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수도권에서 원정낚시 1번지로 통하는 곳은 호남지역의 해안가 간척수로들이다.
예년 같으면 영암호와 금호호 샛수로에서 덩치 큰 붕어들이 속출할 시기다. 하지만 겨울만 되면 불청객처럼 찾아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AI) 유행이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그와 동시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낚시터로 진입하는 농로마다 ‘낚시금지’ 현수막이 붙이면서 낚시인들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일부 낚시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찾아가 호조황을 누린 꾼도 있었디. 본인의 손맛만 추구하는 이기주의는 많은 낚시인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낚시인들도 방역에 동참하는 것이 당연지사일 텐데 일부 몰지각한 낚시인 때문에 낚시계 전체가 욕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했다.
금호호와 영암호가 막히자 낚시인들은 저수지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다 보니 어느 한 곳 핫한 곳으로 떠오르면 금새 낚시인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실례로 호황을 보였던 2만 평 규모인 영암 구산지에 주말마다 낚시인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필자 역시 출조지 선정에 한계를 느낄 정도였다.
이에 이번 달에는 함께하는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 고흥 해창만수로를 이달의 화보촬영지로 결정했다.(참고로 해창만수로는 대형 수로낚시터이지만 AI나 구제역 같은 강력한 바이러스 전염성병이 번져도 이곳 만큼은 낚시를 금지하지 않는다).
해창만수로에서는 지난 1월 중순부터 4짜급 붕어가 낱마리로 낚인다는 정보가 있었다. 필자의 출조 데이터를 살펴봐도 매년 2월이면 덩치 큰 붕어들이 낚인 저력이 있는 곳인데 이미 수많은 5짜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AI 천정지대로 몰린 낚시인들
지난 2월 6일, 올해 첫 해창만수로 출조에 나섰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많은 낚시인이 몰려있었다. 아직은 살얼음이 잡힐 정도의 추운 날씨였는데 AI 영향으로 영암호나 금호호 출조가 어려워지자 꾼들이 대거 해창만수로로 몰린 듯했다.
해창만수로는 1963년 10월에 착공하여 1993년 간척지 공사가 끝난 뒤 가장 많은 낚시인이 찾았는데 이날도 그때 못지않게 많은 낚시인들이 몰렸다.
특히 해창만수로 내에서도 필자가 낚시춘추 지면에 소개했던 오도강, 길두수로, 오취리수로, 가오리강등 진입이 수월하면서 유명세를 치룬 곳들은 거의 낚시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이번에는 길두수로를 포인트로 잡고 첫 낚시를 해봤다. 길두수로는 해창만수로 본강의 지류권으로 낚시가 가능한 지역은 550m에 이르고 수로 폭은 35~40m다. 연안에 갈대가 자라있고 수면에는 부들이 삭아 쓰러져 있는 구간도 있다. 또, 듬성한 뗏장수초가 자라는 지역도 있어 붕어의 산란장으로도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수심은 80cm~1.2m를 유지하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수중에 말즘이 많이 자라 올라올 시기지만 올해는 이상하게도 말즘이 보이지 않았다.
준설로 인해 양 연안에는 수초 없이 밋밋했다. 중앙에 쓰러진 부들밭을 다섯 칸 이상의 긴 대로 공략하던 유준재 회원이 38~39cm 월척을 다섯 마리를 낚아냈다. 또, 최북단의 한적한 생자리를 개척해 대를 폈던 남원 낚시인 양재철 씨가 40cm와 36cm 붕어를 아침 시간에 지렁이 미끼로 낚아냈다.
수로 건너편 낚시인들도 간간이 붕어를 낚아내는데 모두가 월척을 상회하는 사이즈였다.
해창만수로를 두 번째로 찾은 날짜는 2월12일.
구정연휴를 맞아 지난주보다 더 많은 낚시인들이 길두수로로 몰려들었다. 늦게 온 낚시인들은 앉을 자리를 찾지 못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날은 비교적 포근한 날씨였지만 조황은 거의 빈작에 가까웠다. 다만 고흥에 거주하며 취재팀원으로 활동 중인 류강득 회원의 조과가 돋보였다.
