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길과 배스가 유입된 지 오래된 저수지로 한방터다. 하지만 배스가 들어간 저수지들의 근황처럼 서서히 잔 씨알이 많이 낚이는 마릿수터로 변모 중이다.
올해부터는 15cm 정도의 작은 크기의 붕어도 곧잘 낚이고 있다. 그렇다고 월척 붕어가 아예 낚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월척에서부터 낚싯대를 치켜세우지 못할 정도의 대물 붕어도 곧잘 낚인 곳인다.
동산지에서 북동쪽으로 1.8km 떨어진 지점에 대물터로 유명한 평동지가 있다. 요즘은 대물낚시인들이 평동지를 더 선호하다보니 오히려 동산지는 한적한 상황이다.
연 줄기가 수면 위로 보이면 최고의 피크
하류 제방 쪽 일부 마름이 자란 지역을 제외하고 상류까지 전역이 연밭이다. 그러므로 전형적인 연밭 낚시를 구사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3월 10일. 유튜버 ‘달빛소류지’ 홍광수 씨가 짬낚시로 출조하여 31~33cm의 월척 두 마리와 준척급 붕어를 마릿수로 낚아냈다.
현재는 삭은 연 줄기가 겨울철에 내린 눈 무게와 강한 북서풍의 영향으로 쓰러져 있는 상황. 그 덕분에 수초작업을 하지 않아도 찌를 세울만한 공간이 충분히 열려 있고 짧은 낚싯대는 물론 5칸 정도의 긴 낚싯대로도 스윙낚시가 가능하다.
연안에는 약간의 갈대와 줄풀만 자라기 때문에 긴 대 갓낚시로 노려볼만하다.
동산지의 최고의 피크타임은 3월부터 5월까지다. 3월 중순인 현재는 시즌 스타트에 불과하다. 4월로 접어들면서 바닥에서는 새로운 연 줄기가 자라기 시작한다. 아직은 수면에 연 줄기가 보이지 않지만 연 줄기가 자라고 수면 위로 보이기 시작할 때 대물 붕어의 활성도는 더 올라간다.
미끼는 밤에는 지렁이를 사용하다가 아침이 돼 블루길 성화가 시작되면 글루텐이나 옥수수로 전환해야 한다.
밤보다는 이른 새벽과 아침 낚시가 잘되는 편이다.
동산지 붕어는 3월 말에서 4월 5일 사이에 산란할 것으로 예상 하고 있다.
■가는 길→ 광주·무안간 12번 고속도로 동광산영업소를 통과해 나주쪽으로 3.5km를 진행 후 서광산 I.C 요금소를 지나 3.2km 가면 평동 시내 앞 삼거리가 나오고 좌회전하여 다시 3.2km를 가면 오목교가 나온다. 좌회전하여 농로길을 따라 2.8km를 가면 동산지 제방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주소→ 광주 광산구 동산동 1043-1
지난 3월 10일, 동산지로 출조한 유튜버 달빛소류지 진행자 홍광수 씨가 월척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매년 겨울이면 연례행사처럼 수도권 낚시인들로부터 출조지를 추천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지만, 이번에는 마땅히 추천해줄 곳이 없었다.
비교적 따뜻한 호남지방을 찾으려는 낚시인들의 기대에 충족해주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해남과 영암지방에는 수로낚시 천국이라 할 정도로 수로가 즐비하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관청에서는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어 망설여졌다.
그래서 이번 화보 취재는 조류인플루엔자와 관련이 없는 지역인 고흥 지역 낚시터들로 유심히 관찰했다.
그 와중에 고흥읍에 거주하는 화보팀원 김동관 회원이 소중한 정보를 알려왔다.
김동관 회원은 “고흥에서는 현재 해창만수로의 송산강과 거군수로가 가장 조황이 가장 좋습니다. 해창만은 씨알 위주라면 거군수로는 마릿수 붕어가 낚인다고 보면 됩니다.”라고 설명을 했다.
일단 해창만수로는 필자가 수시로 드나들며 취재를 해왔던 곳이라 배제를 했다. 사실 늘 함께 움직이는 회원들은 굵은 씨알이 낚이는 해창만수로 출조를 갈망하고 있었지만 조류 인플루엔자가 영향이 적어지는 3월 이후로 미루었다.
