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회진수로

죽은 새우 쓰니 밤에 마릿수 입질 황홀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주)천류 필드스탭 팀장]

 

최근 호남지방의 조황을 살펴보면, 가장 핫한 곳은 강진 만덕호, 고흥 봉암지, 내봉지, 장흥 지정지 등이다.

그리고 이들 저수지들의 공통점은 해안가 간척지라는 것이다. 해안가와 떨어져 내륙 깊숙이 위치해 있는 일반 저수지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해안가 대형 간척지들에서는 꾸준한 조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언급한 곳 모두 낚시춘추 지면을 통해 몇 차례씩 소개가 된 바 있어 아쉽지만 취재를 포기했다.

때마침 전화로 출조지 추천을 부탁해온 독자들에게 정보를 안내해 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해안가 대형 간척지 조황 꾸준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늦가을로 접어들 때라 아무래도 저수지보다는 수로낚시가 더 나을 듯하여 수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신, 굳이 붕어가 쏟아지지 않더라도 앞으로 가망성이 높은 곳을 1순위로 염두에 두기로 했다.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장흥 회진에 살면서 필자에게 장흥 쪽 붕어조황 특파원 역할을 해 주고 있는 막내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여동생은 뜻밖에도 오빠~!! 회진 가는 길 옆 도랑에 낚시꾼들이 겁나 많은디 붕어가 낚이는 모양인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회진가는 길 옆 도랑이라면 회진수로를 일컫는 말이였다.

회진수로는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천관산(해발723m) 남쪽 자락에 위치해 있다.

1990년 초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꾸준하게 붕어를 토해내던 곳으로 전국에서 낚시인들이 몰린 시절도 있었다.

Y자 형태를 띤 수로로서, 장흥의 특급 대물 붕어터인 포항지, 수동1, 수동2지의 무넘기와 물줄기가 연결돼 있어 큰 비가 내릴 때 붕어들이 유입되는 곳이다.

호남지역에서는 해창만수로 다음으로 유명한 붕어터였으나 영암호와 금호호가 완공되어 전국적인 붕어터로 급부상했고 그 여파로 지금은 낚시인들이 거의 찾지 않는 잊힌 낚시터가 되었다.

 

선발대 김광요 회원이 보내온 낭보

출조일을 며칠 앞두고 광주에서 살면서 화보 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광요 회원을 먼저 선발대로 떠났다.

마침 김광요 회원은 가족낚시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자녀들이 장흥 한우가 먹고 싶다 하여 장흥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그래서 회진수로를 가보라고 했더니 이튿날 37cm의 대물급 붕어의 사진을 보내왔다.

김광요 회원은 아주 옛날 기억을 떠올려 새우를 준비해 미끼로 사용했는데 밤 11시경 중후한 찌올림을 보고 챔질하자 뜻밖에도 이렇게 큰 붕어가 낚였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게 도착한 관계로 밤 9시부터 본격적으로 낚시를 할 수 있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놀아줄 틈이 없었습니다. 턱걸이급 월척 두 마리와 26에서 28센티미터급 붕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왔습니다. 아침에 살림망을 보니 스물 댓 마리가 넘는 붕어가 들어 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조황을 확인한 터라 망설이지 않고 회원들에게 회진수로로 모이라고 주소를 알려줬다.

1024. 새벽에 회진수로에 도착했다. 이틀 전부터 기온이 떨어지면서 차가운 북서풍이 초속7~8m의 세기로 강하게 불었지만 아랑곳 않고 비교적 바람 영향이 적은 덕산교 아래를 포인트로 낙점하고 수정레져의 발판을 폈다.

연안 갈대를 살펴보니 수위가 50cm는 내려간 흔적이 역력했다. 4칸대를 펼쳐 수심을 재보니 80cm~90cm로 균등하게 나왔다.

