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의 붕어낚시 상식

   평산 송귀섭  (FTV 제작위원, 붕어愛섬 진행, 붕어낚시 첫걸음 & 붕어 대물낚시 저자)


 

둠벙가에 마주앉아 즐기는 겨울낚시


         손바닥 둠벙에도 월척이 산다.


  우리 낚시인에게는 혹독한 계절인 겨울이 왔다. 추위 속에서 찾아갈 곳도 마땅치가 않고 또 고집부리고 나가봐야 별 조황도 없는 계절.

그래서 예전에는 늦가을에 납회를 하고는 낚시도구를 잘 갈무리해서 창고에 넣어두고 마냥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을 기다리면서 낚시점에 모여 점심내기 화투놀이나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1970년대 초반에도 낚시의 참맛을 아는 일부의 우리 선배조사들은 한 겨울 얼음낚시를 나가기도 하였고, 조과보다는 따사로운 겨울 햇볕을 받으며 대자연의 운치를 즐기기 위한 원거리 출조도 했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들어서 대물낚시가 붐을 이루게 되자 오히려 겨울철에 삭아 누운 수초더미 속에서 대물붕어를 만나기가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때부터는 너나없이 겨울철 출조를 하게 되어, 지금은 붕어낚시 출조에 계절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부푼 꿈을 안고 낚시터로 가보면 물이 샘물같이 맑아져 있거나 휘몰아치는 겨울찬바람에 붕어들이 입을 닫아버리기 일쑤이고, 손맛을 보기가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이러한 때에 오고가며 무심코 지나치던 길옆의 둠벙이나 벌판에 독립적으로 위치해있는 손바닥만한 둠벙, 혹은 큰 수로 주변에 형성된 웅덩이형 둠벙, 또는 강안 하천부지에 생성되어 있는 자연둠벙 등 작은 둠벙을 찾아서 대안 낚시를 구사해 보면 짜릿한 손맛을 볼 수가 있다.

  사실상 이러한 둠벙낚시는 장소 선정만 잘 하면 연중 지속적인 조황을 볼 수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작은 둠벙낚시만을 연중 구사한다는 것은 그 맛이 덜하므로 다른 낚시터가 한창 시즌을 구가하고 있을 때는 잘 찾지 않게 된다.

그러는 중에 요즈음처럼 찬바람이 불어오고 밤낮의 일교차가 10도를 넘는 겨울철이 되면 일반적인 낚시터에서의 조황이 변화무쌍하게 됨으로 이때부터 변화가 적은 둠벙을 찾으면 의외의 손맛을 볼 수가 있다.

더욱이 개인출조를 즐겨하는 낚시인에게 있어서 둠벙은 이 동절기 동안 좋은 낚시터가 된다.


살아 남아있는 둠벙을 찾아라.

  둠벙은 대부분 그 규모가 대단히 작다. 따라서 하절기 동안에 물이 부족하여 바닥을 드러냈거나 인근 마을 사람들이 그물질 혹은 물을 퍼내고 고기를 잡아 낸 곳이 많다.

그러므로 일단 둠벙에 도착하면 그물을 친 흔적이 있거나 물을 품어 낸 흔적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접근하는 것이 꽝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둠벙은 그 규모가 작은 만큼 보유하고 있는 어자원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최근에 낚시인의 손을 많이 탄 둠벙이라면 이미 우리가 만나고자 하는 붕어 개체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몇 사람이 어울려서 어느 작은 둠벙에서 폭발적인 조황을 맛보고 그 맛을 못 잊어서 다시 그 둠벙을 찾으면 거짓말 같이 조황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 할 수가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바로 작은 둠벙의 붕어가 그만큼 고갈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은 둠벙의 물을 다 퍼내고 붕어를 잡는다면 얼마나 잡히겠는가?

아마 100평 이내의 작은 둠벙이라면 몇 사람이 낚시로 열심히 낚아 낸 붕어가 그곳 큰 붕어의 거의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둠벙을 찾을 때는 손을 타지 않고 살아 남아있는 둠벙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같은 지역의 둠벙은 인근마을 청년회 등 주민들에 의해서 다 손을 탔거나 아니면 전혀 손을 타지 않고 다 살아 남아있거나 하는 특징이 있다.

 

                         * 이런 논둠벙은 대부분 사계절 물이 남아 살아있는 둠벙이다.


대물급이 서식하는 인근의 둠벙에 월척이 산다.

