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낚싯바늘의 역사는 실존 유물을 고려할 때 신석기 시대부터 유래한다. 구석기 시대에도 어떤 형태로든 생존수단으로서의 어로행위는 있었을 것이나 낚시와 관련한 유물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유럽지역은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발견됨)
그런데 돌을 쪼개어서 도구로 사용하던 구석기시대와는 달리 돌을 갈아서 도구를 만들어 사용을 할 줄 알았던 신석기시대의 유물 중에서도 돌도끼나 화살촉 등의 사냥도구에 비해서 낚싯바늘은 정밀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제작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에는 돌축에 사슴뿔이나 멧돼지이빨, 동물뼈 등을 이용한 낚싯바늘을 연결해서 사용한 ‘결합식낚싯바늘’과 사슴뿔이나 멧돼지이빨 등을 이용하여 만든 ‘단식낚싯바늘’을 사용했다.
이러한 사실은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고 하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즉 우리의 선사시대 조상들이 그렇게 정밀한 바늘을 만들어 사용한 유물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 속에 남아서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며, 간혹은 출토되어 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진1. 양양 오산리 유물 중 결합식바늘
* 오산리 유물 전시관의 모습
사진2. 울산 황성동 유물 중 결합식바늘
* 설명을 자세히 보면 결합식 바늘 길이가 8.3cm라고 되어있다. 그렇다면 그 크기를 볼 때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생긴다.
그러나 필자가 실제로 본 함께 발굴된 유물 중 돌돔 턱뼈의 크기는 지금의 대형 돔이라고 할 수 있는 50cm 돌돔 턱뼈 보다 4배나 컸다. 즉 당시 결합식바늘로 낚은 대상 돌돔은 그 크기가 무려 2m급 이었다는 것이다.
사진3. 부산 동삼동 유물관련 글 일부
사진4. 전남 여서도 유물 중 결합식바늘
* 목포대 김건수 교수팀이 2005.7월 여서도에서 발굴한 선사시대 낚싯바늘
(낚시꾼이고 낚시역사 연구가인 김교수는 필자가 방문 시에 스스로가 발굴한 유물 앞에서 상세한 설명을 해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한 선사시대의 낚싯바늘인 결합식(이음식)낚싯바늘은 유럽일부와 중앙아시아의 오호츠크해 남단, 그리고 우리나라의 동해안을 거쳐서 서남해안의 일부 도서지역 까지 발견되고 있고, 우리나라 부산의 동삼동유적지와 지리적으로 가장 근접한 지역인 일본남단의 규슈지방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선사시대 인류의 이동 및 교류 경로를 짐작케 한다.
특히 이 시대의 조상들이 미늘이 있는 바늘을 제작해서 사용하고, 무거운 돌을 갈아서 모양을 만들어 낚싯바늘에 결합하여 사용한 것은 오늘날의 바늘 축과 봉돌의 역할을 하게 한 것이니 그 지혜와 정밀함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2. 고대의 낚싯바늘
시석기시대로부터 청동기시대에 이르기 까지는 동물의 뿔이나 뼈를 이용한 낚싯바늘이 주로 사용되었고, 철기시대로 들면서는 지금의 낚싯바늘과 아주 유사한 쇠바늘이 등장을 하여 더욱 정밀하고 강한 낚싯바늘을 사용하게 된다. (청동기시대의 유물에서도 바늘을 주조한 틀이 출토된 것은 있으나 바늘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특히 철기시대의 유적에서는 선사시대의 결합식바늘과 쇠바늘 그리고 곧은바늘이 함께 출토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곧은바늘은 중국의 같은 시대 유적에서도 동종이 출토되고 있다.
기원전 1100년 경. 강태공 여상이 위수에서 세월을 낚는 낚시를 한 그 바늘이 미끼도 없는 곧은 바늘이 아니라 바로 미끼를 꿰어 물고기를 낚은 이러한 곧은바늘이다.
사진5. 여서도 패총의 곧은바늘
* 사진의 곧은 바늘 모습은 반쪽이 끊어져 나간 모습이다.
