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연호지(연자1지)
낚싯대 세 대로 밤새 월척 여덟 마리라고?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 편집위원. (주)천류 사외이사 · 필드스탭 팀장]
남녘 해남 땅에는 크고 작은 저수지가 무수히 많다. 여기에 금호호 줄기와 영암호 줄기의 샛수로까지 합하면 붕어낚시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다.
지난해 해남 지역의 금자천, 오호지, 호동지, 고천암호 등으로 출조하며 가장 눈여겨봤던 곳이 연호저수지다.
연호지는 저수지 전체가 봄철부터 늦가을까지는 감히 찌를 세우지 못할 정도로 마름이 빼곡하게 뒤덮여 있다. 그래서 하절기에는 낚시인의 발길이 닿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대신 좋은 점도 있다. 무성한 마름 때문에 그물질로 불법 어로행위를 할 수 없어 자원이 고스란히 보존되기 예상했기 때문이다.
해남군 황산면 연호리에 위치한 연호지는 농어촌 공사 자료에는 연자1지로 나와 있다.
1968년 전국적인 저수지 축조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농업용 저수지이다. 만수면적 4만 평에 평지형에 가까운 준계곡형이다.
2000년대 초반 대물낚시 붐이 일었을 때 생미끼 대물낚시터로 명성을 날렸으나 이후 금호호와 영암호의 샛수로가 개발돼 붕어 씨알이 굵게 낚이자 낚시인들의 뇌리에서 멀어졌다.
현재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개체수가 미미해 토종터나 다름없다.
주로 서식하는 어종으로는 붕어와 잉어, 가물치가 대표적이며 메기와 동자개도 서식한다. 특히 동자개가 많아 밤낚시에 생미끼를 쓰면 심심찮게 올라온다.
발목 깊이 쌓인 눈길을 헤치고···
한파주의보가 절정을 이루던 지난 12월 23일 새벽에 출발해 연호지에 도착했다.
광양지역에서는 볼 수 없던 눈이 발목 깊이로 쌓여 있었다. 저수지를 둘러보니 낚시할 상황이 아니었다. 4륜구동 애마를 믿고 다른 해남권 저수지를 둘러보았으나 영하의 기온 탓에 너무 춥고 바람까지 강해 낚시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 낚시를 한다는 게 이상할 정도라서 낚싯대를 담가보지도 못하고 철수 했다.
일주일 후인 지난 12월 30일 오후 5시에 다시 연호지를 찾았다.
지난주에 내렸던 눈이 말끔히 녹아 연안에 낚시자리들이 들어나 있다.
반갑게도 제방 좌측 무넘기 위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낚시인이 자리를 잡고 있어 조황 확인 차 이동해 보았다.
가까이 내려가 인사를 하며 살펴봤더니 총 10대의 낚싯대를 폈는데 그 중 3대는 연안의 좁은 줄풀 사이를 일명 ‘뽕치기’로 노리고 있었다.
“연호지에 자주 출조 하십니까? 라고 물었더니 바로 내 등 뒤에가 집이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뒤돌아보니 집과 저수지는 농로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필자에게 “한발 늦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연유를 물으니, 그는 연호지에서 매일같이 낚시 하는데 큰 씨알의 붕어는 12월 초에 많이 낚였고 현재는 감잎붕어부터 24~27cm급 중치급 붕어가 마릿수로 낚인다는 애기였다.
또 낮 낚시보다는 밤낚시에 입질이 잦고, 생미끼에는 동자개가 입질해 글루텐이나 옥수수를 쓰는 게 좋다고 조언해줬다.
대화를 마친 후 포인트를 둘러보기 위해 좌안 연안을 둘러봤다. 먼저 도착한 이상현, 민장식, 김용일 회원이 좌안 중류 논두렁에 좌대를 펴고 입질을 기다리고 있었다.
낮에 도착한 이상현 회원은 “글루텐에 잦은 입질은 하는데 씨알이 감잎 크기를 넘지 않습니다.” 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때 민장식 회원의 2.2칸 낚싯대가 활처럼 휘는 게 보였다.
