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척붕어와 한판승부. 필지가 대를 세워 붕어를 연안 가까이 끌어내자 배인석 회원이 뜰채를 댈 준비를 하고 있다.
무안 영화정지, 옥슬낚시에 마릿수 폭발
옥수수슬로프 호남상륙
새로운 채비로 터 센 대물터의 속옷을 벗겼다.
김중석 [낚시춘추 객원기자. (주)천류 필드스탭]
옥슬낚시 열풍이 영남에 이어 호남까지 불어 닥치고 있다.
대물낚시, 전통 바닥낚시만 고집하던 전라도 낚시인들이 대물붕어를 낚으며 마릿수까지 즐길 수 있는 이 낚시방법에 점점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추석 연휴 첫날 함평 문암지에서 밤낚시를 하는데 이성균 회원이 대뜸 “옥내림은 어떻게 하는 거랍니까?” 하고 묻는다. 현장에서 옥수수슬로프낚시(옥슬낚시=옥수수내림낚시= 옥내림낚시)로 마릿수 붕어를 낚아내고 있는 꾼을 보고는 갑자기 옥내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옥수수슬로프 낚시를 즐겨 해왔던 필자가 한번 배워보라고 했을 때는 “투박하지만 대어 채비로 한 마리를 걸더라도 굵은 붕어만 낚겠다”고 우길때는 언제이고 이제야 옥내림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도 월척붕어 얼굴 보기가 힘들었나 보다.
즉석에서 의견이 모아졌다. ‘내일 밤은 모든 채비를 접어놓고 순수하게 옥수수슬로프 낚시를 해보자’고. 그리고 출조지 선정은 박경희 회원에게 맡겼다. 옥슬낚시만을 위해 박경희 회원에게 주문한 것은 ‘대어 자원이 많고 외래종 어류가 서식하고 있으면서 터가 아주 센 저수지’였다. 그랬더니 박경희 회원은 무안 일로읍 영화정지를 추천했다.
대물꾼 이성균 회원의 변절
영화정지는 무안군 일로읍 죽산리에 위치한 1만2천평 규모의 평지형 저수지이다.
저수지내에 물이 솟아난다 하여 우물 정(井)자를 사용하여 영화정이라는 지명이 나오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연안에 땟장이 즐비하게 자라고 있고 여름에는 마름 수초가 전역을 뒤덮을 정도로 밀생하는 곳인데 좀처럼 붕어 얼굴 보기 힘든 저수지로서 낚였다 하면 ‘한 방’이라 할 정도로 아주 드물게 월척과 4짜 붕어가 낚이는 곳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블루길과 배스가 유입되면서 더욱 낚시가 힘들어져 꾼들이 잘 찾지도 않아 한적한 곳이다. 최고의 시즌은 추수가 한창 진행 중일 때부터 겨울까지인데 이때 대어급 붕어가 낱마리로 배출되는게 고작이다.
또 토종붕어 낚시인들보다 한겨울 햇살을 마주보고 제방에 앉아 중층낚시로 떡붕어를 낚아내는 꾼들이 많을 정도로 떡붕어 자원이 많은 저수지다.
추석날 오후에 회원들과 영화정지를 찾았다. 도회지에서 고향을 찾아온 꾼들이 블루길로 손맛을 보고 있었다. 좌안과 상류에 두명씩 짝을 지어 포인트를 정한 우리는 먼저 채비부터 만들었다.
박경희 회원과 배인석 회원은 벌써 옥수수슬로프에 입문하여 마릿수 재미를 쏠쏠히 봐온 터라 채비는 어느 정도 셋팅되어 있지만 오늘 이곳으로 오게 한 장본인인 이성균씨의 채비는 하나도 준비되어 있지 않아 하나 하나 가르쳐가면서 채비를 만들었다.
“물찌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해요?”
옥슬낚시를 하고 싶은데 물찌가 없어 내심 고민했다는 그의 말이다.
누구나 처음에는 물찌가 있어야만 옥수수슬로프 낚시를 한다고 생각 하고 있는 것 같다.
“꼭 물찌가 아니어도 충분하다”고 했더니 가방에서 찌통을 꺼내 한 다발 찌를 쏟아놓는다.
그중에 저부력찌를 골라서 채비를 만들었다.
저부력의 찌라면 옥슬낚시 가능
원줄 5호만 고집하던 그가 원줄 1.5호로 바꾸려니 불안했는지 못 믿겠다는 눈치이다.
어쨌든 1.5호 줄로 원줄을 묶고 목줄을 그보다도 아래인 1호 줄로 묶어 찌맞춤법과 수심 측정하는 법을 가르켜 바로 낚시에 들어갔는데, 오후 시간이라 블루길의 입질이 많았다.
처음 옥수수슬로프 낚시를 하기에 두 대 정도만 펴게 했다.
