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세동지
월척도 귀해졌지만 준척급은 넘쳐나
가람 김중석[낚시춘추 편집위원 · (주)천류 사외이사, 필드스탭 팀장]
지난11월 23일 여수 복산지에서 함께 출조 했던 유튜버 ‘흥양붕어TV’ 이민성 회원이 “다음 주에는 고흥 세동지로 한번 가보시죠?”라며 출조지를 추천했다.
이민성 회원의 추천에 필자는 약간 의아해 했다.
세동지는 유난히 터가 센 곳이라 골수 대물낚시인이 아니라면 기피하는 곳이고 나 역시 기억에서 지웠던 곳이기 때문이다.
이민성 씨의 예상 못한 제안에 세동지 조황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
이민성 회원은 “최근 마름과 어리연이 삭아 내린 후 붕어가 마릿수 붕어가 로 낚이고 있습니다.
주로 낚이는 사이즈는 8~9치급에 불과하지만 종종 허리급이 두세 마리씩 섞이고 운이 좋으면 4짜 중반의 붕어도 덤으로 낚을 수 있습니다”라며 설명했다.
배스 줄면서 붕어 마릿수는 늘어나
세동지는 고흥 해창만수로 상류에 있으면서 16~17년 전에 5짜 붕어가 마릿수로 낚인 곳이다. 그 이후로는 5짜 붕어의 출현이 줄어들면서 입질 한 번 못 받고 철수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낚시인들의 남도 5짜 붕어터 목록에서 제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최근 낚시인들이 세동지를 찾지 않은 또 다른 이유로는 해창만수로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로 접어들면 간간이 빨래판 붕어라 일컫는 체고 좋은 허리급 붕어가 출몰하면서 낚시인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여기에 요즘에는 세동지뿐 아니라 그간 ‘5짜터네’ ‘한방터네’ 해왔던 수많은 대물터들이 명성을 잃고 마릿수터로 바뀌고 있다.
여수의 복산지, 하동의 송원지, 고흥 해창만수로, 여수 관기지, 보성 감동지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배스가 씨가 마른 것은 아니다. 배스 낚시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게 많았던 배스가 어디로 종족을 감췄는지 예전과 비교해 낚이는 배스 숫자가 많이 줄었다”라고 말한다.
그 대신 씨알이 크다는 게 배스낚시인들의 말이다.
아무튼 배스 개체수가 줄면서 붕어 마릿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배스 개체수가 증가한다면 마릿수터로 변한 낚시터들이 다시 대물터로 환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드는 요즘이다.
자로 잰 듯 올라오는 28cm급
지난 11월 30일 고흥 세동지를 찾았다.
강풍주의보에 기온까지 큰 폭으로 떨어져 체감온도가 더욱 낮게 느껴지는 추운 겨울 날씨가 며칠째 지속되고 있었다.
먼저 마음에 두었던 제방 좌측 중류 부들과 갈대가 분포되어 있는 포인트를 둘러봤다.
물색이 약간 탁해 보였다. 붕어가 충분하게 수초대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강풍주의보에 바람을 의지 할 곳이 없었다. 낚싯대를 휘두르기도 벅찰 정도로 강한 바람이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봤으나 마땅히 대를 펼 장소가 없었다.
다시 제방 우측 하류로 이동해 주차한 뒤 밭둑길을 지나 산속 오솔길로 따라 80m를 걸어가자 바람이 덜 타는 암반지대가 나왔다. 강한 북서풍을 비봉산(해발447.6m)의 노적봉이 막아주고 있었다.
바위 위에 동일레져의 전투 좌대를 설치했다.
먼저 특공대(바닥을 긁는 소형 갈퀴)로 바닥을 긁어봤다. 간간히 새로 자라기 시작한 한 뼘 정도 길이의 말즘이 갈퀴에 걸려 나왔다. 바닥 전체가 말즘으로 가득 차지는 않았고 드문드문 군락이 있다는 것을 확인 했다.
수심은 2.5m로 깊은 수심이었지만 말즘이 없는 곳을 찾아 대편성을 했다.
오후 2시. 건너편 연안에는 갈대가 쓰러질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지만 내 포인트에는 부는 바람은 미풍에 불과 했다.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하기 위해 경원산업의 옥수수어분글루텐과 오래오글루텐을 반반 섞어 사용하기로 했다. 처음에 집어를 목적으로 글루텐을 아주 무르게 개어 달아 낚싯대마다 열 번씩 헛챔질을 해줬다. 그 이후에는 ‘말쯤 줄기에 글루텐이 걸려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 단단하게 개어 달았다.
오후 4시부터 본격적으로 낚시를 시작했지만 입질 자체가 없어 내심 불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염려는 기우에 불과 했다.
밤케미로 바꾸는 순간부터 찌가 오르기 시작해 순식간에 다섯 마리의 붕어를 낚아냈다.
사이즈는 자로 잰 듯한 28cm 전후였다.
수심이 2.5m로 깊고 정수수초 등 장애물이 없어 마음껏 손맛을 즐기며 붕어를 끌어냈다.
낚아낸 붕어를 보니 체고가 높은 게 있는 반면 토종터 붕어처럼 날렵하게 생긴 붕어도 있었다. 밤이 깊어 가면서 낚이는 붕어 씨알은 더욱 커졌다.