먼저 붕어의 활성도를 살피기 위해 지렁이를 달아 찌를 세웠더니 찌가 제자리를 잡기도 전에 빨려 들어갔다. 얼떨결에 챔질해보니 낚싯대가 순간적으로 활처럼 휘어졌다.

30cm가 넘는 크기의 배스였다. 예전에는 배스나 블루길등 외래어종은 구경도 할 수 없었는데 인근 저수지들 모두 배스가 유입되면서 회진수로 역시 배스 유입을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과거에는 호남지방에서도 장흥지역은 불법 그물질과 외래어종이 없는 청정 낚시터들이 유독 많아 낚시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는데... 달라진 최근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배스 서식해도 두려워 말고 생미끼 써보라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오전 11. 아침부터 글루텐으로 집어를 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후발주자로 광주에서 출발했던 이신호 회원에게 부탁해 공수해온 새우 미끼로 교체했더니 얼마 안 있어 찌가 점잖게 솟으며 곧바로 27cm 붕어가 올라왔다.

강풍 속에서도 따뜻한 햇살이 수면에 퍼지면서 수온이 올랐는지 한낮부터 입질이 시작되었다.

우측에 김인호 회원도 뗏장수초를 넘겨 세운 찌에서 연신 입질을 받아내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김인호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미끼는 죽어서 하얗게 변색된 새우. 배스가 서식하지만 새우에 배스의 입질은 거의 없다고 했다.

사실, 블루길이 서식하지 않고 배스만 서식하는 낚시터라면 배스를 두려워하지 말고 생미끼를 사용해볼 필요가 있다.

의외로 배스의 입질이 없고 붕어의 입질이 먼저 오기 때문이다.

오후 5시를 넘기자 낚싯대를 치켜세우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불어왔다. 북서풍의 찬바람이었다.

밤낚시에 치중하기로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할 겸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데 필자의 여동생이 장흥 회진에서나 맛볼 수 있다는 된장 물회로 저녁꺼리를 준비해왔다.

된장 물회는 장흥에 와야만 맛볼 수 있다. 득량만 바다에서 갖 잡은 잡고기를 회로 썰어 넣고 시큼한 열무김치와 된장, 식초, 오이, 양파, 마늘, 그리고 매콤한 고추를 넣어 만든 향토음식이다.

맛은 두 말하면 잔소리니 장흥에 오면 꼭 맛보기 바란다.

9. 낮 시간에 그토록 강하게 불어오던 바람이 잠잠해졌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낚시를 할 수 있겠다 싶어 미끼를 새우로 모두 교체했다.

중류 본수로와 포항지 무넘기와 연결되어 있는 샛수로 콧부리에 자리한 이신호 회원에게 전화가 걸려와 받아보니 새우에 찌를 쫘악~짝 올려주는데 모두가 월척 같은 준척급이 낚입니다라고 말하며 새우를 사용해 볼 것을 권했다.

한참을 이신호 회원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 새우를 바늘에 달아 우측 뗏장수초 언저리에 세웠던 3칸대의 찌가 올라와 건들거리고 있어 챔질해보니 역시 29cm 빵 좋은 붕어였다.

이후 좌측 덕산교 위쪽에 포인트 했던 함인철 회원의 자리에서 커다란 물보라 소리가 나 뛰어가 봤더니 60cm급 잉어를 걸어 실랑이 중이었다.

함인철 회원은 “3.8칸대에 지렁이 미끼를 꿰어 뗏장수초 언저리에 찌를 세웠는데 찌놀림이 잉어와는 확연히 다르게 솟구쳐 긴장했어요. 아쉽게도 엄청난 파워만 자랑한 잉어였습니다하고 말하며 허탈해했다.

자정을 넘기면서 긴 대보다는 짧은 대에 대체적으로 붕어의 씨알이 굵게 낚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김인호 회원이 연속해서 두 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 씨알은 모두 33cm로 체고가 높은 쌍둥이 붕어였다.

