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균 회원이 상류 부들수초대에서 잉어를 끌어내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수초에 바짝 붙인 낚시대에서 입질을 받았다.

 

 

못말리는 꾼들의 이색 조행기

 

광양와우지 도강대작전

진입로 없어 수십년 방치된 상류 수초대는 붕어밭이었다!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 (주)천류 필드스탭]

 

순천에 살면서 광양의 직장으로 출퇴근한 지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출퇴근 버스에 기대어 앉아 창밖을 보노라면 늘 시선이 꽂히는 저수지가 있었다.

상류에 부들과 갈대, 땟장수초들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있지만 하류 외엔 진입로가 없어 늘 포기 했던, 광양시 마동의 와우저수지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보트를 동원해 와우지 상류까지 진입하는 도강(渡江) 작전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와우지는 광양시 마동에 위치한 2만1천여 평의 평지형 저수지이다. 광양제철소가 들어서기 전인 80년대 초반까지만 태인도라는 섬이 있었고 와우지는 그 섬의 주민들 식수원이었다. 그 후 제철소가 건설되면서 와우지는 식수원으로의 기능을 상실했고 주변 논밭도 시가지로 바뀌면서 농사용으로도 사용하지 않은 폐물 저수지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수질은 여전히 일급수이다. 해발 497m 가야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그대로 유입되어 항상 수질이 깨끗하고 내가 지켜본 24년간 한결같이 80% 이상의 수위를 유지해 왔다.예전에 양식을 한다고 잉어 치어를 많이 방류 했다가 실패했는데, 그 잉어가 10년 이상 자라 현재는 대를 세우지도 못할 정도의 엄청난 대어들이 되었다.

바닷가라 장어와 참게도 많지만 외래어종은 없다.

채집망을 담궈 보면 참붕어보다도 납자루가 한 사발씩 채집되고, 작은 씨알의 새우도 채집된다.

우리가 와우지 평정에 나선 날짜는 10월23일. 광주에서 내려온 배호남 회원과 필자의 보트 두 대를 이용해 상류 수초대로 건너가기로 했다. 보트에 장비를 가득 싣고 상류로 노를 저어 갔다. 상류에 다다르자 부들밭을 보고 배호남 회원이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이런 곳에 이렇게 훌륭한 포인트가 남아 있었어요?” “그러게, 나도 이곳에 들어와 낚시를 해야 한다고 꿈만 꿔온 지 이십사년 만에 처음 보는 풍경이여.”

최상류에는 환상적인 포인트가 즐비했으나 약 300m의 산길을 타고 내려오기가 험난해 미답의 포인트로 남아 있었다. 이제 그 뚜껑이 열리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전인미답으로 남아 있던 상류에 깃발을 꽂다

상류에 차례로 이성균, 김찬승, 이병곤 회원을 내려 줬다. 배호남 회원은 보트낚시를 해보겠다고 부들 안쪽으로 들어가 수초직공낚시를 했다. 어두어지면서 물고기들의 움직이는지 잔잔한 수면이 일렁이고 부들수초대가 흔들린다.

케미를 꺽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르 끌고 가는 입질. 분명이 붕어입질은 아닌 것 같은데 장어일까? 헛챔질하기를 몇 번, 정체는 참게였다.

밤 7시경 보트를 타고 낚시하던 배호남 회원이 첫 붕어를 낚았다. 8치급 붕어가 새우를 물고 나왔다고 한다. 잠시 후 옆 자리의 이성균 회원이 강한 챔질과 함께 낚시대를 세우더니 “고기가 부들을 감아버렸다”며 수초제거기를 가져오라고 소리친다. 부들을 자르고 빼낸 것은 붕어가 아닌 300g 정도의 장어였다. 이 정도의 장어는 와우지에서는 치어에 불과 하다. ‘박카스병‘ 보다 굵은 장어가 자주 낚이는 곳이므로.

와우지는 상류에만 수초대가 몰려 있어 분명 붕어들이 먹이 사냥을 위해 상류로 몰릴 만한데 왠지 잔 씨알의 붕어만 낚였다. 보트위의 배호남 회원이 요란한 물소리를 내기에 이제사 4짜급 붕어를 낚는군아 생각했는데 50cm가량의 잉어였다 한편 제방의 부들밭 포인트에 남아서 낚시를 하던 오길년 회원 역시 잔 씨알의 붕어만 낚이고 9치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밤 12시경, 마침내 필자가 32cm 월척을 낚았다. 미끼는 옥수수였다. 말풀이 삭아드는 맨바닥 포인트였는데 유독 필자의 포인트에만 동자개가 달려드는 바람에 옥수수로 미끼를 전환했더니 점잖은 찌올림이 이어졌고 7~8치 몇 마리를 낚고서 첫 월척을 낚아낸 것이다.

새벽으로 가면서 이성균 회원과 김찬승 회원이 각각 한 마리씩의 월척을 낚았는데 모두 옥수수에 올라 왔다.

 

생미끼엔 잔챙이 성화, 월척은 옥수수에

광양시는 와우지에 습지공원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아직 공사를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습지공원이 되면 낚시금지구역으로 묶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와우지에서 낚시할 기회는 올 겨울과 내년 봄뿐일지도 모른다.

와우지에서는 참게와 동자개가 많아 생미끼보다는 옥수수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았다. 납자루는 선별력이 없어 5치 붕어도 납자루를 물고 나왔고, 새우역시 마찬가지였다.

간혹 미터급 잉어가 순식간에 대를 차고 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아 든든한 뒷고리는 필수적이다.

 

♦ 가는 길 남해 고속도로 옥곡 I.C를 나와 861번 도로를 따라 제철소 방향으로 약 5km 정도 진행하면 마동과 태인도를 잊는 금호대교가 나온다 여기에서 광양시청 방향 2번국도로 200m 정도 직진하면 우측에 와우지가 보이고 상류 포인트로의 진입은 제방 좌측 대성주유소 쪽에서 오르막길을 오르면 우측에 저수지 수면이 보인다.

 

♦ 조황문의 광양낚시갤러리 중마점 (061) 793-2788

 

 

최상류 부들수초를 공략하기 위해 보트를 이용해 수초작업을 하고 있다.

 

 

채집망에 들어온 납자루들. 바닥미끼로 효과적이다.

 

 

상류로 건너가기 전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이성균(좌) 김찬승 회원이 상류에서 거둔 조과.

 

 

제방에 앉은 오길년 회원은 준척 붕어를 낚았다.

 

 

이곳을 예전엔 이렇게 로프를 타고 진입했지. 이성균(위) 김찬승 회원이 포인트 진입 모습을 재현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해질 무렵  첫 입질로 장어를 낚아낸 이성균 회원

 

 

상류 도강 작전. 필자가 노를 저어 포인트로 향하고 있다.

 

 

밤낚시 전경. 멀리 훤하게 보이는 불빛이 전남 드레곤즈 축구장이다.

 

 

이성균 회원의 포인트. (좌안 중 상류)

 

 

새우를 먹고 낚여올라온 붕어.

 

 

 

 

 

 

 

 

 

제방 우측에서 바라다본 와우지. 광양시에선 내년에 이곳을 습지공원으로 만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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