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강진 사초호 출조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탐사 차원에서 강진군 신전면 일대 저수지들을 돌아봤다.
어관지, 대월지, 세골지 그리고 강진군과 인접해 있지만 행정구역상 해남군 북일면에 속한 장수지도 찾았다. 그중 가장 돋보이는 저수지는 세골지였다.
연안을 둘러보니 낚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만큼 낚시인들의 출입이 없는 청정터였다.
수중에는 수십여 마리의 블루길이 떼를 지어 유영하는 것이 보였다.
두 시간째 블루길 몇 마리를 속아내며 붕어를 노리던 박종목 회원이 34cm의 월척을 낚아내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낮에도 월척이 낚인 것으로 봐서 붕어의 개체 수는 상당하리라 짐작되었다.
다음 주라도 서둘러 출조를 해보고 싶었지만, 블루길 성화가 너무 심해 욕심부리지 않고 출조일을 내년 봄으로 미루었다.
아무래도 봄에는 수온이 낮으니까 블루길의 활성도도 낮을 것으로 판단해시기를 조율한 것이다.
블루길 텃밭에서 월척 캐기
세골지는 전남 강진군 신전면 영관리 위치한 준계곡형의 저수지로 1969년에 준공되었다.
상류에는 봉황이 날개를 활짝 펴고 나는 듯한 형상을 지닌 산으로 잘 알려진 주작산(해발 475m)이 병풍처럼 둘러 쳐있어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만수 면적 2만4천 평. 농사용 차량도 많이 다니지 않고 한적하면서도 조용한 저수지이다.
봄이 되기를 기다린 끝에 세골지를 찾은 것은 지난 4월 3일 아침. 취재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광희 회원이 동행했다.
유심히 물가를 살펴보니 붕어는 이미 빠져나갔는지 수초대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고 물색 또한 너무 맑아 바닥이 보일 정도였다.
앝은 수초 가까이 찌를 세운다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아 맨바닥을 공략하기로 했다.
상류 주작산에서 새물이 흘러든 최상류 골자리에 패밀리레져의 발판 좌대를 설치하고 찌를 세웠다.
1.2m에서 2.5m에 이를 정도로 수심 기복이 심했다. 큰물이 흘러들며 바닥이 파인 흔적이 역력했다.
오전 9시. 5.6칸대로 건너편 부들수초 자락 가까이에 붙여 세운 찌에 예신이 왔다. 이내 솟구치기 시작해 몸통까지 밀어 올리는 찌올림을 보고 채자 “쫘~악”하며 옆으로 째는 힘이 대단했다.
한참을 실랑이 펼친 끝에 뜰채에 담을 수 있었다. 36cm의 허리급 월척이었다.
이후 깜빡이는 입질이 수차례 있었지만 찌는 시원스레 올리지 못해 챔질 타이밍을 좀처럼 잡기 어려웠다.
정체는 떡붕어였다. 그것도 42cm나 되는 대형급.
그제야 미세하게 보여줬던 찌놀림이 모두 떡붕어 소행임을 알 수 있었다.
오전 11시 이후 거센 샛바람이 터지면서 낚시가 어려워졌지만 살림망에는 토종붕어로 32~36cm 다섯 마리와 38, 42cm 떡붕어 두 마리가 들어있었다.
이광희 회원 역시 옥수수 미끼를 활용해 34cm 월척을 두 마리 낚아냈다.
두 번의 출조에서 마릿수 월척 붕어를 확인한 터라 ‘이 정도면 낚시춘추 독자들에게 소개해도 되겠다’ 싶어 이번 달 화보 촬영지로 낙점하고 2주 후 회원들과 다시 찾기로 하고 철수했다.
블루길 치어 미끼로 쓰자 37cm 월척
세골지 출조 2주일이 지난 4월 24일, 세골지 출조에 앞서 인터넷 다음지도의 연도별 항공사진을 분석해가면서 포인트를 살폈다.
그러던 중 저수지 축조 시 수몰된 계단식 논 흔적이 보였다. 수몰된 논에는 애기부들이 자라고 있고 갈대도 혼재해 있었다.
이곳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아 바지 장화를 착용하고 10여m 정도를 더 들어가 봤다.
바닥이 평평하고 흙이 단단해 좌대를 설치해도 될 듯했다. 허벅지 깊이에 좌대를 설치하고 수중전을 강행했다.
오후 2시. 상류 부들밭에 자리한 유준재 회원의 자리가 소란스러워 고개를 돌려보니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져 있었다.
첫수로 35cm급 붕어를 낚아냈다고 알려왔다. 역시 세골지는 낮 낚시터였다. 처음 도착해 혹시나 하며 참붕어 채집망을 담가봤다.
참붕어는 채집이 되지 않고 미꾸라지와 납자루 크기의 블루길 치어가 두 마리 채집되었다.
블루길 치어를 바늘에 꿰어 바닥이 가장 깨끗했던 6칸대를 이용해 찌를 세웠다.
그 후 30분이 흘렀을까? 찌톱을 두 마디 들었다가 놓아버리더니 이내 솟구쳤다. 삭은 뗏장수초를 뒤집어쓰고 뜰채에 담긴 녀석은 37cm의 월척붕어.
시험 삼아 블루길 치어를 사용해봤는데 참붕어 미끼와 똑같은 찌놀림을 보여줬다.
해가 질 무렵까지 회원들이 낚아낸 붕어는 아홉 마리나 됐다. 모두가 월척이었다.
밤낚시로 접어들면서부터는 박종묵 회원만 뭔가를 연신 낚아내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동자개밭이라며 한숨을 쉰다.