  대체적으로 지역 특성에 따라서 인접지역 붕어의 유전적 특성이 유사한 경우가 많다. 만약 인근의저수지나 수로의 조황이 잔챙이 일색이라면 그 근처의 둠벙 붕어도 잔챙이가 많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변에서 씨알 좋은 붕어를 만나는 낚시터가 있는 곳이라면 그 일대의 둠벙에도 월척급 붕어가 대부분 들어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몇 년 전에 어느 둠벙에서 5~7치 급의 붕어를 수십 마리 낚은 경험이 있다고 해서 이제 세월이 흘렀으니 대부분 월척급으로 성장하여 대물붕어가 시글시글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그 곳을 찾는 것은 틀린 생각이다.

붕어도 사람과 같아서 월척급까지 성장할 붕어는 타고나야 하고, 더구나 서식여건이 잘 맞아야만 한다.

즉 사람이 나이 많다고 키가 더 큰 것이 아니고 유전적으로 타고나서 영양섭취 등의 성장여건이 맞아야 키 큰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요즈음의 아들이 아버지보다 큰 것 처럼.......

따라서 그 규모가 아무리 작더라도 대물급이 자주 출현하는 수계와 연계되어 있는 좋은 조황 지역 인근의 아담한 둠벙을 찾으면 타고난 유전자에 의해 성장한 씨알 좋은 붕어를 만날 확률이 더 높아진다.

  한편 앞서도 언급하였지만 둠벙은 그 위치나 규모 면에서 수량 고갈을 가져 올 때가 많다. 특히 벌판이 아닌 산자락이나 밭 근처의 둠벙은 거의 매년 고갈을 겪는다.

그러므로 이런 둠벙에는 아주 잔 씨알의 붕어나 참붕어, 피라미류 등의 잡어만 있을 뿐 큰 붕어는 서식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대물급이 서식할 만큼의 큰 수계와 인접해있지 않고 따로 원거리로 독립되어 있는 이런 곳은 피해야 한다.

  비교적 담수상태가 오래 유지되고 서식여건이 좋은 둠벙은 논을 끼고 있는 논둠벙이나 수로와 연계되어있는 저수형 둠벙, 그리고 저수지 상류에 연계되어 자리 잡고 있는 둠벙들이다.

이러한 둠벙들은 실제로 한해가 들어 수로나 저수지의 물이 고갈 상태로 가더라도 최종적으로 물을 아껴놓고 영농에 사용하는 둠벙들이므로 담수상태가 비교적 오래 지속되는 둠벙들이며, 이런 곳에 큰 붕어가 남아있게 된다.


둠벙에도 포인트가 있다.

  둠벙은 그 규모가 작아서 몇 사람이 낚싯대를 펼치면 거의 대부분의 수면 요소요소에 찌가 서는 현상이 생긴다. 그러나 각자의 조황을 보면 분명히 차별이 된다.

그것은 낚시를 잘 구사하고 못하고의 문제나 미끼 때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장 영향을 주는 것이 포인트가 갖는 편차이다. 즉 아무리 작은 둠벙이라 하더라도 유리한 포인트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둠벙에서의 주요 포인트는 어디일까?

 

   첫째로, 큰 둠벙은 특징적으로 발달한 수초대다.

     붕어는 아무리 작은 공간에서도 회유 등의 특별한 경우 외에는 안정된 은신처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은신처는 항상 수중의 깊고 안정된 수심대나 수중 장애물 그리고 연안에 발달 해 있는 수초대가 된다. 그러므로 붕어가 항상 자리하고 있는 곳은 바로 수면의 중심부나 연안 수초 아래가 되는 것이다. 

  둠벙의 수심이 중심부도 1m 정도로 낮은 평지형 둠벙이라면 수초가 안쪽까지 발달해 있을 것이고, 중심부가 2m 이상으로 깊은 수심의 둠벙이라면 수초는 연안을 둘러서 띠 수초로 발달해 있을 것이다.

이런 때에 수심이 깊은 둠벙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포인트는 연안 수초대인데, 그 중에서도 무더기로 발달 해 자리를 잡고 있는 특징적인 수초대가 유리하다.

그리고 수심이 낮은 둠벙에서는 안쪽의 무더기수초 틈새나 삭아 누운 수초 밭의 작은 공간이 유리한 공략포인트가 된다.

이때 그 수초의 종류가 무엇인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 둠벙의 삭은 수초 공간 공략


   둘째로, 작은 둠벙의 경우는 맞은편과 중심부가 좋은 포인트가 된다.