류강득 회원은 틈나는 대로 해창만수로를 들락거렸던 원조 낚시인으로 해창만의 거의 모든 포인트와 입질 시간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게 주효했다.
그는 ”해창만수로에서는 80% 이상 아침 시간에 입질을 합니다. 그러므로 시간 안배가 중요하며 산란 전에는 수초대 움직임을 보고 포인트를 선정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해줬다.
그의 살림망을 들춰보니 월척에 살짝 못 미치는 준척급 붕어 몇 마리와 35cm 전후의 월척이 두 마리가 들어 있었다.
오전 10시가 넘어가자 입질이 완전히 끊겼다. 촬영도 하고 다른 포인트를 둘러볼 겸 가오리강 쪽으로 가봤다.
이곳 역시 많은 낚시인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운 좋게 광주 낚시인 이상만 씨가 수심 앝은 상류에서 붕어를 끌어내는 모습이 목격할 수 있었다.
올라온 붕어는 32cm 정도의 월척이었는데 그는 벌써 네 마리째 월척을 끌어냈다고 했다.
가오리강은 봉덕강의 지류로 진입이 수월한 장점이 있다. 낚시가 가능한 구역은 800m이며 수로의 폭은 60m에 이른다. 상류에만 일부 부들이 자랄뿐이다. 하절기에는 마름이 무성하지만 현재는 완전히 삭아내려 아무런 방해없이 스윙낚시를 구사할 수 있다.
본류인 옥강을 거처 봉덕강으로 거슬러 올라온 붕어들이 가오리강으로 유입된다.
2월 27일, 시목강에서 44cm 견인
세 번째 출조는 2월 27일이었는데 그동안 짬짬히 탐사한 곳 중 가장 호황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시목강을 선택했다.
시목강은 해창만수로 동북쪽에 위치한 2km 길이의 본수로이다. 연안에 갈대가 무성하고 진입이 수월하지 않다.
출조날은 강풍 특보가 내려진 상황으로 북동풍이 초속 11m로 거세게 불었다. 바람을 등지고 낚시 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고, 시목강 중간에 위치한 시목교 인근 갈대를 베어내며 진입로를 만들었다.
힘들게 갈대를 헤치고 들어가 보니 부들과 갈대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포인트가 숨어 있었다. 바지장화 만능절기, 수초제거기, 그리고 낫을 이용해 생자리를 개척했다.
좌측 부들밭은 예전에 시목교 공사 때 있던 물막이 둑이 수면 아래에 형성돼 있었다. 수심이 60cm가 나와 애매한 데다 물색까지 맑아 포인트로 적합하지 않았다.
정면으로는 수심이 1.8m로 깊게 나왔는데 해창만수로에서 수심이 1.8m면 상당히 깊은 편에 속한다.
밤낚시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던 터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5시에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일어나 아침 낚시를 준비했다. 미끼는 지렁이. 싱싱한 지렁이를 골라 세 마리씩 바늘에 꿰어 찌를 세웠다.
아침 8시나 됐을까? 구름 사이로 가끔 햇살이 비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구름 많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
그때 오른쪽 건너편 부들 자락 가까이 세웠던 6칸 대의 찌에 미세한 움직임이 있어 포착됐다.꿈틀대는 찌 놀림에 ’블루길인가?‘하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 찌가 슬슬 허공을 향해 솟기 시작했다.
입질 형태로 봐서 블루길은 아니었다. 순간적으로 긴장하며 손바닥에 손물을 묻혀 손잡이대를 움켜지고 기다렸다. 찌톱을 전부 드러내고 정점을 찍을 무렵 힘차게 챔질했다.
손아귀에 전해지는 묵직함에 ’크다‘라는 느낌뿐이었다. 수심이 앝은데도 옆으로 째는 힘이 대단했다. 결국 옆 낚싯대 채비를 휘감으며 풍만한 몸체의 붕어가 뜰채에 담겼다.
계측하니 무려 44cm짜리였다.
이후 바람이 터진 오전 9시까지 입질을 기다려봤지만 이렇다할 입질은 받지 못해 미련 없이 철수길에 올랐다.
