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장수지
월척의 약속터
한 치도 어김없다!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주)천류 필드스탭 팀장]
주말이면 어김없이 떠나는 낚시 여행에서 출조지를 선정함에 있어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번 조행은 고민하지 않고 편하게 결정했다.
바로 4월이면 어김없이 대물들이 솟구치는 ‘약속의 월척 터’ 고흥의 장수지였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 장수리에 위치한 30만 평 규모의 계곡형 저수지다.
장수지 하면 의레 봄철에 대박 수준의 조과가 나오는 곳으로 소문난 곳이고 초보자들도 손쉽게 대물붕어와 상면할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필자가 장수지를 찾은 3월19일과 26일은 약간 이른 감이 있었지만 낚시춘추 5월호가 나올 시기인 4월 중순이면 호남권 최고의 호황터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일찍 취재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
3월 19일에는 꽃샘추위로 기온과 수온이 떨어져 물색이 아주 맑게 보였다.
대를 펼까 고민하다가 배스만 연신 올라올 것 같은 예감에 장수지 아래의 해창만 수로로 발길을 돌렸다. 해창만에서 하룻밤 낚시를 즐기고 철수길에 다시 장수지에 들렸는데 최상류 동촌교 위쪽에 두 사람만 낚시를 하고 있었고, 대부분 배서들이 붕어낚시인들의 자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그런데 동촌교를 건너면서 아래쪽을 보다가 깜짝 놀래지 않을 수 없었다. 투명한 물색에 비춰진 것을 거대한 붕어 군락이었다. 얼핏 봐도 허리급 이상의 붕어들이 떼를 지어 회유하고 있었다. 수초 속보다는 수초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것으로 보아 산란할 자리를 살펴보고 있는 것 같았다.
동촌교 위쪽 연안으로 내려가 보니 낚싯대만 있고 사람은 없다.(고흥에 사는 김동관씨의 지인으로 전북 남원에서 출조한 임지식씨의 자리였다.)
긴대 위주의 대편성을 했고, 지렁이를 이용한 지내림낚시를 구사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낚시자리의 살림망을 들춰본다는 것이 실례여서 망설이고 있는데 김동관씨가 전화상으로 “내가 아는 사람이니 들춰봐도 좋다”고 해서 들어보았는데 또 깜짝 놀랐다. 살림망에는 10여 마리의 월척붕어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여기서 낚시를 할 걸!
3월 26일보다 3월 19일이 더 호조황
장수지는 매년 3월 말부터 시즌이 시작되어 5월 중순 모내기를 위해 배수가 이루어지기 직전까지 상류 물골 포인트에서 호조황을 보인다. 이미 몇 해 전 낚시춘추에 봄철 호황터로 소개된 바 있다.
지난해부터 신호2교 아래에 수변생태공원 공사가 시작되어 현재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달라진 부분은 신호2교에서 상류 동촌교에 이르는 연안 수초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연안에 뗏장수초와 침수수초가 형성되어 있어 붕어들의 산란장으로 최적지였고 붕어들이 많이 거슬러 올라오곤 했는데 수변생태공원 공사를 하면서 바닥을 완전히 긁어내어 수초대가 사라지고 수심 또한 2~3m로 깊어졌다. 그 후 조황이 들쭉날쭉하지만 그래도 동촌교에서 최상류에 이르는 구간에는 아직 준설을 하지 않아 연안에 수초가 그대로 있어 산란장으로 안성맞춤이고 꾸준한 조황이 이어지고 있다.
다시 장수지를 찾은 3월 26일 새벽. 물색은 일주일 전과 같이 여전히 물색이 맑아보였다. 공기가 차갑게 느껴졌고, 북서풍의 바람이 불어왔다.
먼저 들어와 있던 낚시인들은 대부분 빈 살림망이었다. 먼저 들어와서 하룻밤 낚시를 한 고흥읍의 대물꾼 김동관씨는 “아직 산란을 위한 붕어가 올라오지 않은 것 같다”고 하면서 “예전과 다르게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지난주에 비가 내릴 것을 대비해 미리 배수를 했었는데 그 배수의 영향 때문인지 입질 받아내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래도 낱마리의 붕어라도 상류로 거슬러 올라올 것 같은 예감에 신호2교와 동촌교 중간 지점에 대를 폈다. 수초가 사라지고 수심이 1.5m 정도로 깊게 나왔다. ‘특공대(낚싯바늘 자리에 묶어 수초를 긁어내는 소형 갈퀴)’를 이용해 바닥을 긁어보니 수초찌꺼기가 전혀 묻어나오지 않은 깨끗한 바닥이었다.
글루텐떡밥과 지렁이를 혼용해 사용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첫 입질이 왔다. 지렁이를 꿴 4칸 대의 찌가 두 마디 올라오다 수면 아래로 끌고 가는 입질이었다. 수면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며 끌려나온 것은 배스였다. 예상했던 대로 물색이 맑아 꿈틀거리는 지렁이가 쉽게 배스의 눈에 포착되었나보다.