     작은 둠벙의 붕어들은 사람이 접근하면 경계심이 생겨서 연안에 접근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혹 연안 발아래 수초에 파고들어 은신하고 있더라도 경계심이 생길 경우는 긴장 상태가 되어 먹이활동을 하지 않고 눈치만 살피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일정 시간이 경과하고 나면 경계심을 풀고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도 하지만 아주 작은 둠벙이라면 아무래도 맞은편 연안 수초대를 향해 먼발치로 찌를 세워 공략을 하고, 수심이 낮고 비교적 넓은 둠벙이라면 중심부에 찌를 세우거나 긴대를 옆으로 하여 멀리 찌를 세우고 공략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렇게 하면 맞은편 연안에서는 큰 씨알의 붕어가 드물게 입질을 하고, 중심부에서는 마리 수의 붕어가 자주 입질을 해 줄 것이다.

특히 침수수초가 자라고 있는 작은 평지형 둠벙의 중심부는 대물낚시에서도 좋은 포인트가 된다.


  셋째로, 물골지역의 맞은 편 둑 아래가 좋은 포인트가 된다.

   둠벙에도 상 하류 형태가 형성된 곳이 많이 있고, 물골을 가지고 있는 곳이 있으며,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 맞은편이 닿을 만큼 좁아진 삼각꼭지부분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상류 쪽 물골의 좁아진 삼각꼭지부분 맞은 편 둑 바로 아래에 바짝 붙여서 찌를 세우는 포인트가 좋은 포인트가 된다.

붕어는 좁은 공간에서 사람이 접근하면 사람 발밑을 떠나서 맞은 편 쪽으로 슬그머니 이동을 하게 되고, 이후로는 사람 쪽으로 접근을 잘 하지 않고 사람과 반대편인 그 일대에서만 은신 및 먹이 활동을 한다.

바로 이러한 붕어 눈높이에 맞춰서 찌를 세우는 포인트가 좁은 물골의 맞은 편 둑 바로 아래 포인트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지역은 수심이 중심부에 비해서 아주 극명하게 낮더라도 찌만 세울 수가 있다면 공략해야할 주요포인트로 고려해야 한다.

 

                                             * 둠벙 좌우측 둑 아래와 중심부 공략


둠벙낚시에는 계절성이 있다.

  둠벙에는 논에 근접 해 있는 논둠벙, 밭에 근접 해 있는 밭둠벙, 수로나 저수지와 연계되어 있는 저수형둠벙, 강안에 형성된 강둠벙 등이 있다. 이러한 둠벙들은 항상 똑 같은 조황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따라서 그 조황이 차별화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겨울철에 유리한 둠벙은 논 둠벙이나 해안가의 저수형둠벙, 수로와 연계된 둠벙으로 이러한 둠벙은 특히 가을 추수철이 되면서부터 동절기 동안 씨알 좋은 붕어를 배출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밭둠벙은 봄, 여름, 가을 낚시터이고 강둠벙은 하절기 낚시터이다.


겨울철에 떠나는 둠벙낚시

  이제 동절기로 가면서 출조지가 조금씩 한정되어 가고 있다. 그것도 낚시회 등 다수가 함께하는 원거리 출조라면 해안가 유명 낚시터나 섬 지방으로 원거리 출조를 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 출조자라면 인근의 가볍게 다녀올 장소를 찾을 수밖에 없어서 출조지가 많이 한정된다. 

이러한 때에 개인출조자에게 있어서 둠벙은 훌륭한 대안 출조지가 된다. 더구나 둠벙의 경우는 그 규모가 제한되므로 어차피 다수가 출조 할 장소는 아니며, 뜻이 맞는 개인 출조 친구 두세 명이 어울려서 출조를 하기에 적당한 장소 이므로 한적한 낚시를 여유 있게 즐기는 데는 그만이다.

추수가 다 끝난 넓은 벌판의 끝자락 작은 둠벙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좋은 낚시친구와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면서 아기자기한 대화와 낚시를 즐기는 것은 겨울철 낚시의 또 다른 한 맛이다.


 이제 이 겨울철에 둠벙낚시를 떠나보자.

 동호회출조라면 큰 벌판 끝에 산재해 있는 다수의 둠벙을 찾아서 돌아가며 공략을 해 보고, 그것이 아니라면 혼자서라도 홀연히 작은 둠벙을 찾아서 떠나보자.

그러면 겨울 붕어가 어여쁜 앙탈을 부리며 맞아 줄 것이다.

 

 

 

출처 : 平山家人- 평산 송귀섭 Fanㆍ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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