1988년 오도1방조제 완공 때 생겨난 낚시터들
거군수로는 벌써 10여 년 전쯤 취재했던 곳이라 그동안 어떻게 바꿨는지도 궁금했다.
아울러 인근 거군지로도 분산 출조해 낚시 여건을 살펴보기로 했다.
거군수로는 지난 1988년, 여자만 갯벌 바닷가인 과역면 연등리와 남양면 신흥리를 잇는 1천1백67m의 오도1방조제가 완공되면서 생겨났다. 거군수로와 연결된 거군지도 그때 생겨났다.
거군지는 1만여 평의 저수지다. 정수수초로는 갈대와 부들이 많고 침수수초로는 수중에 말즘이 많아 붕어의 서식 여건이 아주 좋다.
몇 해 전 거군지에 배스가 유입되면서 붕어의 씨알이 굵어졌지만 다행이 마릿수 조황도 무난한 곳으로 변모했다.
거군지와 제방이 맞닿아있는 거군수로는 최근 시멘트 농로 공사가 마무리되어 한결 진입이 수월해졌다.
수로 폭은 15~30m이며 낚시가 가능한 구간은 2.3km에 이른다.
거군수로를 찾은 날짜는 설 연휴가 시작되는 지난 1월 29일 오후 5시.
도착해보니 김동관 회원과 유준재 회원이 아침부터 먼저 와 있었다. 살림망에는 월척과 마릿수 붕어가 들어 있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포인트를 돌아보니 물색이 맑았다. 어두어지자 기온이 떨어지고 차갑고 강한 북서풍까지 불어 신경이 쓰였다.
김동관 회원은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월척과 27~28cm급 붕어를 하루에 스무 마리는 거뜬히 낚아냈는데 오후부터 찬바람이 터진 후 입질이 잠잠해졌네요.”라고 말했다.
지난 며칠 동안 영상의 날씨가 지속된 덕에 조황이 좋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때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심심찮게 붕어가 올라왔다고 한다.
케미에 불을 밝힐 시간인 오후 6시. 유준재 회원의 자리에서 ‘쒸~익’하는 챔질 소리가 나 돌아보니 낚싯대 휨 새가 보통이 아니었다.
‘월척일까?’ 싶어 지켜봤더니 뜰채에 담긴 붕어는 31cm의 턱걸이 월척이었다.
살림망에 붕어를 넣으면서 또다시 챔질, 이번에는 29cm 붕어였다. 미끼는 새우였다.
최근에 거군수로에서 며칠 낚시를 해봤던 김동관 회원은 “배스 유입으로 새우가 전멸했음에도 유독 새우에만 입질해준다.”라고 말했다.
반면 거군수로 바로 위에 거군지에서는 새우보다는 글루텐이 잘 먹힌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밤낚시에도 꼬박꼬박 입질을 해줬다는 거군수로에서는 이날 입질이 많지 않았다.
유튜버 ‘달빛소류지’ 홍광수 회원도 입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들어 출조 때마다 ‘붕어의 신’으로 불릴 정도로 붕어를 잘 잡기로 소문난 홍광수 회원. 그가 입질을 받지 못했다면 그날은 붕어의 회유가 없다고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밤이 깊어갈수록 바람도 매서워지고 입질은 전혀 없었다. 바람의 영향으로 얼음이 잡히지 않는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결국 밤낚시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일찍 쉬고 이른 아침 시간을 노려보기로 했다.
거군수로에서는 부진, 거군지에서 월척 상봉
다음 날 아침. 햇볕이 없고 구름이 많은 날씨였다. 바람은 좀 잠잠해진 듯했고 얼음은 다행히 얼지 않았다.
홍광수 회원이 “아무래도 여기는 아닌 것 같아 위에 거군지로 옮겨 보렵니다.”라며 서둘러서 짐을 챙겼다.
오전 10시. 사진도 촬영할 겸 거군지를 둘러봤다. 거군지에는 남원에서 내려온 양재철 회원 등 화보팀 3명이 밤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혼자 서울에서 원정 내려온 낚시인의 조과가 가장 돋보였다.
