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시작과 동시에 전국적으로 내려진 한파주의보를 호남지방이라고 비겨가지 않았다. 여전히 살얼음이 낀 곳이 많아 출조지 찾기도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 그동안 화보 취재를 통해 2월호 취재지를 지난 12월 말경 이미 정해 놓았던 터라 낚시터 선정에 큰 문제는 없었다.
출조 횟수가 많은 지인들을 동원해 수시로 조황 체크를 하며 찾아간 곳은 영암의 영호정지다.
영호정지에서는 이미 12월 20일경부터 4짜를 비롯한 허리급 붕어가 속출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1월 6일부터 20년 만에 찾아왔다는, 1월 날씨로는 가장 강력한 한파와 폭설이 찾아왔다.
당연히 영호정지의 수면도 꽁꽁 얼어붙었고 눈까지 쌓였다.
한파주의보 전에는 호남지방에서 가장 핫한 곳이었지만 날씨 때문에 출조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낮에는 잠잠, 밤에 입질
영호정지는 영암군 삼호읍 삼포리에 있는 3만 평 규모의 저수지로 평지형에 가까울 정도로 수심의 차이가 없는 곳이다.
일제 강점기 때 4만 평 규모로 축조되었던 곳이었으나 2009년에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어지는 8차선 산업도로가 상류를 가로지르며 1만 평가량이 매립되었다.
그 결과 저수지가 두 개로 갈라져 있다. 두 개의 대형 관로를 통해 붕어들이 산란철에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위쪽 저수지는 산란장 역할을 한다.
낚시인 중에는 무안의 영화정지와 이름을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00년 초반, 배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았을 때는 참붕어, 새우 낚시터로 유명한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되어 있다. 그와 더불어 붕어를 비롯해 잉어와 가물치, 장어가 서식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일행들과 함께 영호정지를 찾았다.
며칠 전 한파주의보가 풀려 얼음은 사라졌고 물낚시가 가능했다.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다행이 기상청 일기예보로는 해 질 무렵까지 내릴 것이라고 한다. 다행히 바람도 강하지 않아 출조해 보기로 했다.
도착과 동시에 포인트를 둘러보며 수면에 손을 담가보니 그다지 차갑지는 않았다. 물색이 맑았지만 이 정도면 밤에도 살얼음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느껴졌다.
여름에 무성했던 마름은 흔적이 없었고 연안을 따라 3.8칸대 거리에는 뗏장수초가 라인을 형성하며 자라고 있었다.
‘특공대’를 달아 바닥을 긁어보니 뗏장수초 안쪽으로는 바닥이 매우 지저분했다.
수정레저의 발판 좌대를 설치하고 4칸부터 6칸까지 긴 대 위주의 낚싯대를 편성했다. 뗏장 수초 너머로는 바닥이 깨끗했다.
지렁이를 꿰어 찌를 세웠는데 좀처럼 입질이 없었다. 한파 추위가 오기 전에 이곳에서 2박 3일 동안 몇 마리의 허리급 월척을 낚아냈던 김동관 씨에게 붕어의 입질 시간대를 물어보니 “낮에는 거의 입질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설령 낚인다 하더라도 여덟 치 이하의 붕어가 낚입니다.”라고 답해줬다.
그는 또 “낮에는 쉬었다가 밤에 케미를 꽂을 시간부터는 낚시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제가 올린 월척 이상의 붕어는 모두 밤에 낚였으니까요.”하고 말해줬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상황이라 혹시 냉수대가 유입되 붕어 활성도가 낮은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뗏장수초에서 50cm 이상 떨어뜨려야
입질이 없는 긴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느니 집어나 할 생각으로 마르큐사의 ‘코이고코’ 떡밥으로 열댓 번씩 헛챔질을 해줬다. 해가 질 무렵 드디어 종일 내리던 비가 그쳤다.
