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용궁지의 대변신

눈도 안 내렸는데 떼월척 사태라니...

김중석 [객원기자. (주)천류 사외이사. 필드스탭 팀장]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깊어가면서 호남지방 수로와 저수지마다 씨알 좋은 붕어로 힘찬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이후 고흥의 봉암지에서 마릿수 월척이 낚이면서 낚시인들을 불러 모았다. 또 간척 수로인 해남의 금호호와 영암호 샛수로에 가득했던 마름이 삭으면서 낚시가 가능한 포인트가 많아졌다. 갈수록 포인트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대체로 호남지방의 겨울 낚시터는 수로를 빼놓을 수 없다. 어딜 가도 기본 조황은 나와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화보 촬영은 겨울에도 온리 저수지낚시를 선호하는 낚시인들을 위해 겨울에도 입질 받기 수월한 저수지를 소개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간의 출조 기록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오랜만에 나주 용궁지가 떠올랐다.

용궁지는 용관지로도 불리우는 곳으로 필자가 20171'나주 용궁지 춘설조행'라는 제목으로 이달의 추천터로 독자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용궁지는 나주시 세지면 대산리에 있는 12만평 규모의 준계곡형이다. 1940년 일제강점기 때 축조된 고령의 저수지이다. 예전에는 가뭄이면 으레 바닥을 보였으나 현재는 나주호 물을 수시로 공급받아 바닥을 드러내는 일은 없다.

여름철에는 마름이 많이 분포하고 상류에는 부분적이나마 연밭으로 이루어져 낚시하기 까다롭다. 그러나 가을이 깊어가며 수온이 떨어지자 기세등등하게 수면을 덮고 있던 마름가 연잎도 삭아들어 찌세우기가 수월하다.

 

현지 낚시인도 처음 격는 대호황

지난 1028일 아침 7시에 용궁지에 도착한 우리는 깜짝 놀랐다. 마치 유료 낚시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낚시인들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대충 헤아려 봐도 50명은 넘은 듯 보였다. 제방을 비롯해 빈자리가 있으면 낚시인들이 있었고 생자리도 개척할 만한 곳은 다 들어가 있었다.

마땅히 앉을 자리가 없어서 우리는 제방 좌측 중류에 본부석부터 차렸다.

본부석 정리를 서둘러 끝내고 앉을 자리를 찾아보려는데 현지민이 지나가며 뭐가 좀 잡히오? 살다 살다 이 저수지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앉아 있는 건 처음보요라며 신기한 듯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뭐가 잡히니까 낚시인들이 몰리지 않았을까요?”라며 커피를 끓여 대접했다.

상류 마을에 사는 김정렬 씨였다. 고향에서 농사도 짓지만 농한기 때는 어김없이 낚싯대를 챙겨 물가를 찾는다는 낚시꾼이었다.

김정렬 씨는 용궁지의 최고의 절정기 시즌은 눈이 하얗게 뒤덮을 정도로 추운 겨울철입니다. 몇 해 전 1231일에 무릎이 빠질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 적 있었는데 낮낚시로 서른 마리가 넘는 월척을 낚아낸 바 있다.”라고 자랑했다.

그러면서도 추수가 끝나고 있으니 지금부터 동절기 시즌 시작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옥수수보다도 글루텐을 써야 할 거요.”라며 조언을 해줬다.

보답으로 차에 있던 글루텐을 몇 봉지 드렸다.

 

살림망마다 가득 들어찬 월척들

자욱한 안개가 차츰 걷히는 아침 8. 취재가 목적인 만큼 포인트 잡아 낚시하는 거보다는 사진 촬영이 먼저였다. 제방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앉아 있던 낚시인들은 밤낚시에 손맛을 봤는지 모두가 살림망을 담가 놓고 있었다.

무넘기 인근 제방에 자리했던 광주에서 온 이재남 씨의 조황이 가장 돋보였다.

이재남 씨는 광주 수연 조우회소속으로 회원 다섯 명과 함께 정기출조를 왔다고 했다.

혼자 낚아낸 붕어는 총 15마리. 모두 월척이었고 최고 37cm까지 낚았다며 묵직한 살림망을 들춰 보여줬다.

