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해창만수로

불모지 시목강의 저력

혼자 4짜만 5마리 뽑았다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천류 사외이사 · 명예 필드스탭]

 

올해 봄은 꽃샘추위가 없이 따뜻한 날씨가 지속돼 붕어의 산란도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빨라진 느낌이다.

여수의 관기지, 광주의 평동지, 담양의 비아저수지, 나주의 송림지 등에서 산란붕어가 일찍 낚이기 시작했다.

월척 붕어가 낚였다 하는 곳에는 어김없이 낚시인들로 가득했다.

지난달 화보 기사를 통해 소개했던 해창만수로 역시 많은 낚시인이 찾아왔다.

하지만 포인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험난한 생자리를 개척했던 낚시인들은 허리급 월척에서 4짜붕어에 이르기까지 마릿수 조과를 거뒀지만 닳고 닳은 자리에 앉았던 낚시인들은 빈작에 가까웠다.

이번 달 취재 역시 해창만수로를 택했다.

물론 목표는 5짜붕어다. 해창만수로에서는 매년 3월부터 5월까지가 5짜붕어를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찬스다. 매주 찾아가 공략하다 보면 우리 취재팀원 중 누군가라도 빨래판 같은 5짜붕어 한 마리는 낚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다.

지난 화보 취재에서는 오도강, 길두수로, 오취리수로, 가오리강을 집중취재를 했다.

이번 달에는 해창만수로 중에서도 거의 불모지로 남아 있는 시목강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미 지난 2월 말 출조에서 필자가 44cm 붕어를 낚아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유독 탁한 물색에 4짜 예감

지난 319일 오후 5. 직장 퇴근과 동시에 해창만수로를 찾았다.

전날 도착했던 남원 낚시인 양재철 씨와 반갑게 인사하며 조황을 물어보니 턱걸이 월척에서부터 35cm까지 여섯 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고 한다.

양재철 씨는 지난달 취재 때 36, 40센티 대물 붕어를 연속해서 낚아내면서 해창만수로에 매료되어 다시 왔다.”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4짜붕어를 낚아내지 못했지만 그래도 허리급 월척으로 마릿수 조황을 누렸다고 살림망을 꺼내 펼쳐 보였다.

양재철 씨 포인트는 시목강에서도 최상류에 해당하는 자리였다.

좌측으로는 갈대가 자라고 우측으로는 삭은 부들밭이었는데 산란을 앞둔 붕어가 하류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와 안착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양재철 씨 조황으로 봐서는 상류에 붕어가 붙은 게 확실했다. 해창만수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물색인데 이날은 유독 탁한 물색을 띠고 있었다.

이번에는 수중전이다. 이미 인터넷 다음 사이트 카카오맵 항공사진을 보고 공략할 지점을 선정해 놓은 포인트로 가봤다.

시목강을 공략하기 위해 출발 며칠 전부터 위성지도를 보며 지형을 철저하게 분석한 곳이다.

예상대로 생자리로 남아 있어 낫을 이용해 연안의 묵은 갈대를 베어냈다.

연안에서 5칸대를 이용해 찌를 세워도 수심이 얕아 낚시가 어려웠지만 10m만 좌대를 들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수중전이 가능한 지형이 있음을 알았다.

시목강은 중간에 있는 시목교를 기준으로 상류 쪽으로 2008년도에 준설을 했고 연안에서 10m 떨어진 지점에 연안을 따라 길게 둑을 쌓아 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지장화를 입고 조심스레 들어가 보니 둑을 쌓아 놓은 곳은 수심이 얕으면서 흙이 단단했다.

망설임 없이 패밀리레져의 좌대를 설치했다.

전방으로는 부분적으로 자랐던 삭은 부들 사이로 새로운 부들 새순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해창만수로에서는 물색도 중요하지만 역대 최고의 호황을 보일 시기가 부들 새순이 한 뼘 정도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다.

부들수초 분포에 맞춰 빈 구멍에 3.2칸에서 6.0칸까지 12대의 낚싯대를 편성하고 보니 어두워졌다.

수심은 60~70cm가 나왔다.

저녁 730. 지렁이를 세 마리씩 바늘에 꿰어 좌측부터 차례로 찌를 세우는데 첫 번째 세웠던 찌가 스르르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메기라는 직감에 챔질해보니 50cm급 메기가 끌려 나왔다.