1월 중순부터 산발적으로 대물붕어들이 낚이고 있는 해창만수로.
낚시춘추 4월호가 발간될 즈음인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최고의 피크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번 주 역시 출조지는 해창만수로이며 목표는 5짜붕어다.
해창만에서 낚시 요령
▶해창만수로는 간척지수로다. 그러므로 물때에 따라 배수를 하는데 ‘영산강 안심 알림e’ 앱처럼 별도의 예고를 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물때가 4물에서 11물 사이 썰물 때 10~30cm 가량 배수기 이루어진다.
▶낮낚시와 밤낚시의 입질 비율은 8대2로 보는 게 적당하다. 낮이라도 해가 떠오르는 시간부터 오전 10시까지가 피크타임이므로 밤에는 비련 없이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원항리수로는 전남 영암군 도포면 원항리에 있는 신생 수로다. 현지인들은 원목수로라고 부른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흙모래로 가득 찬 실개천에 불과했으나 2018년도에 말끔하게 준설해 새로운 낚시터로 거듭 태어났다.
일부 광주 낚시인들 외 아직도 존재를 모르는 낚시인들이 대다수이며 현지 촌로들이 농한기 소일거리로 붕어낚시를 즐기고 있는 수준이다.
하류에는 영산강 지류인 영암천이 있어 큰비가 내리면 붕어가 거슬러 올라온다. 상류에는 대물 붕어터로 잘 알려진 봉호지 퇴수로와 연결되어 있어 붕어가 수시로 유입된다.
원항리수로는 주기적으로 수문을 여는 영산강 하구 배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특징이다.
하류 영암천과 연결된 수문이 높게 설치돼 항상 만수위처럼 일정량의 수량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류는 저수지처럼 수로 폭이 100m에 이르고, 중하류부터 상류까지의 1.7km 구간에 폭이 40m가량 된다. 주차와 진입 여건도 수월해 낚시 여건이 좋은 편이다.
여름철에는 마름이 자생하지만 1월 초 현재 흔적도 없이 삭아 내렸다. 연안에는 약간의 부들과 누렇게 퇴색된 갈대가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수심은 60~80cm로 깊지 않으나 겨울에도 물색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영산강 줄기가 모두 그렇듯 이곳 원항리 수로에도 배스와 블루길은 유입돼 있다.
겨울에도 옥수수에 씨알 굵게 낚여
지난 12월 중순 출조에서 1박낚시에 월척 1마리와 24~28cm급 붕어를 20마리 정도 낚아냈다.일단 붕어의 개체수는 많은 것으로 판명됐다.
현지 낚시인들 말에 의하면 최고 38cm까지 낚은 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월척보다는 마릿수 개념의 낚시터로 보였다.
미끼는 겨울임에도 지렁이보다는 옥수수에 씨알이 굵게 낚이는 특징을 보였다.
낮과 밤의 입질 시간대 차이는 없었지만 바람이 없는 밤 시간대에 몸통까지 올려주는 찌 올림이 일품이다.
◆가는 길→ 영암군 시종면 소재지를 벗어나 신학리 방향으로 801번 지방도를 따라 월송교차로에서 도포면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120m 진행 후 ‘입석마을’ 표식을 보고 우회전하여 3.1km를 가면 원목마을이 나오고 좌회전하여 800m 가면 우측에 원항리 수로의 최상류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하류 쪽으로 1.7km 구간이 낚시가 가능한 지역이다.
낚시춘추 객원기자로 호남지역 붕어터를 도맡아 취재하면서 수많은 낚시터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다.
광주·전남 낚시인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 원정 출조를 온 낚시인들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됐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소개한 낚시터 중 여수지역은 유독 그 수가 적은 편이다. 바다낚시의 메카로 알려진 여수의 특성상 필자조차도 민물낚시 불모지로 여기고 잘 찾지 않았기 때문일까?
여수에도 꽤 쓸 만한 붕어터가 많다.