그의 살림망에는 34cm 월척을 포함, 월척에서 살짝 빠지는 크기의 준수한 씨알들로 살림망이 묵직했다.
밤낚시에 몇 번 원줄이 터지는 불상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엄동설한 추운 겨울철 남녘으로 내려와 이 정도면 만족한 조황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홍광수 회원이 오전에 대를 펴면서 붕어를 낚아내기 시작했다. 그가 앉은 곳은 산 밑 돌무더기가 무너진 자리. 수중에도 바위가 많았다.
수심이 1.7~2.2m로 침수수초인 말즘이 자라 올라오는 자리로 전통적으로 글루텐이 잘 먹히는 특급 포인트다. 경원F&B 어분옥수수 글루텐으로 입질을 받아내더니 첫수에 26cm 붕어를 시작으로 31, 33cm 월척을 연달아 낚아냈다.
거군수로에서는 반작이었지만 거군지에서는 그나마 마릿수로 손맛을 볼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대박은 아니었지만 취재를 마무리할 즈음 김동관 회원의 말을 듣고 은근히 기대가 됐다. 현지 낚시인과 다름없는 고흥의 김동관 회원의 경험에 의하면 거군수로와 거군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것. 2월 중순 이후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할 때가 본격 시즌인데 아마도 이 기사가 나갈 즈음이 바로 최고의 피크타임일 것이다.
거군지·거군수 낚시특징
▣ 조황 따라 낚시터를 선택할 수 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볼 때 두 곳의 조황이 동시에 좋을 때는 없었다.
저수지 조황이 좋으면 수로가 부진하고, 수로 조황이 좋으면 저수지 조황이 부진했다.
따라서 출조하게 되면 먼저 와있는 낚시인들의 조황을 살핀 후 낚시터를 선택하면 된다.
▣ 거군지는 글루텐, 거군수로는 새우 잘 먹혀
거군지에서는 가장 입질이 빠른 미끼는 글루텐이다. 반면 거군수로에서는 새우에 씨알이 굵고 입질도 빨랐다. 새우 채집은 되지만 소량이므로 출조시 미리 구입해 가는 게 좋다.
▣ 거군지는 밤낚시, 거군수로는 낮낚시
거군지에서는 밤낚시에 씨알이 굵게 낚이고 거군수로에서는 낮낚시가 잘 된다.
특히 거군수로의 경우 새벽 4시부터 오전 10시 사이에 폭풍 입질을 보여줄 때가 많다.
◆가는 길→ 벌교에서 고흥 쪽으로 17km를 달리면 남양교차로에 이른다. 좌회전하여 남양면 쪽으로 진입. 약 1.8km를 가다 보면 상외 삼거리에 이른다. 우회전하여 300m가량 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거군 이정표를 보고 좌회전하여 1.5km 가면 거군마을 회관이고 마을회관 앞에서 우측으로 45도 방향의 좁은 농로로 진입해 700m 정도 가면 거군지이다.
매년 이맘때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조류인플루엔자(AI)로 출입을 통제하는 서남부지역의 금호호나 영암호는 출입을 통제하는 구간도 있지만 해창만수로는 같은 남해안의 해안가 간척수로이지만 출입을 막은 적이 없다.
150만 평 규모의 해창만수로는 현재 추수가 끝나자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휴식기에 들어가면서 낚시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원정낚시를 내려온 정박꾼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해창만수로는 4개의 본류권이 있고, 그 본류권을 중심으로 낚시가 가능한 수많은 가지수로가 있다.
그중에서도 겨울철이면 진입도 수월하면서 붕어 조황이 뛰어난 곳이 가오리강이다.
광주 박종호 씨,
길두양수장에서 47.5cm 낚아
가오리강은 봉덕강 중류에 ‘ㄱ’자로 휘어진 가지수로다. 봉덕강에서 거슬러 올라온 붕어가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낚시가 가능한 구간은 700m에 이르며 수로 폭이 60m로 비교적 넓다.
여름철 자생하던 마름 수초가 삭아내려 낚시 여건이 좋아졌다.