봄철 해창만수로에서는 낮낚시가 잘되고 초여름이 되면 밤낚시도 되는 곳이다.

그래서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부터 본격적으로 낚시를 해볼 요량이었으나 심심찮게 메기가 올라왔다. 40~55cm 크기가 주종으로 손맛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10. 밤낚시를 마무리하려는데 이때까지 낚아낸 매기만 무려 일곱 마리였다.

해창만수로에는 유독 메기가 많다. 아니, 메기가 바글바글 하다. 상류의 장수지에도 메기가 많지만 해창만수로에 비교할 수 없다.

외래어종인 블루길과 배스가 서식하는데도 메기가 많은 이유는 배스와 메기가 먹이활동 사이클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스는 주로 낮에 활동하는 반면, 메기는 밤에 가장 왕성하게 먹이 사냥을 하므로 메기가 살아남은 것이다. 물색이 아주 탁할 때는 간혹 낮에도 메기가 낚여 올라올 때가 있다. 메기의 개체 수가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다.

 

다음 달엔 옥강에서 빈드시 5짜를!

아침 6시 반경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이 없이 말끔한 날씨였다.

해창만수로에서는 붕어가 햇볕이 좋은 아침시간에 집중적으로 입질을 한다.

그러므로 날씨에 따라 붕어의 조황이 기복이 심하다. 염려스러운 것은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다. 우리는 낮 낚시에 집중하며 빗방울이 떨어지면 낚시를 종료할 계획이었다.

물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좌대에 올라타 거둬들였던 낚싯대에 싱싱한 지렁이를 골라 3~4마리씩 바늘에 꿰어 찌를 세웠다.

시계를 보니 아침 7시였다. 좌측 1번대의 5.3칸 낚싯대의 찌가 어느새 올라왔는지 몸통까지 드러내고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자동으로 팔을 뻗어 챔질하니 묵직함이 손목에 전해왔다. 삭은 부들수초를 뒤집어쓰고 나온 녀석은 39cm 월척이었다.

이 월척이 폭풍 입질의 전주곡이었다.

낚은 붕어를 살림망에 넣고 있는데 정면의 3.2칸 낚싯대의 찌가 또 흔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블루길 입질이 좌우로 흔들리며 올라오지만 이번 찌 놀림은 수직으로 깨끗하게 솟구치는 동작이었다.

정점을 찍고 잠시 멈추는 찰나 챔질했더니 조금 전 낚아낸 월척보다는 더 무게가 느껴졌다. 뜰채에 담긴 붕어는 42cm4짜붕어다.

햇살이 완전히 퍼진 아침 아홉 시까지 두 시간 동안 폭풍 입질이 들어와 4짜붕어 두 마리와 허리급 월척을 세 마리를 낚았다.

그 이후 간간이 입질이 들어왔다. 블루길 입질도 간혹 있었지만 입질 패턴이 달라 붕어와는 확연히 구분할 수 있었다.

오전 11.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좌대에서 내려왔다. 식사하면서도 의식적으로 눈은 찌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두 대의 낚싯대에서 찌가 오르는 것을 봤지만 그냥 찌 놀림만 확인했다. 그다지 큰 녀석들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라는 말이 있듯이 해창만수로에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잦은 입질이었고 다시 심기일전해 낚시에 집중했다.

물 밖으로 나와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마치고 다시 좌대에 올라서자 붕어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좌측 3.8칸 찌가 아주 느린 동작으로 솟구쳤다.

챔질하니 지금까지 낚았던 붕어와는 사뭇 다른 묵직함에 혹시 5짜붕어 아냐?’ 라는 기대감이 밀려왔다. 끌어내보니 45.5cm였다.

오후 3시를 넘기자 하늘에는 구름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햇볕이 보이지 않았다.

해창만수로는 햇볕이 좋을 때와 구름이 많았을 때 조황 차이가 큰데 이번에도 바로 입질이 끊겼다.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필자 혼자서 낚은 4짜붕어는 모두 5마리, 허리급은 4마리, 월척 이하 28~29cm 붕어가 5마리였다.

이 정도 조황이라면 해창만수로에서는 대박 조황이라 할 수 있는데 산란을 앞둔 붕어들이 대거 상류에 몰렸고 물색 또한 탁했기 때문에 가능한 조과였다.

철수를 앞두고 다른 회원들의 조황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상류 일대를 둘러봤다.

마침 함인철 회원의 자리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다름 아닌 잉어와 한판대결을 겨루고 있었다.