지금껏 필자가 낚시춘추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곳들을 살펴보면 복산지, 관기(죽림)지, 풍류지, 덕곡지, 대포지, 마상지, 가사리수로, 쌍봉천 등이 있다. 화보를 통해 접했던 수많은 낚시인이 출조해 월척은 물론 5짜 붕어까지 낚는 등 손맛을 톡톡히 본 곳들이다.
그래서 이번 화보 촬영은 여수지역에서도 아직 지면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저수지를 취재해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아끼고 아꼈던 주옥같은 저수지로 그곳은 바로 여수시 화양면에 있는 소옥1지다.
1998년 첫 출조
1998년에 소옥1지를 알기 전에는 아래쪽에 있는 마상지를 먼저 알았다.
마상지는 여름철 녹조가 심해 대를 펴기가 망설여지는 곳이나 초봄과 늦가을에 참붕어를 미끼로 쓰면 월척급 붕어가 심심찮게 낚였던 곳이다.
시간 되는대로 꾸준히 마상지를 팠고, 마상지에서 낚은 몇 마리의 4짜 붕어와 월척 붕어는 족히 1백 마리는 넘었다.
그리고 마상지 출조가 차츰 지루해질 즈음, 1.5km 북쪽에 있는 소옥1지로 방향을 바꿔 출조했다.
이곳 역시 월척 소굴이었다.
소옥1지에서는 참붕어보다는 납자루에 월척이 잘 낚였다.
빈 채집망을 잠시 담가놓으면 참붕어가 새까맣게 참붕어들이 채집되었다.
그중에 납자루도 상당량 섞였다. 그래서 실험차 꿰어본 납자루에 월척이 잘 낚인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됐다.
하지만 그 이후 여수를 향한 나의 발길은 뜸해졌다. 전국적으로 대물낚시 붐이 일었고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된 해남과 영암 지역 낚시터들이 대물 위주 한 방터로 변했기 때문이다.
다시 수옥1지를 찾는 것은 2016년 늦가을 무렵.
옛 기억을 더듬어갔는데 마침 상류에 중장비가 들어가 준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여파로 제방 부근에만 20% 정도의 물이 남아 있는 수준.
갈수기낚시를 해볼 요량으로 대를 폈는데 월척은 이미 펄 속으로 파고들었는지 낚이지 않았다.
준척급 붕어만 열댓 마리 낚고 낚시를 마무리했다. 물 빠진 저수지의 사진 자료를 남기기 위해 한 바퀴 둘러봤는데 역시나 어느 연안에도 낚시했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물이 빠졌을 때 둘러보니 갓낚시 포인트가 여럿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수위가 회복된 2017년 봄에 짬낚시로 소옥1지를 찾았다. 제방 우측 언덕 위에서 갓 낚시를 시도했는데 찌를 세우기 무섭게 월척이 올라왔다. 대부분 32~34cm였다.
그래서 평일에는 퇴근과 동시에 집에서 40분 거리인 소옥1지를 매일같이 찾아 짬낚시를 즐겼다.
그때마다 두세 마리 이상의 월척을 낚을 수 있었다.
사실 그때 바로 낚시춘추에 소개할 수도 있었지만 여수 지역에 이곳 말고도 알짜터들이 많다 보니 미루고 미루다 보니 지금에서야 소개하는 것이다.
아니 미뤘다기보다는 나만의 보물터로 아끼고 싶었다는 말이 정답일 듯싶다.
“허리급 한 마리는 보장하는디 안 갈라요?”
지난 11월 21일. 2년 만에 또 다시 소옥1지를 찾았다.
출조 전에 동행할 광주와 하동 지역 회원에게 소옥1지 주소를 알려줬다. 첫 반응은 별루였다.
한결같이 “붕어가 낚인다는 보장도 없는디 너무 먼 곳 아닌가요? 더 가까운 데 없소?”라는 걱정이었다.
여수에서도 남단이고 외진 곳이다 보니 볼멘소리를 할만도 했다.
그래서 ‘무조건 허리급 붕어 한 마리씩은 보장한다’고 꼬드겼더니 이내 목소리가 밝아졌다.
아침에 도착해보니 수온이 떨어지는 계절임에도 물색이 적당히 탁했다.