이재남 씨는 여름철에 자라던 마름이 북서풍을 타고 밀려 와 모두 내 포인트에서 침전됐다. 바닥이 지저분한 점을 감안해 목줄을 평소보다는 더 긴 35cm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초저녁에 잠깐 입질을 해 주고, 4시간 정도 틈을 주다가 밤 11시부터 아침까지 간간이 입질이 온다는 게 이재남 씨의 설명이었다.

이번에는 제방 라인의 조과를 확인하던 중 반가운 낚시인을 만났다. 구면인 ‘CM 5짜 클럽현창무 회장이었다. 현 회장도 회원들과 함께 정기 출조로 용궁지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미 1박 낚시한 그의 살림망에는 놀랍게도 때글때글한 월척붕어가 6마리나 들어 있었다.

현창무 회장은 김 기자님이 한발 늦으신 거 같습니다. 2주일 전부터 포인트 편차 없이 여기저기에서 월척이 떼로 낚였는데 어젯밤 여섯 마리의 월척은 월척도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붕어 조황이 나빠졌다는 이야기였다. 마침 저수지 수위가 만수위를 기록하자 상류에 저수지와 인접한 논에 트랙터가 들어갈 목적(벼 베기)으로 50cm가량 배수했다는 것이다.

연안을 살펴보니 배수의 흔적이 역력했다.

현창무 회장을 뒤로하고 상류로 올라가 봤다. 연이 산발적으로 자생해 그림이 좋아 보였다.

이날은 손 없는 날이었던지 조우회 정출이 많았다. 어림잡아 6개 팀이 정출 행사를 하기 위해 용궁지를 찾은 거 같았다.

상류에는 나주 조우회의 류인광 씨 일행이 자리하고 있었다.

류인광 씨와 커피 한잔을 나누면서 조황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류인광 씨는 지난주에는 평일 날 12일 코스로 출조해 신들린 듯 붕어를 낚아냈다고 말했다. 52, 56, 60칸 등 긴대 세 대만으로 허리급 월척을 23마리나 낚았다고. 글루텐과 옥수수를 미끼로 썼고, 낮과 밤 차이 없이 입질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날은 늘 함께하는 나주 조우회 회원들과의 정기출조를 왔다고 말했다. 살림망을 꺼내자 붕어가 놀래 우당탕거렸다. 모두 11마리의 월척이 들어 있었다.

류인광 씨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찌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6칸대 손잡이를 냅다 잡아 채길레 깜짝 놀라 쳐다보니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다. 수심 3.5m 깊은 까닭에 붕어가 좌우로 째는 힘이 대단했다.

결국 옆 채비 4개를 엉키면서 뜰채에 담긴 녀석은 39cm 월척이었다. 혹시나 턱걸이 4짜가 아닐까 싶어 다시 계측자에 올려봤지만, 꼬리의 끝은 정확히 39cm를 가리켰다.

 

실질적 월척 시즌은 지금부터!

오전 내내 취재와 사진 촬영을 하며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았고 엄청난 월척이 낚이고 있음을 알았다. 조황보다는 겨울에 소개할 붕어터를 찾아볼 요량으로 왔건만 용궁지는 용광로처럼 월척으로 들끓고 있었다.

저수지에 도착해서 처음 만났던 마을 주민 김정렬 씨가 최근 조황에 놀랐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취재가 어느 정도 끝나자 필자도 월척의 손맛을 보고 싶었다. 정오를 넘기면서 더 많은 낚시인이 들어와 마땅히 앉을 자리가 없었다. 이에 제방 좌측 하류 연안을 예초기로 생자리 포인트를 만들었다. 수심이 4m 정도로 깊었지만 현지 주민의 말로는 용궁지에서 가장 깊은 곳이었다.

최장 3칸까지 12대의 낚싯대로 셋팅이 끝나자 글루텐으로 집어하고 어두워질 때까지 휴식을 취했다.

저녁 식사 후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지만, 블루길만 두 마리 낚였을 뿐이고 좀처럼 붕어의 입질은 받기 힘들었다.

