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보성 덕산지

팔이 아파 더 이상 낚시를 못하겠다고?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팀장]

 

지난 5월 말 광주의 붕어낚시 동호회인 호남골붕어와 빛고을의 연합정출 때 인연 맺은 호남골붕어 카페지기 유동철 씨로부터 매우 좋은 제안 하나를 받았다.

유동철 씨는 호남골붕어 카페 활성화 차원의 이벤트로 이삼십 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붕어낚시대회를 개최하니 취재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근래의 낚시터를 둘러보면 20~30대 붕어낚시인은 거의 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갈수록 젊은 낚시인들이 붕어낚시로 유입되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는데 유동철 씨 역시 필자와 같은 생각으로 이번 대회를 기획했다고 한다. 흔쾌히 취재를 약속했다.

대회날인 지난 622.

새벽부터 차를 몰아 대회 장소로 정한 보성군 조성면 대곡리에 있는 대곡지로 향했으나 상황이 좋지 못했다.

나는 일찍 도착해 낮낚시를 해볼 생각이었지만 물이 너무 많이 빠져 있었다.

5칸 대 거리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 한두 곳 정도야 포인트가 나오지만 많은 인원이 동시에 낚시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장소를 인근의 덕산지로 변경했다.

옮겨간 덕산지 역시 배수가 진행 중이었고 수위는 만수위 기준 65%. 그러나 대곡지에 비해 낚시가 가능한 포인트가 많아 이곳을 대회장소로 낙점했다.

 

떡붕어터에서 토종터로 변신

덕산지는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예당리에 위치하며 2번 국도와 붙어 있어 찾기가 쉽다.

1975년에 축조됐으며 수면적 82천여 평의 준계곡형 저수지이다. 현지인과 광양, 순천꾼들에게는 현지 지명을 딴 예당지로 더 친숙하다.

제방 길이만 462m에 달할 정도로 길어 득량만 간척지 논농사의 주 수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1990년 전후로 향어 양식 가두리가 들어서 향어낚시터로 인기가 높았고 수년 전까지 떡붕어 자원도 많았던 곳이다.

현재는 토종붕어 비율이 훨씬 높아졌지만 지금도 초봄에는 대물 떡붕어를 노리는 전층낚시인들로 붐비고 있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며 어젯밤 낚시한 밤낚시인들의 조황을 확인해보니 1인당 낱마리부터 20여 마리에 이르는 붕어들이 들어 있었다. 월척보다는 7~9치급 붕어가 주류였다.

필자는 제방 우측 2번 국도변에 위치한 예당 소공원(小公園) 아래 전망대 밑에 자리를 잡았다. 만수위 때는 진입이 어려운 곳이지만 물이 빠진 덕분에 진입 할 수 있었다. 수심은 2m. 다행이 지난해 갈수 때 자란 육초는 걸려 나오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바닥은 깔끔했다.

새벽에 들렸던 대곡지에서 채집한 새우를 꿰어 찌를 세우자 요란스럽게 찌가 움직였다. 블루길의 소행임이 분명했다.

챔질하자 작은 블루길이 발버둥치는 느낌이 전달됐는데 그와 동시에 낚싯대 끝이 갑자기 물속으로 끌려가 당황했다.

 

갑자기 낚싯대가 물속으로 끌려가 당황

놀라서 낚싯대를 세우자 엄청난 힘이 전달됐다. 그 순간 가물치가 블루길을 덮친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외로 올라온 녀석은 45cm나 되는 큰 배스. 배스의 목구멍에는 방금 먹힌 블루길 꼬리가 보였다.

2013년도 화보 촬영 당시만 해도 배스는 없었고 블루길만 많았었다. 그러나 현재는 블루길 개체는 줄고 배스 자원이 늘어난 것이 눈길을 끌었다.

12시가 지나자 호남골붕어 회원들이 하나 둘씩 저수지에 도착했다. 그런데 20~30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낚시대회로 보기에는 인원수가 너무 적었다.

유동철 씨는 카페 공지를 통해 젊은 회원들의 참가를 독려했으나 갑작스럽게 사정들이 생겨 네 명 밖에 오지 못했다며 미안해했다. 그 대신 응원단으로 40~50대 회원 열댓 명이 참석했다.

이쯤 되면 낚시 대회가 아닌 미니 정출이 되어 버린 샘. 결국 애초의 기획은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일반 출조 현장으로 전환해 덕산지 붕어낚시를 취재하기로 했다.

 

미끼는 작은 글루텐 환()

취재일 덕산지는 막바지 모내기철을 맞아 소량의 배수가 이어지고 있었다. 연안에 꽂아 둔 막대기의 표식이 2cm 가량 드러나 있었다.

아침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미리 전경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상류로 가봤다.

상류에는 지난해 갈수기 때 자란 굵은 육초가 빼곡히 자라 있었다. 낚시인들은 그나마 육초가 적은 지역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좌안 최상류 지역에 앉은 호남골붕어 김학종 회원의 포인트가 유난이 돋보였다. 뗏장수초와 수몰된 버드나무, 그리고 삭은 육초줄기까지 어우러져 붕어 포인트로는 환상 그 자체였다.