낚시인들은 보이지 않았고 청둥오리와 물닭만이 무리 지어 활동할 뿐 전체적으로 한가해 보였다.
취재 당시에는 수위가 70% 정도라 연안에서 진입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2016년 가을에 준설했던 지형을 떠올리며 우측 중상류에 해당하는 폐가 아래를 포인트로 정했다.
수정레저의 파라다이스 슬립 발판을 설치하고 수심을 재보니 2.5m로 생각보다는 깊었다. 준설을 하고 난 이후 수심의 변화가 큰 듯했다.
계절적으로 말즘이 새롭게 올라올 시기여서 특공대로 바닥을 긁어보니 아무것도 걸려 나오지 않는 아주 깨끗한 바닥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채집망을 담가놓았으나 예상외로 참붕어는 적게 채집되었다.
예전 같으면 잠시만 담가놔도 한 사발씩 채집되었는데 이날만큼은 이외였다. 참붕어보다는 밀어가 더 많이 채집되었다.
그래서 글루텐과 옥수수 외에 밀어를 모두 미끼로 쓰기로 했다.
오전 11시. 낚시는 밤낚시에 치중하기로 하고 마르큐사의 코이고코로 떡밥으로 집어부터 시작했다.
북서풍이 분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바람은 상류 소옥마을에서 불어오는 북동풍의 골바람이었다.
바람을 피해 따뜻한 햇볕을 쬐며 의자에 기대어 졸고 있는데 우측에 앉은 유준재 회원의 포인트가 소란스러웠다.
고개를 돌려보니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져 요동치는 게 아닌가?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 봤다.
제법 큰 씨알의 붕어였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뜰채에 담긴 녀석은 꼬리지느러미가 40cm를 가리키고 있었다.
첫수에 4짜라니…. 유준재 회원이 회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해줬다.
오후 3시 무렵이었다.
유준재 회원은 “2미터의 수심에 4.4칸대로 옥수수를 꿰어 찌를 세웠는데 찌가 쭈욱 빨려 가기에 잡어인 줄 알았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회원들도 고무되어 낮낚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해가 질 무렵, 상류 물골 자리에 앉은 하동에서 온 김인호 회원이 연속으로 두 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고 알려왔다.
잡어 입질처럼 끌고 갈 때 채니 4짜
밤 8시. 나는 예전 경험에 비춰봤을 때 소옥1지에서는 생미끼가 잘 먹힌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낮에는 떡밥으로 집어하고 밤에는 밀어와 참붕어를 주력 미끼로 사용했다.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정면으로 펼쳐놓은 5칸 대의 찌가 꿈틀거렸다. 물속으로 살짝 끌려 들어가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좀처럼 타이밍 잡기가 힘들었다.
손잡이에 손을 얹고 기다리다가 살짝 끌려가는 찰나에 냅다 챔질했다.
그 순간, 뭔가 턱! 하고 걸리는 듯싶더니 대단한 힘으로 째기 시작했다.
수심이 2.5m여서 그런지 얕은 연안으로 끌려올수록 좌우로 째는 힘이 엄청났다.
잉어의 입질과 흡사했던 터라 ‘잉어겠지’하며 손맛만 보고 털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좌대 밑에까지 끌려온 녀석을 플래시로 비춰보니 거대한 붕어였다.
깜짝 놀라 뜰채로 담아냈다. 무려 41.5cm나 되는 4짜 붕어였다.
첫 붕어를 4짜 붕어로 낚아낸 이후 미끼를 마르큐사의 페레글루텐으로 바꿨다.
채비도 스위벨 채비에서 긴 목줄 채비로 바꿨다. 떡밥에는 깔끔하게 올리는 입질이 나올 줄 알았는데 살짝 끌려가는 입질은 지속됐다. 27~29cm 붕어를 예닐곱 마리 더 낚아냈다.
새벽 2시. 하류 쪽 도로 밑에 포인트 한 김광요 회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느낌만으로도 월척을 낚아냈다고 생각했다.