김인호 회원은 새우가 잘아 바늘에 두 마리씩 겹쳐 꿰었는데 운 좋게도 월척이 덜커덕 낚여줬습니다라며 살림망에 넣었다.

그 와중에 또 다른 낚싯대에 입질이 연타로 들어와 연속해서 월척을 낚아냈다고 했다.

 

수로는 밤낚시가 안 된다고? 장흥 회진수로에서는 예외!

새벽 430. 몇몇 회원이 차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사이 연안에선 물보라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분명 수달이 들어왔겠다 싶어 플래시를 줌으로 당겨 비춰보니 김인호 회원의 자리에 번뜩이는 눈동자 네 개가 보였다. 두 마리의 수달이 김인호 회원의 살림망을 헤집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나의 전화에 황급히 자리로 돌아온 김인호 회원이 어이가 없었는지 아연실색을 했다.

그는 출조인원 중 가장 많은 열 댓마리를 낚았고  33cm 월척도 두 마리나 들어 있었는데 수달이 붕어의 머리와 꼬리만 남기고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에 이신호 회원도 수달의 공격을 받았다. 잠을 자지 않고 낚시하고 있는데도 수달이 발밑에까지 다가와 살림망을 끌고 가려는 것을 뜰채를 휘두르며 쫒아냈다고 한다.

수달은 1982년 천연기념물 330호로, 2012년에는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되어있다.

그러나 호남지역 수계나 저수지에는 서식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숫자로 늘어난 상태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입질이 주춤해졌다. 수로낚시는 으레 밤낚시가 잘 안 되는 경향이 뚜렷하다지만 이곳 회진수로에서는 예외였다. 오히려 밤에 입질이 활발하고 낮에는 입질이 뜸하다.

오전 10시까지 입질을 기다려봤지만 이렇다 할 조황이 없어 철수길에 올랐다.

영암호와 금호호에 가려 빛이 바랜 회진수로. 아직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알 수 있는 출조였다.

올 겨울 장흥을 찾는다면, 황홀한 밤 케미 불빛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회진수로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FISHING GUIDE

회진수로에서의 낚시는?

이번 출조 결과 밤과 낮 모두 글루텐과 옥수수에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렁이 미끼의 경우 깔짝거리는 입질만 있을 뿐 시원스레 올려주는 찌맛을 볼 수 없었고, 오직 죽은 새우에만 찌를 끝까지 올려주는 찌 놀림이 있었다.

대체로 낮낚시보다 밤낚시가 유리했고 북서풍이 많이 불어오는 계절에는 바람을 등지고 할 수 있는 곳도 많았다.

여전히 생자리도 많이 남아 있어 포인트만 개척한다면 마릿수 붕어는 낚을 수 있다.

만약 회진수로가 여의치 않는다면, 인근의 덕산지(가학지)나 수동1, 그리고 삼산호가 있어 둘러볼 필요가 있다.

회진수로에서 가까운 포항지와 올 봄 4짜 붕어 사태가 났던 수동2(어은지)는 현재 수위가 30% 미만으로 낮아 연안낚시가 불가하다는 점을 참고하자.

 

가는 길남해안고속도로 장흥I.C를 나와 23벙 국도를 따라 대덕읍 방향으로 용산면과 관산읍을 차례로 거쳐 27km를 가면 관흥 삼거리에 이르고 좌회전하여 회진면 방향으로 1km가면 덕흥교이다. 덕흥교를 중심으로 좌측으로 진입하면 회진수로 본류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주소전남 장흥군 회진면 회진리 1851-2

 

장흥 회진수로 전경.

낚시인들에게 전설 속의 낚시터로 잊힌 회진수로가 씨알과 마릿수를 겸비한 보물터로 다시 돌아왔다.

 

 

인기 유튜버 홍광수(달빛소류지) 씨가 딸 채린이와 함께 출조해 낚시를 즐겼다.

