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읍에 숨은 붕어 화수분

전남 신안군 지도읍 봉리에 있는 1만평 규모의 봉리2지는 봉리지의 명성에 가려져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수초가 절반을 뒤덮고 있는 이곳엔 잔챙이부터 월척까지 붕어 자원이 풍부해 대물낚시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형보다 더 나은 아우, 신안 봉리2지

김중석[낚시춘추객원기자. (주) 천류 필드스탭]

 

추석을 보름 앞둔 8월27일.

고향인 신안군 지도읍 선산에 벌초를 하려 가는 길에 벌초를 핑계 삼아 대를 담글만한 곳이 없을까 하고 무안의 박경희씨에게 전화를 해봤다.

“벌초 끝나고 가볼 만한 저수지가 있습니까?”

한참을 생각하던 박경희씨가 “쓸 만한 곳이 딱 한군데 있긴 있는데 우리 부들조우회 정출지로 잡아 놓은 곳”이라며 봉리지 하류의 봉리2지를 추천했다.

최근에 월척이 여러 마리 낚였고 마릿수 조황도 좋다고 한다.

봉리2지는 봉리지에 가려 인지도가 거의 없는 곳인데 지도가 고향인 필자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저수지였다.

 

1만평 각지가 수초가 절반

8월26일 금요일 지도읍을 찾은 필자는 일단 새우가 많은 둠벙에 채집망 세 개를 담가두고 고향집을 찾았다.

 다음날 벌초를 마치고 봉리2지를 찾으니 부들조우회 회원들이 들어와 있었다.

봉리2지는 직사각형의 각지인데 수초가 정말 많았다.

저수지 1/2이 길대와 부들, 마름으로 뒤덮여 있고 말풀도 많아 붕어가 살기에는 최적의 여건이지만 낚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엔 낚시 가능한 포인트가 많지 않아 좀처럼 붕어의 얼굴을 보지 못할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봉리2지의 최고 포인트라는 비닐하우스가 있는 동쪽 제방에 자리를 잡았다.

비닐하우스 앞 포인트는 4칸대 거리까지 준설을 해서 수심이 1.8m 정도로 깊었고 그 앞으로는 80cm 수심이어서 그 둔덕에 찌를 세워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낚시대 10대를 펼 생각으로 찌를 하나하나 세우는데 좀처럼 채비가 들어가지 않았다.

부들 끝자락을 노려야 하는데 수면은 깨끗하게 보여도 수중엔 말풀이 가득했다.

몇 십 번씩 채비를 투척하여 말풀을 걷어냈는데 과연 이 포인트에 붕어가 낚여줄까 의문마저 들었다.

포인트를 옮길까 고민하다가 벌써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어서 그냥 주저앉기로 했다.

옆에서 낚시하던 나광욱 회원은 그나마 깨끗한 바닥에 앉았는지 낚시를 시작해서 잔 씨알의 붕어를 마릿수로 낚아내고 있었다.

밤낚시에 돌입하기 전 카메라를 들고 저수지를 한 바퀴 돌았다. 북쪽 제방엔 광주 낚시인 4명이 앉아 있었다.

먼저 다녀간 낚시인들이 짧은 대에 새우를 꿰어 월척을 낚았다고 한다. 그들도 3칸 전후로 대편성을 하고 있었다.

시멘트 포장도로인 남쪽 제방에는 부들조우회 회원 4명이 앉아 있었다.

도로에 의자를 놓아야 하는 자리여서 가끔 농기계가 지나가면 일어나서 비켜줘야 하는게 흠이지만 수초작업 없이 바로 대를 펼 수 있어 이곳에선 편한 자리로 통한다.

연안에 어리연과 마름이 자라있는데 낮에 잔 붕어를 10여 수씩을 살림망에 넣어두고 있었다.

제방을 지나가던 마을 어르신이 “여기는 잔챙이밖에 없어. 큰놈을 낚으려면 요 밑에 수로에서 해야지”하고 말했다.

저수지 밑에는 1.5km 정도 길이의 수로가 있다. 봉리지의 퇴수로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연안에 땟장 수초가, 중앙엔 마름이 자라고 있는데 아직 아무도 낚시를 하지 않은 듯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잔 새우엔 잔챙이, 굵은 새우 쓰자 월척이

날이 완전히 어두어졌지만 굵은 붕어는 낚이지 않았다.

부들조우회 회원들은 새우 씨알을 탓했다. 요즘은 새우의 씨알이 작은 시기이다.

채집한 새우가 너무 작아 작은 붕어도 한 입에 삼켜버린다는 것이다.

