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 떼 산란과 도깨비불의 향연
붕어 39마리 중 4마리 빼고 죄다 월척, “나 혼자 낚은 월척만 22마리”


김중석 객원기자, 천류 필드스탭

신금지… 순천의 내 집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저수지다. 90년대 초반에 빨간 떡밥 한 봉지로 붕어 100마리를 낚은 곳이며 벌교 매산지에서 낚은 첫 4짜를 방류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블루길이 유입된 후 ‘붕어낚시터로는 버렸다’는 판정을 받고 점점 잊혀졌다. 그런 곳에서 이토록 많은 월척이 쏟아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

원래 목적지는 신금지가 아니었다. 하동 대송지를 찾아 갔다가 심한 갈수로 발길을 돌려 나오는 길에 이런저런 얘기 도중 불쑥 신금지가 튀어나왔다. 광양시 옥곡면 신금리에 있는 신금지는 2만4천평의 준계곡형 저수지로 상류에 장동마을이 있어 장동지로도 불리고 옥곡지로도 불린다. 옛날엔 마릿수 재미가 좋아서 인근 광양제철소 근로자들의 단골 낚시터였는데 90년대 후반에 블루길이 유입된 후 버려진 저수지가 되었. 그런데 이은상 회원이 “얼마 전 신금지에서 월척을 낚았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한다. 멀지 않으니 한번 들러보기로 했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근래 낚시인이 찾은 흔적은 없다. 물이 좀 빠져서 상류 갈대는 드러나 있고 뗏장수초와 마름이 혼재해 있어 포인트로는 그럴싸하다. 해도 저물어가고, 한번 수초구멍 만들고 쪼아보기로 했다.
상류 포인트는 대략 네 자리. 늦게 도착한 관계로 마름에 대충 구멍만 내고 찌를 세웠다. 이은상 회원만 구 옥곡전신전화국 아래에 대를 펴고 우리 넷은 상류 쪽에 두 명씩 서로 마주보는 곳에 대를 폈다. 나는 2.6칸부터 3.8칸까지 총 10대로 무장하고 밤낚시에 들어갔다.

낚싯대 까는 도중에 월척 4마리

7시 50분경 옥수수를 세알씩 감성돔 6호 바늘에 꿰어 수초구멍에 던져 넣는데 세 대째 던지려는 찰나 왼쪽 첫 번째 찌가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것이 아닌가? 블루길이겠지… 내버려뒀는데 다시 올리는 것을 보고 챔질해봤다. “피~잉”하는 줄소리와 동시에 수초 사이로 치고 들어가는 붕어를 간신히 끌어내 놓고 보니 34cm 월척이다.
조금 황당했다. 미처 대를 다 던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세 번째 대에서 입질! 채보니 역시 그만한 월척이다. 10대의 낚싯대에 케미와 미끼를 꽂아 던지는 동안 무려 4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
옆의 이영섭 회원과 건너편 위봉현, 이중옥 회원은 어안이 벙벙한 모양. 이은상 회원이 챔질하더니 월척을 뽑아낸다. 이게 흔히 말하는 대박의 전주곡인가? 중간에 커피 한잔 끓여 마실 틈도 없이 쏟아지는 입질에 아예 혼이 빠져버리는 듯 머리가 멍해졌다. 마치 도깨비불처럼 찌불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밤 12시까지의 중간 집계가 전원 월척, 낚은 붕어 몽땅 월척이다. 내가 낚은 월척만 12마리!
포인트의 편차가 있었는지 다른 회원들은 거의 입질이 없는데 유독 내 포인트에서만 찌가 바로 서기 무섭게 올려주고 있어 다른 회원들의 탄식 소리가 저수지에 메아리치는듯했다. 다른 회원들도 간간이 입질을 받았고 낚으면 월척이었다.
월척을 16마리째 낚았을 새벽 1시, 상류 수초대에서 “철푸덕”하더니 잉어가 떼로 몰려다니기 시작했다. 일제히 산란에 돌입한 모양이었다. 상류 전체가 잉어들로 꽉 찬 느낌이었고 심지어는 발밑까지 다가와 산란하느라 물을 튀겼다. 그런 소란 속에서도 월척붕어의 입질은 이어졌다. 그런데 잉어들이 나뒹굴면서 애써 뚫어놓은 수초구멍을 몽땅 메워버려 찌를 세울 수가 없었다. 다섯 번 던져야 한 번 들어갈 정도였다.
새벽 4시경에 잉어들이 물러나고 다시금 붕어 입질이 들어왔는데 그때까지 월척 아닌 붕어는 한 마리도 없었다. 이 저수지에는 준척이나 잔챙이 붕어는 없는 것일까? 10대의 낚싯대에 모두 입질을 받았고, 3.6칸대는 혼자 8마리의 월척을 끌어냈기 때문에 선수 교체하듯 바늘을 바꿔주었다.
이윽고 여명이 밝아오고 포인트를 살펴보니 마름과 뗏장수초가 어우러져 있는 포인트에서 월척의 입질이 잦았다는 것을 알았다. 낮에 마름 속에서 처음으로 29cm 붕어를 볼 수 있었다.

둘째 날 밤은 침묵

월척사태에 고무된 우리는 이틀째 밤낚시에 돌입했는데 어제와는 달리 전혀 입질이 없다. 어찌 된 영문인가? 오후부터 조금씩 배수를 하더니 그 때문일까?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첫 입질이 왔는데 32cm 월척이었다.
붕어를 담으려고 옆에 두었던 살림망을 찾아보니 어라? 살림망이 없다. 놀라서 살펴보니 살림망이 물속에 빠져 있었다. 하도 많은 붕어들이 요동치는 바람에 뒤꽂이가 쓰러지면서 살림망이 수중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것이다. 살림망을 꺼내서 보니 대략 10마리 정도 달아난 것 같다. 어차피 아침에 사진만 찍고 돌려보내려 했는데, 이렇게 놓치니까 왠지 좀 아쉽다.
결국 이튿날 밤에는 5마리의 월척을 낚는 데 그쳤다. 평생 잊지 못할 호황! 이틀 밤에 낚은 붕어는 총 39마리. 그 중 35마리가 월척이었고, 그 중 22마리는 나 혼자 낚았다. 이런 행운이 언제 또 찾아올까? 우리는 낚은 붕어를 고이 방류하고 철수길에 올랐다.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옥곡나들목에서 요금소로 진입하면서 보면 우측에 바로 제방이 보인다. 광양·하동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500m 정도 가면 장동교가 나오는데 다리를 건너지 말고 좌측 장동마을 표석을 보고 좌회전하면 신금지의 중류에 닿는다.

필자가 잉어 산란 때문에 메워져 버린 수초구멍을 다시 넓히고 있다.

우안 중류에서 바라본 상류 모습. 수면이 마름으로 가득 차 있다.

이틀 동안 낚은 월척을 수초 위에 얹어 놓고 감격스런 표정의 필자. 월척 10마리는 살림망이 물에 빠져 도망가 버렸다.

우안 상류에 앉은 이영섭 회원이 월척을 낚았을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이영섭 회원이 바늘에 달려 있는 월척 붕어를 흐믓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월척 붕어를 들어 보이는 위봉현 회원.

이중옥 회원이 쌍월척 포즈. 모두 옥수수를 먹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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