김학종 회원은 낮 12시에 도착해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며 앉을만한 포인트를 살펴보다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의 수풀을 헤치고 들어가 이 포인트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날 덕산지에서 본 최고의 포인트였는데 밤낚시 조과가 한층 기대되는 곳이었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밤 8시경. 케미를 밝히자 폭풍 입질이 시작됐다.

덕산지는 대물터라기보다는 마릿수터로 유명해 7~8치급이 많이 낚인다. 그래서 나는 글루텐을 둥근 환()처럼 작게 만들어 바늘에 달았고 이 미끼에 8치급이 연달아 올라왔다. 그리고는 곧이어 34cm의 월척까지 낚았다. 배스터 치고는 체고가 높지 않는 붕어였다.

 

김윤건 회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스레를 떨며 하는 말이

팔이 아파 더 이상은 낚시를 못하겠습니다였다.

 

케미 밝히자 시작된 폭풍 입질

어느덧 밤이 깊어가면서 폭풍 입질은 사라졌고, 1시간에 서너 마리씩 올릴 수 있었다. 씨알은 여전히 7~9치급이 주종이었다. 나의 우측에 자리를 잡았던 오경만 회원도 꾸준히 입질을 받는지 간간이 물보라 소리가 들렸다.

오경만 회원은 바닥이 육초로 찌들어 있어 깨끗한 바닥을 찾다보니 낚싯대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겨우 세 대 밖에 못 폈습니다. 하지만 월척은 아니어도 중치급으로 잦은 입질이 들어와 손맛을 진하게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새벽 4시나 되었을까? 9시경 도착한 탓에 제방 무넘기 인근 포인트에 앉았던 김윤건 회원에게 전화가 왔다.

너스레를 떨며 하는 말이 팔이 아파 낚시를 못하겠습니다.” 였다.

10시부터 낚시해 지금까지 40마리가 넘는 붕어를 낚았다는 것. 그 중 월척은 3마리. 수심 2m였고 모두 옥수수 미끼만 사용했다고 한다.

김윤건 회원은 올 해 24살로 광주 얼레붕어낚시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 화보 팀에 합류한 젊은 낚시인으로서 매번 화보촬영 때 마다 두각을 나타고 있다.

 

수년 전 방류한 붕어 치어가 자라 낚이는 듯

아침 8시 무렵 낚시인들이 모두 본부석에 모였다.

이날은 오전부터 비가 내릴 예정이어서 서둘러 철수할 준비를 했다. 본부석에 서너 명의 낚시인이 올린 붕어만 쏟아 놓았는데도 족히 100마리는 넘는 듯 했다. 그중 월척은 10마리. 가장 큰 놈이 35cm였다.

최고의 마릿수 조황을 누렸던 사람은 김윤건 회원으로 총 60마리가 넘는 붕어를 올렸다.

참고로 이번에 올라온 붕어들은 씨알이 비슷하고 원래 있었던 붕어들과는 체형도 약간 다른 것이 특징이었다. 아마도 몇 년 전 저수지 준설 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방류한 붕어들이 잘 자라서 현재 낚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보성I.C를 나와 보성방면으로 좌회전하여 24번 국도를 이용 4km를 가면 초당교차로이다. 이곳에서 순천방면으로 2번 국도를 따라 8km를 가면 예당사거리가 나오고 우측에 덕산지 수면이 보인다.

 

내비게이션 주소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예당리 1057-2



제방 무넘기 부근에서 바라본 덕산지 전경.

해 질 녘에 도착한 김윤건 회원이 서둘러 대편성을 하고 있다.


취재일에 가장 많은 마릿수 조과를 올린 김윤건 회원.

옥수수 미끼로 밤새 입질을 받았다.


물속에 대물좌대를 설치하고 수중전을 펼치고 있는 낚시인.


호남골붕어 박백석 회원과 김용제(빨간모자) 회원이 취재일 조황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필자가 덕산지에서 사용한 마르큐사의 페레글루텐 미끼.

작은 환() 크기로 만들어 썼다.



덕산지 소공원에 본부석을 차린 화보팀과 호남골붕어 회원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철수 직전 마지막 입질을 기다리며 찌를 응시하고 있는 이대우 회원.


김학종 회원이 덕산지에서 사용한 스위벨 채비.

예민한 찌맞춤에 잦은 입질이 들어왔다.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본 필자의 낚시자리.


붕어낚시 도중 배스를 낚아낸 필자.

바늘에 걸린 블루길을 큰 배스가 덮쳤다.


낮 시간에 글루텐 미끼로 34cm의 월척을 낚아낸 필자.

배스터 치고는 붕어의 체고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취재일 덕산지에서 올린 붕어를 보여주는 호남골붕어 회원들.

왼쪽부터 김윤건, 이대우, 오경식, 오경만 회원.


밤낚시에 돌입한 김용제 회원이 케미 불빛을 바라보며 챔질을 준비하고 있다.


덕산지에서 올라온 붕어들.

손맛 보기 좋은 7~9치급이 주종으로 낚인다.


촬영을 마친 화보팀과 호남골붕어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했다.


좌안 최상류 육초지대에 낚싯대를 펼친 호남골붕어 김학종 회원.

덕산지의 최고의 포인트로 발품을 팔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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