전자케미를 하나둘 꽂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세워놨던 왼쪽 4칸대의 찌가 언제 올라왔는지 찌톱을 모두 들어내 놓고 있었다. 미끼는 지렁이. 분명 입질이라 생각하고 챔질하니 28cm급 붕어가 낚여 올라왔다.
낮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더니 어두워지자 거짓말처럼 입질이 들어왔다.
어두워질 때 즈음 도착해 내 오른쪽에 앉은 김윤건 회원도 대를 펴며 입질을 받았는지 크지 않는 물보라 소리가 들려왔다.
블루길이 많은 곳이지만 저수온기여서 개의치 않고 지렁이와 옥수수 알갱이를 병행해 미끼를 운용했다.
먼저 지렁이를 바늘에 끼워 바늘귀까지 밀어 올리고 바늘 끝에 옥수수 한 알을 달았다.
블루길 같은 외래 어종이 많은 곳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뗏장수초를 살짝 넘겨 세웠던 찌에서는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수초와 50c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는 잦은 입질을 볼 수 있었다. 씨알이 24~28cm로 아쉬웠으나 한겨울에 붕어 얼굴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밤 11시 30분경 여섯 칸 대의 찌가 마치 향어 입질처럼 한 마디만 오르내리기를 10분 넘게 하더니 이내 솟구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낚아낸 붕어가 모두 찌를 몸통까지 올려주던 입질이어서 충분히 기다려봤다. 찌가 정점을 찍고 멈추는 찰나에 챔질! 이전과는 다른 손맛이 전해져 월척은 충분하리라 생각되었는데 역시 31.5cm의 월척이었다.
우측 산자락 밑에 앉은 홍광수 회원도 턱걸이급 월척을 낚아냈다며 알려왔다.
밤새도록 심심찮게 올라오는 찌 올림에 밤을 하얗게 지새울 수 있었다.
여명이 밝아오자 입질 자체가 끓겼다.
윤원중 씨의 애절한 붕어낚시 향수
낚시를 마무리하며 전체적인 조황을 살피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함께한 회원들의 자리로 가봤다.
윤원중 씨는 유튜버 홍광수 씨의 ‘찐팬’으로 실제로 함께 낚시를 해보고 싶다 하여 동행출조를 하게 된 사이였다.
윤원중 씨와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충남 아산시가 고향이라 했다.
그는 “낚시금지 구역이 95퍼센트나 되는 미국과 한국의 낚시문화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부친을 따라 다니며 낚시를 배웠습니다. 이민 가기 전까지도 낚시하러 다녔지만, 미국으로 들어간 이후로는 낚시를 전혀 못 다녔습니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붕어낚시의 애절한 향수를 못 잊겠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군계일학의 성제현 사장이 촬영한 낚시 동영상을 수십 번 반복해보며 대리만족해야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붕어낚시 유튜버가 늘어나 낚시가 가고 싶어질 때마다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달래곤 했다고 한다.
그는 밤낚시로 준척급으로 몇 마리의 붕어를 낚았지만, 숨이 멎을 정도로 솟아오르는 찌맛과 손맛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운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조황을 살펴보니 턱걸이급 월척이 세 마리. 그리고 24~28cm급 붕어가 서른 마리 넘게 낚였다.
기상청 예보로는 2월에는 지난번 한파와 같은 강력한 추위가 없을 것이라는 예보다.
영호정지는 얼음이 얼지 않는 한겨울에도 낚시가 가능하다. 아울러 3~4일 정도 영상의 기온을 보이며 물색이 탁해졌을 때 찾으면 월척 이상의 붕어가 낚일 것으로 예상됐다.
겨울철에는 수도권에서 원정 낚시를 내려온 낚시인들이 많은데 영암에는 영호정지 말고도 인근의 영암호방조제 인근에 F1국제자동차경기장수로, 석계수로, 부동리수로, 산이수로등 붕어 낚시터가 곳곳에 있다. 천천히 둘러보며 자신의 낚시 패턴과 맞는 곳을 골라 낚시를 즐길 수 있다.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서영암 I.C를 나와 목포 방향으로 2.5km를 가면 호동교차로이다.