필자는 지난 11월 26일 가오리강을 탐사낚시를 해본 결과 7마리의 월척과 준척급 붕어로 손맛을 봤다.
포인트는 수초대보다는 밋밋한 맨바닥이 좋다.
그중에서도 물속에 말즘이 자라 올라오는 지역이 입질 받기 수월하다.
연안에 즐비한 부들과 갈대, 땟장수초 가까이에서는 블루길 성화가 심하므로 될 수 있는 대로 수초와 50cm~1m가량 떨어진 지점에 찌를 세워야 그나마 블루길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미끼는 지렁이와 글루텐, 옥수수가 먹히지만, 포인트에 따라 이들 미끼가 다르게 먹히는 경우가 있다.
가오리강 상류와 하류 수문 인근에서는 글루텐이 잘 먹혔다. 중류 지역에서는 오직 지렁이에 입질이 빨랐다. 탐사출조에서 월척은 모두 지렁이 미끼에 낚였다.
입질은 밤에 온다. ‘수로낚시는 낮낚시다’라는 통념을 깨고 밤에 잦은 입질이 있다.
월척급 붕어 역시 밤낚시에 낚였고 최고의 피크시간은 아침 6시부터 9시까지.
지난 12월 5일 광주의 ‘얼레붕어낚시’ 박종호 회원은 가오리강 위쪽 길두양수장 인근에서 아침에 47.5cm의 대물 붕어를 낚아내기도 했다.
◆가는 길→ 고흥읍 호형교차로에서 도화. 나로도 방면으로 5.9km를 가면 포두면 소재지의 포두 사거리가 나오고 좌회전해 700m 내려가면 길두교차로이다. 다시 우회전하여 300m 진행후 오취마을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2.3km 가서 다시 우회전으로 300m 내려가면 된다.
갈수기 때는 불법적인 그물질로 많은 붕어가 빠져나갔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대물터의 명성에 걸맞게 다수의 월척이 낚이고 있다.
지난봄에도 산란 붕어가 무더기로 낚인 바 있지만 송림지의 진짜 대물붕어 시즌은 가을부터다. 추수가 끝나고 마름이 삭아 내리는 10월 중순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2월 중순까지가 씨알 굵은 붕어를 만나기 절호의 찬스이다.
지렁이 두 마리에 옥수수 덧 꿰면 효과
지난 10월 17일에 송림지로 출조한 결과 허리급 붕어로 세 마리를 낚았으며, 11월 6일에는 38, 39, 42cm의 붕어가 낚였다.
봄철과 비교하면 가을철에는 마릿수가 떨어지지만 씨알에서 단연 앞선 것이 특징이다.
송림지는 현재 마름이 대부분 삭아 내려앉았다. 밋밋해 보이지만 여름철 마름이 자생하던 곳이 많다. 그러므로 바닥에는 마름 줄기가 얽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므로 미끼 함몰이 되지 않도록 목줄을 다소 길게 사용한 저부력채비가 유리하다.
현재 물색이 맑아 4칸 이상의 긴 대로 대편성 하는 것이 좋다.
입질은 밤낚시로 돌입하면서부터 두 시간 정도, 그리고 동틀 무렵부터 오전에 집중된다.
포인트는 제방 좌측 연안이 단연 돋보인다. 하류에서 상류로 이어지는 연안에는 차가운 북풍 을 등지고 앉을 곳이 많다. 수심은 1.5m 전후로 수심 차이가 거의 없다.
미끼는 옥수수가 가장 잘 먹힌다. 날씨가 추워지고 수온이 떨어지면 옥수수 미끼보다는 지렁이가 우세하다. 지렁이에 블루길이 입질하지만 귀찮더라도 블루길을 이겨내면 분명 붕어의 입질은 받을 수 있다.
필자는 미끼 운용술에서 외바늘에 지렁이를 두 마리 먼저 꿰어 바늘귀까지 밀어 올린 후 굵고 말랑말랑한 옥수수 한 알을 덧 꿰어 사용하는 방법으로 효과를 톡톡히 본 경험이 있다.