사진6. 곧은바늘 그림모음
3. 필자가 어릴 때 사용했던 낚싯바늘
1960년대 필자가 어릴 때는 낚싯바늘을 구입해서 사용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냈다. 혹 명절 때 모아둔 세뱃돈 등으로 구입을 하려고 해도 시골지역에서는 파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이른 아침에 마을에서 십리나 떨어진 선창으로 나가서 선창가의 배가 메어있던 부근 모래밭을 뒤져 어부들이 쓰고 버린 녹슨 바늘을 주어 왔다. 그리고는 기와지붕에서 떨어진 구운흙기와 조각을 갈아서 가루로 만들어 잘 문질러 닦아 녹을 벗긴 후에, 바늘 끝을 숫돌에 갈아 사용했다.
몇 해 전에 고향의 선착장(함평 일공구 항)을 찾아가서 추억의 모래밭을 살펴보니 지금도 그때와 꼭 같이 녹슨 바늘이 모래밭에 버려져 있어서 사진을 찍은 후에 몇 개를 주워 담고 왔다.
지금 보면 감성돔 7호 정도의 큰 바늘인데 어릴 때는 그 바늘로 붕어는 물론 장어와 망둥이, 농어 까지 다양한 어종을 낚았었다.
특히 그렇게 큰 바늘에 지렁이를 바늘 키만 한 작은 토막으로 꿰어서도 자잘한 붕어를 곧잘 낚았으니 아마 그때의 붕어는 식탐이 강했었나 보다.
사진7. 고향 선착장 모래밭의 바늘모습(2007년)
4. 붕어낚시에 사용하는 낚싯바늘의 종류와 용도
우리가 붕어낚시에 주로 사용하는 낚싯바늘은 붕어바늘, 잉어바늘, 감성돔 바늘이 있다. 각각의 용처에 따라서 다른 모양으로 생산되었으나 붕어낚시인들은 그것을 따지지 않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붕어낚시에 사용하는 바늘 들이다.
그런데 바늘을 구입하기 위해서 낚시점에 가보면 어느 것이 붕어바늘이고 어느 것이 잉어바늘인지 구별이 힘들다. 포장이 대부분 일본어 표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아니 일본어 표기라기보다는 일본식의 표기라고 해야 맞겠다.
그러면서 구분하기를 붕어바늘은 ‘우미다나고’라고 하고, 잉어바늘은 ‘이두메지나’라고 하며, 감성돔바늘은 ‘지누’라고 한다.
이 세 가지 바늘은 붕어낚시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데, 작은 바늘은 떡밥콩알낚시에 사용하고 큰 바늘은 대어낚시에 사용한다. 특히 우미다나고 바늘과 이두메지나 바늘은 거의 구분 없이 바늘의 크기만을 구분하여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자, 이제 현존하는 상표표시의 낚싯바늘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 우미다나고(붕어바늘)
우미다나고에서 ‘우미’는 바다(海)의 일본말이다. 그리고 ‘다나고’는 민물의 납자루를 뜻한다. 그래서 우미다나고는 바로 바다의 납자루와 같은 망상어를 뜻하는 말이며, 따라서 망상어바늘 이라고 해야 맞다.
그런데 이것이 붕어용 바늘이 된 것은 바로 망상어와 붕어가 그 크기나 입모양, 섭이습관이 유사하여 붕어용을 별도로 설계하지 않고 공동으로 사용하여도 적합한 바늘이 되었기 때문이다.
사진8, 우미다나고 바늘 사진
사진9, 우미다나고 실물크기 사진
특히 이 바늘은 가늘고 섬세하여 현재 붕어낚시 전용바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나라 낚시상품으로는 아예 우미다나고라는 표기를 배제하고 ‘민물붕어바늘’과 ‘바다망상어바늘’ 이라고 표기를 하여 유통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나고 바늘의 큰 특징은 전체적으로 가벼우며 허리가 밋밋하고 바늘 폼이 넓은 편이며, 특히 바늘 끝이 길게 뾰족하여 날카로운 것이다.
이는 흡입력이 비교적 약하고 입이 여물지 않은 붕어나 망상어에 적합하게 제작된 것이다.