화원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77번 국도를 이용해 8km 직진하면 영암교차로이고, 대불공단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1km가면 우측에 영호정마을회관에 도착한다.
원항리수로는 전남 영암군 도포면 원항리에 있는 신생 수로다. 현지인들은 원목수로라고 부른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흙모래로 가득 찬 실개천에 불과했으나 2018년도에 말끔하게 준설해 새로운 낚시터로 거듭 태어났다.
일부 광주 낚시인들 외 아직도 존재를 모르는 낚시인들이 대다수이며 현지 촌로들이 농한기 소일거리로 붕어낚시를 즐기고 있는 수준이다.
하류에는 영산강 지류인 영암천이 있어 큰비가 내리면 붕어가 거슬러 올라온다. 상류에는 대물 붕어터로 잘 알려진 봉호지 퇴수로와 연결되어 있어 붕어가 수시로 유입된다.
원항리수로는 주기적으로 수문을 여는 영산강 하구 배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특징이다.
하류 영암천과 연결된 수문이 높게 설치돼 항상 만수위처럼 일정량의 수량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류는 저수지처럼 수로 폭이 100m에 이르고, 중하류부터 상류까지의 1.7km 구간에 폭이 40m가량 된다. 주차와 진입 여건도 수월해 낚시 여건이 좋은 편이다.
여름철에는 마름이 자생하지만 1월 초 현재 흔적도 없이 삭아 내렸다. 연안에는 약간의 부들과 누렇게 퇴색된 갈대가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다.
수심은 60~80cm로 깊지 않으나 겨울에도 물색이 좋은 것이 특징이다.
영산강 줄기가 모두 그렇듯 이곳 원항리 수로에도 배스와 블루길은 유입돼 있다.
겨울에도 옥수수에 씨알 굵게 낚여
지난 12월 중순 출조에서 1박낚시에 월척 1마리와 24~28cm급 붕어를 20마리 정도 낚아냈다.일단 붕어의 개체수는 많은 것으로 판명됐다.
현지 낚시인들 말에 의하면 최고 38cm까지 낚은 바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월척보다는 마릿수 개념의 낚시터로 보였다.
미끼는 겨울임에도 지렁이보다는 옥수수에 씨알이 굵게 낚이는 특징을 보였다.
낮과 밤의 입질 시간대 차이는 없었지만 바람이 없는 밤 시간대에 몸통까지 올려주는 찌 올림이 일품이다.
◆가는 길→ 영암군 시종면 소재지를 벗어나 신학리 방향으로 801번 지방도를 따라 월송교차로에서 도포면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120m 진행 후 ‘입석마을’ 표식을 보고 우회전하여 3.1km를 가면 원목마을이 나오고 좌회전하여 800m 가면 우측에 원항리 수로의 최상류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하류 쪽으로 1.7km 구간이 낚시가 가능한 지역이다.
낚시춘추 객원기자로 호남지역 붕어터를 도맡아 취재하면서 수많은 낚시터를 독자들에게 소개해왔다.
광주·전남 낚시인은 물론이고 수도권에서 원정 출조를 온 낚시인들에게도 유익한 정보가 됐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런데 소개한 낚시터 중 여수지역은 유독 그 수가 적은 편이다. 바다낚시의 메카로 알려진 여수의 특성상 필자조차도 민물낚시 불모지로 여기고 잘 찾지 않았기 때문일까?
여수에도 꽤 쓸 만한 붕어터가 많다.
지금껏 필자가 낚시춘추 지면을 통해 소개했던 곳들을 살펴보면 복산지, 관기(죽림)지, 풍류지, 덕곡지, 대포지, 마상지, 가사리수로, 쌍봉천 등이 있다. 화보를 통해 접했던 수많은 낚시인이 출조해 월척은 물론 5짜 붕어까지 낚는 등 손맛을 톡톡히 본 곳들이다.