김광요 회원은 “준척급 붕어만 올라오다가 쓸만한 놈으로 한 놈 건졌습니다. 밤 붕어 사진도 필요하지 않습니까?”라고 알려왔다.
내가 도착할 때까지 뜰채 안에서 눈을 껌뻑이던 녀석은 한눈에 봐도 4짜였다. 사진 촬영 후 계측하니 예상대로 딱 40cm가 나왔다.
새벽 3시 반. 살랑이던 바람도 멈추고 수면이 거울처럼 잠잠해졌다. 쳐지는 눈꺼풀 비벼가며 졸음을 참고 있는데, 초저녁에 꿰어 두었던 6칸 대의 찌가 꿈틀대는 것이 포착되었다.
밀어는 생미끼여서 찌를 멋지게 올리지 않을까 했으나 그건 내 욕심이었고 보란 듯이 살짝 끌고 가는 입질이 왔다.
대단한 손맛을 전해준 놈은 좌우 낚싯대 두 대의 채비를 휘감은 뒤에야 뜰채에 담겼다.
역시 41cm나 되는 두 번째 4짜 붕어였다.
밤새 4짜 5마리, 허리급 2마리 올라와
아침 8시. 밤낚시를 대충 마무리하고 제방 건너편 조황을 살필 겸 카메라를 들고 가봤다.
그곳에는 남원에서 출조한 광주 ‘얼레붕어낚시’ 회원 김정석, 양재철, 조성필 씨가 나란히 앉아 낚시하고 있었다.
살림망을 들춰보니 양재철 씨의 조황이 가장 돋보였다.
하룻밤에 스물 댓 마리의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24~28cm의 붕어가 주류였고 최고 39cm 월척까지 낚아냈다.
양재철 씨는 겨울철이다 보니 전남 쪽으로 자주 내려오는데 여수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수는 엑스포를 비롯해 구경거리도 많고, 바다낚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게다가 이처럼 체고 좋은 붕어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자주 내려와야겠다”며 취재에 응해줬다.
아침 9시. 슬슬 바람이 터지기 시작해 철수를 서둘렀다.
함께한 취재팀의 조황을 촬영하기 위해 한 자리에 붕어를 모아봤다.
초저녁에 37~38cm급의 월척을 연거푸 올렸다던 김인오 회원의 붕어는 실제 계측 결과 40.5와 41cm였다.
그가 새벽 시간에도 두 마리의 월척을 추가했는데 크기는 36, 37cm로 종합하면 취재팀 중에서 가장 많은 손맛을 봤다.
김인오 회원은 4짜에 약간 모자란다고 생각해 밤새 아쉬워했는데 계측 결과에 얼굴빛이 달라져 회원에게 웃음을 주었다.
아끼고 아꼈던 소옥1지는 역시나 실망을 주지 않았다.
취재팀 조과는 4짜 붕어 다섯 마리에 허리급 월척 두 마리였고 준척급 붕어만 30여 마리였다.
멀리 광주에서, 경남 하동에서 와준 회원들에게 약속대로 대물 붕어를 상면하게 해준 소옥1지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수 소옥1지는?
여수시 화양면 옥적리에 있는 1만8천평 규모의 준계곡형지로 1948년에 준공됐다.
여자만 바닷가 외진 곳에 있어 다른 지역 낚시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는 토종터로 붕어를 비롯, 잉어, 가물치, 장어 등이 서식한다.
특히 배스터처럼 굵은 붕어가 잘 낚이는 게 특징이다. 그만큼 손이 덜 탄 것이 이유가 아닌가 싶다.
여름철 저수지 중앙에 마름이 부분적으로 자랄 뿐 수초 없는 맹탕 저수지와 다를 바 없다.
2016년 겨울에 준설작업을 했으며 평균 수심이 1.5m~3m를 보이는 전형적인 준계곡형 저수지이다.
여수 소옥1지에서 낚시요령
소옥1지에서는 연중 낚시가 가능하다. 한겨울철에도 비교적 따뜻한 지역이다 보니 한파주의보가 내려도 살얼음만 얼 뿐 두껍게 얼지 않는다.
