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의 미로’ 보성 조성수로 2012년 3월호

 

얼음낚시보다 짜릿한 쇄빙물낚시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주)천류 필드스탭]

 

1월 28일 벌교읍소재지 앞 2번 국도변에 위치한 반도낚시 24시편의점에 들렸더니 고흥권과 보성권 조황을 손금 보듯 꿰고 있는 사장님이 하는 말 “조성수로에 붕어가 떼거지로 낚인다”고 한다. 설 연휴 때 떼고기가 낚였고 최고 45cm까지 출현했다고!

고흥으로 가던 우리는 급거 목적지를 조성수로로 변경했다.

 

뒤따라오던 위봉현 회원 일행에게 조성수로의 내비게이션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고 현장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7시.

그러나 수면이 얼어 있었다. 결빙은 1~2cm로 제법 두껍다. 하지만 벌써 수로에 들어온 다섯 명의 꾼들은 이런 상황을 짐작한 듯 모두 얼음을 깰 수 있는 도구들을 이용하여 부지런히 얼음을 깨고 있었다.

보트를 타고 들어가 얼음을 깨는 꾼들도 있었다. 저토록 극성스러운 걸 보니 붕어가 낚이긴 잘 낚이나 보다.

우리 일행은 잠시 낚시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담가보고 가야 하지 않겠냐는 필자의 제안에 각자 포인트를 선정하고 얼음을 깨기 시작했다.

날이 훤해지면서 차량이 한 대씩 두 대씩 늘어나고 있었다. 먼저 온 꾼들은 모두 바로 말밑의 얼음만 깨고 있었다.

이유인즉 “수심이 1.5m 정도로 깊기 때문에 소음이 있더라도 금세 붕어가 낚인다”고 한다.

용전배수장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누군가 “김 기자님 오랜만입니다~”하고 인사를 한다. 가까이에 가보니 안면이 있는 벌교꾼이었다. “좀 일찍 오시지 이제야 오셨습니까? 일주일 전엔 대박 수준이었는데...” 일주일 전에는 전부 8치 이상으로만 낚였다고 했다.

어제 오후에 들어왔다는 그는 살림망에 8치 이상의 붕어를 10여 마리나 담아 놓고 있었다.

“초저녁부터 얼음이 얼기 시작해 낚시를 못하고 차에서 자고 이제 나왔어요. 올 겨울 계속해서 이곳만 찾았는데 얼음이 얼기 직전까지 꾼들마다 10여 마리는 무난히 낚았고 월척도 한두 마리씩 섞이고 그랬어요.”

 

얼음 구멍만 내면 아무데서나 입질!

 

오전 10시가 넘어가면서 꾼들이 20여명으로 늘었다.

설 연휴 때의 호조황이 소문이 났는지 얼어 있어도 아랑곳 하지 않고 얼음을 깨고 낚시에 열중이다. 나도 용정배수장 앞쪽에 포인트를 잡고 얼음구멍 6개를 뚫었다.

수심이 약 1.3m로 바닥이 깨끗했다. 먼저 뚫은 구멍에 지렁이를 내려 찌를 세우고 다른 구멍을 뚫고 있는데 조금 전에 세웠던 찌가 슬슬 빨려 들어가는 게 보였다.

챔질해 보니 7치 정도의 붕어가 낚여 올라왔다.

얼음을 깬다고 쿵쾅거린 게 붕어의 잠을 깨웠는지 빠른 입질을 볼 수 있었다.

바람은 불어오지 않았지만 햇살이 너무 좋았다. 또 붕어의 활성도도 좋았다. 사실 이곳이 아니면 이런 손맛도 볼 수 없으리라.

전라남도가 온통 얼었는데 어디 가서 붕어를 구경한단 말인가? 4시간가량 낚시한 것 같은데 살림통에는 6~8치 붕어가 20마리 담겼다.

카메라를 들고 옆자리의 송창영씨 포인트로 가봤다. 그는 갈대와 부들이 있는 포인트에 얼음구멍을 내고 낚시를 했는데 간간이 7~8치급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입질이 살아난다”고 했다. 가끔 조성수로를 찾는다는 그는 꽝이 없는 곳이라 했다. 입질이 없을 때는 낚싯대를 살짝살짝 들어 고패질을 해주면 붕어의 시각을 자극할 수 있어 입질을 자주 받아낸다고 했다.

오후 4시경 수로를 따라가며 꾼들의 살림망을 확인해봤더니 많게는 20여 마리에서 적게는 5마리까지 모두 붕어를 낚아 놓고 있었다. 그중 박신식씨의 살림망을 보니 이상하게도 굵은 붕어만 들었다. “맨바닥에서는 잔씨알의 붕어가 낚이고 건너편 수초대 가까이 뚫은 구멍에서 굵은 씨알이 낚였다”고 한다.

