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개천 초원의집 포인트
가람 김중석 [객원기자 ㈜ 천류 사외이사 · 필드스탭 팀장]
추석이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온이 느껴지는 가을 날씨이다.
이번 출조지는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았다. 가을 붕어 시즌 전개 양상을 가름해보기 위해 남녘의 낚시터를 탐방해보기로 한 것이다.
해남의 금호호 지류와 강진, 장흥, 보성, 나주, 화순, 영암지역의 낚시터를 둘러봤다.
아직은 밤과 낮의 일교차가 크지 않아 마름 수초가 기세등등하게 수면을 뒤덮고 있었다.
대를 드리우려면 수초제거기로 마름 구멍을 내야 했다.
의외로 화순의 지석천은 여름에 자라던 마름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늦여름에 자주 내린 폭우에 모두 휩쓸려 떠내려갔기 때문이다.
이곳저곳 알아본 결과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소개하고 싶은 장소로 영산강과 황룡강으로 압축되던 중 장성의 개천 조황이 뜨겁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화보팀으로 활동 중인 이광희 회원이 거의 날마다 개천의 ‘초원의 집 포인트’를 찾아 짬낚시로 손맛을 봐 왔다는 것이다. 허리급 월척은 물론 준척급 붕어도 마릿수 낚았다는 소식.
이 얘기를 듣고 찾아간 함인철 회원도 하룻밤에 다섯 마리의 월척과 준척급 붕어를 마릿수로 낚았다며 방생 직전 사진을 보내왔다.
둘이서 하룻밤에 월척만 서른 마리
개천은 전라남도 장성군 북이면 원덕리에서 발원해 장성읍 장안리에서 황룡강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이다. 영산강 수계의 지방하천으로 영산강의 제2지류, 황룡강의 제1지류이다.
인근의 장성댐 아래 황룡강이 마릿수는 떨어지지만, 허리급에서 4짜 붕어가 잘 낚이는 것과 비교해, 서북쪽에 있는 개천 송현교 주변은 27~29cm 준척에서 월척이 마릿수로 낚인다. 황룡강과 다르게 개천에서 낚인 붕어는 거친 몸매를 가진 돌붕어가 많다.
황룡강보다 작은 규모라 유명세를 치르지 않았지만, 저력을 아는 광주나 장성에 거주 낚시인들은 즐겨 찾는다.
결국, 이번 화보촬영지는 ‘초원의 집’ 포인트로 결정했다.
낚시터 이름이 초원의 집인 것은 개천 바로 옆 734번 지방도 변에 초원의 집이라는 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초원의 집 식당은 여행객이나 낚시인들이 음식을 시켜 먹으면 주인 김용철 사장이 직접 색소폰을 연주해 준다. 김용철 사장은 유명 색소폰 연주자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지난 10월 6일. 일단 순천의 유준재 회원과 여수시 초도에 사는 이상현 회원을 선발대로 보내봤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둘이서 하룻밤 낚시에 서른 마리가 넘는 월척을 낚아낸 것이다. 준척급도 어마어마했다.
연안 뗏장수초에 구멍을 내고 살림망을 담갔는데 아직은 수온이 높은지 준척급 몇 마리는 죽었다고 알려왔다.
10월 7일 새벽에 광양을 출발, 목적지인 초원의 집 포인트에 도착했다.
어둠이 걷히자 물가에 내려가 물색과 물 흐름을 먼저 살펴봤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탁도를 유지했고 약간의 물 흐름이 느껴졌다.
먼저 도착한 이상현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연안에는 뗏장 수초가 3m가량 앞으로 뻗어 나간 자리였다.
전방에는 듬성한 어리연이 자라고 있는 천혜의 포인트였다.
이상현 회원은 “어제 아침에는 폭풍 입질이 있었습니다. 강붕어답게 힘이 천하장사입니다. 걸자마자 바늘이 펴지고 연안 뗏장에 처박아 놓쳐버린 붕어도 많습니다.”라며 부지런히 떡밥을 달아 던졌다.
