 속까지 뒤지며 쓰레기를 수거한 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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