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붕어 조행기

고흥 호덕지, 세상에 이런 인연이...!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주)천류 필드스탭 팀장]

 

호덕지는 필자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가면 월척을 낚을 확률이 90%나 된다.

이번에도 호덕지는 끈끈한 인연을 과시했다. 난생 처음 하룻밤에 4짜 붕어를 두 마리나 낚은 것이다.

 

처음 호덕지를 찾은 날짜가 9월14일, 호덕지로 가다가 케미와 옥수수 등을 구입하려 과역면 소재지에 있는 대윤낚시에 들렸다. “호덕지로 가려는데 요즘 붕어 좀 나옵니까?”하고 물었더니 호덕지에도 월척이 보이고 점암지에도 월척이 낚이는데 점암지 쪽으로 더 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호덕지를 염두에 두고 온 터라 호덕지로 차를 몰았다.

호덕지에 도착하고 보니 평일인데도 낚시인들이 많았다.

광양에서 온 낚시인과 잠시 이야기 해보니 일주일 전 주말에 월척이 10마리 정도 낚였다고 한다. 

수위는 만수위에서 30cm 정도 빠진 상황이었다. 그래도 1m가량 나왔다.

새우와 옥수수 미끼로 공략해보는데 옥수수에 입질이 오긴 하는데 아무리 봐도 붕어의 입질은 아닌 듯했다.

살치일까? 아니면 그 많다던 블루길?

그 잡어가 궁금해 아주 작은 바늘로 바꿔 옥수수 알갱이 하나를 꿰자 바로 걸려 나왔는데 살치였다.

깊은 곳에서 살치의 성화가 덜했고, 얕은 자리에서는 밤이 깊어도 살치의 성화가 여전했다.

새벽2시경 우측 연안 갈대에 붙여 놓은 찌에 입질이 왔다.

살치 입질과는 다르게 중후하게 올라오는 것을 보고 챔질했는데 씨알이 굵은 붕어였다. 계측해보니 32cm. 호덕지 승률 90%라 장담했는데 역시 오늘 출조에서도 월척의 얼굴을 본 셈이다.

그리고 약 30분이 흘렀을까? 역시 같은 대에서 또 31cm 월척을 낚았다. 미끼는 옥수수.

아침시간 여명이 밝아오자 무서울 정도로 살치가 몰려들었다.

낚시를 포기하고 주변을 둘러봤더니 광양의 동광양조우회 소속 3명의 회원들 중 김진호씨가 월척을 낚아냈는데 그 씨알이 대단했다. 살림망에 39cm 월척이 두 마리나 들어 있었다.

 김진호씨는 “뗏장에 바짝 붙인 찌에 기대를 걸었는데 정작 39cm 월척 두 마리는 모두 맨바닥에서 낚였다”고 했다.

한 마리는 밤 10시25분에, 또 한 마리는 새벽 3시50분에 낚았다고 했다.

 

살치 입질 뜸해지면 긴장해야 돼

호덕지는 3만2천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이다. 소재지는 전남 고흥군 과역면 호덕리.

예전에는 참붕어와 새우가 잘 먹히던 저수지였는데 최근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지난 겨울 무넘기 공사를 하고 준설하여 수면적을 넓히는 공사가 대단위로 이루어졌다.

당시 거의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에서 마을 주민들이 수많은 붕어들을 잡아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인근 마을 주민의 말을 빌리자면 “붕어 씨가 말랐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물이 차오르고 나서 바로 씨알 굵은 붕어와 월척들이 마릿수로 낚였다.

오히려 물을 빼고 나서 블루길이 많이 없어졌다.

일주일 후인 9월22일 호덕지를 다시 찾았다. 지난주보다 배수가 많이 이루어졌고 아직도 배수중이었다.

주말이라 많은 낚시인들이 들어와 약간은 소란스럽다.

나는 오랫동안 호덕지를 다니면서 마음만 있었지 단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포인트로 대물좌대를 가지고 들어갔다.

그곳은 제방에서 창고가 있는 구간의 중간지점으로 수초가 우거져 웬만해서는 진입이 힘든 곳이다.

장화를 신고 낮으로 통로를 먼저 개척한 뒤 대물좌대를 가지고 들어가서 설치했다.

뗏장수초가 넓게 분포되어 있는 포인트로 받침대 필요 없이 뗏장 위에 대를 내려놓으면 되었다.

정면으로는 수심이 60cm, 좌우 수심이 30cm가 나왔다. 물색이 너무 좋아 30cm인데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정도 물색이라면 밤에는 틀림없이 붕어가 연안으로 붙을 것이라 판단하고 우측 5.2칸대부터 시작해 180도 방향으로 욕심을 부려 14대를 폈다.