낚싯대 휨새로 봐 대물붕어로 여겨졌는데 뜰채에 담긴 녀석은 꼬리가 붉은 빛을 띄는 50cm에 가까운 잉어였다. 민장식 회원은 촬영팀 내 ‘글루텐 낚시’의 달인으로 통하는 이상현 회원이 제조한 글루텐을 얻어 달았는데 찌가 두 마디 정도 오르다가 스르르 잠기는 입질에 챘더니 엄청난 힘이 손목에 전해져 왔다고 말했다.
6칸 대에 올라온 첫 월척
어둡기 전에 무넘기 끝자락 콧부리에 동일레져의 전투좌대를 설치했다.
이곳은 북서풍의 바람을 등지고 낚시할 수 있는 자리로 1.8m가량의 수심이 나왔다. 특공대로 바닥을 긁어보니 완전히 삭은 마름줄기가 걸려 나왔다.
저녁 식사 전 글루텐으로 꾸준하게 집어를 했다. 본격 낚시를 시작한 시간은 밤 8시.
4칸 대에 글루텐 환을 팥알 정도로 작게 달자 첫 입질이 들어왔다.
잔잔한 손맛을 전해주며 낚인 것은 21cm 정도의 작은 붕어였다.
그 이후 입질은 계속되었지만 큰 게 28cm 정도였다.
밤 10시가 되자 좌안 하류에 앉았던 대구에서 내려 온 김신조 회원의 자리에서 커다란 물보라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바람과 함께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소리는 “여섯칸 대에 33센티미터짜리 월척입니다~”였다.
김신조 회원은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아피스 필드트탭’과 유튜브 ‘조야라이프’를 진행하는 전문 대물 낚시인이다.
자정이 넘어가면서 탠트가 흔들릴 정도로 강한 북서풍이 불어왔다.
플래시를 비춰가며 김신조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김신조 회원은 강풍 속에서도 여섯 칸 대의 낚싯대를 휘두르며 뗏장수초를 넘겨 찌를 세웠는데 뗏장수초 너머에서만 입질이 온다고 말했다.
새벽으로 갈수록 바람은 거세게 불어왔지만 회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붕어는 모두 자로 잰 듯한 15~26cm가 주로 올라왔다. 미끼를 바꿔 새우와 참붕어까지 동원해 씨알을 노려봤지만 글루텐과 옥수수를 쓸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강한 바람 속에 비까지 내려 말 그대로 비바람속의 낚시였다.
김경준 씨 부부의 월척쇼에 화들짝
아침 7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자 모두들 철수하기에 바빴다. 본부석 텐트에 회원들과 모여 커피를 마시며 지난밤 조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와중에 제방을 오르는 낚시인이 보였다.
‘영하의 기온에 날씨도 좋지 않고 비바람까지 몰아치는데 출조라니···.’
대단한 낚시꾼이라 생각되어 커피포트에 물을 커피 물을 끓여 150m를 걸어가 그를 만났다.
경기도 화성에서 내려 온 김경준 씨와 장안나 씨 부부였다.
특별하게 낚시 장비를 갖추지 않고 뗏장 위에 달랑 낚싯대 3대를 펼쳐놓고 있었다.
김경준 씨는 “해남에 있는 아들집에 왔다가 나도 낚시꾼이라 짓궂은 날씨이지만 나와 봤다”고 말했다.
준비해 간 커피를 건네주면서 어젯밤 조황에 대해 말해줬다.
그러면서도 “날씨 상황과 붕어 씨알도 그렇고, 그나마 바람이 덜 타는 장소를 인근의 신제로 옮기시는 게 어떨까요?”라며 조심스레 조언을 해줬다.
그렇게 한참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김경준 씨가 갑자기 낚싯대를 부여잡으면서 일어섰다. 휨새를 보아 씨알이 상당해 보였다.
땟장수초 줄기와 함께 걸려 나온 녀석은 놀랍게도 34cm의 빵 좋은 월척이었다.
우리 회원들이 밤새 준척 이하급만 올렸는데 김경준 씨는 도착하자마자 34cm 월척을 낚아 내다니···, 순간 난감하면서도 머쓱해졌다.