이때부터 그 많던 블루길의 입질은 사라지고 순수하게 붕어만 낚여 올라왔다. 대어터라서 월척 이상의 붕어도 내심 기대했지만 월척은 낚이지 않았다. 그런 사이 옆자리에서 옥슬낚시를 처음으로 배운 이성균 회원도 네 마리째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는데 “이렇게 약한 줄에도 아홉치 붕어가 터지지 않고 나올 줄 몰랐다”며 신기해 한다.
한편 좌측 마을 앞 포인트에서도 조황이 좋은 듯 가로등 불빛 아래가 분주하다. 뗏장이 앞쪽에 약간 깔려 있어 붕어를 들어내기 힘든 곳인지라 박경희 회원과 배인석 회원이 교대로 뜰채질을 해 주는 것이 보였다. 밤 10시경 박경희 회원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니 각각 10여수를 낚았는데 7치 이상의 붕어들이며 월척은 아직 낚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영화정지 생긴 이래 최고의 마릿수 호황인갑소!!”
밤 11시 야식을 준비해서 영화정지를 찾아온 이호수씨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영화정지에서 이렇게 붕어가 많이 낚인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옥수수슬로프낚시가 씨알 선별력은 없어도 마릿수 조황은 좋다더니 정말이군요 내 눈으로 확인한 이상 바로 옥수수슬로프 채비를 만들어야겠어요” 라고 말했다.
아마 지금쯤 그는 영화정지에서 옥수수슬로프낚시를 즐기고 있지 않을까?
한바탕 정신 없이 입질이 이어지더니 야식을 먹고 난 후에는 잠잠했다. 예전에도 느끼는 것이지만 옥슬낚시에서 입질이 들어올 때는 몰아치기로 들어와 정신을 못 차리게 하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잠잠하다가 또 정신없이 입질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새벽에는 틀림없이 또 입질이 들어올 것이라고 믿고 의자 깊숙이 몸을 묻고 잠시 눈을 붙였다.
동네에서 들려오는 닭울음소리에 깨어보니 6대의 낚시대가 전부 수초 사이에 처박혀 있었다. 한 차례 붕어가 회유를 한 것 같은데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여명이 밝아오면서 간간이 이어지던 입질과 사뭇 다르게 끌고 가는 찌를 포착! 잠길 쯤해서 챔질했는데 옆으로 째는 힘이 엄청났다. 배인석 회원이 뜰채로 건져 올린 것이 32.5cm 원척이었다. 해가 떠오르자 다시 블루길 입질이 이어졌다.
조과를 살펴보니 필자가 월척 한 마리를 포함하여 30여 마리를 낚았고, 처음으로 옥수수슬로프낚시를 배웠던 이성균 회원이 7마리의 붕어를 낚았다. 그리고 좌안 마을 앞에서 낚시를 했던 박경희, 배인석 회원이 낚아낸 붕어가 합이 30마리 정도였는데 그중에 월척 한 마리가 들어있었다.
그토록 터가 세다는 영화정지의 공략법이 옥수수슬로프 낚시였다는 사실를 확인하기에 충분했다.
그 후 박경희, 배인석 회원이 틈나는 대로 영화정지에서 옥수수슬로프낚시를 해 출조 때마다 적게는 10여 수에서 많게는 20여 수까지 준척급 붕어를 낚았다고 알려왔고 “영화정지는 이제 완전 옥수수슬로프낚시터로 변했다”고 전해왔는데, 변했다기보다는 영화정지처럼 마릿수가 적고 터가 센 곳의 붕어낚시 해법이 옥수수슬로프낚시였던 것을 우리 꾼들이 미쳐 몰랐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를 나와 일로읍까지 간다. 일로읍 끝나는 지점에서 49번 국도를 따라 약 3.5km 가면 죽산교회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영화정마을 버스정류장에 닿은다. 좌측에 영화정지 제방이 보인다.
조황문의 광주 I.C낚시(062)952-2782
좌측 하류에 앉은 배인석 회원이 31cm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배인석 회원이 땟장수초 너머의 붕어를 뜰채로 떠내고 있다.
영화정지의 최고의 대어 포인트인 상류 마을 앞
바늘에 끌려나온 삭은 수초 줄기. 삭은 수초에서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입질이 들어왔다.
저수지 옆 비늘하우스풍경. 수확한 고추를 말리고 있다.
목구멍까지 옥수수를 삼킨 붕어. 깊숙이 박힌 바늘을 바늘 제거기로 떼내고 있다.
필자가 아침에 낚은 32.5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옥수수에 낚인 영화정지의 뭘척.
마을 앞 포인트에서 박경희, 배인석 회원이 거둔 밤낚시 조과
회원들이 사용한 옥수수슬로프낚시 채비
필지가 9치에 육박하는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광주I.C 낚시점 허 형 사장이 6치급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영화정지의 밤낚시 풍경. 초저녁에 입질이 몰아쳤고 밤이 깊자 잠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