 

하룻밤에 4짜 두 마리 독식! 죄송합니다~

오늘도 역시 살치 입질이 밤 10시경까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이어지다가 조금 둔화되는 듯하더니 10시50분경, 맨 우측 해결사채비에 옥수수 미끼를 꿴 수심 30cm의 찌가 꿈틀하더니 옆으로 살살 기는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챔질했는데 뭔가 턱~하며 걸리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중앙으로 째는 것을 어렵게 대를 세워 끌어내다 땟장수초 위에 올려 스키를 태우듯 발밑까지 끌어냈다. 4짜붕어 같아 보였다. 얼른 계측자에 올려 재 보니 딱 41cm, 호덕지에서 그간 100마리가 넘는 월척을 낚아봤지만 4짜붕어는 처음이었다.

그 다음으로 대형 사고를 친 시간이 새벽4시50분.

이번에도 오른쪽 30cm 수심의 5.2칸 대였다. 찌올림도 없이 순식간에 총알이 걸리는 소리가 따닥! 하고 들려서 순간적으로 챔질했더니 엄청난 파워를 자랑했다. ‘이것도 4짜?’

덩치만 봐도 한눈에 4짜임을 확인했다. 계측자에 올려보니 눈금이 42cm를 가르켰다. ‘하룻밤에 4짜를 두 마리나 낚다니...’ 속으론 기뻐하면서도 그 기쁨을 표출하진 못했다. 좌우 옆자리에 포진한 일행들은 거의 꽝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정종래 회원이 턱걸이 월척을 낚아냈고, 순천에서 온 동고동락 회원도 33cm 월척을 낚았다.

전체 조황이 4짜 두 마리에 월척 다섯 마리였다. 호덕지... 역시 나와 가장 잘 맞은 저수지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호덕지는?

블루길이 현저하게 감소하면서 그 자리를 살치가 대신하고 있다.

어디에서 유입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개체수가 엄청나다. 채집망을 담가 봤는데 잠깐 동안에 수십 마리의 살치가 채집되었다. 그러나 희망적인 것도 있다.

블루길이 유입 후 자취를 감췄던 참붕어와 새우가 채집되었다.

블루길 보다 더 무섭다는 살치 때문에 옥수수를 가급적 단단한 것으로 3~4개 이상 바늘에 꿰는 것이 좋다.

한참 살치가 성화를 부리다가 잠시 뜸해질 때 어김없이 붕어의 입질이 들어왔다.

살치를 피하려면 다소 깊은 곳이 유리했다.

호덕지는 농사철이 끝나면 물을 많이 빼놓는다. 더구나 올 겨울에는 상류 준설작업까지 계획되어 있다고 하니, 가급적 하류에 포인트를 잡는 것이 유리할 것 같다.

 

호덕지 가는 길

벌교에서 고흥방향 77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과역면 석봉 교차로에서 내려 좌측 호덕리 방향으로 약2km 가면 도로 좌측에 호덕지 상류가 보인다.

 

내비게이션 입력 주소

전남 고흥군 과역면 호덕리 283-3

 

현지 문의 광주 광산낚시 (062)952-2782

 

고흥 호덕지에서 하룻밤 새 낚은 두 마리의 4짜 붕어를 들어보이는 필자.

호덕지를 10년 넘게 다녔지만 4짜를 낚기는 처음이었고, 두 마리 연속으로 잡는 것은 평생 처음이었다.

 

 

 

 호덕지의 가을 풍경.

아주머니가 밭에서 콩을 수확하고 있다.

 

 

 

채집망에 들어온 엄청난 양의 살치.

 

 

살치 성화 탓에 옥수수를 네 개나 꿴 필자의 해결사채비.

 

 

 

 

호덕지에서 4짜 두 마리를 낚은 필자의 낚시 자리

제방 창고 구간의 생자리를 개척해서 만들었다.

 

 

 

필자가 호덕지에서 거둔 밤낚시의 조과.

4짜 두 마리를 포함해 마릿수 입질을 받았다.

 

 

 

필자가 낚시한 제방 좌안 하류의 창고 구간.

수풀이 우거지고 수초가 많아서 진입이 어려운 곳이다.

 

 

 

9월14일 찾은 호덕지에서 필자가 연안으로 끌어낸 붕어를 뜰채에 담고 있다.

 

 

 

동광양조우회 회원들이 호덕지에서 낚은 39cm 쌍둥이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호덕지의 석양.

수면에 비친 저수지가 아름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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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덕지 4짜붕어의 위용.

해결사 채비로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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