“출조할 때 미리 새우를 사와 새우낚시를 고집스럽게 해보는데 동자개 밭에 앉은 것 같습니다. 벌써 스무 마리쨉니다”라며 끝까지 새우로 공략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벽 3시경, 박종묵 회원이 기여코 새우로 월척을 낚아냈다.
새벽 5시. 어둠이 걷히면서 수면에는 대형 붕어의 라이징 장면이 많이 목격되었다.
그리고 이광희 회원이 연타로 두 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 씨알은 33cm와 35cm.
옥수수를 두 시간 간격으로 한 줌씩 뿌려주며 낚시를 했다고 한다. 밤에는 꿈쩍하지 않던 찌가 여명이 밝아올 즈음에 비로소 입질을 해줬다.
사진 촬영을 위해 건너편 애기부들 자리에 포인트 한 유준재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편광안경을 착용하고 포인트를 살펴보니 수십 마리의 굵은 떡붕어가 중층에 떠 놀고 있었다. 세골지의 떡붕어 자원을 가늠할 수 있었다.
유준재 회원은 조과도 돋보였다. 월척을 여섯 마리나 낚아놓고 있었다. 처음에는 글루텐으로 공략을 했지만 미꾸라지와 황소개구리 올챙이의 성화 탓에 옥수수 미끼로 바꿨다고 한다.
오전 9시. 샛바람(동풍)이 터지면서 물색이 맑아져 철수를 서둘렀다. 밤새 회원들과 함께 낚은 붕어가 월척으로만 14마리였다. 평균 32~37cm이었다. 아쉽게도 4짜는 낚아내지 못했지만 블루길 성화가 덜한 계절에 찾아봤는데 주효한 듯했다.
배수기 세골지 공략법
5월 중순에 접어들면 어디나 농사철이 시작돼 배수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세골지는 좌안 중류에서 상류에 이르는 구간의 수심이 2.5~3m로 깊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때는 연안을 따라 산발적으로 나있는 마름밭이 포인트가 된다.
미끼는 여름으로 갈수록 옥수수가 강세를 보이며 블루길과 동자개 성화는 심해져 생미끼 사용은 어렵게 된다.
주요 입질 시간대는 오후 5시부터 밤 8시 사이. 가장 왕성한 입질 시간대는 새벽 5시부터 두 시간 남짓이다.
◆가는 길 → 남해안 고속도로 강진 무의사 I.C를 나와 2번 국도를 이용해 순천 방향으로 9km를 가면 평동교차로이다. 우회전하여 진도·해남 방면 18번 국도로 8.2km 진행하면 계라교차로이며, 좌회전하여 55번 지방도를 따라 11km를 가면 좌측에 세골지 제방이 보인다.
◆내비게이션 주소 → 전남 강진군 신전면 영관리 31
강진 지역의 새로운 대물터로 확인된 세골지 좌안 전경.
세골지는 낚시인들의 발길이 적은 청정터로 월척 자원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화보팀으로 활동 중인 이광희 회원이 아침에 연타로 올린 33, 35cm월척을 자랑하고 있다.
금호호 최상류에서 가깝고 인근에 유명한 연호수로, 연호지, 오호지 등에 가려 덜 알려진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 축조되었고 준계곡형이지만 평지형 저수지에 가까울 정도로 상, 하류 간 수심 차가 크지 않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과 함께 캠핑을 겸한 낚시터로도 그만이다.
신제 주변에는 약 9천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고생물 화석군으로 ‘해남 우항리 공룡 화석지’가 있다.
낮에 아이들과 공룡박물관을 둘러보고 밤에는 신제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며 가족 낚시를 할 수 있어 더욱 좋은 곳이다.
신제는 인근의 낚시터와 다르게 지금도 토종터로 남아 있다. 그래서 붕어의 개체수 만큼은 어마어마할 정도로 많고 대형 가물치도 많아 가물치 루어 낚시인들도 자주 드나든다.
4월 말 참붕어에 4짜 여러 마리 낚여
여름에는 마름이 저수지 전역을 뒤덮어 낚시 자리가 적은 게 단점.
5월 초 현재는 수중에서 마름이 자라 올라오고 있으며 수면에 마름 잎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은 채비 안착에 어려움이 없으나 더 자라면 약간은 신경이 쓰일 것이다.
낮과 밤 관계없이 입질은 오지만 해 질 무렵 밤케미로 바꾸는 시간대에 폭발적인 입질을 해준다.
짧은 대 보다는 4칸 이상의 긴 대에서 붕어의 씨알이 굵게 낚인다.
진입이 수월한 제방권과 우측 연안을 따라 상류까지의 구간에 좋은 포인트가 많다.
최고의 포인트는 좌측 연안의 최상류 논 자락 밑이다.
미끼는 토종터답게 낮에는 참붕어에 평균 9치 이상으로 씨알이 굵게 낚이며 어두워지면 새우에도 입질이 잦다.
참붕어와 새우를 채집 못 했을 때는 옥수수 미끼를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루텐과 지렁이를 쓰면 4치 이하의 감잎 붕어 파상공세를 피하기 어렵다.
◆가는 길→ 남해안고속도로 강진 무의사 I.C를 나와 해남읍을 경유하여 마산교차로까지 진행 후 목포·산이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700m를 가면 산이교차로이다. 황산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7km 가면 좌측에 연호교회가 보이고 다시 좌회전하여 연호지 제방 아랫길을 따라 1km를 가면 신제 좌측 중류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