만수위 때는 제방 우측 연안을 따라 나 있는 길 밑 언덕에서 갓 낚시가 잘된다. 미끼가 떨어진 지점이 잔 자갈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미끼보다는 옥수수에 입질이 빠르다. 입질시 80%는 살짝 끌고 가는 입질이 나타나므로 주의 깊게 찌놀림을 파악해야 한다.
저수위일 때는 갓낚시보다는 4칸 이상의 긴 대 스윙낚시에 입질이 빠르다.
입질 시간대는 오후 3시부터 해 질 무렵, 그리고 새벽 2시부터 동틀 때까지가 절정이다.
◆가는 길→ 영암·순천 남해고속도로 해룡I.C에서 여수 방향으로 14.5km를 가면 덕양교차로이다. 22번 국도를 이용해 백야도 방향으로 12.2km 가면 웅동교차로이다. 우측 863번 지방도를 따라 옥적리 방향으로 5.8km 가면 우측에 소옥마을 표식이 보이고 우회전하여 마을 길로 700m 가면 소옥1지 제방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주소→ 전남 여수시 화양면 옥적리 1162
여수 지역의 숨은 대물터인 소옥1지.
상류에서 바라본 전경으로 4짜급 붕어를 많이 품고 있는 준계곡지다.
취재 기간 동안 짜릿한 4짜붕어 손맛을 즐겼던 유준재(왼쪽), 김인오 회원.
상류에 포인트를 잡았던 유준재 회원이 오후 3시경 4짜 붕어를 뜰채에 담아내고 있다.
최상류 물골자리에 자리한 이광희 회원의 포인트.
붉게 물들어 떨어진 단풍잎 위에 누운 4짜 붕어와 천류사의 운명 낚싯대.
"여수 붕어 손맛과 때깔 모두 죽여줍니다".
좌측 하류에 포인트한 남원 낚시인 조성필(좌), 양재철 씨가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멀리도 왔지만 덕분에 손맛 제대로 봤습니다".
필자의 안내로 소옥1지를 찾은 회원들이 4짜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좌측부터 함인철, 박종묵, 유준재, 김인오 회원이다.
현장에서 채집한 밀어를 미끼로 써 4짜 붕어를 낚아낸 필자.
새벽 2시경졸린 눈을 비벼가며 찌를 응시했던 김광요 회원이 7칸 대로 올린 40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밤새 꾸준한 입질이 들어와 한숨도 못잤습니다."
사진 촬영 요구에 무거운 살림망을 들어내고 있는 남원 낚시인 양재철 씨.
양재철 씨가 낚은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좌측 하류에 앉았던 양재철 씨는 39cm를 비롯 마릿수 조황을 누렸다.
밤낚시를 앞두고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회원들.
상류 물골자리에 앉은 이광희 회원.
낮에 바닥이 훤히 보이는 자리였지만 밤에 일곱 마리의 붕어가 낚여 갖낚시가 잘 된다는 것을 입증해줬다.
"여수 붕어의 자태에 푹 빠졌습니다."라며 39cm 월척을 들어 보이는 양재철 씨.
소옥1지 4짜 붕어의 아름다운 자태.
덩치에 비해 찌올림이 너무 미약했다.
배수량 측정기.
밤새 2cm에 가까운 배수가 있었지만 조황에는 영향이 없었다.
"반갑습니다" 필자를 알아보고 인사를 온 남원 낚시인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좌측부터 양재철, 필자, 김정석, 조성필 씨.
소옥1지의 제방권.
제방을 기준으로 좌우측 끝자락에서 입질이 잦았다.
소옥1지에서 가장 잘 먹혔던 옥수수 미끼.
스위벨 채비와 얼레채비 등 비교적 예민한 채비에 잦은 입질이 들어왔다.
소옥1지 연안을 따라 버려진 쓰레기를 모두 수거한 취재팀.
소옥1지의 평균 마릿수 조과.
주종이 27~29cm이며 가끔 4짜 초반의 붕어가 섞여 낚인다.
상류에서 바라본 소옥1지.
2016년 겨울에 준설작업해 상류도 수심이 깊은 것이 특징이며 겨울에도 적당한 탁도를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