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수로붕어는 말풀속에 있다

 

물 맑으면 갈대는 쳐다보지도 마라

 

김중석 [낚시춘추 객원기자. (주) 천류필드스탭 팀장]

 

색이 맑으면 갈대보다 말 풀을 주목하라!” 겨울수로낚시 해법을 말하면서 나는 이 말을 강조하고 싶다.

겨울철 수로를 찾았을 때 낚시인들은 대부분 연안 갈대나 부들부터 노린다. 꼿꼿이 서 있던 억센 갈대 줄기도 겨울이 되면 알맞게 삭아내려 낚시하기에 좋다. 나 역시 낚시 가면 습관적으로 가장 먼저 갈대 속으로 찌를 집어넣고 싶다.

하지만 그것도 12월까지만 그렇다.

 

1월을 넘기면 수초 선택을 달리해야 한다. 물색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맘때였다. 나는 광양 조선내화낚시회 회원들과 고흥군의 강산수로를 찾았다.

연안에 사람 키만큼 자라 있는 갈대가 훌륭해 보였지만 입질은 부진했다.

그날 강산수로는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았다. 그 날 뜻하지 않게 회원들끼리 언쟁이 붙었다.

나는 더 하류로 내려가 말풀을 노리자고 했는데 반대 의견이 거셌다. 결국 내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갈대파와 말풀파! 회원들이 둘로 나뉘어 낚시를 시작했는데 결과는 말풀파의 완승이었다.

갈대치기를 했던 회원들은 잔챙이 몇 마리에 그쳤지만 나를 비롯해 수로 중앙의 말풀 포인트를 노렸던 나는 7~8치 붕어의 잦은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그때 물이 맑은 곳에서는 붕어가 얕은 연안의 갈대 속에 깃들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맑은 물의 붕어는 자기 몸을 오롯이 숨길 수 있는 깊은 수심의 무성한 말풀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깊은 수심의 말 풀은 겨울붕어 휴식처

호남 지역은 늦가을부터 말 풀의 새순이 자라기 시작해 초겨울이면 줄기와 잎이 무성하게 자라게 된다.

붕어가 몸을 숨기기야 얼기설기 삭아 내린 갈대가 매우 훌륭하지만 이불처럼 수중을 감싸고 있는 말 풀도 붕어의 훌륭한 은신처가 된다.

또 갓 자란 물풀은 붕어의 좋은 먹이가 된다고 하니 겨울철에 이만한 포인ㅌ도 없을 것이다. 말 풀 포인트는 수로에서 특히 효과를 발휘한다. 그것도 규모가 큰 수로보다 대형수로의 가지 수로나 샛 수로처럼 작은 수로가 말 풀 효과가 더 뛰어나다.

낚시터가 작으면 포인트가 뻔한 것처럼 작은 수로의 붕어가 모두 말 풀 속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똑같은 말 풀 포인트라도 여러 군데 듬성듬성 있는 곳보다. 한 곳에 몰려 있는 말 풀에서 입질이 더 잘 들어온다.

말 풀은 요즘과 같이 수로에 살얼음이 많이 잡히는 시기에도 좋은 포인트가 된다. 살얼음이 연안에서 깨고 재미를 본 적은 별로 없다. 그러나 말 풀 밭을 찾아내면 그곳에서는 붕어를 낚을 수 있다.

나는 살얼음이 끼면 수초제거기로 바닥을 긁어보아 파릇한 말 풀 이파리가 묻어나오는 곳을 고른다. 지난12월29일 전남 무안군 지도읍에 있는 내양리 수로를 찾았을 때도 나는 살얼음 말 풀 낚시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내양리 수로는 규모는 작지만 지난 한 달 동안 조황이 좋아 많은 낚시인이 찾았던 곳이다.

연안에 자란 뗏장과 갈대가 눈에 먼저 들어 왔다. 하지만 낚시인들 때문에 너무 소란스럽지 않은가 싶어 갈대 너머 말 풀을 노렸던 이들은 그때까지 부어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관통찌 쓰면 밀생한 말풀도 거뜬

낚시인들이 말풀 포인트에서 낚시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너무 밀생해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로 채비를 넣기 힘들 것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자세히 보면 물속으로 작은 수초 구멍이 보이고 이곳에 고부력찌를 던져 넣으면 의뢰로 잘 내려간다.

갈대처럼 수면 위로 뻔어 나온 장애물도 없으므로 스윙낚시로도 충분히 재비를 내릴 수 있다. 스윙낚시를 하려 한다면 캐스팅 방법이 조금 달라야한다.

채비를 투척하여 원하는 지점에 봉돌이 먼저 떨어지게 한 후 순간적으로 낚싯대 쥔 손을 앞으로 내밀어 봉돌이 떨어진 지점에 다시 찌가 떨어질 수 잇게 하는 일명 ‘끊어치기’ 가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찌가 말풀 줄기에 걸리는 일 없이 봉돌과 함께 수직으로 내려간다. 수초치기를 한다면 간통찌 유동채비를 권하고 싶다. 관통찌채비는 낚싯줄이 찌를 통과하는 채비다.

채비를 수초구멍에 집어 넣으면 찌는 그대로 있으면서 봉돌이 달린 바늘채비만 내려간다. 관통찌는 찌톱이 15cm이하의 짧은 것을 쓴다. 찌맞춤은 봉돌을 달고 찌톱 한 마디가 수면에 나오게 할 정도로 예민하게 맞춘다.

말풀을 노릴 때는 4칸 이상의 긴 대를 준비한다. 갈대보다. 더 깊은 곳에 자라는 말풀은 짧은 대로 노리기 어려울 수 있다.

수로낚시는 굳이 줄감개를 쓰지 않아도 된다. 대개 수심이 1~1.5m로 일정하기 때문이다. 낚싯대 길이에 상관없이 원줄을 1.8m 전후로 세팅하면 수로에서는 어디든지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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