아울러 현재 추수가 끝났으므로 농민들의 왕래는 줄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민원을 예상하여 논바닥으로 차를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 가는 길→ 광주에서 남평읍까지 간다. 남평 오거리 교차로에서 봉황 방면 55번 국도를 따라 4km를 진행하면 산제교차로이고 우측으로 내려 빛가람도시와 산포 방향으로 지방도를 따라 1.5km를 진행 후 좌측 송림리 마을 길로 진입 후 농로를 따라 700m를 들어가면 송림지 제방에 닿는다.
호남에서는 장성군의 황룡강, 광주광역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영산강, 그리고 화순의 지석천이 호남지역 대표적인 강낚시터이다.
이들 낚시터에서는 올봄부터 붕어는 잘 낚였지만 씨알은 예전만 못하다.
월척은 낚아내기 힘들고 7~8치급과 발갱이 수준의 잉어가 주로 낚였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가을로 접어들며 반전을 기대했지만 역시 기대에 미치지 않는 조황 소식뿐이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수로 쪽으로 눈길을 돌려봤다.
전남의 서남부에는 수로 천국이라 불릴 만큼 많은 지류를 가지고 있는 영암호와 금호호가 있다.
이 두 곳은 붕어 자원이 풍부한 겨울 낚시터지만 단점도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찾아오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그것이다.
매년 겨울철이면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입 차단을 위해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농로의 진출입을 통제한다.
그래서 출입금지령이 내려지기 전에 출조를 해보기로 하고 영암호를 찾았다.
조류 인플루엔자 유입 막기 위해 11월부터 출입 통제
영암호는 1988년 6월부터 영암호 방조제 공사를 시작해 1993년 준공됐다(금호호 방조제는 1996년 준공). 영암호 주변 7960ha의 간척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이다 보니 인공적으로 만든 샛수로들이 즐비하다.
샛수로들은 독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문을 통해 영암호 본류와 연결돼 있어 물고기들이 오르내린다.
지난 9월 18일 오후 4시. 한동안 찾지 않았던 영암호 최상류 연구저수지 밑에 있는 연구1번수로를 찾았다.
길이가 400m에 달하며 수로의 폭은 70m 정도인 둠벙형 수로다.
농로가 잘 닦여져 있어 포인트 진입도 수월하다.
자리를 잡기 위해 한 바퀴 둘러보니 물색이 뿌연 게 너무 좋았다. 연안에서 길게 뻗어 나간 땟장수초도 맘에 들었다. 여름철 무성했을 마름수초는 큰 일교차로 인해 잿빛으로 삭아 자연 구멍도 노려볼 만했다.
상류에서 1백 미터 내려온 지점에 마름과 땟장수초가 부분적으로 어울린 곳이 있어 자리를 잡았다.
패밀리피싱의 발판 좌대를 설치하려 보니 연안을 따라 나무 말뚝이 많이 박혀 있었다.
준설 당시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담장을 지지하는 용도였는데 아직도 썩지 않고 남아 있었던 것이다.
‘특공대(수초를 긁어내는 소형 갈퀴)’를 이용해 바닥을 긁어보니 마름 찌꺼기와 가라앉은 갈대 줄기가 걸려 나왔다.
한 시간 남짓 바닥을 긁어내고서야 비로소 대를 펼 수 있었다.
수심이 1m 정도로 비슷했지만 6칸대 장대를 펼치니 수심이 1.5m 가량 나왔다.
늦게 낚시터에 도착해 바닥까지 긁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 바로 케미를 밝히고 낚시에 돌입했다.
이때 노억주 회원이 보란 듯 커다란 월척붕어를 들고 나타났다.
노억주 회원은 “대를 펴고 있는데 채비가 수초에 걸려있어 단순 걸림인 줄 알았는데 붕어 입질이었습니다. 뜻밖에 35센티짜리 월척을 횡재했습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첫수부터 허리급이라니···
옆자리에서 붕어가 낚인 것을 보자 마음이 급해졌다.
마름과 땟장수초 경계지점에 마르큐사의 ‘당고노소꼬쯔리’ 떡밥을 집어제로 사용해 몇 차례 헛챔질 해줬다. 미끼는 ‘페레글루텐’ 단품으로 사용했다.