 

 

서울 목동에서 원정낚시를 온 김종윤 씨가 두 자에 가까운 잉어로 짜릿한 손맛을 봤다.

 

 

새우 미끼로 낚아낸 준척과 월척을 들어 보이는 이신호(왼쪽) 회원과 김인오회원.

 

 

필자가 자리한 덕산교 밑.

강풍을 피할 수 있었다.

 

 

"죽은 새우만 골라 먹네요."
아침 시간에 월척에 가까운 붕어를 낚아낸 이신호 회원.

 

 

회진수로의 밤낚시 풍경.

건너편에 보이는 불빛은 회진항이다.

 

 

배스가 유입된 인근 저수지의 영향으로 회진수로에도 배스가 서식하고 있다.

 

 

회진수로 주변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수거한 화보팀.

 

 

선발대로 출조한 김광요 회원이 가족과 함께 캠핑낚시를 즐기고 있다.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는 회원들.

왼쪽부터 유준재, 김인오, 이신호 회원.

 

 

바람을 피해 본수로에서 갈라진 샛수로에 대를 폈던 낚시인들.

대여섯  마리의 기본적인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었다.

 

 

회진면에 살고 있는 필자의 여동생이 향토음식인 '된장물회'를 준비해와 즐거운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철수가 임박한 오전에 마지막 붕어를 낚아내고 있는 필자.

낮에도 간간이 붕어가 올라왔다.

 

 

회진수로에서 가장 잘 먹혔던 새우 미끼.

살아있는 새우보다 죽은 새우에 씨알이 굵고 찌올림도 좋았다.

 

 

필자가 가용한 스위벨 채비.

동절기라 그런지 가벼운 채비에 입질이 잦았다.

 

 

다양한 길이의 낚싯대로 뗏장수초 너머를 노린 홍광수 씨.

천류사의 천년혼을 사용한다.

 

 

장흥 어은지(수동2)

4짜 견인 비결

가라앉은 뗏장수초 위로

미끼를 띄워라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팀장]

 

비교적 토종터가 많은 호남지역에도 야금야금 배스가 유입되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배스의 확산은 전국적 추세이긴 하나 호남지역 중에서도 장흥은 청정 붕어터가 많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실제로 장흥군은 불법 정치망 그물을 수시로 단속하는 등 어자원 보호를 위해 어느 지자체보다 관리를 잘하고 있어 낚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늘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 새 어은지(수동2)와 지정지, 포항지 등에 불법 삼각망이 설치되었고 급기야 어떤 경로를 통해 유입이 됐는지는 몰라도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까지 확산중이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부터 배스가 낚이기 시작했다는 어은지로 출 조해 그 소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릴낚시인 들의 월척과 조과에 심쿵

필자는 낚시춘추 20157월호에 이달의 추천터로 어은 지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어은지는 외래어종이 전혀 유입되지 않아 새우, 옥수수 미끼가 잘 먹히던 순수 토종 터였다.

참고로 어은지는 낚시인들에게 수동2지라는 이름이 유명한데 인근에 있는 관흥지 역시 수동1지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어은지는 1966년에 축조되었으며 72천 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로 상류 천관산(해발723m)에서 흘러든 물을 그대로 담수해 수질이 좋다.

하절기에는 마름이 밀생해 낚시 자리가 적지만 마름이 삭는 늦가을부터는 결빙 직전까지 붕어 조황이 좋은 곳이다.

붕어 외에 대형 잉어가 서식하고 있으며 장어와 가물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3면이 제방이서 차량 진입도 수월하다. 다만 겨울철의 강한 북서풍 때는 바람을 의지 할 곳이 없기 때문에 취약한 면을 보인다.

회원들과 어은지를 찾는 시기는 지난 1123.

강풍은 아니었지만 북서풍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상황이었다. 포인트를 둘러보니 무성하던 마름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완전 맹탕 저수지처럼 보였다. 최고의 포인트로 여겨지던 상류 갈대밭 언저리 일대에는 북서풍을 바로 받는 곳이어서 그런지 하류보다는 맑아 보였다.