용전배수장 바로 앞에 앉은 평산가인의 홍행양 회원은 한낮에 도착하여 연안 갈대 사이에 구멍을 내고 찌를 세웠는데 준척급 붕어로 작은 쿨러를 채웠다. “지렁이에는 잔씨알이 붙고, 죽은 새우를 써봤더니 찌올림도 깔끔하고 씨알도 굵게 낚인다며 밤낚시까지 시도해보겠다”고 한다.

조성수로는 전체적으로 폭이 좁은 수로이지만 길게 미로처럼 이어져 붕어 자원이 무궁무진한 곳이다. 해빙이 되면 가급적 긴 대를 이용해 건너편에 갈대에 붙이면 월척급 손맛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성싶었다.

 

◆가는 길 → 벌교에서 2번 국도를 타고 목포방향으로 가다 보면 조성에 도착하기 전에 신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에서 좌회전하여 1km 정도 조성면 쪽으로 진행하면 조성사거리이다. 좌측 고흥방면으로 4km 가다가 300m 전방에 주유소를 보고 우측 농로로 접어들어 약600m를 가면 조성수로이다.

◆내비게이션 주소 검색 → 전남 보성군 조성면 용전리 2426-3번지

 

◆득량만의 좌측날개 -조성수로

이곳은 크게 득량호 또는 득량만스로라 불리는 580만평의 광할한 간척호수이다.

본류권과 3개의 가지수로로 나누어지는데 제방에서 상류를 봤을 때 좌측에 있는 수로가 득량수로 중앙에 있는 수로가 예당수로, 우측에 있는 수로가 조성수로이다.

조성수로는 용전배수장 좌우측에 길게 형성되어 있는데 한 겨울에 유독 강한 면을 보인다.

수로 폭이 좁아 4칸대면 건너편에 닿을 수 있고 건너편은 무성하게 자란 갈대밭이다.

오래전에 중장비를 동원하여 도랑식으로 바닥을 퍼 올렸고, 퍼 올린 둔덕에는 마을 주민들이 마늘을 심어 놓았다. 낚시여건이 비슷해 아무 곳에나 대를 펴면 되는데 가급적 갈대가 한 포기라도 있는 곳이 유리하다.

득량만수로의 최대 단점은 잦은 배수와 물 유입이다. 보성강 발전소에서 발전하고 난 물을 득량만수로로 흘려보내는데 그 양이 엄청나다. 낚시를 하다 보면 갑자기 수위가 70cm 이상 급격하게 불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질퍽거리는 연안에서 낚시를 하면 안 되고 뒤로 물러나 포인트 잡는 것이 현명하다. 또 오후 5~7시에 바닷물이 썰물일 때는 수문을 일제히 열어 불어난 만큼의 물을 순식간에 배수해버리는 특징이 있다.

현지꾼들은 이에 적응이 되어 있지만 처음 출조해 본 꾼들이라면 황당할 것이다.

득량만수로에는 블루길이 서식하고 바닷가라 망둥이도 서식한다. 그리고 토종붕어가 낚이는 곳과 떡붕어가 낚이는 포인트가 구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결빙 상황에서도 입질이 빈번한 보성 조성수로.

득량만수로의 좌측 가지수로이다.

 

 

 

  통나무에 줄을 매달아 얼음을 깨는 낚시인.

가라앉지 않아 얼음을 빨리 깨는데 효과적이라 한다.

 

 

 

조성수로에서 건너편 연안의 갈대밭까지 얼음을 깨고 있는 낚시인.

 

 

 

조성수로의 아침.

얼음 구멍을 낸 낚시인들이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조성수로 제방 넘어의 샛수로.

낚시인들이 수초치기를 하고 있다.

 

 

 

 

조성수로에서 마릿수 재미를 본 순천 낚시인.

박찬식(좌), 송창영씨.

 

 

 

 

조성수로에서 땟장수초대를 노려 4시간동안 거둔 필지의 조과.

 

 

 

 

수로 인근의 마늘밭에서 풀을 뽑고 있는 시골 아낙네.

 

 

 

 조성수로에서 건너편 갈대를 노려 붕어를 낚아낸 벌교 낚시인.

 

 

 

 

조성수로에서 고무보트를 이용해 얼음을 깨고 있다.

 

 

 

 

월척에서 조금 빠지는 준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는 벌교 낚시인.

 

 

조성수로에서 갈대를 공략해 붕어를 낚아낸 홍행양씨.

 

 

전 수면에 얼음이 덮인 조성수로.

 

 

조성수로 용전배수장 앞에 앉은 홍행양씨가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필자의 조과.

짧은 시간이었지만 잦은 입질로 마릿수 손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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