활처럼 부러질듯한 낚싯대를 부여잡고 있는 함인철 회원은 잉어가 너무나 커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뜰채질을 도와 겨우 끌어냈는데 80cm짜리 거구의 잉어였다.

산란이 임박한 잉어라 사진만 촬영하고 바로 방생해줬다.

날씨가 좋았으면 23일 낚시에 더 많은 붕어를 만날 수 있었지만 이 정도로도 만족한 조과였다.

다음 출조에서는 해창만수로에서도 남쪽에 해당하는 옥강 쪽으로 방향을 잡고 탐사낚시를 해볼 생각이다.

 

5월 해창만수로 낚시방법은?

산란철까지는 대체로 수온이 낮아 블루길의 성화가 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4월 중순이 넘어가면서부터는 수온이 오르면 블루길 입질이 잦아진다.

그만큼 붕어의 입질을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로 이때부터는 글루텐떡밥과 옥수수 미끼를 병행해 써야 한다.

 

해창만수로의 토질은 뻘층으로 이루어져 있어 밋밋해보여도 수중에는 말즘이라는 침수수초가 자라고 있다.

채비가 침수수초 위에 안착하지 않도록 말즘 사이의 빈 구멍을 찾아 찌를 세우는 것이 입질을 유도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해창만수로에서는 수심이 50cm 정도로 얕아도 물색만 탁하다면 붕어의 입질이 들어온다.

다만 수심이 너무 얕다 보니 캐스팅할 때 채비엉킴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이럴 때는 8자 줄잡이 고리를 찌 몸통과 찌톱이 만나는 지점에 걸어(수초직공낚시를 하듯이) 캐스팅하면 엉킴 없이 원하는 지점에 찌를 안착시킬 수 있다.

5월부터는 밤낚시가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아침 시간이 입질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대이다.

 

 

가는 길남해안 고속도로 벌교 I.C를 나와 15번 국도를 타고 19.8km 가면 연봉 교차로이다. 좌측으로 내려 점암면 방향 885번 지방도를 따라 6km 가면 천학삼거리. 좌회전하여 영남면 방향으로 2.7km 진행 후 우회전하면 시목강 최상류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주소전남 고흥군 점암면 장남리 1882-5

 

'목표는 5짜 붕어였는데...'

시목강에서 수중전을 펼친 필자가 촬영을 위해 45.5cm 붕어를 들고 연안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시목강 상류에서 80cm의 대물 잉어를 낚아낸 함인철 회원이 힘겹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시목강에서 낚인 4짜 붕어들.

오전 시간에 몰아치기로 낚였다.

 

 

해창만수로 붕어는 빨래판 붕어라 불릴 정도로 체고가 좋다.

턱걸이급 월척의 체고가 4짜붕어를 방불케 한다.

 

 

해창만수로에서 사용한 채비.

수심이 앝아 찌톱에 8자 고리를 달아 찌가 수직으로 입수하게 만들어야 안착이 쉬웠다.

 

 

봄에 해창만수로에서 가장 잘 먹히는 지렁이.

수온이 올라가 블루길 성화가 심해지면 글루텐과 옥수수가 잘 먹힌다.

 

 

해창만수로 출조 때 마다 4짜 붕어로 재미를 봤던 남원 낚시인 양재철 씨.

이번에도 허리급 월척까지 총 6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

 

 

류강득 회원이 1호 배수갑문 인근에서 상류로 올라온 붕어를 노리고 있다.

 

 

시목강 상류 부들밭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마릿수 월척을 뽑아낸 함인철 회원의 조과.

 

 

지난달 화보 취재로 소개했던 길두수로에 많은 낚시인이 몰렸다.

 

 

취재팀 중 해창만수로 마니아로 통하는 유준재 회원이 시목강 중류에서 밤 10시경 낚아낸 35cm월척.

 

 

45.58cm를 낚은 필자(우측)와 양재철 회원의 기념 촬영.

 

 

해창만수로에서는 유독 굵은 메기가 잘 낚인다.

생미끼로 밤낚시를 하면 기본 다섯 마리 이상은 낚을 수 있다.

 

 

진입이 수뤌해 낚시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길두양수장 수로.

 

 

해창만수로 시목강에는 아직도 생자리가 널려 있다.

다음날 아침 낚시를 위해 저녁에 생자리를 개척하고 있는 필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