제방 중심부 낚시인 두 명의 낚시인이 릴낚시를하고 있어 인사를 나눴다.

강진에서 왔다는 최정기씨와 서울에서 내려 온 이홍규 씨였다. 살림망에는 체고가 좋은 허리급 월척이 네 다섯 마리씩 들어 있었다. 낚시춘추에서 취재를 나왔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기꺼이 촬영에 협조를 해줬다.

최정기 씨는 전문 릴낚시인이었는데 마름이 삭기 시작하면 강진에서 비교적 가까운 대형지 중심으로 릴낚시를 다닌다. 이맘때부터는 낚였다하면 큰 씨알이 매력이다 보니 낮에 릴낚시를 주로 즐긴다고 말했다.

최정기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릴대의 초릿대가 강하게 흔들렸다. 반사적으로 챔질한 최정기 씨는 아주 큰 놈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월척보다는 약간 큰 것 같다며 붕어를 끌어냈다.

능숙하게 뜰채질까지 혼자 해내 올린 붕어는 32cm 월척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비록 릴낚시에서 낚인 고기였지만 이 정도라면 연안낚시에서도 대물이 낚일 것 같은 기대감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포인트를 잡기 위해 제방 북동쪽 코너 부근에 도착했다. 이곳은 하류에서 유일하게 갈대와 뗏장수초가 혼재하는 곳이다.

햇볕이 비추어 수온이 올라간 영향 덕분인지 갈대속에서 먹이활동을 하던 커다란 붕어가 떼를 지어 저수지 중심부로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더 이상 포인트를 둘러볼 필요 없이 곧바로 좌대를 설치했다. 좌우측에 갈대가 자라고 있고 중심부 건너편에도 갈대가 자라 있었다. 나머지 공간에는 뗏장수초가 삭고 있어 붕어 포인트로는 최고의 여건이었다.

 

바닥채비에서 띄울채비로 전환

낚싯대를 꺼내 갈대 언저리를 노리기 위해 찌를 세우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봉돌이 들어가지 않았다.

특공대(낚싯줄에 매달아 던지는 소형 갈퀴)를 꺼내 바닥을 긁어보니 삭은 뗏장수초가 한 움큼 걸려 나왔다.

그림만으로는 최고의 포인트지만 막상 낚시를 하려고 보니 보통 난감한 일이 아니었다.

짧은대, 긴 대 할 것 없이 몇 번씩은 투척해야 간신히 찌를 세울 수 있었다.

릴낚시인들이 주력 미끼로 지렁이를 사용하기에 나도 지렁이를 사용했는데 몇 시간째 입질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채비가 안착되는 것이 그림이 그려졌지만 채비가 수초 찌꺼기에 함몰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뭔가 변화를 줘야 했다.  5.6칸 낚싯대의 채비를 회수한 뒤 무거운 봉돌을 달아 수심을 정확하게 체크해 봤더니 이외로 편차가 있었다. 바닥에 융단처럼 깔려있는 수초 찌꺼기에 미끼가 함몰돼 있던 것이 확실했다.

이에 무거운 봉돌을 달아 찾은 실제 수심을 찌멈춤고무로 체크한 후 다시 수심 체크용 봉돌을 제거하고 봉돌 밑에 달았던 스위벨 봉돌을 제거했다.

바닥채비에서 띄울낚시 채비로 전환한 것이다. 여기에 짧은 목줄을 제거하고 이물감을 줄이기 위해 20cm 정도의 긴 목줄로 목줄 채비도 교체했다.

그리고 지렁이를 꿰어 던지자 비로소 바로 찌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찌톱 대부분이 노출된 상태에서 찌가 잠시 흔들리더니 갑자기 찌가 빨려 들어가는 입질이 들어왔다. 작은 배스였다.