그래서 이번 화보 촬영은 여수지역에서도 아직 지면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저수지를 취재해보기로 했다.
개인적으로 아끼고 아꼈던 주옥같은 저수지로 그곳은 바로 여수시 화양면에 있는 소옥1지다.
1998년 첫 출조
1998년에 소옥1지를 알기 전에는 아래쪽에 있는 마상지를 먼저 알았다.
마상지는 여름철 녹조가 심해 대를 펴기가 망설여지는 곳이나 초봄과 늦가을에 참붕어를 미끼로 쓰면 월척급 붕어가 심심찮게 낚였던 곳이다.
시간 되는대로 꾸준히 마상지를 팠고, 마상지에서 낚은 몇 마리의 4짜 붕어와 월척 붕어는 족히 1백 마리는 넘었다.
그리고 마상지 출조가 차츰 지루해질 즈음, 1.5km 북쪽에 있는 소옥1지로 방향을 바꿔 출조했다.
이곳 역시 월척 소굴이었다.
소옥1지에서는 참붕어보다는 납자루에 월척이 잘 낚였다.
빈 채집망을 잠시 담가놓으면 참붕어가 새까맣게 참붕어들이 채집되었다.
그중에 납자루도 상당량 섞였다. 그래서 실험차 꿰어본 납자루에 월척이 잘 낚인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됐다.
하지만 그 이후 여수를 향한 나의 발길은 뜸해졌다. 전국적으로 대물낚시 붐이 일었고 배스와 블루길이 유입된 해남과 영암 지역 낚시터들이 대물 위주 한 방터로 변했기 때문이다.
다시 수옥1지를 찾는 것은 2016년 늦가을 무렵.
옛 기억을 더듬어갔는데 마침 상류에 중장비가 들어가 준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 여파로 제방 부근에만 20% 정도의 물이 남아 있는 수준.
갈수기낚시를 해볼 요량으로 대를 폈는데 월척은 이미 펄 속으로 파고들었는지 낚이지 않았다.
준척급 붕어만 열댓 마리 낚고 낚시를 마무리했다. 물 빠진 저수지의 사진 자료를 남기기 위해 한 바퀴 둘러봤는데 역시나 어느 연안에도 낚시했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물이 빠졌을 때 둘러보니 갓낚시 포인트가 여럿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수위가 회복된 2017년 봄에 짬낚시로 소옥1지를 찾았다. 제방 우측 언덕 위에서 갓 낚시를 시도했는데 찌를 세우기 무섭게 월척이 올라왔다. 대부분 32~34cm였다.
그래서 평일에는 퇴근과 동시에 집에서 40분 거리인 소옥1지를 매일같이 찾아 짬낚시를 즐겼다.
그때마다 두세 마리 이상의 월척을 낚을 수 있었다.
사실 그때 바로 낚시춘추에 소개할 수도 있었지만 여수 지역에 이곳 말고도 알짜터들이 많다 보니 미루고 미루다 보니 지금에서야 소개하는 것이다.
아니 미뤘다기보다는 나만의 보물터로 아끼고 싶었다는 말이 정답일 듯싶다.
“허리급 한 마리는 보장하는디 안 갈라요?”
지난 11월 21일. 2년 만에 또 다시 소옥1지를 찾았다.
출조 전에 동행할 광주와 하동 지역 회원에게 소옥1지 주소를 알려줬다. 첫 반응은 별루였다.
한결같이 “붕어가 낚인다는 보장도 없는디 너무 먼 곳 아닌가요? 더 가까운 데 없소?”라는 걱정이었다.
여수에서도 남단이고 외진 곳이다 보니 볼멘소리를 할만도 했다.