다시 김경준 씨를 만난 것은 1시간 후. 인사라도 드리고 철수하려고 다시 가봤더니 살림망에는 세 마리의 붕어가 추가가 되어 있었다. 한 마리는 분명하게 월척이고 두 마리는 월척에 육박할 정도로 굵은 준척급이였다.
우리가 철수한 후 김경준 씨는 ‘그날 밤 낚시에서 허리급 한 마리와 7마리의 월척을 추가해 낚았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지난해부터 염두에 두었던 연호지를 찾아 하룻밤낚시로 낱마리 월척과 마릿수 붕어를 만났지만 낚시다운 낚시를 해 보지 못한 채 출조를 마무리 했다.
최악으로 추웠던 날씨도 영향을 미친 터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다행이 김경준 씨 부부의 월척 조과를 확인했기에 따뜻한 날씨가 며칠 지속될 경우 다시 연호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연호지 조황 나쁠 때 찾아볼 대타들
신제, 연호수로
낚시춘추 독자들에게 한 가지 팁을 준다면, 연호지 조황이 시원치 않을 때 찾을만한 곳으로 신제(연자2지)와 연호수로를 추천 해 본다.
연호지 옆에 신제(연자2지)가 있고 연호지 퇴수로와 연결되어 있는 연호수로가 있다.
신제는 1만 8천 평 규모이며 토종터이면서 생미끼가 잘 먹히는 겨울 낚시터다. 마릿수와 씨알을 동시에 노려볼만하며 바람이 덜 타는 곳이라 강풍이 불 때 적합하다.
연호수로는 연호지 퇴수로와 연결 연결된 낚사터다.
연호수로를 통과한 물은 금호호와 합류한다. 연중 물색이 탁한 게 장점이며 금호호 샛수로 특성상 붕어들의 산란도 빠르다. 보통 1월 말~2월 초에 대물 붕어들이 알자리를 잡기 위해 수로로 거슬러 오른다.
연호수로는 밤낚시도 되지만 주로 이른 아침부터 오전까지가 입질 피크 타임이며 붕어 씨알 또한 굵게 낚여 월척은 32~35cm가 주종이며 27~28cm가 많이 섞여 낚인다. 미끼는 글루텐이 유리하다
◆가는 길→ 남해안고속도로 강진 무의사 I.C를 나와 해남읍을 경유하여 원호교차로까지 진행 후 원호리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1.5km를 가면 일신사거리이다. 원호리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1.1km 가면 우측에 연호 버스 표시판이 있다. 농로 길로 좌회전하여 진행하면 연호지 좌안으로 진입을 할 수 있다.
◆네비게이션 주소→ 전남 해남군 황산면 연호리 240-7
해남 연호지 좌안에서 붕어를 노리고 있는 취재팀.
연호지는 예전의 대물터 명성에 걸맞게 씨알 굵은 붕어를 많이 품고 있다.
경기도 화성에서 내려온 김경준 씨.
비바람 속에 낚싯대를 펴자마자 34cm 월척을 낚아내 우리를 놀라게 했다.
연호지 인근에 살며 매일 출조한다는 현지인이 수초치기 채비로 줄풀 사이를 노리고 있다.
밤새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도 월척으로만 손맛을 본 취재팀.
좌측부터 민장식, 김용일, 김신조 회원이다.
이광희 회원이 준비해 온 닭 갈비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즐겼다.
연호지에서 잘 먹혔던 글루텐과 옥수수.
현장에서 채집한 새우와 참붕어에도 입질이 왔지만 씨알은 모두 비슷했다.
밤낚시를 앞두고 본부석에서 저녁식사를 즐기는 회원들.
연호지는 주차가 쉽고 수초대가 잘 발달된 좌측 연안이 주요 포인트이다.
연호지 제방에서 바라본 좌안 하류.
무넘기를 지나 제방까지도 진입할 수 있다.
저수지 안내판.
낚시인들에게 연호지로 알려져 있지만 농어촌공사 자료에는 연자 1저수지로 나와 있다.
화성 낚시인 김경준 씨의 하룻밤 조황.
제방에 자리를 폈으며 지렁이 미끼로 총 8마리의 월척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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