지난해부터 배스가 낚인다던 소문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어은지와 연결된 우산지, 우산수로, 회진수로, 삼산호까지 배스가 유입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았다. 마음이 찹찹했다.

다시 5.6칸 대의 찌가 빠르게 빨려 들어 챔질하자 또 다시 배스가 낚였다. 일단 배스의 개체수를 알아보기 위해 낚이는 대로 살림망에 넣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짧은 대는 걷고 긴 대위주의 대편성을 다시 했다.

채비는 스위벨을 제거한 띄울낚시 채비로 통일했다.

배스가 많이 낚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개체수를 가늠하기 위해 미끼는 지렁이를 고집했다.

낮 동안 배스만을 낚으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시각은 오후 430분이었다.

그 순간 삭아서 물에 잠긴 뗏장수초 너머에 세웠던 5.2칸 대의 찌톱이 흔들거렸다. 옆으로 부드럽게 빨려가는 모습이 포착했는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입질이었다.

찌 끝이 수면에서 사라질 찰라에 챔질하자 육중한 손맛이 전해졌다. 수초에 걸렸나 싶어 힘을 주니 사정없이 옆으로 째기 시작했다.

째는 힘이 너무 강해 붕어 아니면 가물치겠구나~’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붕어였다.

수초 무더기를 뒤집어쓰고 나온 녀석은 놀랍게도 44cm나 되는 4짜 붕어. 바닥 채비에서 띄울낚시 채비로 빠르게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

그 즈음 유준재 회원은 날이 어두워짐에 맞춰 채집망을 담갔지만 새우가 단 한 마리도 들어가지 않았다며 차를 몰고 1km 정도 떨어져 있는 우산지로 새우를 채집하러 갔다.

원래 어은지는 새우와 참붕어가 많이 서식했지만 배스 유입 이후 몰살됐는지 필자의 살림망에도 어떤 생명체조차 채집되지 않았다.

9시에 오른쪽 갈대 사이에 세웠던 찌에서 다시 입질을 받았다. 가물치였다.

가물치를 바늘을 떼어내고 있는 사이, 전방에 세워두었던 6칸 대의 찌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랜턴 불빛 사이로 왼쪽으로 사정없이 휘어진 초릿대가 보였다.

이것도 가물치인가?’ 싶어 낚싯대를 살짝 들자 수초를 감았는지 무게감만 느껴졌다. 끌려나온 것은 한 무더기의 수초. 그리고 수초속에 하얀 뭔가 보여 살펴보니 33cm월척이었다.

무거운 수초 때문에 저항 한 번 못하고 끌려나온 것이다.

 

배스터로 바뀐 현실에 착잡한 심정

잠시 쪽잠을 자다가 새벽 3시 무렵 파라솔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에 잠이 깼다.

유준재 회원이 인근 우산지에서 채집해 왔던 새우로 미끼를 바꿔봤지만 별다른 반응 없었고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낮 케미로 바꾸기엔 조금 이른 시간인 아침 6. 미끼를 다시 지렁이로 바꿨다.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찌가 빨려들어 갔다. 또 배스일까? 하는 생각에 꺼내보니 29cm 붕어였다.

붕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붕어의 입질이 들어왔다. 아침시간에 폭풍 입질이 들어온다는 어은지의 특징을 증명하는 듯 했다.

불과 3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여섯 마리의 붕어를 낚아냈다. 해가 완전히 떠오르자 배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좌측 뗏장수초 골자리를 노렸던 유준재 회원도 두 마리의 배스를 낚아내고서야 붕어의 입질을 받아 32cm 월척을 낚아냈다.

오전 시간에 입질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낚시를 집중해봤지만 배스만 낚일 뿐 붕어의 입질은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급기야 바람까지 터져 철수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토종터에서 배스터로 변모한 어은지에서 하룻밤 낚시를 해본 결과, 4짜 붕어를 비롯해 여섯 마리의 월척과 27cm 전후의 중치급 붕어를 마릿수로 낚을 수 있었다.