그래서 ‘무조건 허리급 붕어 한 마리씩은 보장한다’고 꼬드겼더니 이내 목소리가 밝아졌다.
아침에 도착해보니 수온이 떨어지는 계절임에도 물색이 적당히 탁했다.
낚시인들은 보이지 않았고 청둥오리와 물닭만이 무리 지어 활동할 뿐 전체적으로 한가해 보였다.
취재 당시에는 수위가 70% 정도라 연안에서 진입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2016년 가을에 준설했던 지형을 떠올리며 우측 중상류에 해당하는 폐가 아래를 포인트로 정했다.
수정레저의 파라다이스 슬립 발판을 설치하고 수심을 재보니 2.5m로 생각보다는 깊었다. 준설을 하고 난 이후 수심의 변화가 큰 듯했다.
계절적으로 말즘이 새롭게 올라올 시기여서 특공대로 바닥을 긁어보니 아무것도 걸려 나오지 않는 아주 깨끗한 바닥이었다.
도착하자마자 채집망을 담가놓았으나 예상외로 참붕어는 적게 채집되었다.
예전 같으면 잠시만 담가놔도 한 사발씩 채집되었는데 이날만큼은 이외였다. 참붕어보다는 밀어가 더 많이 채집되었다.
그래서 글루텐과 옥수수 외에 밀어를 모두 미끼로 쓰기로 했다.
오전 11시. 낚시는 밤낚시에 치중하기로 하고 마르큐사의 코이고코로 떡밥으로 집어부터 시작했다.
북서풍이 분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바람은 상류 소옥마을에서 불어오는 북동풍의 골바람이었다.
바람을 피해 따뜻한 햇볕을 쬐며 의자에 기대어 졸고 있는데 우측에 앉은 유준재 회원의 포인트가 소란스러웠다.
고개를 돌려보니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져 요동치는 게 아닌가?
본능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 봤다.
제법 큰 씨알의 붕어였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뜰채에 담긴 녀석은 꼬리지느러미가 40cm를 가리키고 있었다.
첫수에 4짜라니…. 유준재 회원이 회원들의 축하를 받으며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해줬다.
오후 3시 무렵이었다.
유준재 회원은 “2미터의 수심에 4.4칸대로 옥수수를 꿰어 찌를 세웠는데 찌가 쭈욱 빨려 가기에 잡어인 줄 알았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회원들도 고무되어 낮낚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해가 질 무렵, 상류 물골 자리에 앉은 하동에서 온 김인호 회원이 연속으로 두 마리의 월척을 낚아냈다고 알려왔다.
잡어 입질처럼 끌고 갈 때 채니 4짜
밤 8시. 나는 예전 경험에 비춰봤을 때 소옥1지에서는 생미끼가 잘 먹힌다는 것을 알고 있어 낮에는 떡밥으로 집어하고 밤에는 밀어와 참붕어를 주력 미끼로 사용했다.
3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정면으로 펼쳐놓은 5칸 대의 찌가 꿈틀거렸다. 물속으로 살짝 끌려 들어가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좀처럼 타이밍 잡기가 힘들었다.
손잡이에 손을 얹고 기다리다가 살짝 끌려가는 찰나에 냅다 챔질했다.
그 순간, 뭔가 턱! 하고 걸리는 듯싶더니 대단한 힘으로 째기 시작했다.
수심이 2.5m여서 그런지 얕은 연안으로 끌려올수록 좌우로 째는 힘이 엄청났다.
잉어의 입질과 흡사했던 터라 ‘잉어겠지’하며 손맛만 보고 털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좌대 밑에까지 끌려온 녀석을 플래시로 비춰보니 거대한 붕어였다.
깜짝 놀라 뜰채로 담아냈다. 무려 41.5cm나 되는 4짜 붕어였다.
첫 붕어를 4짜 붕어로 낚아낸 이후 미끼를 마르큐사의 페레글루텐으로 바꿨다.