밤낚시를 대비해 떡밥으로 쉴 새 없이 집어를 시켰다. 그렇지만 떡밥 미끼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꽃샘추위 때 하류로 내려갔던 붕어들이 상류로 거슬러 올라오지 않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밤 8시경 여수에서 이상용씨가 들어와 오른쪽 빈 자리에 앉았다. 이상용씨는 이곳 장수지를 자주 찾은 낚시인이다. 지난주까지 5주 동안 연속해서 장수지를 찾아 낚시를 즐겨왔다.
꽃샘추위가 오기 전에는 매번 월척을 낚았고 하룻밤에 열댓 마리의 허리급 월척도 낚은 적이 있지만 지난주부터 소강상태를 보인다고 했다.
자정을 넘어 새벽 1시쯤까지 이상용씨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때 정면으로 펼쳐 놓은 3.6칸 대의 찌가 치솟고 있었다. 어느새 이상용씨 손에는 낚싯대가 쥐어져 있었고 바로 치켜세우더니 “글루텐 미끼라서 무조건 월척이다!”라고 소리쳤다. 옆에 있던 뜰채로 들어 내줬는데 한눈에 봐도 허리급 월척 붕어였다. 계측자에 오른 붕어를 보니 꼬리가 36cm를 가리켰다.
아침시간부터 낚시를 해 왔지만 장수지의 첫 붕어가 올라온 셈이다. 날짜를 잡아도 잘못 선택한 것이 분명했다. 밤 시간동안 그 누구도 붕어를 꺼낸 낚시인이 없었는데 유독 이상용씨만 월척을 낚아냈다.
3월28일부터 폭발
장수지의 입질 타임은 아침 시간이라 다음날 밝은 뒤 기대를 가지고 찌를 노려봤지만 별다른 입질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철수 하면서 밤새 필자가 낚아낸 배스를 헤아려보니 무려 20마리에 달했다.
장수지에서 월척붕어가 터져 나온 건 그 다음날인 3월 28일부터였다.
고흥의 김동관씨가 다시 들어가 수많은 월척을 낚아냈고, 타지에서 원정낚시를 온 낚시인들도 마릿수 월척을 끌어냈다고 한다. 그 조황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4월 2일에광양 낚시인들이 들어가 밤과 낮 시간을 가리지 않고 입질을 받아냈다고 알려왔다.
장수지의 호조황은 산란이 끝나고 5월 초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수지의 낚시요령
블루길의 개체수는 현저하게 줄어든 상태이지만 배스의 개체수는 여전히 많다.
물색이 탁하면 지렁이가 유리하고 보통 때는 떡밥도 잘 먹히는 편이다.
밤낚시가 되지만 오전 낚시가 더 유리하고 바람의 방향이 하류에서 상류로 불어 올 때 가장 조황이 좋은 편.
비 예보가 있으면 미리 1m 가량 배수를 하게 되지만 그래도 붕어는 곧잘 낚이니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된다.
신호2교 아래에는 수변생태공원 조성 작업이 진행중이므로 집입이 불가하고 더 하류쪽으로 내려가면 중류에 많은 포인트들이 있어 상류에 비좁게 앉아 낚시를 할 필요는 없다.
낚시인들이 많이 몰려 다소 소란스러울 때는 4칸 이상의 긴대가 주효하지만 평상시에는 3칸 전후에서도 잦은 입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는 길→ 벌교에서 고흥 방면 27번 국도를 타고 고흥읍을 지날 즈음 호형교차로에서 내려 좌측 도화·도두면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15번 국도를 타고 150m 가량 가면 왼쪽에 고흥 하수종말처리장 건물이 보이고 건물 뒤편이 장수지 상류다.
■내비게이션 입력 주소 → 전남 고흥군 고흥읍 호형리 1025-1 (동촌교)
장수지의 야경
낚시터가 도심 가까이 있어 적막하지 않고 은은한 불빛이 운치를 더해준다.
남원 낚시인 임지식씨가 올린 월척붕어들.
사진 촬영을 부담스러워해 고흥 낚시인 김동관씨가 대신 조과를 보여주고 있다.
동촌교에서 상류를 바라본 모습.
물색이 맑아도 꾸준하게 입질이 들어오는 특급 포인트이다.
장수지에서 배스를 낚아낸 낚시인.
배스 자원도 매우 많다.
발판이 편한 상류 호안블럭에서 배스낚시를 즐기는 낚시인들.
여수 풍류조우회 이상용 회장이 떡밥으로 낚은 36cm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우안 상류의 1번 주차장 연안에서 붕어를 노리는 낚시인.
새물 유입구를 끼고 있는 명당터이다.
멀리 보이는 다리는 신호2교.
강인함이 느껴지 장수지 월척.
대부분 30cm 중반급이며 4짜도 자주 올라온다.
중국집에서 배달을 왔다.
고흥읍내와 가깝다보니 어디서나 식사를 시켜먹을 수 있다.
장수지에서 사용한 미끼.
물색이 탁할 때는 지렁이, 맑을 때는 떡밥이 잘 먹힌다.
살림망 속의 월척붕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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