나는 어제 둠벙에서 채집한 굵은 새우를 회원들에게 나누어주었는데 그게 효과를 봤다.

굵은 새우로 바꾸자 잔 씨알의 입질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밤 10시경 배인석 회원이 1m 수심의 깨끗한 바닥을 긴 대로 노려 32cm 의 월척을 걸어 냈다.

그런데 봉리2지의 최고의 포인트에 앉은 필자에겐 입질이 없었고 밀생한 수초 때문에 낚시를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미끼를 갈아주려고 채비를 걷어내면 다시 투척하기 힘들 정도였다.

자정 무렵 부들조우회 회원들이 렌턴을 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게 보여 전화를 걸었더니 조운 회원이 32cm 월척을 낚았다고 한다. 그 뒤 조운 회원은 또 34cm 붕어를 낚았다.

연안 마름수초를 살짝 넘겨 찌를 세운 포인트에서 두 마리의 월척을 두 시간 간격으로 낚았다.

광주 낚시인들이 앉은 북쪽 제방도 바빠 보였다. 큰 파장의 물소리가 들려와 월척이겠거니 했는데 가물치라고 한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란스러워 살펴보니 붕어가 갈대를 감아 터트렸다고 한다.

날이 밝아오자 다시 감잎 붕어가 마릿수로 낚이기 시작했다.

 

봉리2지는 외래종이 없고 동자개 같은 잡어도 없어 새우낚시를 하기 좋은 곳이었다.

다만 잔챙이 붕어가 워낙 많아 낚시 시간대와 미끼 활용에 신경을 써야 했다.

그간 조황을 살펴보면 겨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밤에 월척이 낚이었고 큰 붕어를 만나려면 굵은 새우를 써야 했다.

9월초 현재 백백한 정수수초나 말풀 대신 수면을 덮고 있는 마름 끝자락을 노리는 게 낚시하기에도 편하고 조황도 뛰어나다.

하지만 마름이 삭아들기 시작하면 내가 낚시했던 부들수초같은 정수수초 포인트의 조황이 살아날 것으로 보였다.

필자는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어자원이 풍부한 봉리2지는 매력적인 곳이었다.

잔챙이 아니면 월척인 이곳은 굵은 씨알을 골라 낚기 위한 대물낚시 테크닉이 필요했다.

추석 연휴에는 봉리지와 봉리지 퇴수로, 그리고 봉리2지를 연계해서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현경나들목을 나와 현경방면 24번 국도로 진행한 후지도 방향으로 직진. 연육교를 지나 지도읍까지 간다. 지도읍 초입에서 봉리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약 3.5km 가면 송항삼거리가 나오고 좌회전하여 가다 보면 우측에 봉리지가 보인다.

계속 가다가 ‘지도봉리교회’ 앞에서 우측 바닷가 방향 농로로 약 600m 가면 봉리2지 제방에 닿은다.

 

 

말풀을 뒤집어쓰고 올라온 봉리2지의 붕어.

체고가 높고 힘이 좋았다.

 

 

활짝 핀 수면의 어리연꽃

 

 

저수지 옆 비닐하우스의 가을맞이 풍경. 고추를 말리고 있다.

 

 

수초가 많고 붕어 자원이 풍족한 봉리2지.

인근에 있는 봉리지의 명성에 가려 꾼들의 출조가 적었다.

 

 

아침 입질을 받은 이성균 회원이 대를 들고 일어섰다.

 

 

바늘에 꿴 새우. 굵은 새우를 써야 붕어 씨알 역시 굵었다.

 

 

부들과 마름, 갈대도 자라지만 민민한 맨바닥에는 말풀이 자라고 있다.

 

 

봉리2지 퇴수로. 이곳에도 상당한 붕어 자원이 있다고 한다.

 

 

남쪽 제방에 앉은 부들조우회 회원들. 마름을 넘겨 공략해서 월척을 여러 마리 낚아냈다.

 

 

밤새 수초 밑걸림 때문에 고생하다가 아침에 9치 붕어를 낚아낸 필자.

 

 

봉리2지의 특급 포인트로 통하는 동쪽 제방 비닐하우스 앞 포인트

 

 

봉리2지의 북쪽 제방.

제방의 경사가 심해 조심스럽게 월척을 들어 올렸다.

 

 

밤낚시 조과를 보여주고 있는 배인석(좌). 조운 회원

 

 

무안 부들조우회 조운 회원이 낚아낸 34cm 월척을 들어 보이고 있다.

 

 

“낮에는 이런 녀석들이 쉴 새 없이 덤벼요” 이성균 회원이 6치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인근에 식당이 없어 식사는 미리 준비해 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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