여기에 최근에 유입된 배스의 2세대로 추정되는 15~20cm의 고만고만한 사이즈를 보인 배스가 20여 마리가 낚였다.

비록 못처럼 4짜는 낚았지만 어은지 역시 배스터로 변모한 것을 확인한 안타까운 출조였다.

 

장흥 어은지 겨울낚시 요령

어은지는 바람이 많이 타는 저수지이므로 일기예보는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출조 하는 게 좋다.

배스가 서식하지만 겨울에는 생미끼에 입질이 잦기 때문에 개의치 말고 사용하는 게 좋다.

보통 배스 3마리에 붕어 1마리 꼴로 낚이는 양상이다. 떡밥과 옥수수를 써도 입질은 오지만 확실히 동절기에 접어든 까닥인지 생미끼인 지렁이보다는 입질이 더뎠다. 더불어 바닥이 깔끔한 곳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침수수초가 자란 곳이라면 채비를 약간 띄워 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따뜻한 날씨가 지속된다면 상류의 갈대밭에도 훌륭한 포인트로 꼽힌다. 이 구간은 바람을 등지고 낚시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어은지의 조황이 부진할 경우 인근 우산지, 삼산호, 관흥지(수동1저수지), 포항지 등으로 낚시터를 옮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는 길남해안고속도로 장흥I.C를 나와 23번 국도를 따라 대덕읍 방향으로 용산면과 관산읍을 차례로 거쳐 26km를 가면 수동마을에 이른다. 좌측 수동마을로 500m 내려가 좌회전하여 마을 앞길을 따라 100m를 들어가면 어은지 서쪽 제방에 이른다.

 

네비게이션 주소전남 장흥군 관산읍 외동리 651

 

 

 

띄울낚시 채비로 월척을 낚아내고 있는 필자.

 

 

필자가 바닥에 수초가 밀생한 어은지에서 사용한 채비.

스위벨 채비에서 스위벨만 떼어내고 띄울낚시를 시도한 것이 적중했다.

 

 

어은지 북동쪽 제방 코너에 자리한 필자의 포인트.

제방권에서는 유독 이곳에만 갈대가 자라 있었다.

보기에는 명당 같이 같았지만 뗏장수초가 삭아 내려 비닥이 지저분했다.

 

 

어은지 월척붕어의 튼실한 체구.

최근 배스가 유입된 이후 낚였다하면 대부분 월척이었다.

 

 

강진에서 온 최정기 씨가 어은지 제방에서 릴낚시로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어은지에서는 이정도가 평균 씨알입니다."

릴낚시로 올린 월척을 들어 보이는 이홍규(왼쪽) 씨와 최정기 씨.

 

 

필자가 사용한 천류사의 장대들.

물색이 맑고 가까운 곳은 바닥이 지저분해 주로 긴 대에서 입질이 활발했다.

 

 

지난해부터 어은지에서 낚이기 시작한 배스.

아직은 15cm 전후급이 많았다.

 

 

제방에 자리한 함인철 회원이 아침낚시에 집중하고 있다.

 

 

유준재 회원이 뗏장수초의 자연 포켓에 찌를 세우고 있다.

위에서 볼 땐 깨끗했지만 막상 바닥은 지저분한 상태가 많았다.

 

 

밤낚시의 풍경.

멀리 밝은 불빛이 비추는 곳은 회진항이다.

 

 

어은지에서 거둔 조과를 자랑하는 화보팀.

왼쪽부터 김광요, 함인철, 유준재 회원.

낚은 붕어는 모두 방류했다.

 

 

아침 시간에 지렁이 미끼로 월척을 걸어낸 유준재 회원.

 

 

 

 

어은지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한 화보팀.

수풀 속에 버려진 숨은 쓰레기까지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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