첫 입질은 밤 8시경 들어왔다. 역시 예상했던 데로 마름과 땟장수초의 경계지점에 세운 3.4칸 대였다.
찌가 10분여를 꼼지락거려 ‘혹시 우렁이가 붙은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이내 찌가 스멀스멀 솟기 시작했다. 빠른 찌 올림도 아니고 단 몇 초에 불과했지만 찌가 천천히 솟는 순간은 언제나 긴장이 된다.
몸통까지 오르던 찌가 찌톱을 전부 드러내고 멈추는 순간 두 손으로 챔질했다. 바늘이 입에 턱! 하며 걸리는 느낌이 있는 동시에 땟장수초 속으로 째기 시작했다. 간신히 돌려 세워 뗏장 위로 스키 태우듯 끌어내 뜰채에 담았다. 꺼내어보니 37cm의 허리급 월척이었다.
‘첫수에 허리급이라니…’ 오늘 밤 조짐이 좋았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마름 포켓에 세웠던 찌가 또다시 솟구쳐 낚아내고 보니 턱걸이급 월척이었다.
살림망에 붕어를 넣고 있는데 또 찌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얼떨결에 낚싯대를 낚아챘는데 이번에도 씨알이 제법 컷다.
계측자에 오른 붕어의 꼬리가 34.5cm를 가리켰다.
필자의 좌측에 자리한 유준재 회원도 연속해서 붕어를 끌어내고 있어 잠시 가봤다.
유준재 회원은 “마릿수는 되는데 붕어의 씨알이 25~28cm가 주종입니다. 마름이 있는 곳과 맨바닥의 조과차가 확연히 납니다.”라며 글루텐 떡밥을 바늘에 달고 있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오니 발판 밑에 펼쳐 놓은 살림망에서 퍼덕이던 붕어가 갑자기 조용했다. 플래시를 비춰보니 산소 결핍으로 수면에 입을 내밀고 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수초제거기로 뗏장수초에 구멍을 파고 살림망을 담갔지만 '탄소동화작용'이 멈춰 용존산소량이 거의 없는 듯 보였다.
붕어를 살리기 위해 150m 떨어진 농수로에까지 가서 살림망을 담갔다. 농수로는 물이 흐르지 않았지만 2m 정도로 깊어 안심됐다.
1박낚시에 월척만 14마리 낚여
자정이 넘는 시간에도 입질은 꾸준했다. 벌써 월척 세 마리에 준척급 붕어를 일곱 마리 낚았다.
혹시나 해서 이번에는 수초가 없는 맨바닥 포인트에 준비해 온 지렁이를 바늘에 꿰어 찌를 세워봤다. 금세 블루길이 덤빌 것 같았지만 의외로 붕어의 입질이 이어졌다.
올라오는 붕어의 씨알은 턱걸이 월척이 대부분이었고 외래어종의 입질은 없어 한편으로 신기했다.
짧은 대들은 마름수초 언저리에서 글루텐 미끼에 입질이 빨랐고 다섯 칸 이상 긴 대에는 지렁이 미끼에 입질이 잦았다.
수로에는 밤낚시가 되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고 밤에도 꾸준한 입질을 보여주었다.
낚시 시작 6시간 만에 수위가 10cm 정도 올라왔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었는데 14호 태풍 ‘찬투’의 영향으로 전날까지 내렸던 빗물의 영향이었다.
건너편 최상류에 자리한 이영도 회원의 자리에서는 플래시 불빛이 요란했던 것으로 보아 밤새 붕어를 끌어낸 게 분명했다.
이영도 회원은 연구1번수로 도착해 한 시간이 넘도록 신중하게 포인트를 탐색한 뒤 최상류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덕을 톡톡히 보는 듯 했다.
입질이 뜸한 시간인 새벽 3시경 이영도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마침 35cm의 월척을 끌어내고 있었다.
이영도 회원은 “새물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보고 포인트로 선정했는데 가을인데도 새물 찬스가 통했나 봅니다.”라고 말했다.
새물이 들어온 자리라 수초가 많지 않아 대부분 맨바닥에 찌를 세웠는데 심심찮게 입질이 들어왔다는 것.
그는 월척 포함 스무 마리 가까운 마릿수 조과를 거두고 있었다.