사진10, 우미다나고 봉지 사진
나. 이두메지나(잉어바늘)
이두메지나에서 ‘이두’는 일본 도쿄만 남쪽의 이즈제도(伊豆諸島)에서 유래된다. 이곳에서는 대형급벵에돔이 잘 낚이기로 유명한 곳인데, 일본에서 벵에돔 바늘을 생산하면서 이곳의 지명(伊豆=이즈)에다가 벵에돔을 뜻하는 메지나를 붙여서 ‘이즈메지나’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伊豆메지나’라고 표기해서 유통을 하니 우리식 한문 발음대로 하여 ‘이두메지나’ 라고 하게 되었다.
즉 이두메지나는 잉어보다는 벵에돔하고 관련이 더 깊은 바늘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잉어용뿐만 아니라 붕어용으로도 사용하고 있으니 그에 맞게 ‘잉어, 붕어용 바늘’과 ‘벵에돔 바늘’로 표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사진11, 이두메지나 바늘 사진
사진12, 이두메지나 실물 크기
사진13, 이두메지나 봉지 사진
이두메지나 바늘의 큰 특징은 바늘허리가 강하고 폼이 약간 좁은 편이며, 바늘허리 아래 부분에서 약간 뒤틀려서 안쪽으로 굽는다.
이는 벵에돔이나 잉어 등의 크고 강한 대상어의 입걸림을 용이하게 하고, 걸었을 때 강한 힘에 지탱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이다.
다. 지누바늘
지누바늘에서 ‘지누’는 감성돔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명칭에 맞게 용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바늘은 지누바늘인 셈이다.
즉 ‘우미다나고’에는 붕어라는 뜻이 없고, 이두메지나에는 잉어라는 뜻이 없는데, 지누에는 감성돔이라는 뜻이 제대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14, 지누 바늘 사진
사진15, 지누 바늘 실물크기
사진16, 지누 바늘 봉지
지누바늘의 가장 큰 특징은 바늘 끝이 안쪽으로 굽어있다는 것이다. 이는 떠올라서 예민하게 먹이를 흡입하는 벵에돔 보다는 깊은 수심층에서 먹이를 충분히 흡입하는 감성돔의 섭이특성상 바늘 끝이 조금 미끄러져 나오면서 걸리더라도 입걸림에 지장이 없으며, 일단 입걸림이 된 후 바늘 빠짐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지누바늘은 허리힘이 강하고 뒤틀려 있어서 한 번 걸리면 빠져 나가기가 어렵게 설계되어 있다.
5. 기타 낚싯바늘의 종류
붕어낚시에는 사용되지 않지만 어종에 따라서는 각각의 특징에 맞는 채비와 낚시기법이 있으며, 이때마다 사용되는 바늘이 따로 있다.
떡붕어를 대상으로 하는 중층, 내림용 바늘, 피라미와 누치를 대상으로 하는 견지용 바늘, 산천어 바늘, 은어용 바늘, 참돔바늘, 돌돔바늘, 부시리나 방어용 바늘, 농어바늘, 가물치 바늘, 볼락바늘 등 수 도 없이 많은 종류의 바늘이 있다.
6. 낚싯바늘의 명칭사용에 대한 제안
그렇다면 우리 국산 낚싯바늘마저도 포장지에 흉내 내어 사용하는 ‘우미다나고=붕어바늘’,
‘이두메지나=잉어바늘’, ‘지누=감성돔바늘’이라는 이 표현은 과연 의미가 맞는 말인가?
필자가 대화를 해 본 일부 사람들(낚시유통관계자 포함)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다나고’ ‘메지나’ 등의 용어를 너무 남발하는데, 이러한 것이 바로 우리의 허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는지....... 공연히 ‘우미다나고’ ‘이두메지나’ 등의 일본식 용어를 입에 올리면서 설명을 해야만 고수인 것 같고, 유식한 것 같지는 않았는지.......
이제부터라도 국산은 물론 혹 수입품을 포장하여 판매 하더라도 포장지에 명확한 용도표시를 하거나 사용설명이 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이제부터는 우리말과 정서에 맞는 용어를 사용하여 누구나 쉽게 이해하도록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