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만에 찾아온 가뭄.
중부지방과 달리 이곳 남쪽에는 가을 가뭄이 심각하다
예년 같았으면 여름철 태풍도 몇 차례지나가 조금의 피해를 주면서도 많은 량의 비가 내려 농사에도 도움이 되곤 했는데 올 해에는 비 다운 비가 제데로 내리지 않아 저수지마다 고갈된 저수지가 많고 물이 있다 하더라도 30% 이하의 저수율을 기록하는 저수지가 많다.
이 처럼 적은 수량에도 벼 농사를 마무리해 수확이 거의 끝나서 다행이 아닐 수 없는데 올 겨울 비가 오지 않으면 내년 봄 농사가 걱정되기도 한다.
-23일-
그래서 물 많은 저수지만을 찾아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어딘가를 찾아 짬낚시를 하긴 해야 하는데 어딜 가야 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해서, 마냥 지도책을 펴 놓고 여기 저기 둘러보고는 5군데 정도의 저수지를 지목하여 10월22일 퇴근 후 답사에 들어갔다
처음 둘러본 저수지는 갈수기라고 하기엔 수량이 너무 많아 내가 하고자 하는 갈수기 낚시터가 아닌것 같아 그냥 나왔고 다섯번째 저수지인 이곳 저수지를 발견했는데 바로 이거였다!!.
만수면적 약 3천평 규모의 계곡형 저수지로 현재 수면적이 150평이나 될까 말까 할 정도의 수량밖에 없었다.
어두질 무렵 제방에 앉아 30분 가량 인기척도 내지 않고 좁디 좁은 수면을 응시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붕어들이 회유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니들 내일이면 죽었어! 잉~!!
어자원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24일-
퇴근과 동시에 바로 저녁을 해결하고 미끼로 사용할 새우 5천원 어치 사들고 어제 봐뒀던 저수지로 애마를 몰고 갔다.
예상대로 저수지에는 아무도 없고 제방에는 촌로 두분이서 운동 나오셨는지 제방을 거닐고 계시고 서둘러 대를 펴고 있는데 뒤에서 작은 소리로 들리는 소리... “ 저놈 미친놈 아녀?” 하는게 아닌가? 누가봐도 그러한 표현을 했으것 같았다.
두 어르신들이 내려가시고 잠시후 또 다른 어르신이 새우 채짐하시려 저수지에 오셔서 나를 힐끔 처다보더니 끌끌... 혀를 찬다... 아~ 여기 고기없어~~ 이보다 물이 반 정도 있을때 이미 그물질로 고기 다 잡아버렸고, 낚시로도 다 잡아버렸는데 뭔 고기가 있겠소? 하질 않은가? 아~ 그냥 조금 쉬었다 갈려왔습니다. 하고 정중하게 이야기 했더니 이번에는 쉴려면 집에서 쉬지 뭤하려 이런곳에 와서 쉰단 말이요? 고기도 없는데....
뭐라 할 말도 없고 묵묵이 찌만 응시하는데 꿈쩍도 하지 않은다. 이럴때 작은 붕어라도 나와 저 어르신한테 보란듯 보여줄건데...
두번째로 만난 어르신이 하신 말씀중에 중요한 이야기가 다 들어있었다.
현 수위보다 반 정도 있을 때 그물질로 고기를 다 잡아버렸다?
수위가 반 정도 있었을때 그물질 했다면 그물에 잡히지 않은 붕어가 훨신 더 많기 때문에 희망적이고 그 후로 장시간 수위가 조금씩 불어 두배에 가까운 수량이 유지되면서 한바탕 전쟁을 치루던 저수지에 평화가 찾아오고 붕어들은 살았다는 안도의 한 숨을 내 쉬며 조심스레 먹이 활동을 할 것이다.
그리고 동네주민들과 낚시인들은 이 저수지는 더 이상 고기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여 물빠진 이 저수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음에 희망적이라 할 수 있었다.
끝끝내 이상한 사람으로만 쳐다보던 그 어르신은 동네로 내려가시고 저수지는 완전 어둠이 짙게 깔렸다.
7시 반경 수심 30cm에 찌를 세워뒀던 찌가 미세하게 움직임을 보이더니 찌를 조금 올려주는가 싶었는데 옆으로 슬슬 기어가는게 포착됐다. 약 20cm 정도 끌고 가고 있을때 챔질!
뭔가 턱! 하고 걸리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엄청난 힘을 쓰며 저수지 중앙부를 향하여 도망가는데 잉어인듯 엄청 힘을 자랑 한다. 수위도 낮은데 왠 힘을 그리 쓰는지 한참 실랑이를 벌리다 수면에 누운놈을 보니 완전 붕어였다 그것도 월척이 한참 넘은 붕어였다.
바로 계측대에 올려놓고 보니 35cm의 튼실한 월척 붕어였다.
조금 일찍 낚여 주었으면 그 어르신 입을 막았을 수 있었을텐데...
10시가 넘은 시간 산수님이 퇴근길에 저수지를 들렸는데 산수님 어렸을때 미역감고 놀던 그 저수지란다. 그 저수지 이름은 여수시 율촌면에 있는 산수지이다.
그래서 산수님 닉네임이 산수라는거...