채비도 스위벨 채비에서 긴 목줄 채비로 바꿨다. 떡밥에는 깔끔하게 올리는 입질이 나올 줄 알았는데 살짝 끌려가는 입질은 지속됐다. 27~29cm 붕어를 예닐곱 마리 더 낚아냈다.
새벽 2시. 하류 쪽 도로 밑에 포인트 한 김광요 회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느낌만으로도 월척을 낚아냈다고 생각했다.
김광요 회원은 “준척급 붕어만 올라오다가 쓸만한 놈으로 한 놈 건졌습니다. 밤 붕어 사진도 필요하지 않습니까?”라고 알려왔다.
내가 도착할 때까지 뜰채 안에서 눈을 껌뻑이던 녀석은 한눈에 봐도 4짜였다. 사진 촬영 후 계측하니 예상대로 딱 40cm가 나왔다.
새벽 3시 반. 살랑이던 바람도 멈추고 수면이 거울처럼 잠잠해졌다. 쳐지는 눈꺼풀 비벼가며 졸음을 참고 있는데, 초저녁에 꿰어 두었던 6칸 대의 찌가 꿈틀대는 것이 포착되었다.
밀어는 생미끼여서 찌를 멋지게 올리지 않을까 했으나 그건 내 욕심이었고 보란 듯이 살짝 끌고 가는 입질이 왔다.
대단한 손맛을 전해준 놈은 좌우 낚싯대 두 대의 채비를 휘감은 뒤에야 뜰채에 담겼다.
역시 41cm나 되는 두 번째 4짜 붕어였다.
밤새 4짜 5마리, 허리급 2마리 올라와
아침 8시. 밤낚시를 대충 마무리하고 제방 건너편 조황을 살필 겸 카메라를 들고 가봤다.
그곳에는 남원에서 출조한 광주 ‘얼레붕어낚시’ 회원 김정석, 양재철, 조성필 씨가 나란히 앉아 낚시하고 있었다.
살림망을 들춰보니 양재철 씨의 조황이 가장 돋보였다.
하룻밤에 스물 댓 마리의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다. 24~28cm의 붕어가 주류였고 최고 39cm 월척까지 낚아냈다.
양재철 씨는 겨울철이다 보니 전남 쪽으로 자주 내려오는데 여수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수는 엑스포를 비롯해 구경거리도 많고, 바다낚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게다가 이처럼 체고 좋은 붕어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자주 내려와야겠다”며 취재에 응해줬다.
아침 9시. 슬슬 바람이 터지기 시작해 철수를 서둘렀다.
함께한 취재팀의 조황을 촬영하기 위해 한 자리에 붕어를 모아봤다.
초저녁에 37~38cm급의 월척을 연거푸 올렸다던 김인오 회원의 붕어는 실제 계측 결과 40.5와 41cm였다.
그가 새벽 시간에도 두 마리의 월척을 추가했는데 크기는 36, 37cm로 종합하면 취재팀 중에서 가장 많은 손맛을 봤다.
김인오 회원은 4짜에 약간 모자란다고 생각해 밤새 아쉬워했는데 계측 결과에 얼굴빛이 달라져 회원에게 웃음을 주었다.
아끼고 아꼈던 소옥1지는 역시나 실망을 주지 않았다.
취재팀 조과는 4짜 붕어 다섯 마리에 허리급 월척 두 마리였고 준척급 붕어만 30여 마리였다.
멀리 광주에서, 경남 하동에서 와준 회원들에게 약속대로 대물 붕어를 상면하게 해준 소옥1지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수 소옥1지는?
여수시 화양면 옥적리에 있는 1만8천평 규모의 준계곡형지로 1948년에 준공됐다.
여자만 바닷가 외진 곳에 있어 다른 지역 낚시인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래어종이 유입되지 않는 토종터로 붕어를 비롯, 잉어, 가물치, 장어 등이 서식한다.