마름, 뗏장수초 포인트에서 입질 집중
여명이 밝아오는 아침 6시. 전체적인 조황을 살피기 위해 수로를 한 바퀴 둘러봤다.
지난달 구정리수로 화보 촬영 때 ‘붕어 계 탔다’던 함인철 회원이 월척 두 마리와 27~29cm급을 마릿수로 낚아놓고 있었다. 미끼는 글루텐만 사용했는데 맨바닥보다는 마름수초 가까이에서 대부분 입질이 왔다고 한다.
이번에는 하류 쪽 연구수로 본류와 연구1번수로가 만나는 수문에 자리했던 유튜버 ‘달빛소류지’ 홍광수 회원의 자리로 가봤다. 물이 흐르는 중앙부에는 수초가 없었지만 좌우측에는 마름과 뗏장수초가 어우러져 있었다.
홍광수 회원은 50cm 크기의 잉어를 비롯 34.5, 35cm 월척을 낚아놓고 있었다.
이날 가장 두각을 보인 것은 홍광수 회원 뒤편, 연구수로 본류에 자리한 박종묵 회원이었다.그는 33, 34.4, 35cm 월척을 비롯 마릿수 조과를 누렸다.
취재를 마치며 지난밤 낚였던 붕어를 한자리로 모아봤다. 아쉽게도 필자가 낚아낸 일곱 마리의 월척은 용존산소량 부족으로 모두 죽어있었다.
그래도 다른 회원들이 낚아낸 월척만 열댓 마리였고 준척급 붕어는 부지기수로 많았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출입 통제가 되기 전에 들러본 연구1번수로.
추수가 끝나면 본격적인 수로낚시가 시작됨과 동시에 씨알과 마릿수는 더욱 풍족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연구1번수로에서 낚시는?
∎낚시춘추가 발간될 10월 중순이면 마름이 많이 삭아 흔적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한줄기의 마름이 있다면 그곳을 공략을 해봐야 한다. 이곳은 여름철에 마름이 분포된 지역이라 볼 수 있는데, 삭은 수초에는 붕어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 각종 수생벌레와 미생물이 몰려있어 늘 붕어가 몰린다.
∎연안에서 길게 뻗어 나간 땟장수초 끝자락도 훌륭한 포인트가 된다. 될 수 있으면 땟장 언저리에서 50cm에서 1m 가까이 찌를 세운 것이 유리하다.
∎9월말 현재는 블루길의 개체 수가 현저히 줄었다. 아직 추운 겨울은 아니지만 지렁이는 필수로 준비해 수초 없는 곳에서 붕어를 노려볼 필요가 있다. 실제 취재일에도 블루길은 딱 한 마리만 낚였다.
∎옥수수가 잘 먹히는 곳이지만 글루텐에도 입질이 빠르다. 글루텐은 채비를 회수하더라도 잔분이 오래 남아 있어 집어 효과가 뛰어나다.
∎연구1번수로 동쪽으로는 연밭인 연구지가 있고, 서쪽으로는 산이1번수로부터 7번수로까지 산재해 하니 조황이 부진할 때는 두루 둘러보는 것이 좋다.
◆ 가는 길→ 해남읍 앞 13번 국도의 해남교차로를 깃점으로 진도방향 18번 국도를 따라 6km를 가면 마산교차로이다. 산이면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806번 지방도를 이용해 3.7k가면 마산면 학의리 교차로이고 우회전하여 2.2km 지점에 신당 승강장이 있다. 죄회전하여 2.3km가면 연구본수로와 연구1번수로에 도착한다.
◆내비게이션 주소→ 전남 해남군 마산면 학의리 1567
해남 연구1번수로에서 월척 붕어로 손맛을 톡톡히 본 박종묵(왼쪽) 회원과 김영석 회원.
상류에서 하류로 바라본 연구1번수로 전경.
인근 유명 수로에 비해 덜 알려져 붕어자원이 풍부하다.
드론으로 촬영한 연구1번수로.
도로 위쪽이 영암호 최상류인 동시에 연구지와 물길이 만나는 연구수로,아래쪽이 샛수로인 연구1번수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