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지지 4짜 붕어에 홀려서 우렁이에 당한 사연
김중석 [낚시춘추 객원기자. (주)천류 필드스탭 팀장]
8월 말 호남지방을 강타한 두 개의 큰 태풍은 극심한 피해를 안겨주었다.
행여 신안 지도읍의 시골집에 피해는 없을까 싶어 8월 31일 퇴근 후 고향으로 향했다.
부모님은 연로하시어 농사를 짓지 않으신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다. 이왕 온 김에 낚시를 가볼까 하고 여기저기 전화를 했더니 요즘 나주 노안2지에서 월척이 자주 낚인다고 한다.
나주로 나가는 길에 지도 효지지 상류를 지나는데 낚시인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지난주에도 시골집에 왔을 때 효지지에 낚시인들이 몇 명 보였었는데 오늘도 들어와 있다? 뭔가 나오는 게 분명하다 싶어 차를 세웠다.
“안녕하세요? 뭐 좀 나옵니까?” 하고 인사를 건넸더니
“큰 씨알은 없고 잔챙이뿐이네요. 저기 옆 자리 한번 가보세요. 큰 거 한 마리 했던데”하고 말했다.
알려준 대로 하류로 내려갔더니 낯익은 얼굴이 앉아있었다. 광주에 사는 평산가인 박형구 회원이다.
살림망을 들춰보니 41cm붕어와 준척급 몇 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는“말도 마십시오. 이보다 더 큰 놈을 끌어내다가 발밑에서 떨어뜨려버렸어요”하고 말하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주 노안2지로 가다가 4짜 붕어 보고 눌러앉기로 결정
전남 신안군 지도읍 자동리에 있는 효지지는 내가 어렸을 때 방과 후 들러서 미역을 감곤 하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때 바다를 막아 지금의 1만2천 평 저수지가 생겼다.
연이 부분적으로 자라있고 연안에 뗏장수초가 즐비하며 저수지 중앙엔 마름이 자라있다.
박형구 회원은 ‘새벽 한 시 반 무렵 새우 미끼를 꿴2.1칸 대에 입질이 들어온 게 4짜 붕어였고 곧이어 정중앙의 3.2칸대에 다시 더 큰 붕어를 걸었으나 받침틀을 넘기는 순간 바늘에서 빠졌다’고 밤낚시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4짜 붕어를 본 순간 이미 마음이 바뀌었다. 굳이 노안2지까지 갈 필요가 없었다.
노안2지에서 합류하기 했던 회원들에게 상황을 얘기했더니 그들도 효지지로 오겠다고 한다.
박형구 회원도 어젯밤 놓친 대물붕어에 미련이 남는지 하룻밤 더 하겠다고 했다.
동료 회원들이 낚시터에 도착해 상류를 중심으로 좌우 연안에 대를 폈다. 필자도 상류 쪽에 대를 폈는데 바닥상태가 깨끗하지 못해 고생했다.
가뭄 때 바닥을 드러낸 곳에 육초가 자랐었는지 수중에 육초가 무성했고 깨끗한 바닥을 찾아 찌를 세우느라 많은 시간이 소모됐다. 태풍 볼라벤이 왔을 때는 바람만 거세게 불어와 마름수초가 헝클어지듯 한쪽으로 몰렸었고, 며칠 후 태풍 덴빈이 왔을 때는 2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저수지 물이 완전 황톳물로 변해있었다.
참붕어가 잘 먹히는 저수지여서 채집망을 담가봤으나 거의 채집되지 않았다.
광주에서 공수해온 새우를 나누어 사용하는데 씨알이 잘았다.
오후 4시경 옥수수 알갱이를 두 개 꿰어 놓은 찌가 꿈틀하더니 이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챔질해보니 꽤나 힘을 썼다.29.5cm월척에 육박하는 씨알 좋은 붕어였다.
“우렁이가 새우를 전부 녹여 먹고 있어요!”
밤낚시로 돌입하면서부터는 미끼를 새우로 바꿨다.
그런데 찌가 꿈틀거릴 뿐 전혀 올리지를 못한다. 이때 건너편 박형구 회원이 “우렁이가 새우를 전부 녹여 먹어버린다”고 소리쳤다. 채비를 회수해 바늘을 보니 새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우렁이 등쌀에 새우는 엄두도 못 내고 옥수수로 전부 미끼를 교체했다. 6치 붕어가 주로 낚이다가 밤이 깊을수록 낚이는 씨알이 조금씩 굵어졌다.