바닥을 잘 찾아 찌를 세웠지만 가끔은 말즘 위에 떨어진 채비도 있었다. 그러나 다시 회수할 필요는 없었다. 찌가 비스듬하게 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붕어가 입질해줬다.
한겨울 손맛터로 강추
자정이 갓 넘은 시각. 우측에 4.8칸 대에서 언제 입질이 왔는지 찌가 사라지고 없었다. 얼떨결에 챔질해보니 째는 힘이 대단했다.
작은 잉어가 자주 낚여 이번에도 좀 더 큰 씨알의 잉어일까 생각했으나 올라온 녀석은 붕어였다. 이번 출조에서 낚아낸 붕어 중 가장 큰 씨알로 정확히 32cm가 나왔다.
32cm 월척을 낚은 후 커피를 한잔하며 잠시 쉬기로 하고 본부석으로 가봤다.
본부석 바로 아래에 자리한 이광희 회원이 “느낌상 월척이 한 마리 정도는 줄 것도 같은데 계속 28cm짜리만 올라와 아쉽습니다”라고 말했고 그 와중에도 또 28cm급을 낚아냈다.
이광희 회원과 비슷한 조과를 거두고 있던 이민성 회원은 “유튜브 영상은 충분하게 촬영했지만 모두 다 준척에 불과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침에까지 열심히 낚시하면 ‘굵은 놈이 한 마리 낚이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치였다.
잠시 본부석에서 커피를 마시고 자리에 돌아와 보니 찌가 세 개나 엉켜 있었다. 자동빵으로 걸린 붕어의 소행이었다. 채비를 정리하기 위해 낚싯대를 들어보니 뭔가 걸려 있었다. 자동빵으로 걸려든 것은 31cm 월척이었다.
이처럼 예전 세동지에서 낚였다 하면 4짜 중반부터 시작해 5짜 붕어까지 낚였지만, 현재는 저수지 생태가 완전하게 뒤 바뀌어 27~28cm 붕어가 꼬리를 물고 낚였다.
하지만 이글루가 들썩일 정도의 강풍 속에서도 밤새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와 피곤한 줄도 몰랐다. 비록 허리급 월척은 없었지만 깊은 수심에서 낚여 올라오는 손맛 하나는 일품이었다.
필자 혼자서 낚아낸 붕어만을 바닥에 쏟아놓았더니 마릿수가 엄청났다.
해가 떠오름과 동시에 바람 방향이 서풍으로 바뀌었다. 일기예보에 오늘 역시 강풍이 예보되어 있어 철수를 서둘렀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붕어 얼굴보기 힘든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큰 거 한 마리보다는 붕어 얼굴이라도 볼 수 있는 곳으로 세동지만한 낚시터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동지 부진할 경우 해창만수로 추천
만약 세동지 조황이 부진하다면 하류 쪽에 있는 해창만수로를 추천한다.
해창만수로는 겨울철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출입제한이 없는 곳이다.
본격 시즌은 추수가 끝나는 늦가을부터 이른 봄철까지이며 남촌강, 오도수로, 길두수로에서 마릿수 붕어가 낚이다가 간혹 4짜 전후의 빨래판 붕어가 낚인다.
해창만수로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곳으로 사전에 풍속과 풍향을 파악해서 출조를 해야 한다.
◆ 내비게이션 주소→ 전남 고흥군 포두면 세동리 1349
일출 무렵 입질을 받은 필자가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밤새 낚여 올라온 붕어들 때문에 밤을 꼬박 샜다.
세동지에서 낚아낸 월척을 보여주는 필자.
수많은 준척급 붕어 중 월척은 단 두 마리뿐이었다.
물안개를 배경으로 붕어와 파이팅을 벌이고 있는 필자.
이민성 회원이 멀리서 카메라에 담았다.
밤새 올린 붕어를 담아둔 살림망을 들어내고 있는 필자.
취재일 조과 앞에서 기념촬영 중인 일행들.
왼쪽부터 흥양붕어TV 진행자 이민성 회원, 유튜브 ‘너는나의은하수’ 진행자, 이광희 회원이다.
너는나의은하수 진행자는 고흥 여행 중 세동지 물안개를 영상에 담기 위해 들렸다가 기념촬영에 동참했다.
서진레져 붕어도시락에 담아 사용한 글루텐.
쉴 새 없는 입질에 미리 글루텐 환을 만들어 사용했다.
이광희 회원이 아침 시간 입질을 기대하며 힘차게 케스팅을 하고 있다.
세동지 붕어의 평균 씨알.
25~28cm가 주류를 이루었다.
깊은 수심에서 당찬 손맛을 안겨줬던 하룻밤 조황.
대부분 준척급 붕어에 잉어도 섞여 낚였다.
필자가 마릿수 붕어를 낚아냈던 경원사의 어분글루텐과 군계일학의 ‘와이어 스위벨 채비 스네이크형’ 채비.
고흥 세동지 좌안의 나로도 방면 포인트에 자리 잡은 순천 낚시인.
늦가을에 허리급 붕어가 속출했던 포인트이다.
야식을 즐기고 있는 촬영팀.
세동지 포인트 진입로의 마늘밭.
진입 시 주변 농작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 낚시의 無限 즐거움 > 낚시 월간지 연재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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