제방에 앉았던 유준재 회원은 벌써 3마리째 월척을 낚아낼 때였다.

새벽 5. 꿈쩍도 하지 않던 2.8칸 찌가 드디어 살짝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솟구치기 시작했다.

찌톱을 모두 드러내고 부르르 떨 때 챔질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옆으로 째는 힘이 대단했다. 채비가 엉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뜰채에 담아 계측해보니 35cm 월척이었다.

그리고 이 35cm 월척이 처음이자 마지막 월척이 되면서 여명이 밝아 왔다. 아침에 조황을 살펴보니 지난밤에도 제방에서는 월척이 꽤 낚였다. 4짜는 없었지만 35cm 전후급이 엄청나게 낚였다. 월척 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 지났다. 이번 취재에서 붕어 조황은 워밍업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용궁지 월척 사태는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가는 길광주무안 간 고속도로 나주 I.C를 나와 나주영암 방향으로 12km를 가면 영강사거리가 나오고 좌회전하여 영산대교를 건너 1.4km 진행 후 이창동 삼거리에서 보성장흥 방향 23번 국도를 이용해 7km를 가면 우측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이곳에서 농로 길로 우회전하여 내려가면 용궁지 상류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주소전남 나주시 세지면 대산리 153-2

 

드론으로 내려다본 나주 용궁지.

하얀 눈이 내리는 한 겨울철에 붕어 조황이 좋아지는 곳이지만 올해는 가을부터 떼 월척이 낚이고 있다.

 

 

새벽 5시 글루텐에 유혹해 낚은 35cm 월척을 들어 보이는 필자.

주로 32~35cm의 월척이 흔하게 낚였다.

 

 

용궁지 상류 연밭에서 마릿수 월척으로 손맛을 봤던 나주조우회회원들.

왼쪽부터 정연진, 편부연, 편상준, 류인광 회원이다.

 

 

제방에 빼곡하게 자리한 낚시인들.

수심이 깊은 제방에서도 꾸준하게 월척이 쏟아졌다.

 

 

식사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좌안 중류에 본부석을 차렸다.

 

 

제방 아래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는 광주CM 5짜클럽회원들.

이날은 정출 모임으로 모두가 마릿수 월척으로 손맛을 즐겼다.

 

 

마을 인근이라 쓰레기 수거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낚시 전후 5분간 청소하는 생활의 습관화가 중요하다.

 

 

광주 수연조우회소속 이재남 씨가 묵직한 살림망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밤낚시로 낚은 붕어 15마리가 전부 월척이었다. 최고는 37cm.

 

 

정기출조에 나선 광주CM 5짜클럽회원들도 마릿수 월척을 낚아냈다.

좌측부터 김영석, 이현중, 김연조 회원.

 

 

제방에 케미 불빛으로 장관을 이뤘다.

마치 유료 낚시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낚시인이 몰렸다.

 

 

상류에 자리한 광주CM 5짜클럽 구희대 회원.

멀리 있는 연줄기를 노리기 위해 장대로 찌를 세우기 위해 케스팅 하고 있다.

 

 

진입이 수월한 제방에서 입질을 기다리는 낚시인들.

올가을에는 상류와 하류를 가리지 않고 월척이 잘 낚이고 있다.

 

 

나주 용궁지에서 잘 먹혔던 글루텐 떡밥.

스위벨채비에 무르게 갠 글루텐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호조황 소식에 많은 낚시인이 몰려 자리가 없자 생자리를 개척한 낚시인.

 

 

광주CM 5짜클럽현창무 회장의 하룻밤 조과.

제방 중앙에 자리했고, 주로 4칸 이상의 긴대에 입질이 잦았다고 말했다.

 

 

취재 인터뷰 중에 39cm 대형 월척 붕어를 낚아낸 류인광 씨가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해줬다.

 

 

김연조 씨의 마릿수 월척 조과.

밤새 올려준 찌 맛과 손맛으로 피곤한 줄 모르고 아침을 맞이했다고 한다.

 

저수지 옆 고추밭 고랑 사이에서 마지막 고추 따기를 하는 아낙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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