밤 12시경 건너편에 앉아 있던 선정환 회원 자리로가 봤더니 그 역시 마릿수는 많았으나 8치가 최고 큰 씨알이었다.
포인트에 따라 우렁이 성화가 달랐다. 선정환 회원 자리는 우렁이 입질이 없다고 했다.
어젯밤 4짜 붕어의 위력이 너무 컸던지 모두가 집중하여 낚시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바라던 대물 붕어는 낚이지 않고 7치 붕어가 주로 낚였고 간간이 9치 붕어가 올라왔다.
밤을 지새우며 자리를 지켰지만 끝내 월척 붕어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른 아침 카메라를 들고 조황을 둘러보고 있는데 선정환씨의 동생인 선정호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는 게 보였다.
힘쓰는 것으로 보아 월척이라 생각했는데 29.5cm준척 붕어였다. 날이 밝아오고 살펴보니 밤새 수위가 5cm가량 내려가 있었다. 그러나 배수의 영향보다 우렁이의 성화에 우리가 당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수하기위해 대를 접고 한자리에 모였는데 선정환 회원이 “4짜붕어를 낚으려다 우리가 4짜붕어에게 낚인 것 아니냐” 하고 말해 모두 웃었다.
효지지는 뻘물이 완전히 가라앉아 원래의 물색이 돌아오면 참붕어가 많이 채집되고 기온이 내려갈수록 굵게 낚이는 특징을 보인다. 예전에도 9월 말부터 11월까지 4짜 붕어가 많이 낚인 바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
얼음이 얼지 않는다면 한겨울에도 참붕어에 4짜가 낚이는 저수지다.
현지 문의 : 광주 광산낚시 (062) 952-2782
가는 길 : 광주 무안간 고속도로 북무안(현경)IC를 빠져나와 24번 국도를 타고 현경시가지를 지나 해제 방향으로 진입한다. 해체면 입구의 수암교차로에서 지도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직진하면 지도 연육교가 나온다. 다리를 건자마자 태천리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약 2km가면 효지지 상류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입력 주소는 전남 신안군 지도읍 자동리 95-1
[효지지 퇴수로도 주목하라]
효지지 무넘기부터 바다로 이어지는 폭 12m 길이 600m의 퇴수로에도 붕어가 많다. 태풍과 폭우 때 효지지 무넘기를 통해 수로로 빠져나간 붕어가 상당량에 이른다. 최근 광주 낚시인이 하룻밤에 월척을 5마리나 낚아 올렸을 정도인데 입질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지만 주로 아침에 잦다. 새우보다는 지렁이가 효과적이다. 수심은 70cm전후이고 연안에 뗏장수초가 잘 자라 있으며 부분적으로 갈대와 부들이 섞여 있다.
신안 효지지의 밤낚시 조과를 앞에 두고 4짜 붕어를 비롯해 준척 붕어가 많이 낚였다. 좌로부터 선정호 박형구 선정환 회원
필자가 신안 효지지에서 낚은 준척 붕어를 보여주고 있다.
새우를 물고 올라온 우렁이, 생미끼를 쓰면 우렁이성화 때문에 낚시하기 어려웠다.
밤사이 살림망까지 우렁이가 올라와 산란을 하고 갔다.
두 차례 큰 태풍으로 만수위가 된 신안 효지지 제방 좌안 모습이다.
신안 효지지에서 필자가 입질을 받고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신안 효지지 좌안 연안에 자리를 잡은 박종묵 회원이 수초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선정호, 선정환형제가 함께 출조해 아침시간 월척에 육박한 붕어를 낚아내며 형제애를 과시했다.
신안 효지지에서 밤낚시 중 41cm 붕어를 낚아낸 박형구 회원
밤낚시에 들어가기 전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지도읍의 친구 부부가 준비해온 저녁상
낚시 자리를 잡기 전 저수지 연안을 돌며 쓰레기를 주웠다.
신안 효지지에서 쓰레기 포대를 들고 나오는 평산가인 회원들
'♣ 낚시의 無限 즐거움 > 낚시 월간지 연재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수들이 밝히는 나의 떡밥 베스트 조합 (0) | 2012.10.31 |
---|---|
고흥 호덕지, 세상에 이런 인연이...! (0) | 2012.10.26 |
해남 고천암호 가을낚시 스타트 (0) | 2012.09.18 |
고흥 거금도 신양지에서 향어와 육탄전 (0) | 2012.08.20 |
고흥 장유지의 대략난감 (0) | 2012.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