특히 배스터처럼 굵은 붕어가 잘 낚이는 게 특징이다. 그만큼 손이 덜 탄 것이 이유가 아닌가 싶다.
여름철 저수지 중앙에 마름이 부분적으로 자랄 뿐 수초 없는 맹탕 저수지와 다를 바 없다.
2016년 겨울에 준설작업을 했으며 평균 수심이 1.5m~3m를 보이는 전형적인 준계곡형 저수지이다.
여수 소옥1지에서 낚시요령
소옥1지에서는 연중 낚시가 가능하다. 한겨울철에도 비교적 따뜻한 지역이다 보니 한파주의보가 내려도 살얼음만 얼 뿐 두껍게 얼지 않는다.
만수위 때는 제방 우측 연안을 따라 나 있는 길 밑 언덕에서 갓 낚시가 잘된다. 미끼가 떨어진 지점이 잔 자갈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미끼보다는 옥수수에 입질이 빠르다. 입질시 80%는 살짝 끌고 가는 입질이 나타나므로 주의 깊게 찌놀림을 파악해야 한다.
저수위일 때는 갓낚시보다는 4칸 이상의 긴 대 스윙낚시에 입질이 빠르다.
입질 시간대는 오후 3시부터 해 질 무렵, 그리고 새벽 2시부터 동틀 때까지가 절정이다.
◆가는 길→ 영암·순천 남해고속도로 해룡I.C에서 여수 방향으로 14.5km를 가면 덕양교차로이다. 22번 국도를 이용해 백야도 방향으로 12.2km 가면 웅동교차로이다. 우측 863번 지방도를 따라 옥적리 방향으로 5.8km 가면 우측에 소옥마을 표식이 보이고 우회전하여 마을 길로 700m 가면 소옥1지 제방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주소→ 전남 여수시 화양면 옥적리 1162
여수 지역의 숨은 대물터인 소옥1지.
상류에서 바라본 전경으로 4짜급 붕어를 많이 품고 있는 준계곡지다.
취재 기간 동안 짜릿한 4짜붕어 손맛을 즐겼던 유준재(왼쪽), 김인오 회원.
상류에 포인트를 잡았던 유준재 회원이 오후 3시경 4짜 붕어를 뜰채에 담아내고 있다.
최상류 물골자리에 자리한 이광희 회원의 포인트.
붉게 물들어 떨어진 단풍잎 위에 누운 4짜 붕어와 천류사의 운명 낚싯대.
"여수 붕어 손맛과 때깔 모두 죽여줍니다".
좌측 하류에 포인트한 남원 낚시인 조성필(좌), 양재철 씨가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멀리도 왔지만 덕분에 손맛 제대로 봤습니다".
필자의 안내로 소옥1지를 찾은 회원들이 4짜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좌측부터 함인철, 박종묵, 유준재, 김인오 회원이다.
현장에서 채집한 밀어를 미끼로 써 4짜 붕어를 낚아낸 필자.
새벽 2시경졸린 눈을 비벼가며 찌를 응시했던 김광요 회원이 7칸 대로 올린 40cm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밤새 꾸준한 입질이 들어와 한숨도 못잤습니다."
사진 촬영 요구에 무거운 살림망을 들어내고 있는 남원 낚시인 양재철 씨.
양재철 씨가 낚은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좌측 하류에 앉았던 양재철 씨는 39cm를 비롯 마릿수 조황을 누렸다.
밤낚시를 앞두고 이른 저녁 식사를 하고 있는 회원들.
상류 물골자리에 앉은 이광희 회원.
낮에 바닥이 훤히 보이는 자리였지만 밤에 일곱 마리의 붕어가 낚여 갖낚시가 잘 된다는 것을 입증해줬다.
"여수 붕어의 자태에 푹 빠졌습니다."라며 39cm 월척을 들어 보이는 양재철 씨.
소옥1지 4짜 붕어의 아름다운 자태.