살림망에는 이상현 회원 혼자서 낚아낸 월척 붕어 스무 마리가 담겨있었다.
제방 한쪽에 주차하고 연안으로 내려가 동일레저의 전투 좌대를 설치했다. 수심을 재보니 4칸 대 거리까지는 1.8m가량 나왔지만 다섯 칸 대의 수심은 1m 정도였다. 먼 곳이 오히려 수심이 얕았다.
아침 6시. 우측의 어리연 앞에 세웠던 2.8칸의 찌에서 첫 입질이 들어왔다. 글루텐을 작게 달아 탐사 차원에서 던진 낚싯대였다.
마치 잉어가 입질하듯 찌톱 한 마디를 올리더니 이내 물속으로 사라지는 찰나에 챔질! 손목에 묵직한 느낌이 전해졌고 순간적으로 옆으로 째는 힘이 대단했다. ‘잉어일까?’ 생각도 들었지만 수면 위로 튀어 오른 것은 분명히 붕어였다.
어리연을 한웅큼 뒤집어쓴 채 나온 녀석은 32cm짜리 월척 돌붕어였다. 이후 연속해서 입질이 들어왔는데 월척이라 생각되면 준척이었고 4짜 붕어라 생각되면 월척이었다. 그 정도로 개천의 붕어의 힘은 대단했다.
축제 앞둔 장성댐 방류가 호황의 원인
원래 개천에서는 주로 밤낚시에 씨알이 굵게 낚이는 경향이 짙지만 이날은 낮낚시에도 간간이 입질이 들어왔다. 다만 낮에는 씨알이 다소 아쉬웠다. 밤낚시 작은 27~28cm가 주종을 이루었다.
좌측에 앉은 이광희 회원도 연신 입질을 받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발 앞쪽으로 펼쳐진 뗏장 수초 위로 제대로 태워 올리지 못해 떨구는 붕어가 더 많았다. 이광희 회원은 옥수수 미끼를 선호해 옥수수로 입질을 받아내고 있었다.
우측에 자리했던 유준재, 함인철, 이상현 회원 역시 마릿수 붕어를 낚아내고 있었다.
이상현 회원은 “낚이면 대부분 월척이라서 내심 4짜까지도 욕심냈는데 모두가 고만고만한 사이즈의 월척뿐입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후 3시 무렵. 홍광수 회원이 고흥 해창만수로에서 유튜브 촬영을 마치고 개천으로 도착해 합류했다.
상류의 기차 철길 아래 어리연이 듬성듬성하게 분포한 포인트에 자리하더니 연속해서 8마리의 붕어를 낚아냈다. ‘낚아냈다’라고 하기보다는 ‘걷어냈다’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진 조황이었다.
잠시 뒤에는 필자가 개천으로 취재 왔다는 소식을 듣고 광주 ‘얼레붕어낚시’ 낚시점의 장영철 사장이 음료수를 준비해 위문을 왔다.
광주와 장성군 일대 낚시터를 훤히 꿰뚫고 있는 장 사장은 “개천은 추석 이후 서리가 내릴 때 즈음 마릿수는 적어도 씨알 위주의 붕어가 잘 낚이는 곳인데 올해는 일찍부터 붕어 조황이 좋다”고 말했다.
입질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여 낚시를 잠시 쉬었다.
본부석 정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1톤 화물차가 다가와 멈춰섰다.
인사를 하며 커피 한잔 권했더니 흔쾌히 우리 자리에 앉았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인근 마을 주민으로 역시 낚시인이었다. 그는 우리 조황에도 관심이 많았다.
나는 제 시즌이 아님에도 현재 개천에서의 붕어낚시가 잘되는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의외의 장성군의 지역행사인 ‘장성 황룡강 가을꽃 축제’를 꼽았다.