덩치에 비해 찌올림이 너무 미약했다.
배수량 측정기.
밤새 2cm에 가까운 배수가 있었지만 조황에는 영향이 없었다.
"반갑습니다" 필자를 알아보고 인사를 온 남원 낚시인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좌측부터 양재철, 필자, 김정석, 조성필 씨.
소옥1지의 제방권.
제방을 기준으로 좌우측 끝자락에서 입질이 잦았다.
소옥1지에서 가장 잘 먹혔던 옥수수 미끼.
스위벨 채비와 얼레채비 등 비교적 예민한 채비에 잦은 입질이 들어왔다.
소옥1지 연안을 따라 버려진 쓰레기를 모두 수거한 취재팀.
소옥1지의 평균 마릿수 조과.
주종이 27~29cm이며 가끔 4짜 초반의 붕어가 섞여 낚인다.
상류에서 바라본 소옥1지.
2016년 겨울에 준설작업해 상류도 수심이 깊은 것이 특징이며 겨울에도 적당한 탁도를 유지한다.
그중 내봉지가 씨알과 마릿수 면에서 앞서는 곳으로 지난 11월호 화보를 통해 소개한바 있다.
날씨에 따른 조황의 기복은 있었지만 언제나 꽝이 없이 진행형으로 전문 마니아층이 생길 정도이다.
지난 12월 5일 출조에서 함께했던 회원마다 열댓 마리의 붕어를 낚아 올렸는데 주로 낚이는 씨알이 27~28cm로 마릿수 조황을 누렸고, 월척은 35cm 전후의 씨알이 낱마리로 낚였다.
10월 출조 때와 다른 점은 찌올림의 차이다. 수온이 높았을 당시에는 찌를 자빠뜨릴 정도로 많이 올려주었지만, 이번 출조에서는 입질 파악이 힘들 정도로 미약한 찌올림을 보여주었다.
내봉지는 득량만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북서풍의 바람이 많이 타는 저수지다. 그러므로 북쪽 야산 아래 수몰된 버드나무 군락 주변 외에는 바람의 영향으로 낚시가 힘들다.
하지만 현지 낚시인들은 바람의 영향을 감수하며 마릿수 붕어가 잘 낚여주는 내봉양수장 건물이 있는 북동쪽 제방 쪽을 선호한다.
또 내봉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을 따라 서남 방향의 첫 번째 제방 초입에 포인트를 하는데 수심이 2.5m를 보이는 곳이다.
양쪽의 제방 지역의 포인트는 다소 긴 대의 낚싯대에서 입질을 해주는데 3.8칸~4칸대 거리의 수중 보조 제방 끝자락에서 주로 입질을 해준다.
12월 초 현재 고흥 최고의 조황
입질 시간대는 낮 낚시보다도 밤낚시가 유리하다. 특히 새벽 1시부터 동틀 무렵까지가 절정이다.
미끼는 죽은 새우와 옥수수가 가장 잘 먹히지만, 입질이 미약해 챔질 타이밍 잡기가 힘들다.
보통 한두 마디 올리다가 끌고 들어가는 입질이 대부분이므로 신경 써서 찌놀림을 읽어야 한다.
내봉지가 내키지 않는다면 서쪽으로 직선거리 2.5km 지점에 있는 봉암지를 찾아도 좋다.
봉암지도 내봉지와 저수지 형태가 비슷하지만 이 시기에는 글루텐이 잘 먹히는 곳으로 집어가 되면 마릿수 붕어를 만날 수 있다.
◆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고흥 나들목을 나와 15번 국도를 이용해 고흥읍 방향으로 41km를 가면 도덕교차로이다. 여기에서 우측 지방도를 따라 800m를 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이곳에서 내봉마을 쪽으로 좌회전하여 2.3km를 가면 우측에 내봉마을이고 내봉마을 앞길을 이용해 700m를 가면 내봉지 제방에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