축제는 매년 이맘때 장성읍 황룡강 일원에서 열리는데 올해는 10월 7일(토) ~ 10월 15일(일)까지 9일간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장성군에서는 행사 준비 차원으로 10여 일 전부터 많은 양의 장성댐 물을 방류했다고 한다. 손님맞이 하천 청소가 주목적이라고. 이때 강에 살던 붕어들이 새 물을 맞아 왕성하게 먹이활동을 시작했고 우리는 예상 못한 때아닌 새물찬스를 만난 것이다.
마을 주민 덕분에 궁금증이 풀렸다.
다시 밤이 되자 최원재 회원의 자리에서 활발한 입질이 들어왔다. 밤케미로 교체한 지 4시간 만에 12마리를 낚았는데 그중 4마리가 월척이었다.
그때까지 우리 취재팀이 낚아낸 월척은 40마리는 넘는 듯했다. 이후로도 물보라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평균 씨알은 26~29cm가 가장 많았고 최대어는 37cm었다.
입질은 아침까지도 계속되었으나 더 이상의 낚시는 의미가 없었다.
철수를 위해 살림망을 들어 올려 보는데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였다. 족히 30kg은 되는 듯했다.
그래서 낚은 붕어의 일부만 바닥에 부어놓고 기념촬영 후 모두 방류했다.
장성군 지역 행사 준비 덕분에 뜻하지 않는 호황을 맛본 출조길이었다.
◆ 가는길→ 장성읍 공설운동장을 기준으로 북쪽에 장안교를 건너 734번 지방도를 따라 서삼면 방향으로 1.2km를 가면 좌측에 초원의 집 식당이 보이고 식당 밑이 개천이며 취재 장소이다.
◆ 내비게이션 주소→ 전남 장성군 장성읍 장안리 613-5
드론으로 촬영한 장성 개천.
장성호 소수력발전소를 통해 많은 배수가 이루어진 직후 엄청난 월척 붕어가 낚여 낚시인들을 놀라게 했다.
장성 개천에서 월척 붕어를 보여주는 필자.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왔다.
월척 붕어를 뜰채에 담아내고 있는 필자.
개천 붕어는 힘이 장사라 준척급만 되도 제압이 쉽지 않았다.
낚시를 마친 후 개천의 제방길 수풀 속에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한 취재팀.
장성 개천에서 가장 잘 먹혔던 마르큐사의 노리텐 떡밥과 경원 F&B의 오래오글루텐.
군계일학의 스위벨 채비를 사용했다.
천류에서 새롭게 출시한 받침틀에 다양한 길이의 낚싯대를 셋팅 했다.
개천에 잦은 성화를 부리는 블루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붕어를 낚던 회원들이 본부석에 모여 늦은 아침식사를 즐기고 있다.
‘붕신’이라는 별명이 어울릴 정도로 붕어를 잘 낚은 홍광수씨가 개천에서 올린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유튜브 ‘달빛소류지’를 운영 중이다.
예초기를 이용해 수풀 제거 작업을 한 최원재 회원이 수초를 넘겨 채비를 던져 넣고 있다.
고생한 만큼 이 포인트에서 월척 붕어를 타작했다.
오랜만에 개천에서 폭발적인 월척 입질을 받아낸 회원들의 기념촬영.
왼쪽부터 유준재, 최원재, 이상현 회원이다.
이상현 회원의 살림망에 들어있는 개천 붕어들.
월척만 서른 마리가 넘었다.
장성 개천의 ‘초원의 집’포인트 상류.
전방에 호남선 기차가 지나가 소음이 있지만, 입질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장성 개천 월척의 평균 씨알.
내심 4짜급 붕어도 욕심을 내 봤지만, 최고 38cm로 만족해야 했다.
“힘이 어찌나 좋은지 4짜 붕어로 착각했습니다.”
이광희 회원이 밤에 올린 월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오후에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이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회원들.
장성 개천의 ‘초원의 집’포인트 상류.
전방에 호남선 기차가 지나가 소음이 있지만, 입질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취재 기간 가장 출중한 마릿수 조황을 누렸던 이상현 회원의 포인트.
발 앞 뗏장과 건너편 어리연 가까이에서 입질이 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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